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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3화 (13/687)

013화

“워다나즈...”

“아니, 마법 배우러 학교 왔잖아.”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자신을 쳐다보는 아산의 눈빛이 배신감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하긴... 마법을 배우러 오긴 했지.”

“그리고 잘 생각해봐. 그 교장이 우리 둘이 설득한다고 설득될 것 같나?”

“그것도 그렇긴 하지.”

아산은 납득했다.

확실히 리치 교장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아산이 보기에도 좀 많이 힘들어보였다.

“내 생각에도 95% 확률로 실패할 것 같긴 해.”

“성공 확률이 5%나 된다는 게 더 놀라운데...”

어쨌든 아산이 납득한 것 같자, 이한은 <하급 조종> 마법 설명이 쓰여 있는 종이를 집중해서 읽었다.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의지와 주문과 동작.

-<하급 조종>에 쓰기 좋은 주문은 다음과 같다. 움직여라, 움직여, 조종...

“움직여라. 움직여라. 흠. 이렇게인가.”

이한은 입에 착 맞는 주문을 고른 다음 동작을 따라해 보았다.

지팡이를 시계 방향으로 가볍게 휘두르는 동작이었지만, 매번 마력이 다르게 모였다.

‘마법이 정말... 보통 어려운 게 아니야.’

이한은 새삼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 학문인지 느꼈다.

아주 간단한 마법조차도 익히려면 고도의 집중과 연습이 필요했다.

의지를 집중해서 그 마법을 시전하겠다는 일념을 불태우면서, 주문을 외워서 마력을 더욱 증폭시키고, 동시에 모인 마력을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여야 했다.

마치 외발자전거를 타면서 양손으로 각각 접시를 돌리는 묘기를 펼쳐야 하는 기분이었다.

“워다나즈. 그런데 킴 교수님께서 강의실 밖에서 마법 연습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

“하지만 교장은 하라고 했지. 교장이 더 위잖아.”

“과연...”

아산은 다시 한 번 납득했다.

물론 납득한다고 없던 마력량이 갑자기 생겨나는 건 아니었다.

4번 정도 시도하고 아산은 비틀거리며 옆으로 드러누웠다.

“으윽... 미안하다. 워다나즈. 갑자기 멀미가... 우윽.”

“그럴 수도 있지. 누워 있어라.”

그러거나 말거나 이한은 <하급 조종>에 몰두했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지팡이 끝에 모인 마력이 ‘팟’하고 쏘아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목표는 깃털 펜.

마법을 맞은 깃털 펜이 움찔하거나 부르르 떨었다.

‘동작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이한의 무기는 압도적인 마력량.

다른 사람들은 몇 번 주문을 쓰고 지쳐서 쉬는 동안에도 이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문을 연습할 수 있었다.

탁-

이한은 아예 거울을 앞에다가 가져다 놓고 주문을 쓰기 시작했다. 동작의 차이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조금 덜 휘두르는 건가? 조금 덜 휘둘러보자. 좀 괜찮아진 것 같은데. 그 다음은 이쪽인가?’

“워다나즈. 괜찮은 거 맞냐?”

누워 있던 아산이 끙끙대며 물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워다나즈 가문... 끄응. 어지러워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움직여라!”

순간 이한은 자신의 정신이 깃털 펜과 연동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제 3의 손이 쭉 뻗어져 나와 깃털을 붙잡은 느낌.

아까까지 움찔하거나 부르르 떨기만 하던 깃털 펜이 살며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이걸 집중해서 조종하면 됐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팡! 작게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깃털 펜이 마치 다트처럼 쏘아져나갔다.

그리고는 열려 있는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

“뭐... 뭐 한 거야?”

“...깃털 펜이 날아갔는데??”

“대... 대단한데 워다나즈!? 마법에 성공한 거야?!”

“아니, 아직 성공한 건 아니지.”

<하급 조종>은 염동력 계열의 1서클 마법으로, 작고 가벼운 물건을 섬세하게 조종하는 마법이었다.

...이한이 아직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방금 한 것처럼 깃털 펜을 쏘아 날리는 건 확실히 실패였다.

‘이 마법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두 가지였군.’

