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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0화 (50/687)

050화

다행히 이한은 ‘교수 살해자’의 칭호를 짊어지지 않아도 되었다.

모르툼 교수는 곧바로 일어난 것이다.

“...콜록. 다들 봤겠지? 이게 하급 마비 저주라네.”

사실 모르툼 교수는 아직 몸이 뻣뻣했다.

쓰러지자마자 급히 마력을 활성화시켜서 저주를 몰아냈지만 그 양이 꽤나 많았기에 아직 영향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모르툼 교수 밑에서 배우는 다른 흑마법 전공 학생들이 이 상황을 봤다면 기절했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1학년이 하급 마비 저주로 모르툼 교수를 쓰러뜨리다니...

“......”

가르시아 교수는 진실을 알고 있었기에 황당한 눈빛으로 모르툼 교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르툼 교수는 못 본 척 시선을 피했다.

“다행입니다. 교수님.”

이한은 안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는 정말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모르툼 교수가 일부러 하급 마비 저주의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려고 한 모양이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저주에 재능이 있군.”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저주에 재능이 있군.”

“감사합니다?”

교수가 두 번 말하는 건 별로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이한은 그 징조를 예리하게 눈치챘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정말 재능이 있거나, 아니면 이한이 뭔가 교수의 심기를 거슬렀거나.

보통 교수의 꼬인 마음을 생각해봤을 때 후자의 가능성이 높았다.

‘저주가 생각보다 별로였나? 이런 양심 없는 교수 같으니. 처음 쓰는 저주가 완벽하면 내가 1학년이겠냐?’

“방금 보신 것처럼, 저주 마법은 꼭 흑마법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더라도 다들 한두개 정도는 알고 있을 정도로 범용적인 마법이에요.”

가르시아 교수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끼어들었다.

“하급 저주 마법들은 배우기 어렵지도 않고, 무엇보다 배워 놓으면 다른 저주 마법들을 상대하기 쉬워져요. 자기가 저주 마법을 익히지 않는다고 해서 남들이 저주 마법을 안 써주진 않거든요.”

흑마법은 빠르게 익힐 수 있는 공격용 마법이 많았다.

당장 화염 속성의 마법과 비교해보면 알기 쉬웠다.

화염 마법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려면 불꽃을 일으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불꽃을 통제한 상태로 다른 쪽으로 쏘아 보내는 능력까지 필요했다.

그에 비해 흑마법의 저주는 집중해서 저주를 걸면 끝이었다. 누구나 다리가 저리거나 몸이 아파본 경험은 있을 테니까.

이런 만큼, 정식으로 마법을 배우지 않은 낮은 서클의 용병 마법사들은 흑마법의 저주를 한두개 익히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마법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마법을 배우는 것.

나중에 무슨 일을 겪게 될지 모르는 만큼 흑마법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있는 게 좋았다.

가르시아 교수가 모르툼 교수를 불러온 것도 그래서였다.

꼭 흑마법을 배우란 건 아니고...!

“자.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각자 짝을 지어볼까요?”

*         *         *

처음의 그 시큰둥했던 분위기와 달리 학생들은 생각보다 저주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다들 아직 어렸던 것이다.

흑마법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배우기 쉬운 공격 마법이란 것에 대해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가르시아 교수가 말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저주를 몇 개 배워둬야 한다’의 논리도 상당히 그럴듯했다.

“이렇게, 이렇게 휘두르는 건가?”

“맞는 것 같은데?”

“내가 들었는데 저주는 꼭 이런 마비 저주만 있는 게 아니래. 시야를 암전(暗轉)시키는 저주나 호흡을 방해하는 저주, 균형감각을 무너뜨리는 저주도 있다고 들었어.”

“이야... 앗. 너 흑마법 배우려고?”

“아니.”

물론 다들 저주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흑마법을 전문으로 배우겠다고 나설 정도로 어리진 않았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던 것이다.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한의 연습 상대는 가이난도였다.

둘은 서로 귀족다운 인사를 보낸 다음 지팡이를 들었다.

규칙은 간단했다.

