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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8화 (18/687)

018화

이한이 생각했던 것보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속이 좁았다.

수업이 끝나서 돌아가려고 하자마자 갑자기 세 명이 이한의 앞길을 막아선 것이다.

“워다나즈. 그렇게 비열하게 이기고 빠져나갈 수 있을 줄 알았냐?”

“다시는 뻔뻔하게 강의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교훈을 내려주마.”

이한이 이름을 모르는 드워프 학생과 오크 학생이 내뱉듯 말했다.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이한은 캐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내 가문이 워다나즈 가문인 걸 알고도 이러는 건가?”

“비겁하게 가문 갖고 협박을 하다니...!”

“3대 1로 덤비는 건 비겁하지 않고?”

“시끄러워!”

아닌 척 했지만 상대의 표정에는 얼핏 두려움이 스쳐지나갔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문은 들어본 적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기숙사 자존심 좀 세워보겠다고 이렇게 3대 1로 덤벼서 주먹질을 하겠다?

‘일단 기본적으로 머리통이 좀 비어 있는 거랑 별개로... 믿는 구석이 있나?’

자기가 대가문 출신이거나 아니면 대가문 출신의 뒷배가 있거나.

‘전자는 아닌 거 같으니 후자일 텐데.’

그게 맞다면 머리통이 좀 심하게 비어 있는 게 맞았다.

워다나즈 가문 같은 대가문과 마찰이 생기면 상대 대가문이 챙겨줄 리가 없지 않은가.

어지간하면 이용당하고 버려질 가능성이 높았다.

괜히 대가문들 싸움에 끼지 말란 말이 있는 게 아닌데...

‘말해서 이해할 놈이라면 애초에 이렇게 덤비지도 않았겠지.’

상대가 앞뒤 생각 안 하고 무작정 덤비는 놈이라면 아무리 이한이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별 의미가 없었다.

주먹은 가깝고 가문은 멀리 있지 않은가.

“누가 시킨 거지? 아마 너희들의 가문이 거절하기 힘든 힘을 가진 가문이겠지.”

“!!!”

“!!!!!”

세 학생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어떻게 다른 기숙사 학생 놈이 흰 호랑이 탑 내부에서 굴러가는 일을 이렇게 맞춘단 말인가?

“닥... 닥쳐!”

“공격하자고!”

“둘러싸!”

셋은 더 이상 대화해봤자 자기들만 손해라는 걸 깨달았는지 공격을 진행하려고 슬금슬금 움직였다.

‘3대 1은 무리다.’

그 틈을 타 이한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알라르롱은 단호하게 말했었다.

-1대 1은 하셔도 됩니다. 2대 1은 어쩔 수 없다면 하십시오. 3대 1은 그냥 도망치십시오.

세 명과 싸울 일이 생기면 그냥 튀어라!

이한도 거기에는 동의했다.

셋 모두 기사 가문 출신으로 검술 꽤 배워본 놈들일 텐데, 3대 1로 붙으면 무조건 이한이 불리했다.

문제는 셋이 길을 막고 있다는 것.

어떻게든 흔들어서 뚫어야 했다.

‘그래!’

그 순간 이한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상대는 이한이 마법명가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이용해야 했다.

“움직여라!”

이한이 힘 있는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자 세 명의 학생은 깜짝 놀랐다.

마법이라니.

그들은 아직 제일 간단한 발광 마법도 헤매고 있는데!

‘하급 조종으로 위협한다.’

이한도 <하급 조종> 마법을 완벽하게 익힌 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조종은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상대방은 이한이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를 테니까.

서로 마법 실력이 하찮은 지금, 이한의 마법은 상대를 겁먹고 움츠러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빡!

“......”

이한은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이한이 하려고 한 건 그냥 돌멩이를 공중에 띄우려고 한 것뿐이었다.

일단 돌멩이를 공중에 띄우면 그걸 이용해서 얼마든지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한은 자신의 마법 실력을 과대평가했다.

공중에 띄운 채로 정지시키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이다.

주문을 거는 순간 돌멩이는 쏜살같이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염소 수인족 학생의 이마를 정확하게 후려갈겼다.

“워다나즈 이 새끼!! 감히!!”

남은 두 학생은 처음으로 맞이하는 전투마법에 경악했다.

반응할 틈도 없이 날아오는 바위 화살 주문이라니.