<하급 조종>은 동작을 정확하게 맞춰서 주문을 성공시킨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 다음에도 집중해서 물체를 조종해야 했다.

이한은 첫 번째는 성공했지만, 두 번째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괜찮겠지. 주문을 성공했으니 조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팡!

팡!

팡팡팡팡팡팡팡팡!

“......”

아산 달카드는 경악한 표정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옆의 벽에 깃털 펜이 날아와 박힌 것이다.

“워... 워다나즈...”

“...미안하다.”

이한은 방금 자신이 가진 자신감을 후회했다.

놀랍게도 세세한 조종이 도저히 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 깃털 펜은 쏜살같이 날아가버렸다.

거의 암기 수준!

‘설마... 설마 마력 때문은 아니겠지.’

이한은 가르시아 킴 교수가 말해줬던 게 떠올랐다.

보통 사람들보다 매우매우매우 마력이 많은 탓에 마법 시전에 좀 불편함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한 번만 더 해보자.’

달칵-

자, 오늘치는 열심히 썼느냐? 기뻐해도 좋다! 남은 건 내가 마법으로 써줄 테니까.

문이 열리고 리치 교장이 등장했다.

핑!

그리고 이한이 쏘아낸 깃털 펜이 리치 교장의 이마를 정확히 노리고 날아갔다.

“워다나즈...!”

그 순간, 이한은 아산 달카드에게 영웅이 되었다.

신입생이 교장을 저격하다니.

정말 너무 멋지다!

*         *         *

정말 놀랍게도 리치 교장은 화를 내지 않았다.

생각보다 정말 빨리 찾았군. 아주 조금 괜찮은 무쇠대가리인 걸 인정해주마.

“앗. 그러면 앞으로 이 무의미한 필기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까?”

아니. 네놈들이 마법을 익히지 못한다면 계속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될 거다.

아산 달카드는 교장을 노려보았다. 교장은 매우 기쁘다는 듯이 히죽거렸다.

이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존경하옵는 교장 선생님!”

어디서 달콤한 아첨의 소리가 들려오는구나. 뭐냐?

“혹시 조종하는 요령에 대해서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까 하는 걸 보니 주문 자체는 성공한 모양이더구나. 조종이 어렵더냐?

“예.”

많은 새내기 마법사들이 그렇지.

“아. 그렇습니까?”

이한은 안도했다.

자기가 마력이 많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처음 마법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겪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하! 거짓말이다!

“......”

주문이 어렵지 조종은 보통 한두번이면 된다. 너처럼 화살처럼 날려버리는 놈은 더더욱 없고. 어쩌겠느냐. 네가 열심히 알아서 잘 해야지.

‘상대는 교장이다. 상대는 교장이다. 상대는 교장이다...’

이한은 표정을 관리하기 위해 애썼다. 그 모습에 리치 교장은 매우 아쉬워했다.

아산 달카드는 어린놈답게 쿡쿡 찌르면 발끈하는 게 매우 재밌었는데, 저 워다나즈 가문의 어린놈은 늙은이가 안에 들어선 것마냥 참을성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건 없다. 마법이란 건 쓸수록 늘 테니까. 가서 점심이나 먹어라!

*         *         *

오전 강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붙잡혀 있던 덕분에, 다른 신입생들은 전부 다 다른 강의를 들으러 가거나 찾으러 간 상태였다.

아산 달카드는 아직도 마력이 덜 회복됐는지 병실에 가서 쉬겠다고 떠나버렸다.

‘나도 점심이나 먹어야겠군.’

점심이라고 해봤자 딱딱하게 굳은 검은 빵과 식은 주먹밥이었지만, 그래도 이한은 한결 나은 편이었다. 저번에 잡아서 훈제시켜놓은 고기가 있었으니까.

‘밖에서 야채나 과일이라도 좀 찾아봐야겠는데...’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지만, 진지하게 교장이 그러라고 준비해 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눈치 빠른 학생들은 먹을 걸 찾아서 다니지 않을까?

“...워다나즈.” “?”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한은 고개를 돌렸다.

찰랑거리는 긴 은발에, 마주치는 순간 움찔하게 만드는 차가운 인상.

황녀 아덴아르트가 복도 앞에 서있었다.

