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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1화 (41/687)

041화

고대 유물 같은 희귀한 보물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물건이었다.

게다가 한 번 공격당한 탓에 반쯤 박살난 상태.

다시 공격당하면 확실히 부서질 거라는 건 누가 봐도 당연했다.

“저 놈을 막아! 유물을 지켜!”

“나는 밤에 숨노니!”

이한은 다시 주문을 외웠다.

주문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한의 모습에, 습격자들은 이를 갈았다.

아까 마법사를 쓰러뜨리려는 걸 막은 일도 그렇고 저 사제 놈은 보통 성가신 게 아니었다.

“싸우는 법을 아는 놈이다. 마법사의 호위로 붙여 놓은 전투사제가 분명해! 내가 직접 가서 처리하겠다!”

이상한 오해를 한 습격자들의 우두머리는 유물을 향해 뛰었다.

괜히 내버려뒀다가 일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움직여라!”

이한은 달리면서 볼라디 교수에게서 받은 쇠구슬을 던졌다.

그리고 주문을 외웠다.

원래 갓 마법을 배운 초심자들에게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마법을 쓰는 건 일종의 금기였다.

뛰어난 마법사들도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하면 압박과 흥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법에 실패하는데, 초보 마법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마법 실패면 다행이지 마력이 역류하거나 스스로를 다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볼라디 교수는 이한에게 굳이 그런 경고를 해주지 않았다.

-전투마법사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인데 경고가 필요한가? 스스로 극복하면 되는 일이다.

...그 결과 이한은 자신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주문을 외우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도박은 성공했다.

볼라디 교수가 평가한 것처럼, 이한은  위험이 닥쳤을 때 더 빛나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팟!

하급 조종 마법이 걸린 쇠구슬이 붕 떠올랐다.

원래라면 약하고 느릿하게 움직여야 할 쇠구슬이었지만, 이한의 막대한 마력을 부여받은 쇠구슬은 하급 조종 마법을 초월하는 힘으로 움직였다.

‘가라!’

이한의 의념(意念)과 함께 쇠구슬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어두운데다가, 투명화 상태에서 갑자기 날아온 쇠구슬에 대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퍽’소리와 함께 쫓아오던 습격자가 뒤로 나뒹굴었다.

“조심해라!! 놈이 암기를 쓴다!”

“전투에 능한 놈이다! 조심해!”

습격자들은 검을 뽑고 경계에 들어갔다.

이한은 쇠구슬을 회수하면서 뇌가 저릿저릿하게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몸은 계속 달리면서, 정신은 따로 쇠구슬을 조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중... 집중해야한다!’

볼라디 교수가 미친 사람이긴 했지만 그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실전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이한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강의실에서 쇠구슬을 계속 회전시키는 것보다 이렇게 목숨 걸고 조종하는 편이 훨씬 더 실력이 향상된다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쇠구슬을 쏘아 보내고, 붙잡고, 회전시키고, 다시 쏘아 보내는 순간 순간마다 통제력이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

이한은 갑자기 피맛이 느껴지는 것에 놀랐다. 입술을 핥아보니 코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력은 멀쩡했다.

정신을 지나치게 혹사한 것이다.

쩍!

번뜩이는 검광과 함께 쇠구슬이 그대로 갈라져 떨어졌다.

적의 우두머리가 기막히게 타이밍을 맞춰 검을 휘두른 것이다.

“발자국에 집중해라! 발자국을 보면 놈을 찾을 수 있다!”

‘젠장. 다 왔는데.’

이한은 채 몇 미터 떨어진 고대 유물을 보며 아쉬워했다.

그대로 달려들어서 부숴버리면 될 것 같은데, 남은 습격자 셋이 단단히 길을 막고 있었다.

“피 냄새가 난다. 피 냄새를 쫓아라!”

이한은 그 외침을 듣고 더 시간을 끌면 불리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검술을 연습했다고 해도 실전경험에서 이한은 상대와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

유리한 지금 먼저 공격해야 했다.

검이 휘둘러지고 피가 튀었다. 설마 먼저 기습을 할 줄은 몰랐던 습격자 한 명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저쪽이다!”

