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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5화 (25/687)

025화

‘설마. 아니겠지.’

이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걸렸구나! 첫 번째 주부터! 하하! 하하하!

“...대, 대체??”

상황 파악이 덜 된 닐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한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교장의 함정에 빠진 것 같군.”

지젤이 어떤 방법으로 탈출 경로를 찾았는지 몰라도, 교장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게 분명했다.

문제는 지젤 혼자 들킨 거면 모를까 이한 일행도 그 뒤를 쫓았다는 것!

첫 번째 주부터 여기로 올라왔다는 건 내가 만들어서 뿌린 가짜 지도를 본 게 분명하구나! 오늘 너희들은 교훈 하나를 얻게 되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지도를 믿지 말라는 것! 그 보물지도가 정말 보물지도인지, 아니면 사악한 리치가 만들어 놓은 함정인지 알 수 없으니까!

“......”

“......”

뭐 저런 새끼가 있냐 진짜?

이한은 기가 막혔다.

그러니까 지금 해골 교장 본인이 가짜 탈출 지도를 만들어서 이곳저곳에 뿌렸다는 것 아닌가.

그걸 본 신입생들이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고, 애초에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데 그런 짓을 하다니...

‘저건 아무리 생각해도 즐기는 거다.’

입으로는 학생들을 위해서 가르침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이한은 저런 교수들에 대해 잘 알았다.

저건 그냥 즐기는 게 분명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아. 잘 들어라! 탈출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복귀 시간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나는 나서지 않고, 추적자들을 보낼 테니, 피해서 탑으로 복귀해라! 잡히면 유죄. 피하면 무죄다! 어떤 방법을 써도 좋다. 내 추적자들을 쓰러뜨려도 상관없다!

말과 함께 어두움 밤하늘에 녹색 불빛과 함께 거대한 해골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해골은 아가리에서 언데드 소환수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뼈로 만들어진 사냥개들과 추적자들이 하나둘씩 산 위로 떨어져 내렸다.

팟!

곳곳에서 불빛이 밝혀졌다. 뼈다귀들이 횃불을 밝힌 것이다.

추적의 시작이었다.

*         *         *

“튀자!!!”

닐리아는 다급하게 속삭였다.

닐리아의 눈동자는 공포로 물들어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닐리아. 진정해.”

“어떻게 진정해!! 잡히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죽지는 않겠지.”

워낙 미친 교수들에게 익숙한데다가 교장과 몇 번 따로 대화도 한 적 있는 이한과 달리 닐리아에게 해골 교장은 어마어마하게 두려운 존재였다.

이한이 보기에 해골 교장은 지금 신나서 놀고 있는 거였지만, 닐리아가 보기에는 신입생들의 건방지고 끔찍한 범죄에 분노한 것처럼 보였다.

“그... 그런가?”

“잡히면 뭐 체벌방이나 그런 곳에 들어가는 정도겠지.”

“체... 체벌방!? 안에 고문 기구 같은 게 있고... 영원히 나오지 못하는 그런...”

“그럴 것 같진 않은데.”

닐리아는 안 좋은 방향으로 상상력이 풍부했다. 이한은 일단 닐리아의 입을 손으로 막고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스켈레톤들인가?’

사삭거리며 수풀 헤치며 부딪히는 소리. 뼈로 만들어진 추적자들이 주변을 헤치며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컹! 컹!

뼈 사냥개들이 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달려!! 놈들이 쫓아오면 쓰러뜨려!”

“명예를 위하여! 기사도를 위하여!”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고함을 지르며 목검을 뽑아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싸워보겠다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근데 딱히 지금 상황이 명예나 기사도와는 상관이 없을 텐데.’

학교 몰래 빠져나가려다가 걸린 상황이 명예나 기사도와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 해야 하는 건 한 가지밖에 없는 것 같은데?”

더르규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탑 출신이라는 게 의미가 없었다.

같이 힘을 합쳐서 적들을 물러 뜨려야 한다!

