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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8화 (8/687)

008화

원래 가문 안에 있는 사람은 가문의 소문이나 이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워다나즈 가문 정도 되면 가문의 저택은 어지간한 성보다 컸고, 가문의 땅은 어지간한 도시 수준으로 넓었다.

거기서 지내는 사람들이나 일하는 사람들이 워다나즈 가문에 대해 함부로 말할 리 없었으니...

“워다나즈 가문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 아무것도 없지. 완전 문제 없지.”

닐리아는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다 헛소문이라고.”

이한의 말에도 닐리아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요네르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원래 제국의 귀족 가문들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소문들이 붙기 마련이야. 너무 신경 쓸 거 없어.”

“그런가?”

“물론 워다나즈 가문은 좀 심한 편이긴 한데...”

“......”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둘이 대화하고 있는 동안 닐리아는 마음을 정리했는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워다나즈 가문이라고 해서 내가 겁 먹을 이유는 없지.”

“무슨 소문을 들었지?”

“......”

닐리아는 말해줘도 되나 안 되나 살짝 고민했다.

당사자한테 말하기에는 조금...

-워다나즈 가문의 가주는 사실 드래곤이다. 대륙 서부에서 일어난 언데드 광란 사건 때 날아와서 브레스로 언데드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워다나즈 가문의 핏줄들은 강력한 고대 정령과 계약한 대가로 막대한 마법 능력을 받았지만 감정을 잃어버렸다.

-워다나즈 가문 출신 마법사들은 피도 눈물도 없다. 제국 분리주의자들의 폭동 때 나타난 워다나즈 가문 마법사들로 인해 도시 하나가 사라졌다.

...등등등.

워다나즈 가문의 이미지는 이한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편이었다.

제국의 평민들 눈에는 ‘평소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무슨 일만 터지면 갑자기 나타나서 쓸어버리고 가는 무자비한 마법괴물들’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제국에 사건 크게 터지면 당연히 대마법사들이 올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다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이한은 억울해했고 요네르는 다독였다. 닐리아는 그 반응에 속으로 생각했다.

‘감정을 잃어버렸다는 소문은 확실히 헛소문 같은데...?’

*         *         *

“잠깐.”

“?”

“뭔가 이상해. 여길 봐.”

닐리아는 손가락으로 땅바닥을 가리켰다.

풀로 뒤덮인 언덕이어서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닐리아는 다크 엘프 특유의 감각과 <그림자 순찰대> 경험으로 흔적을 잡아낸 것이다.

“보이지? 꽤 덩치가 커다란 놈이 여길 밟고 지나간 거야.”

“그런 것치고는 얕지 않나?”

“잘 짚었어. 꽤 똑똑한 놈이 분명해. 힘을 조절해가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움직이다가 여기서 이 열매를 먹느라 실수한 거지.”

요네르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요네르의 관심분야는 연금술.

이런 사냥꾼의 추적술에 대해서는 관심이 가지 않는 게 당연했다. 요네르는 주변을 둘러보며 약초가 없나 확인하고 있었다.

‘칫.’

닐리아는 속으로 살짝 짜증스러워했다.

<그림자 순찰대>에 있을 때는 모두가 마음이 맞았다.

다들 사냥꾼에 레인저였고, 마을 사람들도 대부분 가족 중에 사냥꾼이나 레인저가 있었기에 무슨 말을 꺼내도 이야기고 통했던 것이다.

-정말 혼날 뻔했습니다. 털이 아름다워서 어떻게든 꼭 잡으려고 했는데...

-하하하! 그럴 수 있지. 나도 젊은 시절에는...

사냥하다 본 사냥감만 꺼내도 한 시간은 떠들 수 있는 사람들.

그에 비해 여기는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저, 내가 산에서 있었던 일인데...

-산?

-어. 사냥을 하러...

-사냥까지?? 왜?

-그야 내가 순찰대 소속...

-그냥 돈 주고 사면 안 되는 거야?

-...시■새■야 진짜 뒤질래?

-히익!

