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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8화 (48/687)

048화

“불사조의 탑에 들어온 사제님들은 모두 신실하고 좋은 분들이지만...”

“사람 사는 곳인데 그럴 수가 있나?”

“기도중이니까 조용히 해주십시오. 어쨌든 그런 분들 중에서 아직 세속의 감정을 덜 버리신 분들이 있습니다. 경쟁심이나 질투심 같은 감정은 믿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저번 주에, 불사조의 탑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 사제 한 명이 다른 사제들을 위해 피로 회복 포션을 만든 적이 있었다.

신전 생활을 하면서 배운 지식을 남들을 위해 쓰고자 한 것이다.

참으로 사제다웠다.

‘나였으면 돈 받고 팔았을텐데.’

-이 포션을 마시니 피로가 확 풀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플레맹 교단의 시아나 사제님도 감탄하실 겁니다. 정말 잘 만드셨습니다. 혹시 시아나 사제님보다도 더 잘 만든 것 아닙니까?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드는 사이 누군가 농담했다.

진지한 비교라기보다는 정말 그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칭찬에 가까웠다.

시아나 사제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아무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시아나 사제는 피로 회복 포션을 들고 왔다.

-??

-저도 만들어왔어요. 다들 드셔보세요.

-앗. 감사합니다.

-정말 훌륭하군요. 잘 만드셨는데요?

또 그 다음 날 시아나 사제는 피로 회복 포션을 들고 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훌륭한데요?

또 또 그 다음 날에도 시아나 사제는 피로 회복 포션을 들고 왔다.

그쯤 되자 사제들도 깨달았다.

-시아나 사제님이 만드신 포션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어느 누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그제야 시아나 사제는 피로 회복 포션을 들고 오지 않았다.

“...경, 경쟁심이 조금 강하긴 하군.”

일화를 들은 이한은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농담 하나 들었다고 자기가 최고라는 걸 인정 받을 때까지 계속 포션을 만들어서 들고 오다니.

“그런 일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

‘끝이 아니었나?’

시아나 사제보다 먼저 피로 회복 포션을 만든 사제.

그 사제는 나중에 시아나 사제한테 다가가서 칭찬했다.

-역시 시아나 사제님이십니다. 그 정도 되는 포션은 아무나 만들 수 없을 텐데요.

자리에 있던 티질링은 똑똑히 보았다.

시아나 사제가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자리를 떠나버리는 것을.

-...?!

결국 시아나 사제가 그 사제의 인사를 받아준 건 며칠이나 지나서였다.

‘속이 얼마나 좁은 거냐?’

듣고 있던 이한은 경악했다.

아니, 포션 하나 살짝 칭찬 들었다고 그런다면...

‘내가 강의실에서 무슨 칭찬을 들었지?’

대충 연금술의 천재부터 시작해서 온갖 낯 뜨거워지는 칭찬은 다 들은 것 같은데...

할 말을 다 한 티질링은 프리싱가를 향한 기도를 끝냈다.

아직 납득이 되지 않은 이한은 다시 물었다.

“혹시 시아나 사제가 남 음식에 독을 타거나 하진 않겠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티질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이한은 결심했다.

‘시아나 사제하고 같이 움직이게 되면 권해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말아야겠군.’

*         *         *

고통과 절망과 과제가 산더미처럼 몰려와도 태양은 지고 떠올랐다.

‘과제도 과제지만 다른 일이 걱정이다.’

지금 이한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건 두 가지였다.

흰 호랑이 탑에 어떻게 침입할 것인가?

그리고 학교 뒤의 산맥에 연금술 재료를 구하러 가야 하는데, 과연 산맥에 어떤 미친 함정들이 있을까?

‘둘 중 뭐가 더 어려운지 모르겠군.’

하지만 마법학교는 고민을 오래 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바로 다음 강의로 학생을 보내 쥐어짰던 것이다.

<기초 마법전투의 반복적 학습> 강의실에 서있던 볼라디 교수는 이한이 들어오자 입을 열었다.

“11초 늦었군.”

