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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2화 (52/687)

052화

“그렇게 위험합니까?”

“이 산맥에는 위험한 몬스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깊숙한 곳에는 교수들도 그 정체를 모르는 몬스터들도 여럿 있을 겁니다. 지금이 봄인 만큼 한 주가 지날수록 깨어날 몬스터들이 많을 텐데...”

잉걸델 교수는 걱정 섞인 시선으로 산맥을 쳐다보았다.

이 마법학교 에인로가드는 마력이 풍부한 곳에 위치한 만큼, 그 주변에 몬스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학교 뒤에 위치한 산맥은 잉걸델이 보기에 어지간한 모든 몬스터들이 존재 가능한 위험지대였다.

산맥 깊숙한 지역은 오우거부터 시작해서 산악 거인, 트롤이나 와이번 등 강력한 거대 괴수 몬스터들이 살기 적합해보였고...

이런 몬스터들이 있으면 원래라면 산맥 외곽에서 살지 않는 강력한 몬스터들도 중심부를 피해서 외곽으로 밀려나왔다.

“아무리 학생들이 혈기가 넘친다고 하더라도 이런 산맥에 들어가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미친 사람만이 그런 선택을 할 겁니다.”

“제가 들어가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과제가 산맥에 들어가서 재료 구해오기, 입니다.”

“......”

잉걸델 교수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헛기침을 했다.

다른 교수의 과제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랬습니까? 그렇다면 좀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다르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엄밀히 따지자면 잉걸델 교수는 마법사가 아니라 검사였다.

그런 만큼 이 학교의 교수들과는 어느 정도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법이란 학문을 익히다보면 사람도 좀 죽을 수 있지’같은 교수들의 쿨한 사고방식은 잉걸델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학생들 앞에서 동료 교수의 욕을 할 수는 없는 법.

잉걸델 교수는 속마음을 감추고 최대한 돌려서 말했다.

“다른 교수님께서 산맥에 들어가서 재료를 구해오라고 하셨다면 분명히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신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한은 이미 불신에 찬 눈으로 잉걸델 교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까지는 ‘미친 사람이나 하는 짓입니다’하던 사람이 교수 이름을 듣자마자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동료 교수라고 편들어주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잉걸델 교수는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하고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호흡이 돌아오다니. 훌륭합니다. 순환을 완성시킨 겁니까?”

가쁘게 숨을 내쉬던 이한이 갑자기 편안해진 듯이 말을 하자 잉걸델 교수는 기뻐했다.

몸 안에서 마력 순환을 완성시켜야 이런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예? 아, 이건...”

이한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집중이 흩어져서 그냥 마력을 방출했습니다.”

몸의 중심에서 마력을 짜내고->그 짜낸 마력을 집중해서 신체 구석구석에 순환시킨다.

이게 정석이었다.

마치 혈액처럼 마력이 신체 곳곳을 원활하게 돌아다니면 조금의 낭비도 없이 육체를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끊기거나 버벅거리지 않는 부드러운 순환!

...그런데 이한은 그 순환이 집중이 끊겨서 힘들어지자 그냥 쿨하게 마력을 순환시키지 않고 신체 곳곳에 보낸 다음 방출시켰다.

어차피 마력은 새로 짜내면 되니까.

“...???”

잉걸델 교수는 이 워다나즈 가문의 학생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이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         *         *

“으음.”

이한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또 반마법주의자들과 싸울 때 있었던 일까지 들은 잉걸델 교수는 고민에 잠겼다.

원래라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려야 하는 일이었다.

마력을 저렇게 낭비하는 식으로 싸우다니. 마치 자기 혈액을 바닥에 흩뿌리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잉걸델 교수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백 명의 검사가 있다면 백 명의 검술이 있는 법.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가진 타고난 마력량(저걸 타고났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을 감안한다면, 저런 낭비도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고민하고 고민하던 잉걸델 교수는 마음을 정하고 말했다.