...같은 대화를 겪은 닐리아 입장에서는 요네르 같은 반응이 살짝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 다들 사냥꾼이 아니니까 내가 적응해야지.’

“오. 재밌군. 다른 건 없나?”

“...!”

그런 와중에 이한이 보이는 반응은 닐리아의 예상 밖이었다.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듣고 있는 이한.

닐리아는 당황해서 물었다.

“재밌다고?”

“재밌으면 안 되는 부분이었나?”

“...아니. 재밌으면 안 되는 부분은 아니고, 그렇지만 내가 꼭 재밌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게 물론...”

“???”

상대가 횡설수설하자 이한이 역으로 당황했다.

‘술 마시고 왔나?’

닐리아 본인도 자기가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급히 본론으로 돌아왔다.

“좋아! 어쨌든, 이렇게 덩치가 큰 사냥감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는 조심하는 게 좋아. 여기 풀이 잘려진 게 보여? 꽤 커다란 발톱을 갖고 있는 거지.”

“그렇군.”

이한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있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교수한테 사기를 당했다 하더라도 대학원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꼭 마법뿐만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냥꾼의 지혜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상대의 정체도 알 수 있나?”

“이걸론 부족해.”

닐리아가 아쉽다는 듯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노련한 사냥꾼은 발자국만 봐도 정체를 맞힌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건 환상이었다.

사냥꾼이 발자국만 봐도 정체를 맞힐 수 있는 건 그 지역에서 오래 지냈고, 그 지역에 있는 몬스터들이 무엇인지 다 꿰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바로 알아맞힐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듣기로는 마법학교 주변에는 온갖 이상한 몬스터들이 많다고 들었어.”

“아. 그 이야기 나도 들었는데.”

요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인로가드 자체가 워낙 마력이 풍부한 땅에 위치해 있어서, 그 마력의 영향으로 몬스터들도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실험하다가 만들어진 몬스터들이 학교 근처를 돌아다닌대. 버려진 마법약 때문에 희귀한 슬라임도 자주 생긴다고 하더라.”

“......”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여기 마법사들은 실험 안전 수칙 같은 게 없나??’

마법약부터 시작해서 마법으로 만든 인공 생물까지.

이런 것들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냥 그걸 대충 갖다 버리니 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더 조심해야겠군.”

“잘 말했어! 이 흔적을 기본적으로 쫓으면서 움직일 거야. 기습 받을 일은 줄어들 테니까.”

“나도 흔적 읽는 법을 배울 수 있나?”

이한의 말에 닐리아는 눈을 깜박였다.

무례한 소리를 한 건가 싶어서 이한은 다시 말했다.

“가르쳐주기 힘들면 그냥 무시해도 상관없...”

“...절대 쉽지 않을 텐데, 도중에 배우다가 포기할 걸? 이게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알아?”

“가르쳐만 준다면 그러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보지.”

“...흥. 가르쳐 줄 테니까 어디 한 번 해보던가!”

요네르는 닐리아가 못 듣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굳이 저런 걸 배울 필요가 있어?”

“왜. 재밌어 보이잖아.”

“???”

*         *         *

“찾았다. 독오초.”

닐리아와 이한이 경계하는 사이, 요네르는 약초를 발견했다.

짙게 자라난 수풀 사이에 숨어 있는 약초를 보고 이한은 감탄했다.

‘용케 찾았군.’

“두 개밖에 없어.”

“......”

“......”

“하나만 더 찾으면 될... 왜 다들 말이 없어?”

요네르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왜 둘이 말이 없어졌는지 깨달았다.

-■■...

덩치가 어마어마한 돼지 한 마리가 이쪽을 매우 강렬하게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마력이 느껴지는 걸 보니 뭔가 잘못 먹었군.”

돼지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에, 이한은 냉정하게 말했다.

주변에 흘러나온 시약을 먹었든 포션을 먹었든 아니면 특수한 실험을 받았든...

“지금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잖아! 조심해!”

닐리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돼지는 절대 약한 동물이 아니었다.