“뭡니까?”

아덴아르트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들고 있는 종이를 가리켰다.

“...아!”

이한은 황녀가 왜 부르는지 깨달았다.

저번에 연금술 수업에서 황녀를 도와준 인연으로, 이한보다 훨씬 더 인맥이 넓은 황녀한테 부탁을 했었던 것이다.

‘쓸만한 강의를 좀 찾아달라고 했었지.’

에인로가드의 신입생들은 필수강의를 제외하면 나머지 과목들은 자기가 알아서 찾아서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신입생들이 그런 걸 알아서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

2학년들과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알아내기 위해서는 신입생들 사이에서라도 정보 교환이 필수였다.

황녀는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종이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음?”

기쁜 마음으로 종이를 받아서 읽던 이한은 멈칫했다.

-인기 있는 강의 목록-

<기초 연금술의 이해>

<기초 제국 언어학>

<기초 춤과 사교>

...

일단 ‘연금술의 이해’가 있는 것부터가 수상한데다가 다른 강의들의 이름도 뭔가 좀 이한이 생각했던 것들과 달랐다.

그리고 ‘성적 받기 좋은’이 아니라 ‘인기 있는’이라고?

“저, 황녀님?”

“?”

“인기 있는 강의가 정확히 어떤 뜻입니까?”

“??”

황녀는 순간 당황한 듯, 표정을 살짝 무너뜨리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한은 좀 더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황녀님. 제가 물어본 건 성적 받기 좋은 강의였지 인기 있는 강의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인기 없는 강의가 성적 받기는 더 쉬울 텐데요.”

준비된 학생인 이한은 인기나 소문에 휘둘리지 않았다.

인기 있는 강의->뛰어난 인재들이 몰려와서 성적 받기 힘든 강의.

인기 없는 강의->경쟁자가 적어서 성적 받기 좋은 강의.

물론 황녀가 이한의 독특한 이론에 동의하진 않았다.

“......”

아덴아르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날로 먹을 수 있는 강의를 찾고 있는 거였다니.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 왜 저런 강의를 찾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덴아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실망했다.

연금술 수업에서 봤을 때만 해도 워다나즈의 모습은 가장 귀족다운 모습이었는데...

슥-

아덴아르트는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정리하는 김에, 피하기 위해서 메모해놨던 인기 없는 강의 목록이었다.

-인기 없는 강의 목록-

<기초 검술>

<기초 체력 훈련>

<기초 마법전투의 반복적 학습>

...

‘오오.’

이한은 목록에 감탄했다.

벌써부터 인기 없는 강의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일단 검술.

마법학교까지 들어와서 검술을 새로 배우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마법에 전념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검술을 누가 배우려 한단 말인가.

체력 훈련도 비슷했다. 마법만 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굳이 쓸데없이 몸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괜히 마법사들이 허약하다고 놀림 받는 게 아니었다.

<마법전투의 반복적 학습>도 인기 없을 수밖에 없었다.

마법을 배우는 건 위대한 진리를 깨닫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법을 알기 위해서였지, 싸움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럴 거면 기사나 검술 길드 밑에 들어가서 훈련을 받는 게 맞았다.

여기 학생들이 제각각의 꿈과 목적을 갖고 들어왔겠지만, 그 중 마법으로 싸움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들어온 학생은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마법을 배우는 것이었지, 그 마법을 전투에 활용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 게 뭐냐.’

물론 이한은 그런 인식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검술과 체력 훈련은 이름부터 이한이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

마법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알라르롱 밑에서 꾸준히 훈련 받았으니까.

그리고 마법전투의 반복적 학습도 그랬다.

마법으로 싸우는 방법 배워놔서 나쁠 것 없었다.

자기 목숨 지킬 방법 하나 더 늘어나는 셈 아니겠는가.

겸사겸사 경쟁 적은 강의에서 학점도 쉽게 따내고...

“감사합니다. 황녀님.”

“......”

아덴아르트는 대답 대신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에는 미약한 실망과 경멸이 피어올라 있었지만, 이한은 강의에 집중하느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면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한은 훌쩍 돌아서서 떠났다. 황녀는 뭐라고 하려다가 작게 숨을 내쉬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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