“그 방법을 금지하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평소에는 최대한 쓰지 않고, 순환을 완성하는 데에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한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한이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큭큭... 검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힘... 금지된 비법이 내 생명을 불태우더라도 나는 강력한 힘을 얻겠어...’같은 미친 생각을 하진 않았다.

위험하다면 ‘아 위험한가보구나’하고 안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력량이 많으면 안에서 순환의 고리를 완성시킬 때 더 힘들 겁니다.”

“......”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워다나즈 학생은 훈련량을 늘리겠습니다.”

“...오, 오오...”

이한은 강철 같은 정신으로 표정을 관리할 수 있었다.

기쁜 척 해야 한다!

‘티내면 안 돼. 티내면 안 돼.’

여기 교수들에 비해 아직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있었던 잉걸델 교수는 그 반응에 뛸듯이 기뻐했다.

“그렇습니까? 혹시나 싫어할까봐 걱정했는데, 참 잘 됐습니다.”

“예... 너무 기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검술에 진지하게 뜻을 두고 있으니까요...”

이한의 말에 잉걸델 교수는 흉터투성이 얼굴을 활짝 피며 웃었다.

“워다나즈 학생이 검술에 진지하게 뜻을 두고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

“참. 재료를 찾으러 산맥에 들어갈 때는 저도 같이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레걸음 교수님이 생각하신 바가 있는 만큼 괜찮을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예. 그런데 제가 산책을 좋아합니다.”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이 모두 의족과 의수인 잉걸델 교수가 가파른 산맥 산책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한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잉걸델 교수가 저럴 정도면 산맥에서 뭐가 나올지 진지하게 걱정됐던 것이다.

*         *         *

저녁.

이한은 우레걸음 교수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 온갖 일이 있었지만 원래 교수가 시키는 잡일은 그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우레걸음 교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 있었다.

매일 오라고 한 적도 없고, 바쁘면 알아서 안 와도 된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사실 이한도 속셈이 있었다.

‘가능한 정보를 모두 캐놔야지.’

“?”

<일이 있어서 잠시 자리 비운다. 적당히 훔쳐가라! -우레걸음>

“오...”

이한은 종이에 써진 글씨를 보고 놀랐다.

하긴 우레걸음 교수도 사람인데 매번 오두막에 폐인처럼 박혀 있을 리가 없었다. 다른 학생들도 가르치고 자기 일을 할 시간도 있어야하는 것이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떼어냈다.

그리고는 바로 탑으로 돌아가 요네르를 불러서 데리고 왔다.

“여기 오두막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달라고?”

“응. 저번에 찾아낸 상자 안에 든 물약들을 확인하고 싶거든.”

프로 도둑놈 랫포드가 마차에서 훔쳐 갖고 나온 물약 상자.

그 물약들의 정체를 알고 싶어도, 이한 같은 1학년이 맨몸으로 알아내는 건 힘들었다.

우레걸음 교수의 오두막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낼 수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되리라.

요네르처럼 연금술에 해박한 학생이라면 더더욱 잘 알아볼 수 있을 것이고.

‘잠깐. 여기 우레걸음 교수님 오두막이잖아?’

저번에 고기를 구워먹었던 만큼 요네르는 금세 정체를 알아차렸다.

‘괜찮겠지.’

그러나 요네르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런 미친 학교에서 뭐 이 정도쯤이야.

“잠깐. 저건 뭐야?”

“뭐가? 아. 텃밭?”

먼저 앞에서 걸어가던 요네르가 놀란 표정으로 말하자 이한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가꾸고 있는데 아직 멀었어. 몇 달은 더 길러야 할 거야.”

“...응? 다 자란 것 같은데?”

“?”

이번에는 이한이 의아해할 차례였다. 이한은 무슨 소린가 싶어서 뒤로 향했다.

“...!!”

요네르의 말이 사실이었다.

‘아니. 뭐지?’