한쪽이 먼저 공격하고.

그 다음 다른 쪽이 공격하고.

저주를 쓰는 것뿐만이 아니라 맞아보는 것도 경험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가이난도의 선공.

“흐읍!”

가이난도는 마력을 집중시키고 음 속성으로 변환시키기 시작했다.

‘오.’

이한은 놀랐다.

생각보다 가이난도가 빠르게 마력을 변환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흑마법에 재능이 있나?’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었지만, 다른 원소에서 보여준 가이난도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재능이 있는 편이 맞았다.

빛이나 불, 물에는 애를 먹는데 음 속성 변환은 저렇게 빠르게 하다니.

‘아니면 그냥 개나소나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걸지도 모르겠군.’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이한도 빨리 변환했고 가이난도도 빨리 변환했으니...

그냥 음 속성 변환이 유독 쉬운 걸지도 몰랐다.

“아니. 저 학생은...”

모르툼 교수는 놀란 표정으로 가르시아 교수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 덕분에 충분히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재능 있는 어린 흑마법사를 찾았던 것이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만큼은 아니어도 저 정도면 십 년에 한 번 볼 정도의 인재는 됐다.

“가이난도 학생을 말하시는 거군요. 확실히 흑마법에 재능이 있네요.”

“역시 그렇게 생각하시오?”

“예. 적극적으로 권해보세요.”

가르시아 교수는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권장했다. 아까 이한이 흑마법을 전문으로 배울까봐 걱정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한은 어지간한 마법 분야는 다 잘 맞았다. 타고난 마력, 뛰어난 감지력, 유연하고 넓은 사고, 성실한 자세까지.

가르시아 교수가 보기에 저런 학생은 어떤 분야로 가든 대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이난도는 어느 분야든 딱히 재능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았으면 배우는 게 맞았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흑마법이라도 적성에 맞는 게 축복 아니겠는가.

“마비되시오!”

둘이 대화하는 사이 가이난도가 주문을 외웠다. 조금 끝이 다르긴 했지만 저주는 성공적으로 시전되었다. 모르툼 교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이 있군.’

쉬이익!

‘아. 이래서 저주를 맞아보라고 한 건가.’

이한은 날아오는 저주를 느끼면서 가르시아 교수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저주 마법은 익히기 쉬운가?

그리고 왜 저주 마법을 배워서 상대하는 방법을 익히는 게 좋은가?

‘저주 마법은... 구조가 단순하고 허술하다.’

볼라디 교수한테 질릴 대로 당한 덕분에, 이한은 저주 마법이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저주 마법은 비유하자면 그물이나 투망을 집어 던지는 것에 가까웠다.

그냥 마력으로 저주라는 그물을 짜서 집어 던진다.

상대가 맞으면 그물이 감싸듯이 저주가 감싸는 것이다.

조준할 필요도 없이 빨리, 간단히 시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역으로 마법 자체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날아오는 저주를 향해 다른 마법을 쏘아 날리거나, 검을 휘두르거나, 방패로 막거나, 방어 마법을 준비하거나...

당장 이한이 떠올릴 수 있는 방법만 해도 이 정도였으니,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으리라.

상대가 저주를 건다는 것만 미리 알고 있으면 막기 쉬울 수밖에 없는 마법.

그래서 저주를 배워보라고 한 게 분명했다.

저주 마법을 몇 번 배워보면 처음 보는 다른 저주 마법을 봐도 빨리 감이 올 테니까.

‘아니, 근데 볼라디 교수한테 당한 덕분에 이걸 눈치 채게 된다는 게 좀 화가 나는군.’

저주 마법이 그물이라면 볼라디 교수의 마법은 뛰어난 검사의 찌르기에 가까웠다.

막거나 피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막더라도 멈추지 않고 바로 다음 공격으로 이어지는 사기 스킬.

이런 공격을 직접 몸으로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구조를 빠르게 파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파악 못하면 맞으니까!

파앗!

생각하는 사이 저주가 이한의 몸을 쳤다. 가이난도는 저주가 성공적으로 나가자 뛸듯이 기뻐했다.

