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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2화 (12/687)

012화

어찌되었든 너희 무쇠대가리들이 빨리 깨닫다니 기쁘구나!

“......”

“......”

리치 교장의 칭찬에도 아무도 기뻐하지 않았다. 이한은 누군가가 욕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푸른 용의 탑은 원래 가장 느린 편이다.’

그러나 의외로 리치 교장은 진심을 담아서 칭찬한 것이었다.

매해 새로운 기숙사에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왔지만, 그 중 푸른 용의 탑이 가장 적응에 느린 편이었다.

가장 적응이 빠른 것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

상인이나 평민, 혹은 빈민가 출신 학생들까지 들어오는 만큼 적응력이 남다른 것이다.

그 다음으로 빠른 건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었다.

아무래도 기사 가문 출신들이 많다보니 신체 능력이 좋고 험한 일에도 잘 버텼다.

그에 비해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대부분이 고위 귀족 가문 출신들.

험한 일을 해본 적도 없는 만큼 적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도 안 되어서 이렇게 알아서 먹을 걸 구해서 챙겨먹다니.

솔직히 기특했다.

‘저 놈이 범인이렷다?’

리치 교장의 푸른 눈빛이 이한에게 꽂혔다.

언제나 대마법사의 직감은 틀리지 않는 법.

가끔 틀릴 때가 있으면 힘으로라도 맞게 만들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한은 다행이었다.

리치 교장이 처음 느낀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으니까.

‘좋은 마법사의 자질은 단순히 마력량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지...’

리치 교장은 이한의 마력량 때문에 이한을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평가 요소 중 하나였지만, 리치 교장은 다른 점을 더 인상 깊게 여겼다.

그 딱딱한 워다나즈 가문에서 저렇게 자유로운 놈이 나오다니.

‘자유로운 생각. 그게 바로 마법사의 길을 열어주는 동반자다.’

리치 교장이 여기 있는 학생들한테 알려주고 싶은 게 바로 그것이었다.

딱딱한 빵과 식은 밥을 먹이는 것도 그런 자유로운 생각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걸 보면서 즐기기도 했지만 아무튼 원래 목적은 그랬던 것이다.

‘왜 갑자기 등골이 서늘한지 모르겠군.’

이한은 갑자기 불길함을 느꼈다. 봄 날씨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서늘한 기분이었다.

*         *         *

“교장 선생님. 저희가 마법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끼니를 해먹어야 한다는 건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이 인성 교육을 들어야 하는 건 어째서입니까?”

확실히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겁이 없었다.

고위 귀족 출신이다보니 리치 교장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것이다.

리치 교장은 해골을 달그락거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주 잘 말했다. 왜 인성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으냐? 네가 말해봐라.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여기 출신 마법사들이 밖에서 사고를 치면 빌어먹을 황제 폐하께서 나한테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리치 교장의 목소리에, 신입생들은 모두 귀를 막았다.

너희 선배들이! 밖에 나가서! 사고를 치지 않았다면 이럴 일도 없었겠지! 이 빌어먹을 무쇠대가리들아!!

“......”

“......”

이 인성 교육을 왜 하냐고?! 나중에 황제 폐하의 고관이 찾아와서 사건의 이유를 물을 때, 최소한 이렇게 인성 교육을 하고 있다고 변명을 해야 너희들이 싸잡혀서 처벌받지 않으니까 그렇다! 이 무쇠대가리 놈들아!! 충분한 대답이 되었느냐!?!

“예... 예!!”

질문을 던진 학생은 리치 교장의 기세에 압도되어서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마법사 놈들이란 기본적으로 언제 어떻게 개짓거리를 할지 모르는 놈들이다. 너희들은 아니라고 하지 마라. 그딴 거짓말은 나를 화나게 만들 뿐이니까. 나중에 외출이 허락되면 보게 될 거다. 너희 마법사 놈들이 얼마나 사고를 많이 치는지를! 책 펴라! 1페이지를 읽는다!!

