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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2화 (42/687)

042화

정제되지 않은 마력의 폭발은 그걸 정통으로 맞은 가락세에게 치명상을 입혔지만, 동시에 이한에게도 충격을 줬다.

이한은 온몸이 뒤흔들리는 충격을 받으며 뒤로 날아갔다.

‘큭...!’

알라르롱의 검격을 제대로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한 충격이었다.

이한은 후회했다.

‘너무 마력을 많이 불어넣었나?!’

상대를 확실히 끝장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력을 다해 마력을 불어넣었는데, 이한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일어난 것이다.

충격 때문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다행히 적들도 모조리 쓰러졌지만...

“이한 학생!”

멀리서 가르시아 교수가 황급히 달려왔다.

이한은 그 모습에 의아해했다.

‘남은 습격자들이 교수님을 공격하고 있었을 텐데?’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가르시아 교수 주변에 습격자들이 거대 망치로 세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찌그러져 널브러져있었던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의 주먹도 피로 물들어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자기 피는 아니었다.

‘아차... 트롤 혼혈이셨지...’

이한은 살짝 후회했다.

이한이 나서지 않았어도 그냥 가르시아 교수는 주먹으로 습격자들을 이겼을지도 몰랐다.

종족 자체가 강한 트롤 출신인 만큼 마법을 못 써도 그냥 신체 스펙이 대단했다.

감히 어떤 놈들이!

학교 방향의 하늘에서 녹색 불빛과 함께 거대한 해골이 날아오는 게 보였다.

원래라면 교장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겠지만, 이한은 안심했다.

‘좀 쉬어도 되겠군.’

이한은 눈을 감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온몸이 욱신거려서 그냥 푹 쉬고 싶었다.

*         *         *

해골 교장은 볼라디 교수를 데리고 황급히 달려왔다.

제국 반마법주의자들은 곰팡이나 독버섯처럼 음침하게 자라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학교의 교수를 습격하다니.

미안하게 됐군. 가르시아 킴 교수.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당신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소.

해골 교장은 싸움의 현장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에요. 고나달테스 님. 제국 반마법주의자들, 그 중에서도 황혼 여명단 소속이라면 미리 막는 건 누구라도 무리였을 텐데요.”

오랜만에 보는 해골 교장의 진지한 사과에 가르시아 교수가 오히려 당황했다.

옆에 있던 볼라디 교수가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의 교장이라면 그걸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

......

가르시아 교수는 황당하다는 듯이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누가 사회생활 조금도 못하는 교수 아니랄까봐 이런 상황에서...!

해골 교장도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번 일은 본인의 잘못이 맞았던 것이다.

주변을 확실히 탐색했어야 했는데. 부끄럽군. 저건... 고대 유물인가?

“네. 주변의 마법을 전부 빨아들여버리는 강력한 유물이었어요.”

아주 철저하게 준비했군.

해골 교장은 혀를 찼다.

반마법주의자들만큼 마법사를 상대하는데 능숙한 놈들도 없었다.

저런 고대 유물까지 찾아내서 갖고 올 줄이야.

“이 자는 가락세입니다.”

볼라디 교수는 죽기 직전의 검사를 보고 말했다.

이 자는 황혼 여명단에서도 유명한 자였다.

‘마법 살해자’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對) 마법사 전투에 뛰어난 자였는데...

숨통이 붙어 있군. 내 감옥으로 데리고 가겠소. 놈의 뇌를 헤집어서 황혼 여명단의 정보를 캐내야겠군. 그나저나...

해골 교장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주변의 전장을 훑어보았다.

번개 마법이나 다른 마법들로 습격자들의 대부분을 구워버리고 튀겨버린 건 가르시아 교수의 솜씨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마법 전투에 능하지 않은 교수였는데 용케 주변을 부숴버리지 않고 잘 썼다 싶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다른 모습들이 있었다.

검으로 베고 찌르거나, 염력 마법으로 상대를 쓰러뜨린 모습들.

한 눈에 봐도 누가 해낸 건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쓰러져서 기절한 것처럼 곯아떨어진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었다.