“좋은 점을 지적했군. 더르규.”

“그래. 내가 나서서...”

“저 놈들이 나서서 시선을 끄는 동안 우리는 빠져나가자.”

“......”

더르규는 황당하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닐리아, 요네르, 가이난도는 바로 찬성했다.

““좋은 생각이야!””

“......”

더르규는 뭐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지금 일행의 우두머리는 더르규가 아니라 이한이었으니까.

‘포위망이 얕은 쪽을 뚫고 나가야 해.’

관찰.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이한은 참았다.

언제 어느 상황이든 간에 당황해서 서두르는 것보다, 참고 기다리는 게 옳을 때가 많았다.

이한은 포위망이 얕은 쪽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렸다.

다행히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달려 나가면서 시간을 끌어주고 있었다.

이 기회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

‘아니. 근데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숨죽이고 수풀 속에서 관찰하던 이한은 당황했다.

검은 밤하늘에 둥둥 떠있는 해골이 쏟아내는 언데드 소환수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오는 것이다.

마치 숫자로 밀어붙여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내가 교장의 광기를 얕봤구나!’

이한은 속으로 탄식했다.

교장은 이한 생각보다 좀 더 미친놈이었다.

붙잡히면 유죄, 탈출하면 무죄라고 선언한 만큼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기회는 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진심으로 꽉꽉 막아버릴 줄이야.

아니, 어쩌면 저게 자기 나름대로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랐다.

‘교수들의 머릿속 사고회로는 어딘가 좀 비틀려 있지.’

아마 해골 교장은 진심으로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학생들이 이 포위망을 뚫고 가면서 성장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랐다.

문제는 그걸 뚫어야 하는 게 이한이라는 점이었다.

‘이건 뭐... 흰 호랑이 탑 애들이 아무리 시선을 끌어도 의미가 없을 정도인데. 그냥 항복해야 하나?’

아래로 내려가는 길목이란 길목은 다 뼈 추적자들이 지키고 횃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또 뼈 추적자들이.

그 뒤로는 또 또 뼈 추적자들이...

숫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산 아래쪽이 대낮처럼 환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잠깐.’

고민하던 이한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뼈 사냥개를 이끌고 다니는 뼈 추적자들이 이한 일행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상한데?’

물론 지금 이한 일행이 수풀 속에 숨어 있고,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정신없이 아래로 달려 내려가면서 잔뜩 시선을 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주변에 이한 일행이 숨어 있다는 걸 안다면 뼈 사냥개가 주변을 뒤지거나 다가오기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뼈 사냥개나 뼈 추적자들은 이한 일행은 찾는 대신 흰 호랑이 탑 학생들만 쫓아서 아래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설마... 교장이 우리가 있는 걸 모르나?’

이한은 당연히 교장이 이한 일행이 숨어있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교장은 이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마법사였으니까.

하지만 교장이 여기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나서지 않고, 추적자들을 보낼 테니, 피해서 탑으로 복귀해라!’

생각해보니 저 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해골이 진짜 교장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멀리서 분신을 보내거나 환영만 보냈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추적자들의 눈만 피하면 된다!’

들키고 도망치는 것보다는 숨어서 도망치는 게 훨씬 나았다.

“...위로 가자.”

“뭐??”

“아래는 지금 안 들킬 수가 없어. 숫자를 봐. 부딪히는 순간 추적자들이 몰려올 거야.”

이한의 말에 닐리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지만 위는 추적자가 없어. 위로 올라가서 우회하거나 버티자. 그게 훨씬 더 가능성이 높아.”

“알겠어!”

“?”

말을 꺼낸 이한도 당황할 정도로 닐리아는 쉽게 수락했다.

“내가 말을 꺼냈지만... 그렇게 고민 안 하고 수락해도 되나? 이 위쪽 길은 뭐가 있을지 모르는데.”

“잡혀서 체벌방의 고문기구 안에 갇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군.”