심어놨던 채소들이 벌써 다 자란 것을 보며 이한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빨리 자랐던 것이다.

“우레걸음 교수님이 뭔가 뿌리셨나본데? 성질도 참 급하시군.”

이한의 설명에 요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먹고 싶어서 성장 촉진의 물약을 사용하다니.

‘참 식탐도 많으시네.’

그렇게 자리에 없는 우레걸음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수확해야겠는데. 요네르. 오두막 안을 부탁해도 될까?”

“맡겨만 줘.”

이한은 농기구를 들고 숙련된 동작으로 채소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감자를 캐내는 그 듬직한 모습에 요네르는 순간 홀린 듯 지켜보았다.

수십 년 넘게 일한 농부나 보여줄 법한 완벽한 동작.

요네르는 우레걸음 교수가 왜 이한을 예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뭐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가서 쓸만한 거 찾아올게.”

광주리에 넉넉하게 채소들이 쌓이는 동안 요네르는 분주하게 오두막을 수색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한의 양팔은 농작물 광주리로 꽉 차고, 요네르의 양팔은 정체불명의 시약과 연금술 도구들이 들어있는 상자로 가득 찼다.

“다 됐어?”

“응!”

“가자!”

두 푸른 용의 탑 학생은 오두막을 등지고 힘차게 달려 나갔다.

오두막 문에는 이한이 새로 붙인 종이만 남아 팔랑거렸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캐낸 농작물을 조금 남기고 가니 맛이나 봐주십시오. -이한 워다나즈.>

*         *         *

이한과 요네르는 눈 밑에 다크서클을 달고 아침 햇살을 맞이했다.

밤잠을 아껴가며 신입생 휴게실에서 연금술 테스트를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칸투스 물약이란 거지?”

“응.”

그 결과 알아낸 물약은 다음과 같았다.

<제국 서부 포도주(맛있음)>.

<칸투스 물약>-마실 경우 한동안 인어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음.

끝.

“......”

요네르의 표정이 시무룩해지려고 하자 이한은 급히 달랬다.

“이 정도면 괜찮은 성과지. 처음 시도에 다 알아낼 수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노래 물약을 어디에 써...”

“분명히 쓸 곳이 있을 거야.”

끼익-

그 때 아산 달카드가 휴게실에 들어왔다. 아산 달카드는 둘을 보자 반가워했다.

“워다나즈. 오늘 산맥에 들어갈 준비는 다 됐어?”

“대충 됐지.”

이한도 계획은 세워놓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같이 금요일에 출발해서 어떻게든 토요일 안에는 돌아오고, 일요일에는...

‘외출권 써서 나갔다 온다.’

이한은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대는 최대한 적게 하는 게 좋았다. 나가기 전까지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는 곳이었으니까.

“참. 워다나즈. 산맥에 들어가기 전에 암시장이라도 들렸다 갈래?”

“...뭔시장?”

이한은 아산의 말에 당황했다.

암시장?

‘무슨 놈의 학교에 암시장이 있어?’

아무리 그래도 아산의 말은 믿겨지지 않았...

...는데 진짜 있었다.

‘어이가 없군.’

정확히 말하자면 암시장이 아니라, 조그만 시장이었다.

검은 거북이의 탑 신입생들이 자기네들 탑 근처에 차려 놓은 시장!

처음에는 서로 필요한 거 물물교환이나 하자고 모여들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편리하자 아예 주기적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이 학교는 대체 학생들한테 뭘 가르치려는 것일까?’

“자, 빵 놓고 빵 먹기! 황제 폐하를 찾으세요. 카드 세 장 중에 황제 폐하가 있습니다. 황제 폐하가 어디 계실까요? 맞추시면 빵을 두 배로... 앗. 워다나즈 님.”

카드 세 장을 현란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야바위를 펼치던 랫포드는 이한을 보더니 벌떡 일어섰다.

주변에서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이 모두 고개를 돌리며 쳐다보자 이한은 그냥 돌아서서 나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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