“죄송합니다. 아침 일찍 마구간에 가서 말을 돌보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할 것 없다. 늦어서 손해를 보는 건 너 자신이니.”

‘혹시 교수들은 말투를 어디서 배워오나?’

이한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적막한 강의실에는 단 둘뿐.

볼라디 교수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한은 지팡이를 꺼내 쇠구슬을 회전시켰다.

반마법주의자들과의 사투는 이한에게 확실한 깨달음을 주었다.

하급 조종 주문의 통제력이 전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쇠구슬이 일정한 속도로 완벽에 가까운 원을 그리면서 돌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2년 정도 빠르군.’

볼라디 교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생각했다.

이한이 듣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들었다면 진지하게 정색했을 것이다.

-아니 지금 2년 넘게 배워야 걸음마를 뗄 수 있는 훈련을 수업 첫 내용으로 고르신 겁니까???

“괜찮군.”

“감사합니다.”

이한은 볼라디 교수 같은 사람이 ‘괜찮군’이라고 말한다면 ‘아주 훌륭해!’라는 뜻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칭찬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물 생성 마법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예.”

“해봐라.”

“샘솟아라!”

주문과 함께 이한의 앞에 물 덩어리가 생겨났다.

가르시아 교수의 체벌, 아니, 교육 덕분에 형체를 유지하는 것 정도는 지금도 할 수 있었다.

“구슬 크기로 줄여라.”

“해보겠습니다.”

이한은 지팡이를 붙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허공에 생겨난 물 덩어리의 형체가 일그러지더니 이리저리 삐죽삐죽 솟아나며 찌그러졌다.

안 그래도 막대한 마력량을 갖고 있는 이한에게 물 덩어리의 양을 줄이고 구슬 형태로 갖추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볼라디 교수는 이한 앞에 놓인 쇠구슬을 들었다.

그 모습에 이한은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쉭!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쇠구슬이 이한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아 이 미친 교수 새끼...!’

이한은 본능적으로 물 덩어리를 구슬 형태로 압축시켰다. 거대한 물 덩어리가 주먹 정도의 크기로 압축되며 강도와 경도가 급상승했다.

깡!

날아든 쇠구슬이 물 구슬과 충돌하더니 그대로 힘을 잃고 떨어졌다.

“...교수님.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하실 겁니까?”

“뭘 말하는 거지?”

“방금 저한테 쇠구슬을 날리신 것 말입니다.”

“아. 그걸 말하는 거였나. 그렇다.”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한은 다른 학생들을 설득했던 것처럼 볼라디 교수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러나 볼라디 교수는 학생들처럼 설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효율적이지 않았나?”

“예?”

“제국 반마법주의자의 싸움에서 그랬듯이, 갑작스러운 위기는 네 집중력과 본능을 날카롭게 갈고 닦아 마법에 대한 통제력을 상승시켰다. 왜 이런 방법이 있는데 길을 돌아가려고 하지?”

“......”

이한은 말문이 턱 막혔다.

반론을 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어이가 없어서였다.

사람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면 말문이 막히는구나!

“납득한 것 같군. 이제 회전시켜라.”

영성석 구슬에서 쇠구슬로, 쇠구슬에서 물로 만든 구슬까지.

확실히 물 구슬을 회전시키는 건 이제까지 한 것 중 가장 어려웠다.

생성한 물을 구슬 형태로 유지한 채, 일정한 속도로 회전까지 시켜야 하는 것이다.

제국 반마법주의자들과 싸울 때 느꼈던 것처럼 신경이 혹사되는 게 느껴졌다.

원이라고 할 수 없는 미묘한 모양이 허공에 그려지고, 또 그려졌다.

그리고 볼라디 교수는 쇠구슬을 쏘아 보냈다.

깡!

이한은 바로 막아냈다.

원을 완벽하게 그릴 정도의 통제력은 아니더라도 미리 경계하고 있는 이상 공격 한 번은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러나 볼라디 교수도 이한이 막을 걸 예상하고 있었다. 동시에 다른 쇠구슬이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날아들었다.

퍽!

“...!”

