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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9화 (29/687)

029화

왜... 교단이 아니라 교단‘들’이냐?

해골 교장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

물론 여러 교단들의 장단점을 들어보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려는 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금 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한 말은, 물론 아니겠지만, 이렇게 들렸던 것이다.

‘여러 교단들에 들어가고 싶은데 가장 좋은 교단들로 골라주십시오.’

해골 교장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어... 여러 신을 믿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미친 놈!’

해골 교장은 오랜만에 신입생을 보고 감탄했다.

물론 제국에는 진심으로 여러 신을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랑의 신과 지혜의 신을 같이 믿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런데 지금 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절대로 신을 믿으려는 게 아니었다.

그냥 여러 교단에서 뜯어낼 만큼 뜯어내겠다는 속셈이 너무 당당하게 보이지 않는가!

너무 당당해서 오히려 호감이었다.

물론 여러 교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아주 잘 물어봤다. 여러 신을 믿는 게 잘못은 아니지. 그런데 가끔 이런 것 가지고 쪼잔하게 구는 교단들도 있단 말이다.

“맞습니다.”

이한은 재빨리 동조했다.

교장이 생각한 것처럼 이한의 목적은 간단명료했다.

‘가입 가능한 교단에는 모조리 가입하자.’

생각해보니 가서 가입 좀 하는 걸로 각종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중복 가입이 안 되는 교단을 제외한 교단에는 모조리 가입하는 게 이득이었다.

일단 프리싱가 교단을 추천한다. 스스로를 희생해서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신이지. 교단 사람들도 친절한 편이라 환영해줄 거다.

“프리싱가... 교단.”

이한은 메모했다.

그 다음은 칼라소 교단일까. 혼돈과 변화를 사랑하는 장난꾸러기 신이다. 다른 신을 믿던 말던 신경 쓰지 않고 잘 대해줄 거다.

“칼라소... 교단.”

마지막으로 카포레오 교단도 추천하지. 검술과 검객의 신이라, 너처럼 별난 놈도 환영해 줄 거다.

“카포레오 교단...”

메모하던 이한은 멈칫했다.

이한이 검술 수업 듣는 것도 알고 있었나?

‘아니. 이건 좀 무섭군.’

사소한 일이긴 한데 너무 관심이 많은 거 아닌가 싶었다.

교수, 특히 미친 교수한테 관심 많이 받아서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

검술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마법을 잊지 마라. 결국 진정으로 위대한 학문은 마법밖에 없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해골 교장의 말에 이한은 매우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물론 속으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이한에게 마법은 출세의 수단이었지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음. 그래. 그래.

해골 교장은 그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 교단 가입을 이야기하길래 황당했었지만 이렇게 보니 새삼스럽게 기대가 되었다.

‘참으로 보통 놈이 아니다.’

어마어마한 마력의 양이나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은 부수적인 일이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인내심.

워다나즈 가문이라는 대가문 출신의 신입생인데도 저런 인내심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미래가 기대되는군.’

그러면 나는 체벌방에 가둔 녀석들을 보러 잠시 가봐야겠군. 잘 해봐라. 워다나즈.

“감사합니다. ...음?”

이한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어디에 누굴 가뒀다고?

그러나 이미 해골 교장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         *         *

흰 호랑이 탑 학생들 중 몇 명이 체벌방에 갇힌 건지 궁금했지만 이한은 일단 교단들부터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어디 가려고?”

손에 바구니를 들고 돌아온 요네르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프리싱가 교단...”

“아. 프리싱가 교단. 평소에 관심이 있었...”

“...하고 칼라소 교단.”

“??”

“하고 카포레오 교단 정도? 음. 오늘 다 도는 건 안 될지도 모르겠군. 너무 노골적이면 좀 그럴 테니 일주일마다 하나씩 바꿔서 가볼까.”

“......”

요네르는 어떻게 된 건지 묻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 이한은 그냥 신을 세 개쯤 믿어보고싶어 하는구나!

“자. 이거 받아.”

요네르는 바구니에서 샌드위치를 꺼내서 내밀었다.