“성공했다!”

“축하한다.”

“...어, 근데 어디가 마비됐어?”

“그러게?”

이한은 의아해하며 몸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딱히 마비된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뭐지?

“실패한 거 아니야?”

“그런가?”

“다시 해볼게.”

가이난도는 실패한 줄 알고 지팡이를 들어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마비되시오!”

파앗!

아까처럼 똑같이 저주가 날아와서 이한의 몸을 쳤다.

물론 아까처럼 똑같이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한과 가이난도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들어갔다.

“동작에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닐까?”

“글쎄. 마력은 제대로 나온 것 같은데. 혹시 주문을 이상하게 외워서 그런가? ‘마비되시오’는 좀 공손하잖아. 저주를 걸 때 그런 주문은 좀 아닌 것 같은데.”

“그, 그런가? 그러면 ‘마비되어라 새끼야’라고 해볼까?”

“...그냥 마비되어라 정도만 해도 될 것 같은데.”

두 신입생들의 답없는 대화를 듣고 있던 가르시아 교수가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저주가 실패한 게 아니라, 이한 학생 마력이 너무 많아서 효과가 없었던 거예요. 가이난도 학생. 학생은 잘 했어요.”

“!”

가이난도는 놀랐다.

“뭐야. 그런 거였어? 근데 그래도 아예 효과가 없다니... 나 흑마법에 재능 없는 걸지도 모르겠어.”

“벌써 단정 지을 필요 있나?”

“아니야. 어차피 흑마법에 별 관심도 없었거든. 재능이 없어도 어쩔 수 없지.”

가이난도는 쿨하게 말했다.

정말로 흑마법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좀 더 세련되고 멋진 마법이 좋지 뭐하러 흑마법을?

“그러면 내가 맞아볼게.”

“그래. 준비해라.”

이한은 아까 교수가 쓰러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물론 교수가 일부러 쓰러진 거라지만, 지금 생각해도 악몽 같은 기억이었다.

‘힘조절해야지. 마력 많이 모을 필요 없다.’

이한은 최소한만 모은 다음 바로 시전할 생각이었다.

“마비!”

“!”

보고 있던 모르툼 교수는 깜짝 놀랐다.

주문을 잘라서 줄이다니.

마법에 있어 주문은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였다.

사람의 말에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고, 마법사의 정신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런 만큼 주문을 멋대로 줄이거나 자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쉬운 저주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벌써 주문을 잘라서 줄이다니.

“으아악!”

가이난도는 고함을 지르며 옆으로 몸을 확 던졌다. 옆에 있던 다른 학생들은 깜짝 놀라서 가이난도를 쳐다보았다.

이한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뭐하냐?”

“아, 아니. 본능적으로...”

“!”

모르툼 교수는 다시 깜짝 놀랐다.

저주에 담긴 음 속성 마력을 예민하게 느끼고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감지력.

저건 흑마법에 있어서 뛰어난 재능이었다.

...물론 저렇게 채신머리없게 피할 필요는 없었지만.

*         *         *

강의는 그럭저럭 훈훈하게 끝났다.

학생들은 서로 저주를 쏘고 맞으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숙제 따위는 내주지 않는 상냥함으로 학생들의 기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자. 다들 오늘 강의가 즐거웠나요?”

“예. 교수님!”

“모르툼 교수님에게 박수!”

짝짝짝짝짝-

“다들 흑마법에 관심이 생겼겠죠?”

“......”

‘괜히 물었네.’

가르시아 교수는 후회했다.

그냥 박수에서 끊을 걸 괜히 질문 하나 던졌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이다.

“모르툼 교수님. 한 마디 해주세요.”

“콜록. 다들... 흑마법의 매력에 대해 많이 알았으리라 생각하네. 여기 있는 학생들 중에도 벌써 흑마법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몇몇 보이는군.”

“?”

“?”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관심 있어?’

‘아니. 너는?’

‘당연히 아니지.’

“하하하. 누가 흑마법을 진지하게 배우려고 하겠어?”

가이난도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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