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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6화 (46/687)

046화

-푸흐흥푸흥.

“쉬고 싶다고?”

이한은 흰 말이 지친 소리를 내자 걸음을 멈췄다.

아까는 그렇게 사납게 덤비던 놈이 이렇게 의사소통을 신청해오자 기뻤다.

친해지고 있구나!

“그래. 여기 물 마셔라. 설탕도 주마.”

-푸흐흥...

흰 말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점점 이 소년에게 굴복되는 것을 느꼈다.

-푸흐흥!

흰 말은 퍼뜩 눈을 크게 떴다.

혈관에 흐르는 고대 야생의 피가 자존심을 일깨운 것이다.

이대로 굴복할 수는 없다!

그 모습에 이한은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흡수하는 마력량을 어떻게 늘린다?”

-...푸흐흥.

흰 말은 다시 눈을 깔고 고개를 숙였다.

*         *         *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말을 돌봤어도 학교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졸리든, 배가 고프든, 벌떡 일어나서 다음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던 것이다.

이한은 잡일을 끝내고 검은 거북이 탑으로 돌아가려는 친구들에게 쇠고기 통조림과 절인 오이 통조림 하나씩을 건네줬다.

통조림을 받은 닐리아는 진심으로 기뻐하...

...는 대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

“나, 돈 없는데...”

“...그냥 주는 거다.”

이한은 스스로의 행동을 아주 살짝 반성했다.

너무 심했나?

“그래도 돼?? 진짜? 정말로?”

“이게 그렇게 다시 물을 만한 상황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봐라.”

닐리아는 긴 귀를 쫑긋거리며 통조림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랫포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받을 수 없습니다.”

“......”

닐리아는 슬며시 눈치를 봤다.

‘나... 나도 다시 돌려줘야 하나?’

“명령이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랫포드는 받아 챙겼다. 닐리아는 안심했다.

‘다행이다!’

둘이 돌아가고 나서 이한은 요네르를 보며 물었다.

“설마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이야. 요네르. 내가 너무 심한가?”

“아니? 왜?”

“그렇군. 다행이야.”

이한은 ‘요네르 말고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야 객관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침이나 먹자. 요네르. 일찍 일어나는 애들은 휴게실에 나와 있을 테니, 좀 나눠줘야겠군. 혹시 장부에 기록하는 거 좀 도와줄래?”

“물론이지.”

둘은 친구들에게 푸짐한 아침을 대접할 생각으로 행복해했다.

...물론 공짜로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기쁜 건 기쁜 것이었다.

*         *         *

이한은 작게 자른 빵 위에 머스터드를 바른 다음 접시에 올렸다.

신입생 휴게실에 있는 벽난로는 언제나 학생들의 좋은 친구였다. 이한은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는 베이컨 옆에 달걀을 톡 까서 넣었다.

달걀 프라이가 순식간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익어갔다.

‘대체 핏줄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지금 이한은 자기가 먹을 식사를 준비하는 게 아니었다. 휴게실에 있는 친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건 개인실에 있을 황녀를 위한 식사였다.

-워다나즈. 우리가 은화를 낼 테니까 저번처럼 황녀님에게 식사를 전해줄 수 있을까?

-부탁할게. 워다나즈!

돈을 더 받으니까 한다마는, 이한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래 권력이란 대다수의 대중 계급에게 위임받는 것이지 정체불명의 고대 신비 핏줄에서 나오는 게 아닌 것이다.

대체 황족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챙겨주는 걸까?

‘가이난도는 꿋꿋하게 혼자 힘으로 살아남고 있는데.’

가이난도는 누가 안 챙겨줘도 알아서 일어나서 휴게실로 내려와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었다.

훌륭한 적응력이었다.

그런 점을 봤을 때, 학생들의 이런 배려는 오히려 황녀에게 독이 될지도 몰랐다.

똑똑똑-

“?”

문이 열리고 아덴아르트가 저번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이한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접시를 내밀었다.

“아래에서 요리를 했습니다.”