촤악!

습격자들이 소매에서 무언가 꺼내 뿌렸다. 반짝이는 가루였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닿는 순간 투명화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것 정도는 짐작이 가능했다.

이한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굴렸다.

“빌어먹을 놈!”

발광 가루를 뿌렸는데도 상대가 나타나지 않자 습격자들은 욕설을 내뱉었다. 보통 귀찮은 놈이 아니었다.

“침착하게 대응해라. 방심하지만 않으면 당하지 않는다.”

우두머리는 경계심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투명화 마법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움직이고 덤비는 순간에는 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귀만 집중하고 있다면 눈치 챌 수 있으리라.

‘어디 간 거지?’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까 맡았던 적의 피 냄새도 사라졌는지 나지 않았다.

푹!

“?!”

“이 자식이...!”

쓰러진 습격자 가까이 걸어왔다가 또 한 명이 기습을 당하고 쓰러졌다.

그제야 우두머리는 이한이 어떻게 피 냄새를 속인 건지 깨달았다.

자리를 벗어난 척을 해놓고 습격자가 흘린 피 옆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우두머리는 상황도 잊고 솔직히 감탄했다.

마법을 떠나서 정말로 싸우는 데에 재주가 있는 놈이었다. 머리가 나쁜 놈은 백날을 훈련해도 저런 궁리를 하지 못했다.

“움직여라!”

“흡!”

허공에서 주문을 외우는 소리에 습격자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우두머리는 날카롭게 외쳤다.

“멍청한 놈! 가짜 주문이다!”

그러나 한 발 늦었다. 마지막 남은 부하마저 쓰러졌다.

우두머리는 분노하는 대신 묘한 웃음을 흘리며 검을 들었다.

“너 같은 상대는 오랜만에 보는군. 난 가락세라고 한다.”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우두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질문에 방심하고 대답할 정도의 놈이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여럿을 상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네가 안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 같잖은 마법에 의존하면서.”

캉!

“하지만 네놈은 이미 보이기 시작했다.”

상대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이한은 꽤 정확히 검을 휘둘러오는 가락세의 압박에 놀랐다.

“냄새를 숨겨도 숨까지 참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

숨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고?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뛰어난 검사들은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 능력을 보여준다고 듣긴 했지만 이건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락세의 검이 허공을 수놓으며 점점 압박을 시작했다.

상대의 검술은 환검(渙劍)에 가까웠다.

미혹한다는 뜻의 환(幻)이 아닌, 흩어진다는 뜻의 환(渙)!

검을 휘두를 때마다 다음 공격이 바로 이어지면서 점점 허공을 채워가며 이한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이한도 벽암검을 펼쳐가며 맞섰지만 상대의 검술이 한 수 위였다.

가락세와 검이 부딪힐 때마다 이한은 점점 불리해지는 것을 느꼈다. 투명화 마법이 없었다면 순식간에 몰렸을 것이다.

무엇보다 상대방과 검을 부딪칠 때마다 올라오는 충격이 상당했다.

‘이게 알라르롱한테 들었던 검사의 기술인가?’

숙련된 검사는 단순히 힘으로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닌, 신체의 마력을 끌어내서 검에 담을 수 있게 된다고 들었었다.

육체의 힘을 초월하는 힘을 검으로 부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가락세 또한 검에 마력을 담고 있는지 한 번 부딪칠 때마다 충격이 타고 올랐다.

‘억지로라도 마력을 담는다!’

이한은 그렇게 각오하고 마력을 끌어냈다.

마법에 눈을 뜨고 나서 마력을 불어넣거나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훨씬 능숙해진 상태였다.

이한은 마치 마법을 시전할 때처럼 마력을 끌어내서 검에 불어넣었다.

꽝!

“!?”

가락세는 갑자기 달라진 상대의 공격에 놀랐다.

‘뭐지 이 놈?’

이한의 검술은 꽤 괜찮았다.

제국의 여러 검사들을 상대하고 쓰러뜨려 온 가락세가 이렇게 평가할 정도면 정말로 괜찮은 게 맞았다.