묵직한 덩치에, 제법 날렵한 몸놀림. 거기에 송곳니까지 갖고 있는 놈은 더 위험했다.

게다가 지금 상대는 얌전히 길러지는 가축이 아니라 완전히 야성을 되찾은 짐승에 가까웠다.

하물며 이상한 걸 먹어서 마력까지 갖게 되었다면 몬스터라고 보는 게 나았다.

“멧돼지라고 생각해! 절대 자극하지 말고! 다들 뒤로 천천히 물러서!”

닐리아는 둘에게 말했다.

요네르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줬다. 이한은 요네르를 부축하며 슬쩍 뒤로 물러섰다.

-■■■!

그러나 돼지는 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상당히 화가 났는지 김을 뿜어대며 씩씩대고 있었다.

“더 물러나기만 하면 위험하겠군.”

이한은 지팡이를 들고 멈췄다.

마치 창처럼, 두 손으로 지팡이를 강하게 잡고 앞으로 선 모습이 제법 그럴듯했다.

‘맞아...!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었지?’

그제야 닐리아는 이한이 어느 가문 출신인지 떠올렸다.

제국의 대마법사 가문, 워다나즈 가문 출신.

그런 만큼 여기 들어오기 전에도 몇 가지 마법을 배웠을지도 몰랐다.

‘아까 자기가 주변에 들짐승이나 몬스터가 나왔을 때 쫓는 역할이라고 했었지?’

닐리아는 이한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 있어?”

“확실하진 않겠지만 아마?”

“만약 실패하면 무조건 저 빨간머리 업고 뛰어! 내가 유인할 테니까!”

여기 인원 중에서 산과 언덕을 가장 빠르게 누빌 수 있는 건 닐리아 본인이었다.

이한의 마법을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숙련된 사냥꾼은 언제나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상황이 틀어지면 닐리아는 자신이 돼지를 유인해서 따돌릴 생각이었다.

이한은 닐리아의 말에 좀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요네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까지 우리를...”

“그런 거 아니거든!? 나밖에 못 하는 일이니까 그런 거거든?!”

“그래. 어쨌든 고맙다. 만약의 상황에는 잘 부탁하지.”

이한은 더 이상 떠들지 않고 집중했다.

돼지도 점점 더 거리가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셋. 둘. 하나.’

이한은 차분하게 숫자를 세며 상대와의 간격을 쟀다.

뒤에서 보고 있던 닐리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삼켰다.

대체 무슨 마법으로 저 돼지를 상대하려는 걸까?

빡!!!

“......”

청명한 소리가 돼지의 머리통에서 울려 퍼졌다.

이한이 선택한 건 지팡이 휘두르기였다.

*         *         *

-검은 무기의 왕이지만, 검만을 다루셔서는 안 됩니다. 검술은 검이 없는 상황에서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 창, 곤봉, 단검, 맨손 모두 말입니다.

-그렇군.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만, 불평 안 하십니까?

-왜?

-아, 아닙니다.

알라르롱은 가문의 직계라고 해서 쉽게 가르쳐주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배웠던 것처럼 엄하고 혹독하게 이한을 가르쳤다.

그리고 이한은 정말 잘 배웠다.

다른 귀족이라면 ‘이렇게 힘든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데!’라고 했겠지만, 이한은 정반대였다.

‘돈 주고도 운동을 하는데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않나?’

대학원 다닐 때에는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 했었는데, 알라르롱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세세히 가르쳐주는 지금 상황이 불만스러울 리 없었다.

게다가 몸이 힘들면 바로 하인들이 달려와서 먹을 것과 마실 것과 마법 물약을 바치는데...

-이한 님. 지금쯤 궁금하실 겁니다. 왜 다른 기사들처럼 무기에 오러를 씌우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그런 대단한 경지를 나처럼 배우는 사람이 오를 수가 있나?

-...오러 때문이 아니면 대체 왜 검술을 배우겠다고 하신 겁니까??

알라르롱은 가르치다 말고 황당하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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