이한은 아덴아르트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밝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옆 창문에서 들어오는 아침햇빛 때문일지도 몰랐고.

아덴아르트는 접시를 조심스럽게 받고 포크를 들었다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밖에서 먹더니 성장했군.’

이한은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푸른 용의 탑 말고 다른 탑에도 추종자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

이 추종자들한테 잘 말하면 각자 은화를 따로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세상에. 내가 생각했지만 정말 악마 같은 방법이로군.’

이한은 스스로의 잠재력에 전율했다.

학교를 졸업할 때쯤 되면 챙긴 자금으로 작은 공방 하나 정도는 차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         *         *

“어라? 왜 오늘은 밖이 아니지?”

“속지 마. 강의실 안에 몬스터를 숨겨 놨을 수도 있어.”

<기초 연금술의 이해> 수업은 밖도, 학교 본관도 아닌, 별관 중 하나인 각수관(角宿館)에서 진행되었다.

온실들이 들어서 있는 덕분에 건물 안은 밖보다 더 따뜻했다.

그러나 이제 신입생들도 어느 정도 눈치가 생긴 상태였다.

안에서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다들 모여! 몬스터 나올 때를 대비해!”

“황녀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

이한은 다른 탑 학생들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황녀도 푸른 용의 탑 학생인데!

“걱정 마라. 워다나즈. 우리도 저쪽에는 지지 않으니까.”

아산 달카드가 자신감 있게 웃으며 말했다.

이한 그룹도 이제 제법 숫자가 모였던 것이다.

이한, 요네르, 아산, 닐리아까지.

멤버의 질만 보면 절대 다른 그룹에 밀리지 않았다.

“다들 자리에 앉아라.”

우레걸음이 하품을 하며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얼굴에 피곤이 가득해보였다.

“교수님. 오늘은 왜 밖에서 하지 않습니까?”

“뭐? 그야 연금술 수업이니까 안에서 하지.”

드워프 교수는 질문을 던진 학생을 머저리 보듯이 쳐다보았다.

학생은 당황해서 다시 물었다.

“하지만 저번에는 연금술은 재료를 모으는 게 중요하니까 밖에서 하신다고...”

“그건 재료 모을 때의 이야기다. 이 무쇠대가리야. 너는 약을 만들 때도 밖에서 할 생각이냐? 이런 융통성 없는 녀석 같으니.”

말을 마친 우레걸음은 주변을 홱 둘러봤다.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렷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밖에서 하는 연금술 수업과 달리, 안에서 하는 연금술 수업은 아주 안전하고 안락하거든.”

‘거짓말이군.’

‘거짓말이야.’

‘저걸 믿으면 100% 바보겠지.’

학생들은 속지 않았다. 우레걸음도 그 눈빛을 눈치 챘는지 씩 웃었다.

“자! 다들 앞에 놓인 솥에 물을 부어라. 연금술이란 종합예술이다. 재료 모으기부터 시작해서 불 끄기까지 중요하지 않은 동작이 없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마법 물약을 만드는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기껏 모은 재료를 낭비하는 녀석은 절대 뛰어난 연금술사가 될 수 없으니까! 책을 펴라! 그리고 <하급 마력 회복 물약>을 만들어봐라!”

파라라락-

곳곳에서 책을 펴는 소리만이 조용히 들려왔다.

‘이거 어렵겠군.’

얼핏 보면 연금술은 다른 마법보다 훨씬 쉽게 느껴질 수 있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마법을 익힐 필요 없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재료만 넣으면 되는 일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 해보게 되자 이한은 연금술이 왜 어려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연금술은 아주 어려운 요리를 짧은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만드는 것과 비슷했다.

-갈라말두의 밑동을 잘라내고, 남은 부분을 새끼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자른다. 동시에 설향초를 손으로 가늘게 찢어야 하는데, 이 때 갈라말두가 마르기 전에 재빨리 찢어야 한다. 자른 갈라말두는 3분, 설향초는 2분 30초 동안 끓는 물에 데친다. 그 동안 붉은 마정석을 빻은 가루를 준비해 끓는 물이 녹색으로 물들었을 때 정확히 넣어야 한다. 주황색으로 물이 바뀌면 시계 방향으로 세 번, 반시계 방향으로 세 번, 북쪽에서 남쪽으로 다섯 번 휘저어주고...