게다가 단순히 검술뿐만이 아니라 마음가짐도 제법이었다.

자기가 나름 칼을 잘 휘두른다고 자부하는 놈들은 자기보다 강한 적을 만나면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덤벼들다가 순식간에 자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한은 그렇지 않았다.

가락세가 강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 욕심을 버린 채 수비로 들어간 것이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목숨이 오가는 검투에서 어느 누가 상대를 쓰러뜨리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버티기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질 수도 있는데.

그러나 상대는 그걸 선택했고, 가락세는 그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한에게는 힘이 부족했다.

검술이 꽤 괜찮다 하더라도 가락세처럼 마력을 자유자재로 검에 담는 검사 상대로는 힘이 달리는 것이다.

게다가 이한의 검술은 묵직한 중검 계열의 검술.

원래라면 중검인 이한의 검술이 환검인 가락세의 검술을 힘에서는 압도해야 하는데, 이렇게 힘에서도 이기지 못하면 승산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검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가락세를 압도하는 힘!

뭐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뭐지? 무슨 속셈인 거냐? 왜 힘을?’

가락세는 여유롭던 태도를 버리고 처음으로 당황했다.

검에 마력을 담을 줄 아는 검사가 굳이 약한 척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다 잡은 것처럼 생각했던 상대가 멀게 느껴졌다.

‘이게 맞나?’

이한은 미친듯이 마력을 검에 쏟아 부으면서도 의문을 품었다.

이제까지 이한이 배운 검술과는 정반대되는 공격방식이었던 것이다.

원래 검술은 그냥 휘두르는 게 끝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바로 대비해야 했다. 상대도 그냥 맞고만 있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한은 모든 자세를 버리고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마력을 검에 쏟아 부으면서 집중하려면 다른 복잡한 동작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게 진짜 맞나?!’

그리고 이한의 의문은 사실 맞았다.

이건 정상적인 검술이 아니었다.

검에 마력을 담는다는 건, 무식하게 쏟아 붓고 끝내는 게 아니라 검에 마력을 보내서 몸 전체로 순환시키는 것이었다.

육체에서 검으로 보내고, 검에서 다시 육체로 보내고.

이런 식으로 계속 마력을 회수해도 몸에 가해지는 소모나 피로도가 보통이 아닌데, 마력을 순환시키지 않고 그냥 뿜어내기만 한다?

피를 토하고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자폭검술이었다.

만약 이한이 투명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금방 가락세 눈에 얼마나 극단적인 자세인지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면 가락세도 이한이 지금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한은 투명화 마법을 건 상태였고, 보이지 않는 적은 가락세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침착하게 상대했다면 승산이 있었을 텐데, 가락세는 정신없이 공격을 맞아주며 수세에 몰렸다.

쩌적-

“?”

다시 상대를 압도하던 이한은 검에서 불길한 소리가 나는 걸 느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큰일났다!’

마력을 견디지 못한 검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뭐 이런 싸구려 검을 쓰나!’

습격자들이 쓰고 있는 검은 나름 제국에서도 명품 수준의 꼽히는 검이었지만, 이한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부어넣은 마력의 양을 생각도 하지 않고 양심 없게 불평할 뿐.

‘부서지기 전에 끝낸다!’

잘 통제도 되지 않는데 여기서 마력을 줄였다가는 상대한테 다시 밀릴 수 있었다.

차라리 작정하고 끝내는 게 맞았다.

이한은 한 번에 끝장낼 각오로 검에 미친듯이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에 맞서 가락세도 이를 악물고 다른 검을 뽑아들었다.

흑자석(黑紫石)으로 만든 검으로,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 검이었다.

검사 상대로 이 검을 뽑아드는 건 굴욕이었지만 이대로 질 수는 없었다.

‘그대로 제압해주마!’

그 순간 ‘팍’하고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상대의 투명한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칠게 비산하는 마력의 불꽃이 검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오러도 아니고 마법도 아닌 기묘한 형태의 공격이 허공에서 날아들었다.

쾅!!!!

마력을 흡수하는 흑자석 검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상대의 공격은 마치 파도처럼 가락세를 후려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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