아무리 워다나즈 가문이라지만 벌써 이런 강력한 마법을...!

“...다음 놈도 뒤지고 싶으면 다가와 봐라.”

이한은 차갑게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방금 마법은 의도했던 것처럼 허세를 부려야했다.

“으윽...”

“비키는 게 좋을 거다. 너희에게 검이 있다면 내게는 마법이 있으니까.”

둘은 두려움과 자존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이한은 다시 한 번 마법을 사용했다.

“움직여라!”

“으악!”

드워프 학생은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러나 바위 화살은 몸을 날린 드워프 학생을 정확히 추적해 배를 후려갈겼다.

빡!

“컥... 억.”

드워프 학생은 숨도 쉬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혼자 남은 오크 학생은 그대로 겁에 질렸다.

피했는데도 맞히다니.

정말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내가 마법 잘못 익힌 건 아니겠지?’

그리고 쓰러진 학생을 보고 이한도 속으로 당황스러워했다.

어떻게 그냥 띄우는 건 안 되는데 상대 맞히는 건 노리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잘 되냐?

“그... 그만해. 내가 졌다! 비킬게! 비키겠어! 그만 쏴! 죽이지 마!”

‘안 죽여 미친놈아.’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끝까지 표정을 유지했다.

“앞으로 조심해라. 워다나즈 가문의 이름을.”

“크윽...”

오크 학생은 이를 갈았지만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뒤늦게 달려온 더르규는 황당한 표정 그대로 이한과 눈이 마주쳤다.

“그쪽도 싸우려고 온 건가?”

“아. 아니.”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더르규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         *         *

“모라디 가문의 가젤이란 녀석이 그런 협박을?”

“아니. 지젤...”

“아. 그래. 지젤. 이름이 어렵군. 어쨌든 그 모라디 가문의 지젤이란 녀석이?”

더르규가 털어놓는 고백에 이한은 살짝 놀랐다.

푸른 용의 탑과 흰 호랑이의 탑 분위기가 꽤 달랐던 것이다.

푸른 용의 탑은 각자 다 대가문 출신이거나 황족 출신이라 그런지 어느 누가 휘어잡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실제로는 각자의 가문들끼리 가진 관계를 따라 삼삼오오 모여 활동하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황녀 아덴아르트가 가장 유명한 편이라 따르는 학생들이 몇 명 있긴 했지만, 그것도 명령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흰 호랑이 탑은 모라디 가문 출신 지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니.

“어떻게 생긴 녀석이지?”

“이렇게.”

더르규는 나뭇가지로 바닥에 그림을 솜씨 좋게 그려가며 외모를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이한은 경악했다.

‘아니...?!’

검술 수업 들을 때 이한에게 친절한 척을 하며 말을 걸던 학생 아닌가.

“어쩐지 반반하게 생긴 주제에 지나치게 친절하더니... 역시나 사악한 속마음을 숨기고 있었군.”

“워다나즈. 지젤 모라디가 사악하다는 건 동의하지만 그게 외모하고 상관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게다가 반반하게 생겼다니. 혹시 지젤을 남자로...”

이한은 더르규의 지적을 한 귀로 흘렸다.

반반하게 생긴 사내놈 변호해주는 걸 뭐하러 듣는단 말인가.

‘그나저나 아이러니하군.’

처음에 이한은 그나마 친절하게 굴었던 지젤의 힘을 빌려 다른 학생들도 설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처음에 충돌이 일어났던 더르규와 친해지고, 지젤은 사악한 꿍꿍이를 숨기고 있었다니.

‘날 떠보려고 말을 걸었던 건가?’

이한은 지젤에게 했던 말들을 되새겨보았다.

딱히 중요하거나 약점이 될 말을 하지는 않았었다.

‘나는 학점 날로 먹으려고 검술 강의를 들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학생들을 시켜서 기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 말을 들었으면 보통 만만하게 생각하지, 위협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까.

“이해가 안 가는군. 왜 나를 공격하려고 한 거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넌 워다나즈 가문이다.”

“두 가문 사이에 내가 모르는 악연이 있나?”

이한은 의아해했다.

혹시 마법가문인 워다나즈 가문과 기사가문인 모라디 가문에 피의 악연이?