온갖 재료를 즉석에서 동시에 준비해야 하고(사전에 준비하면 안 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 재료들을 언제 어떻게 넣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기억해야 하며(실제로 작업을 할 때는 책을 볼 시간이 없었다), 지나칠 정도로 세세한 동작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해내야 했다.

뇌에 쥐가 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펑! 퍼퍼펑!

아니나 다를까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소리와 각종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우레걸음은 유쾌하게 웃었다.

연금술사로서 까마득한 풋내기들이 매캐한 연기에 콜록대는 모습만큼 보기 좋은 것도 없었다.

이럴 때 즐기지 않으면 언제 즐긴단 말인가!

“...?”

유쾌하게 웃던 우레걸음은 한쪽을 보고 멈칫했다.

이한의 솥을 본 탓이었다.

‘아니 저 놈 왜 저렇게 잘 해?’

우레걸음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물론 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재능 있는 소년이라는 건 우레걸음도 알고 있었다.

단순히 영리함뿐만이 아니라, 여러 잡일도 묵묵히 할 줄 아는 끈기까지.

분명 연금술사의 재능이 있는 건 맞았다.

...그렇지만 원래 연금술사의 재능이 있는 학생도 연금술을 처음 배울 때는 몇 번 시행착오와 실수를 저지르는 게 예절이자 관습이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선배 연금술사가 너무 무안하고 심심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한은 무슨 연금술 공방에서 십 년 넘게 일한 연금술사처럼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마치 기계처럼 약초를 정확한 크기로 빠르게 잘라서 솥에 집어넣더니 모래시계 몇 개를 차례대로 돌리고 유리병을 들어 안에 담긴 액체를 솥에 부었다. 이 모든 동작이 멈추지 않고 춤추듯이 이어졌다.

우레걸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천재란 건 정말 있었다고.

그렇지 않다면 연금술을 이제 막 시작하는 학생이 어떻게 저렇게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환장할 선조의 수염에 맹세코, 내가 본 것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사실 이건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교수 밑에서 구르고 구른 슬픈 결과물일 뿐!

이한의 솥 안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진하고 깊은 푸른색이었다. 그 색을 보자 우레걸음은 완벽하게 약이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한은 살짝 맛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고 약을 버려버렸다.

“???”

우레걸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버리는 거지?

이한은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아까 보여준 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듯이, 동작은 똑같이 완벽했다.

그리고 똑같이 완벽한 푸른색을 가진 물약이 완성되었다.

이한은 다시 맛을 보더니 또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고 약을 버려버렸다.

“......”

우레걸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원래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자기들이 스스로 극복할 때까지 내버려두는 우레걸음이었지만, 저건 궁금해도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우레걸음은 슬며시 이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물었다.

“왜 자꾸 약을 버리는 거냐?”

“마력 회복이 안 되던데요.”

“뭐?”

우레걸음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혹시 제작법을 잘못 썼나 했는데, 제작법에는 틀린 부분이 없었다.

“????”

제대로 만들었고 분명히 마셨는데 왜 회복이 안 된다는 거지?

“다시 만들어봐라.”

“예.”

이한은 다시 만들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우레걸음은 바로 국자를 들어서 물약을 마셨다.

푸른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곧바로 마력으로 변해 몸 전체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우레걸음이 만들었어도 이보다 더 완벽하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괜찮은데?”

“그래요?”

이한은 의아하다는 듯이 마셨다. 그리고는 아까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별론데요?”

“......”

우레걸음은 경악했다.

지금 설마, 우레걸음이 자신 있게 내놓은 제작법보다 더 뛰어난 제작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 워다나즈 가문의 천재가?

‘안 돼! 내 자존심이...!’

“아. 마력이 차있어서 그렇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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