‘워다나즈 가문 놈이 검술은 왜 저렇게 잘하는 거지?’

가락세와 맞붙어서 쓰러뜨리려면 아무리 운이 좋았어도 실력이 있어야 했다.

해골 교장은 그게 의아했지만 굳이 깨워서 묻진 않았다.

원래 마법사들이라고 마법만 하진 않았다. 각자 취미생활이 있었다.

누구는 승마, 누구는 뜨개질...

그게 검술일 수도 있겠지.

해골 교장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가르시아 교수가 입을 열었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학생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위험했을 뻔했습니다. 덕분에 다른 일꾼들까지 다치지 않고 끝났어요.”

그래. 재능이 있군. 저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마법을 성공적으로 쓰기까지... 마법전투에 재능이 있어. 볼라디 교수, 자네가 가르친 건가? 놀랍군.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위기에 닥쳤을 때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타입이고, 막대한 마력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투를 벌였을 때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 놈 괜히 데려왔군.’

해골 교장은 후회했다.

뛰어난 전투 마법사라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데리고 왔는데 입만 열면 교장의 속을 긁었다.

저 뱀파이어 교수야 ‘이한 정도라면 저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해골 교장은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다.

칭찬에 인색한 해골 교장이라 하더라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던 대단한 업적이었다.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이 악명 높은 제국 반마법주의자들 상대로 이렇게 분투하다니.

게다가 가르시아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싸우는 방식 하나하나가 해골 교장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힘이 강해서 이겼다면, 혹은 마법을 많이 쓸 줄 알아서 이겼다면 별로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상대보다 약하고, 불리한 상황에서, 머리를 굴려 승리한 것이다.

그건 좋은 마법사만이 가질 수 있는 재능이었다.

탐이 난다!

해골 교장은 갑자기 존재하지도 않는 손마디가 근질거리는 기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옛날 옛적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자신의 공방에 잡아다가 제자로 삼아 직접 가르치고 싶었다.

원래 옛날 마법사들은 한 명의 똘똘한 수제자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는 일인전승(一人傳承) 방식으로 지식을 전수했던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런 짓을 해선 안 됐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에게 그런 짓을 했다가는 교수들부터 워다나즈 가문, 황제한테까지 항의가 올 것이다.

-교장 선생님! 마법사는 마법만 배우면 다가 아닙니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마법만 배운 비틀리고 괴팍한 마법사가 얼마나 해로운지 아시지 않습니까!

-오수 고나달테스. 그런 식으로 마법을 가르쳐도 됐다면 내가 가르쳤겠군. 그것밖에 못하나? 하찮은 놈 같으니.

-오수. 내가 제국의 동량이 될 인재들을 잘 보살피고 키우라고 학교에 지원금을 내줬지, 빌어먹을 미친놈들을 키우라고 지원금을 내줬나? 지금 귀한 인재를 데려다가 뭐하는 짓인가? 나한테 항의하는 건가?

...아무래도 대마법사한테 일대일로 배우는 건, 그 제자의 인성을 파괴하고 비틀리게 만들 가능성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이 시대는 참으로 날 귀찮게 만드는 시대다.’

해골 교장은 안타까움을 담아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겠는가. 자신이 만든 규칙인데.

어차피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학교에 들어온 이상, 앞으로 부딪히고 가르칠 기회는 여럿 있을 것이다.

해골 교장은 이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몇 년 후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길 간절히 빌었다.

그리한다면 온갖 금지된 비술과 지식을 연구하고 전수할 수 있을 텐데!

현장을 정리하도록. 일꾼들에게는 이번 일에 대해 포상금을 내려라.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으니. 저 고대 유물도 잊지 말고 챙겨라.

해골 교장은 소환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법학교 주변의 마을들이 불안하지 않게 흔적을 말끔하게 치워야 했다.

볼라디 교수. 뭐하고 있나?

해골 교장은 호기심 섞인 시선으로 질문을 던졌다.