*         *         *

30분 정도 조심스럽게 위로 올라갔을까.

닐리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굴이야. 안에 들어가자.”

“몬스터는?”

“없어. 작은 동굴인데다가 인기척이 전혀 없거든. 돌멩이를 던져봤지.”

닐리아는 긴 귀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우린 지금 너무 많이 움직였어.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좀 쉬어야 할 거야.”

“그래야 할 것 같군.”

닐리아나 이한, 더르규는 멀쩡했지만 요네르는 피곤한 기색이었고 가이난도는 죽기 직전이었다.

어둠 속에서 계속 걸은 데다가 도중에 추적을 피해 긴장한 채로 또 도망쳤으니, 지금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었다.

“빛이여!”

동굴 안으로 들어간 이한은 마법을 사용했다. 태양처럼 타오르는 빛이 동굴 안을 채웠다.

요네르는 외투를 동굴 입구에 걸어서 빛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설마...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겠지?”

“걱정하지 마. 오면서 쫓는 소리는 못 들었으니까. 다 산 아래쪽에 모여 있나봐.”

닐리아가 요네르를 안심시켰다.

다행히 이한이 말한 게 사실이었다.

교장이 불러낸 소환수들은 이한 일행을 눈치 채지도 못했고, 산 위쪽으로 더 올라오지도 않았다.

“문제는 저 소환수들이 언제까지 있느냐지.”

“차라리 내가 뚫고 나갔어야 했을지도 모르겠군.”

더르규가 후회된다는 듯이 말하자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힘으로 뚫고 나가는 건 불가능했을 거야.”

“어째서지?”

“교장 성격에 절대 그런 허점을 대놓고 보여주지 않았을 테니까.”

“......”

“......”

다른 학생들은 ‘그걸 어떻게 아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이한의 의견을 존중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

“놈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든, 아니면 우회하든, 지금은 쉬어야 할 때지. 일단 뭘 좀 먹자.”

“찬성!”

이한은 갖고 온 소시지와 빵, 치즈를 각자에게 나눠줬다.

가이난도는 드워프식 벌꿀 사탕을 입에 던져 넣더니 눈을 감고 음미했다. 며칠 동안 단 걸 못 먹었다고 뼈에 사무치는 모양이었다.

“이런. 물을 다 마셨는데...”

닐리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가죽 물주머니를 꺼냈다. 계속 걷느라 물이 바닥난 것이다.

“걱정할 거 없다. 마법이 있으니까.”

“!”

“샘솟아라!”

이한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외치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물 덩어리가 생겨났다.

닐리아는 허겁지겁 가죽 물주머니를 가져다댔다.

“진짜 대단하군. 이한!”

더르규는 감탄했다.

기사 가문 출신이라 다른 탑 학생들보다 마법 배우는 게 더딘 더르규에게, 이한의 마법은 놀라운 기적에 가까웠다.

가이난도도 요네르도 박수를 치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마침 목이 말랐는데!”

“덕분에 잘 마실게.”

닐리아는 가죽 물주머니를 꽉 채운 다음 조심스럽게 닫았다. 그리고는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물 마법을 익힐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요령만 익히면 금세 익힐 거야.”

이한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실제로 이게 그렇게 어려운 마법도 아니고, 감각만 한 번 터득하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인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네.”

닐리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타올라라!”

화륵!

허공에서 작은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닐리아가 모아 놓은 불쏘시개 위에 옮겨 붙었다.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늑한 모닥불이 만들어졌다.

다들 추운 밤길을 돌아다닌 탓에 손발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는지 탄성이 곳곳에서 새어나왔다.

“휴. 한 번에 성공해서 다행이야. 저번에 성공했지만 불안했거든.”

닐리아는 화염에 적성이 맞았는지, 한 번에 화염 생성 마법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나서 이한을 보며 말했다.

“부럽다. 난 화염보다는 물 마법이 갖고 싶은데.”

“......”

“...왜, 왜?!”

닐리아는 이한이 노려보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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