흰 빵 사이에 햄, 토마토, 양상추, 달걀 삶아서 다진 것 등 내용물이 든든히 차있는 샌드위치였다.

굶주린 신입생들한테 하나 던져주면 서로 죽여서라도 뺏을 음식이었다.

“고마운데. 음. 얼마지?”

“...그냥 주는 거야...”

“뭐? 정말로? 어째서? 무슨 목적이지?”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너 진짜 특이한 거 알아? 어제 고생한 것 때문에 고마워서 그런 거야. 자. 빨리 먹어.”

요네르의 말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배가 고팠던 것이다.

열심히 샌드위치를 씹어 먹는 동안 요네르는 차가운 사과 주스를 따라서 이한에게 건네줬다.

꿀꺽-

“그런데 이거 어디서 난 거지?”

“그걸 보통 먼저 묻지 않아? 플레맹 교단에서 받았어. 우리 가문은 예전부터 플레맹 교단하고 친했거든.”

연금술의 신, 플레맹.

이 교단의 사제들은 모두 다 뛰어난 연금술사들이었다.

요네르의 가문인 메이킨 가문에서는 예전부터 플레맹 교단에 넉넉한 지원을 해왔었다.

덕분에 플레맹 교단의 사제들은 요네르를 알아보고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바구니에 담아 챙겨주었다.

‘아니. 워다나즈 가문은 다른 교단 후원도 안 하고 뭐한 거야?’

이한은 메이킨 가문의 혜안에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지원을 해주니 보답이 돌아오지 않는가.

“...역시 좀 그런가?”

“뭐가?”

요네르가 머뭇거리자 이한은 의아해했다.

샌드위치와 사과 주스의 조합을 말하는 걸까?

“그, 플레맹 교단 후원하는 거. 나도 플레맹을 믿긴 하거든...”

가이난도가 ‘연금술이 마법이야?’라고 지껄였다가 한 대 맞은 것처럼, 거만한 마법사들 중에서는 연금술사를 무시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플레맹 교단을 후원하거나 믿고 있다고 하면 ‘제국의 대가문씩이나 되어서 품위 없게 무슨 그런 교단을 후원하나’하는 소리를 지껄이는 자가 가끔 나왔던 것이다.

물론 이한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후원할 수도 있지 왜?”

“...그렇지?”

요네르의 얼굴이 밝아졌다. 요네르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사과 주스를 더 따라줬다.

“더 마셔.”

“응? 아직 남았는...”

요네르는 생각했다.

특이한 성격 탓에 푸른 용의 탑에서 적응하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눈앞의 소년이 있는 이상 생각했던 것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         *         *

“저. 프리싱가 님에 대해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만.”

“!”

이한이 다가오자 사제들은 고개를 들며 반색했다.

“어서 오십시오! 형제님! 프리싱가 님에 대해 듣고 싶어서 오셨다니. 환영합니다!”

“네. 전부터 프리싱가 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왔었고,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있을까 존경해왔었습니다.”

이한은 속마음을 숨긴 채 말했다.

속으로는 엄청나게 불평을 하더라도 겉으로는 존경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대학원생.

이한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표정유지능력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사제들은 그런 이한의 태도에 흠뻑 반했다.

딱 봐도 대가문 출신의 귀공자 같은 소년이 이렇게 찾아올 줄이야.

“자! 들어오십시오! 티질링. 도와주겠니?”

“지... 지금 가고 있습니다.”

“!”

이한은 놀랐다. 사제들한테 불린 학생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검붉은 기운이 감도는 피부에 이마에 솟아 있는 두 갈래 뿔. 소심한 듯 피하는 눈동자에서는 불꽃이 튀었다가 사라지는 듯했다.

‘악마 혼혈!’

혼혈 계열 종족 중에서 가장 희귀한 종족이었다. 이한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선조나 조상 중에 악마와 계약한 사람이 있으면 그 후손 중에 가끔 세대를 뛰어넘어 이렇게 영향을 받는 존재가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종족을 꺼림칙하게 여겼다. 그 때문인지 악마 혼혈 소녀는 동작 하나하나가 소심하고 눈치를 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저기 티질링도 같은 신입생입니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사조의 탑> 소속이죠.”