““나는 민간인들을 마법으로 위협하지 않겠습니다!””

한 번 더!

““나는 민간인들을 마법으로 위협하지 않겠습니다!””

이한은 따라서 외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효과가 정말 있나?’

오히려 이런 교육을 하면 마법사들이 더 사고를 칠 것 같은데...

*         *         *

모든 학생들이 인성 교육 강의가 지루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은 빗나갔다.

인성 교육 강의는 예상보다 훨씬 더 지루했다.

“이게... 이게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의라니...”

“하도 많이 읽어서 목이 쉰 거 같아.”

자. 오늘 강의로 너희들의 텅 빈 무쇠대가리에도 선량한 마음이 자리 잡혔기를 바란다.

“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강의를 돕기 위해 두 명이 필요한데. 자원할 사람 있느냐?

리치 교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목소리가 더 소름돋았다.

“......”

“......”

학생들은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리치 교장은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도 나오지 않으면 더 괴로울 텐데? 정말 끝까지 나오지 않을 셈이냐?

“제가 하겠습니다.”

손을 든 건 이한이었다. 리치 교장은 더 즐기지 못해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워다나즈의 무쇠대가리로구나. 일하는 걸 좋아하느냐?

“존경하는 교수님을 돕는다면 그것이 영광 아니겠습니까?”

“워다나즈...!”

“너란 녀석은 정말이지...”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진하게 감동 받은 표정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어제는 황혼의 바비큐 파티로 학생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더니, 오늘은 같은 기숙사 학생들을 위해 앞에 나서고 있었다.

워다나즈 가문이 제국의 기둥이라는 괜한 말이 아니었다.

저 책임감을 보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게 상당히 얄밉구나. 하지만 좋다. 언제나 기회는 적극적인 녀석에게 찾아오니까.

이한은 자기 속셈이 리치 교장한테 들켰다는 걸 깨달았다.

우레걸음 교수한테서 배운 사실.

그것은 교수를 돕는 일이 의외로 남는 게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폐쇄된 공간 안에서는 교수에게 뭐라도 받을수록 좋았다.

그 상대가 미치광이 해골 리치라 하더라도 말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학점도 잘 받을 수 있겠지.’

“이... 이한. 미쳤어?”

가이난도는 경악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다른 학생이 가이난도에게 말했다.

“아무도 안 나섰으면 모두가 피해를 입었을 거야. 워다나즈는 미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 나선 거라고.”

“그, 그런... 그러면 나도...”

가이난도가 망설이면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여라 다리야!’

존귀해지기 위해서는 이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어야 했다.

게다가 이한은 가이난도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내가 도와줘야...’

달카드 가문의 무쇠대가리구나. 하긴, 달카드 가문은 언제나 서류 작업에 능했지.

“칭찬 감사합니다.”

가이난도가 고민하는 사이 두 번째 사람이 나왔다.

아산 달카드.

달카드 가문 출신이자, 저번에 연금술 수업에서 난폭한 변이 돼지한테 맞고 날아간 소년이었다.

“?”

이한은 의아하다는 듯이 아산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아산이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와 비슷한 걸 노리나?’

아산은 품위 있게 안경을 살짝 잡아 올리며 말했다.

“물론, 워다나즈 너라면 내가 왜 나섰는지 알고 있겠지.”

“...모르겠는데??”

이한은 황당해하며 말했다.

아산의 속마음을 그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뭐? 어째서?! 당연히 저번에 도와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 아니겠나?!”

아산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더 황당해했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 아아. 그거였군. 아니,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었는데.”

“무슨 소리. 달카드 가문은 언제나 빚을 갚지.”

두 무쇠대가리들이 훈훈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보니 기쁘긴 하지만,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이 있다.

“?”

다음 강의 때 친구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이 안전수칙을 학생 숫자만큼 베껴서 써놓도록.

“......”

“......”

리치 교장의 말에 아산은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교장 선생님.”