물 구슬을 급히 돌렸지만 늦었다. 쇠구슬은 등판에 정확히 꽂혔다. 이한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근육에 힘을 주고 버텼는데도 충격이 느껴졌다. 알라르롱에게 검술을 배우던 때가 떠올랐다.

“집중.”

“......”

이한은 이제 대답할 여유도 없었다.

날아드는 쇠구슬들을 피해 물 구슬을 미친듯이 움직일 뿐.

한 가지는 확실했다.

‘차라리 과제가 많은 강의가 낫군.’

*         *         *

“워다나즈가 되게 피곤해 보이는데.”

“과제 때문이겠지. 나도 과제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 게다가 워다나즈가 평범한 강의만 들을 사람은 아니잖아.”

“하긴 워다나즈가 들을 강의라면 보통 어려운 게 아니겠지. 워다나즈잖아.”

“그나저나 흰 호랑이 탑은 언제 들어갈까?”

“글쎄...”

<기초 마법의 이해> 강의실에 모인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수군거렸다.

눈을 감고 비스듬히 기대고 있는 이한의 얼굴이 상당히 피곤해보였던 것이다.

볼라디 교수와 목숨 건 구슬싸움을 벌인 후유증이었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만 떠드는 게 아니었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도 떠들었다.

“연금술 수업 듣는 사람 있어? 내일 산에 올라간다는데 그게 정말이야?”

“벌써 소문이 퍼졌어? 그래. 다른 탑 학생들도 다 같이 올라가기로 했어.”

“산 안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헛된 꿈을 꾸는군.’

이한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의 말에 안타까워했다.

밖으로 나갈 길이 있다고 생각하다니.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실망하리라.

“잠깐, 그러면 워다나즈하고 같이 가는 거야? 만약 실수라도 하면 벌 받을 텐데...”

“설, 설마 그러진 않을 거야. 우린 다른 탑이잖아.”

“......”

이한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반가워요.”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가르시아 교수가 들어오자 학생들은 모두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제 학생들은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 정도라면 이 학교에서 거의 손꼽히는 양심이라고.

트롤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교수였다.

“저번 시간까지 우리는 원소 계열 마법에 친숙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수련들을 해왔어요. 하지만 이 기초 마법의 이해 시간에는 원소 마법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마법... 환상이나 예지, 혹은 소환이나 변환 마법 등등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배우게 될 거예요. 여러분들의 학년이 높아지면 이러한 마법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될 테니까요.”

마법의 세계는 무한하게 넓고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사람의 능력으로서 그 세계의 모든 것을 익히는 건 불가능하기 마련.

당연히 마법사들은 전문 분야를 정해서 연구했다.

이한도 알고 있었던 만큼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 분야의 마법이 어떤 것인지 배울 시간을 가질 거예요. 제가 직접 가르치는 대신, 이 분야 마법의 전문가이신 교수님께서 직접 말이죠.”

가르시아 교수의 말에 학생들의 눈빛은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다들 관심이 있는 마법 분야가 있었던 것이다.

어느 누구는 원소 마법을, 어느 누구는 정령 마법을, 어느 누구는 부여 마법을...

‘뛰어난 정령사시면 좋겠다! 정령 마법을 배우고 싶은데...’

‘난 육체 강화와 치료를 배우기 위해서 들어왔어. 강화 마법을 가르쳐달라고.’

“자!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갑자기 강의실의 온도가 내려갔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한기에 몸을 떨었다.

“다들 반갑단다... 콜록, 콜록. 나는 모르툼 교수라고 한다.”

이한은 순간 교수가 드워프인 줄 알았다. 그러나 교수는 키가 작을 뿐 인간 종족이었다.

모르툼 교수는 말하면서 어찌나 기침을 하는지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았다.

“괜찮은 거 맞아?”

“강의보다는 병실에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콜록, 괜찮아. 괜찮아...”

모르툼 교수는 기침을 하면서도 가냘프게 말했다. 학생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물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마법을 가르치시나요?”

“나는 흑마법을 가르친단다.”

“......”

“......”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흑마법은 마법 중에서도 가장 이미지가 안 좋은 마법에 들어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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