사제들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다른 탑 학생들과 거의 교류할 일이 없는 불사조의 탑 학생들이었지만, 이렇게 교단 사제들이 찾아오자 돕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정말 감동적입니다. 프리싱가 님을 믿는 친구가 여기에도 있을 줄이야. 역시 프리싱가 님입니다.”

“형제님!”

이한이 대충 말한 칭찬에도 사제들은 매우 기쁜 모양이었다.

‘그런데...’

천막 안으로 들어온 이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단에 가입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두 가지.

교단에 가입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그리고 교단에 가입하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였다.

이상한 교단에 가입했다가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이라도 해야 하면 오히려 더 불편하지 않겠는가.

‘교단 천막이라서 그런지 검소하군.’

천막 안은 살풍경했다. 긴 의자들이 몇 개 있었고 앞의 제단에는 프리싱가의 상징처럼 보이는 표식이 놓여 있었다.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한에게는 한 가지 위화감이 있었다.

‘여기, 아티팩트가 너무 많지 않나?’

천막 안에 이상할 정도로 마력이 느껴지는 아이템들이 많았던 것이다.

마법이 걸린 아이템, 아티팩트는 사소한 것이라 해도 꽤 비싸고 희귀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런 아티팩트들이 천막 안에 우글거리다니.

사제들이 딱히 사치스러워 보이는 것도 아닌데...

‘분명 프리싱가는 스스로를 희생해서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신이라고 했지? 아티팩트 제작과 상관이 있는 신인가?’

저벅, 저벅, 저벅.

키가 작고 마른 사제 한 명이 이한에게 설명을 해주기 위해서 다가왔다.

“...?”

놀랍게도 그 사제가 발을 디딜 때마다 매우 깊숙한 발자국이 땅바닥 위에 새겨졌다. 이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 놀라셨습니까? 형제님?”

사제는 이한이 놀란 걸 깨달았는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제가 착용하고 있는 아티팩트 때문이니까요. 이건 저주받은 아티팩트입니다. 형제님. 무게를 몇 배로 늘리는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신성력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아. 혹시 던전 탐사를 하거나 모험을 하실 때 실수로 착용하신 겁니까?”

“그건 아니고, 프리싱가 님을 기리기 위해서 착용한 겁니다.”

“??”

“프리싱가 님은 스스로를 희생해서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분이십니다. 그런 만큼 우리도 희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형제님. 우리가 세상의 저주 받은 아티팩트들을 하나씩 찰 때마다, 세상의 저주가 줄어드는 겁니다.”

프리싱가 교단.

영원히 세계를 짊어져야 하는 저주를 받은 신을 기리기 위해, 사제들은 스스로 저주 받은 아티팩트들을 착용했다.

이들의 신성 마법은 다른 신성 마법처럼 아티팩트에 담긴 저주를 풀지 않았다.

대신 성능과 저주를 모두 강화시키는 극단적인 효과를 갖고 있었다.

슬슬 진실을 깨달은 이한의 얼굴에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이한은 후회했다.

‘내가 정신이 나갔군. 교장의 말을 듣다니.’

교장과의 훈훈한 대화 분위기 때문에 순간 믿어버렸는데, 교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일부러 저주 걸린 아티팩트를 차고 생활하는 교단이라니.

“...형제님께서도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사제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이한이 표정을 관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꺼림칙하게 느끼는 걸 예리하게 눈치챘다.

“아닙니다. 너무 기뻐서...”

“아닙니다. 형제님. 프리싱가 님을 위한 헌신의 길은 사실 힘들고 고된 길입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뀌셨다면, 걷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사제는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한은 미안했지만 출구의 위치를 곁눈질로 확인했다. 상대가 언제라도 돌변해서 붙잡을 수 있었으니까.

“이 저주 받은 허리띠는 새 형제님이 오면 환영의 의미로 드리려고 한 건데...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다들 떠나시더군요. 하긴 당연한 일입니다. 마력을 흡수하는 저주가 붙은 허리띠라니. 어느 형제님이 좋아하겠습니까.”

“...잠깐. 그거 효과가 어떻게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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