“아니. 내가 알기로 그런 건 없다. 다만 명성 높은 워다나즈 가문 출신인 너를 가차 없이 밟으면 우리 1학년들 사이에서 지젤의 권력은 그만큼 강해진다.”

“......”

이한은 바로 뜻을 알아차리고 정색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한이...

워다나즈 가문 꼬리표가 붙은 비싼 트로피로 보였단 말인가?

‘은근히 기분 나쁘군 이거.’

아무리 십대들의 유치한 시비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거였다.

“지금 우리 1학년들 중에 모두가 지젤을 따르지는 않지만, 지젤이 그런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젤을 따르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겠지.”

“동급생들 시켜서 주먹질 날리는 걸 카리스마라고 하나? 기사 가문 놈들이란.”

이한의 말에 더르규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또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너한테 한 말은 아니야. 뭘 풀이 죽고 그래.”

“고맙다. 워다나즈. 말을 계속하도록 하지. 지젤은 언제 어디서나 우두머리 역할을 하려고 하는 성격이다. 자기 권력, 자기 지배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녀석이지. 그러니... 검술 강의를 계속 들을 거라면 주의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검술 강의를 계속 듣는다면, 그리고 이한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질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감정을 교묘하게 선동해서 학생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들 것이다.

더르규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꼭 검술 강의를 듣지 않더라도 쉬는 시간에 검술을 따로 배우는 방법도 있다.”

“흠. 더르규.”

“?”

“지금 떠올랐는데, 나 <기초 체력 훈련>도 들으려고 하는데... 이것도 흰 호랑이 탑 학생들만 듣나?”

“...워다나즈. 무례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워다나즈 가문은 마법명가 아니었나...? 대체 왜...?”

더르규는 참다가 결국 의문을 내뱉었다.

*         *         *

더르규와 갈라지고 나서 돌아오면서 이한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더르규의 조언은 가장 쉬운 조언이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만 듣는 강의를 피해라.

강의만 피한다면 지젤이 아무리 시비를 걸려고 해도 걸 수가 없었다.

다른 강의에서는 이한도 푸른 용의 탑 학생들과 같이 다닐 텐데 어떻게 시비를 걸겠는가.

그리고 지젤도 이한이 강의에서 사라지면 굳이 쫓아와서 시비 걸지는 않을 것이다. 남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이한은 그 조언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첫 번째로, 더르규는 몰랐지만 이한은 학점을 쉽게 받기 위해 그 강의들을 고른 것이었고...

‘감히 나한테 정치질을 시도한다 이거지?’

두 번째는 자존심이었다.

저런 같잖은 이유로 같잖은 수작을 부려오는데 그걸 내버려둔다?

이한은 손해 보면서 그럴 생각이 없었다.

쾅-

이한은 탑으로 돌아가 1학년 휴게실의 문을 열었다.

먼저 와있던 학생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한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친구들아!”

“...?”

“??”

“오늘 난 흰 호랑이 탑 학생들한테 공격받았다. 그저 내가 푸른 용의 탑 소속이란 이유만으로!”

순간 침묵.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말에 학생들은 한 박자 늦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다음에 누군가 탁자를 뒤집었다.

“...이 깡통덩어리 자식들이 돌아버렸나!?”

“감히 보이는 게 없다 이거지!!”

‘음?’

동급생들의 반응은 이한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격렬했다.

“다들 연락 돌려! 흰 호랑이 탑 놈들이 감히 워다나즈를 건드렸어!”

“가이난도면 모를까 워다나즈를 건드렸다고? 네놈들은 선을 넘은 거야!”

“무기 구할 방법 없나? 어디서 갖고 올 방법을 찾아봐! 죽여버리겠어!”

좀 지나치게 과열되는 거 같자 이한은 말리기 위해 나섰다.

“잠깐. 잠깐. 다들 날 위해서 너무 친절한데. 그 정도까지는 해줄 필요 없다. 나는...”

“아니야! 워다나즈. 너한테 받은 은혜가 있다.”

“맞아! 여기서 워다나즈가 구해 온 고기를 먹지 않은 자가 없는데!”

자기들이 얼마나 바가지 쓴 건지도 모르고 고마워하는 친구들을 보자 이한은 아주 조금 미안해졌다.

“그리고 이건 자존심 문제야!”

“흰 호랑이 탑 놈들을 무찌르자!”

“흰 호랑이 탑 놈들을 무찌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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