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교장 선생님의 마법 한 번이라면 여기 있는 종이에 저 글을 그대로 베끼는 건 손쉽지 않습니까? 저희가 직접 손으로 베끼는 건 비효율적이지 않습니까?”

안다. 그러니까 시키는 거지.

“......”

이한은 확실하게 보았다.

아산의 눈동자에서 살의가 솟구치는 것을!

*         *         *

-미안. 이한.

-도와주고 싶은데...

요네르나 가이난도,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미안해하며 나갔다.

도와주고 싶어도 리치 교장이 막았던 것이다.

두 명이면 됐지 뭘! 꺼져라!

그 결과 이한은 아산 달카드와 함께 빈 강의실에서 베껴 쓰기를 하는 꼴이 되었다.

“용납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 이런 비효율적인 짓을 시키다니...!”

‘얘 이러다가 망가지는 건 아니겠지?’

아산은 중얼거리며 분노의 펜놀림을 시전했다. 그 모습에 이한은 슬슬 걱정이 되었다.

사실 교장이 왜 이걸 시키는지는 알 것 같았다.

‘꼬우면 마법을 익혀서 하라 이거겠지.’

교장의 광기 어린 행동들은 사실 그 의도만 알면 의외로 파악하기 쉬웠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직 <빛 생성> 마법도 제대로 시전하지 못하는데 글자 쓰기 마법 같은 걸 어떻게 시전한단 말인가.

‘힌트 같은 것도 없나?’

이한은 리치 교장에게 남은 일말의 양심을 믿으며 빈 강의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워다나즈? 뭐하고 있나?”

아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워다나즈가 강의실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뭐 챙길 만한 게 없나 보고 있는데.”

“그런 짓을 해도 되나?”

“안 된다는 법도 없잖아.”

“그건 도둑질 같은데...”

“여기는 리치 교장의 강의실이야.”

“...가끔은 도둑질도 괜찮을 거 같군.”

아산은 벌떡 일어서서 이한을 도우러 달려왔다.

‘사람 망가지는 건 정말 순식간이군.’

귀족 가문이든 뭐든 간에 이 학교에 들어오면 사람이 좀...

“뭐라도 있나?”

“글쎄. 여기 종이가 좀 있군. 언제 쓸지 모르니까 챙겨놓자. 잠깐. 열쇠가 있는데.”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쇠가 나타났다.

어디에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한은 일단 챙겨 놨다. 아산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디 열쇠인지 아는 건가?”

“아니. 하지만 일단 챙겨놔야 나중에 쓸 수 있으니까.”

“과연... 합리적이군.”

아산은 감탄했다. 확실히 논리적이었다.

탁-

서랍의 마지막 칸을 열자, 갑자기 마력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서랍을 열었다는 건, 너희들이 멍청하게 팔목이 부러져라 쓰는 것을 멈추고 생각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거겠지. 부디 그게 최대한 이른 시간이길 빈다! 이 멍청한 노동을 오래 했을수록 한심하고 불쌍할 테니까.

“......”

“......”

여기에 1서클 마법인 <하급 조종>이 있다. 이걸 가지고 가서 배워라. 빠르게 배우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한 학기 내내 손으로 글씨를 쓰게 될 테니.

교장의 숨겨진 의도.

그 의도를 깨달은 학생들은 감동을 받...

...지 않았다.

“워다나즈.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마법을 왜 이렇게 가르치려는 거지? 이것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방법이 많을 텐데!”

아산은 분통이 터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마법은 뛰어난 스승이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이었지, 이렇게 던져놓고 살아남기 위해 배우는 게 아니었다.

뭐 이런 방법이 있단 말인가!

아산은 열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워다나즈. 너라면 이해하겠지. 같이 교장 선생님에게 항의하자. 우리 둘이 진지하게 항의한다면 그 교장도 생각을 바꿀지 몰라. ...워다나즈??”

“음?”

이한은 고개를 돌렸다.

이한은 이미 마법을 배우려고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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