볼라디 교수가 쓰러진 습격자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이 몇몇 습격자들이 특이한 형태의 공격에 당해서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으음. 확실히... 워다나즈 가문 녀석이 무슨 방법으로 쓰러뜨린 거지?

볼라디 교수와 해골 교장은 같이 고민했다.

칼로 베거나 찌른 상처나, 쇠구슬을 쏘아서 쓰러뜨린 상처는 바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몇 습격자들은 거대한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상처를 갖고 있었다.

대체 뭐지?

‘설마 바위를 조종했나? <하급 조종> 주문으로?? 아무리 마력이 넘치더라도 그건 무리일 텐데... 설마 그걸 해냈단 말인가?’

“...그, 그거 제가 주먹으로 쓰러뜨린 겁니다. 여러분.”

가르시아 교수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손을 들며 말했다.

*         *         *

푹신푹신한 침대 위에서 깨어났을 때 이한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해골 교장의 해골이었다.

‘악몽인가?’

“이한 학생. 정말로 고생 많았어요.”

옆에는 가르시아 교수도 있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어야 했을 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은 공이지. 훌륭했다.

“감사합니다.”

물론 학교를 빠져나가려던 건 별개지만.

‘젠장.’

이한은 속으로 혀를 찼다.

새삼스럽게 제국 반마법주의자들에 대한 증오가 솟구쳤다.

그 놈들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마을이었는데!

가르시아 교수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요. 이한 학생. 이렇게 활약을 했는데...”

미안할 게 뭐가 있나. 규칙은 규칙이지. 상은 상. 벌은 벌이다. 그보다 지하 창고 통로는 어떻게 뚫은 거냐? 일주일 만에 지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닌데?

해골 교장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본관 1층 중앙 계단 뒤편의 창고는 많은 신입생들이 도전하는 장소였다.

꼭 탈출뿐만이 아니더라도 굶주린 학생들에게 식료품 저장고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가고 싶은 장소였던 것이다.

해골 교장도 그걸 알았기에 본관 중앙 계단 뒤편으로 갈 수 있는 열쇠를 뿌려놓곤 했다.

하지만 거기서 바로 지하 창고 통로를 뚫다니.

그건 해골 교장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그 드넓은 창고에서 강철 같은 자제심을 발휘해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창고지기는 또 어떻게 따돌렸단 말인가?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한은 입을 다물고 시치미를 뗐다.

어차피 걸린 이상 무조건 끝까지 잡아떼야 했다.

해골 교장은 이한의 속마음을 읽고 씩 웃었다.

정말 보통 놈이 아니구나. 하지만 안됐다. 지하 창고 통로는 이제 다시 이용할 수 없을 테니까.

‘젠장!’

갑자기 해골 교장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들어라.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이번 제국 반마법주의자들을 상대로 일꾼들과 교수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운 것에 대해, 학교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

감사의 뜻으로 명검, ‘새벽별’을 하사하겠다.

“감사합... 잠깐 이거 적이 들고 있던 검 아닙니까?”

이한은 당황한 탓에 ‘혈기 넘치는 학생한테 그냥 진검을 줘도 되나?’는 묻지 못했다. 사실 그것부터 물었어야 했는데.

그러면 부수기라도 해야 하나?

“하긴 그렇군요. 잘 쓰겠습니다.”

이한은 1초 만에 납득했다.

‘나중에 팔아야지.’

가르시아 교수는 살짝 당황했다. 납득해도 너무 빨리 납득했던 것이다.

이한이 끝까지 거절하면 ‘이 검에게는 잘못이 없어요, 쓰는 사람이 악인이었을 뿐, 이한 학생이 제대로 검을 사용해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세요’라고 설득하려고 했었는데...

그리고 이것도 받아라. 외출권이다.

“...!!”

이한은 검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기뻐했다.

언제나 무표정한 모습으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던 소년이 뛸듯이 기뻐하는 모습에 해골 교장도 황당해했다.

저 검이 훨씬 더 귀한 건데!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 그래.

해골 교장도 살짝 압도될 정도의 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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