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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8화 (58/687)

058화

몇백번을 시도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만큼 간신히 완성시킨 구슬이었다.

“...이한?”

“?”

“내가 그 마법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크기가 너무 커지지 않았어?”

요네르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학생들도 당황스러운 건 비슷했다.

분명 처음에는 주먹 크기 정도였던 물의 구슬이, 지금은...

거대한 바윗덩이마냥 커져 있었던 것이다.

저쯤 되자 ‘저걸 구슬이라고 불러도 되나?’싶을 정도였다.

쉭쉭쉭쉭쉭-

살벌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거대 물의 구슬.

아산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친구들에게 말했다.

“워다나즈가 마법 하나 제대로 통제 못할 리 없잖아. 100% 확률로 저건 원래 저런 마법이야.”

“그... 그렇습니까? 일학년이 쓰는 마법치고는 너무... 위험해보입니다만.”

로웨나가 말을 더듬자 옆에서 닐리아가 대신 화를 내줬다.

“지금 워다나즈를 뭘로 보고! 워다나즈라면 저 정도는 할 수 있어!”

“......”

친구들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동시에 부담일 수도 있었다.

이한은 갑자기 부담이 됐다.

‘내가 너무 무리를 했나?’

예전부터 어린 마법사들한테 하는 말들이 있었다.

-잘 만들어진 마법 괜히 건드리지 마라.

마법 하나는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수식이자 세계였다. 그걸 경험 없는 마법사가 멋대로 건드려서 좋은 꼴을 볼 리 없었다.

지금 이한이 하는 게 엄청난 변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변형이긴 했다.

‘내가 하는 방법이 틀렸나?’

물을 구슬 형태로 강하게 압축한 상황에서 회전력을 유지시키는 건 지금 이한으로서는 힘들었다.

이한은 몰랐지만, 이건 고학년 학생들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다루기 힘든 마법이었다.

정해진 마력으로 구슬 형태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 회전까지 시켜야 하는 고난이도의 마법!

물론 이한은 그런 걸 몰랐다.

그래서 이한은 좀 더 강하게 마력을 때려박았다.

회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좀 더 강하게 마력을 주입하자 물의 구슬은 회전은 되기 시작했지만, 물의 구슬이 마력량을 견디지 못하고 그 형체가 일그러졌다.

그래서 이한은 주변에 물도 많겠다 그냥 물의 구슬 크기를 키워버렸다.

그런데 물의 구슬 크기가 커지자 이번에는 다시 회전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한은 또 마력을 더 때려박았다.

원래라면 도중에 마법사가 쓰러지든 물의 구슬이 터지든 둘 중 하나가 일어났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쓰러지기에는 이한의 마력량이 너무나도 많았고, 물의 구슬이 허물어지기에는 이한의 집중력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그 결과 몇십 분이나 지났을까.

이한은 결국 완성시켰다.

아슬아슬하게 형태를 유지한 물의 구슬이 회전시키는 완성형의 상태!

...크기는 원래보다 수십 배는 커졌지만!

‘아니. 분명히 통제 가능하게 느껴진다.’

이한은 물의 포탄... 아니, 물의 구슬을 골렘에게 조준했다.

워낙 간신히 유지시키고 있는 마법이라 그것만으로도 힘들었다.

‘가라!’

쾅!

굉음과 함께 물의 구슬이 쏘아져나갔다. 제 힘을 이기지 못한 물의 구슬이 지정한 목표와는 조금 다르게 날아갔다.

‘아차!’

골렘의 등판을 노리고 쐈는데 골렘의 어깨가 맞게 된 꼴이었다.

이한은 아쉬움에 혀를 찼다.

‘지금 저걸 다시 또 완성시킬 수 있을까? 하나 만들었는데도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퍽!

“......”

“......”

“?????”

자리에 있던 학생들은 방금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고 눈을 깜박였다.

어깨에 물의 구슬을 맞은 진흙 골렘이, 말 그대로 산산조각나며 터져나간 것이다.

“우... 우와아아아아아!”

“워다나즈! 워다나즈! 워다나즈!”

“봤지!? 내가 뭐라고 했어!”

“......”

이한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흙 골렘의 잔해를 쳐다보았다.

빗나갔는데도 이 정도라니...

물의 구슬이 가진 위력 때문인지, 진흙 골렘이 약해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볼라디 교수의 가르침이 틀리진 않았군. 덕분에 살았다.’

물론 볼라디 교수는 딱히 이런 걸 가르친 적이 없었다.

*         *         *

“워다나즈. 괜찮아? 내가 업어줄게.”

“아니야. 내가 업지.”

“제가 업겠습니다.”

돌아온 이한이 마법을 쓴 후유증으로 비틀거리자 친구들은 우르르 달려들었다.

이한의 팔다리를 붙잡고 잡아당기자 이한은 없던 두통도 생길 지경이었다.

“...내가 알아서 걸어갈 수 있다.”

“아, 그래?”

잠깐 쉬고 남은 커피를 들이키자 정신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한은 스스로의 회복력이 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커피는 사실 어느 곳이든 마법 물약인 걸지도 모르겠어.’

후룩-

“음. 빗줄기가 조금 약해졌군. 닐리아. 지금 출발해도 괜찮을까?”

“원래라면... 좀 더 기다리고 싶긴 한데...”

“다들 출발하자!”

“워다나즈가 가도 된대!”

“...말 좀 끝까지 들어 새끼들아!”

말 끝나기도 전에 움직이려는 친구들의 모습에 닐리아는 울컥했다. 이한은 다시 친구들을 원래 자리로 불러 모았다.

“좀 더 기다리고 싶긴 한데, 지금 진흙 골렘이 나온 걸 보면 안심해서는 안 될 것 같아. 비가 약해진 지금 이동하자. 내가 앞장설 테니까 내 뒤만 따라와. 도중에 멈추지 말고, 도중에 다른 곳으로 새지 말고, 도중에 뭐 신기한 거 봤다고...”

“앗. 저거 으름 열매 아니야? 맛있겠다.”

빡!

이한은 지팡이로 검은 거북이 탑 학생 등짝을 때렸다.

학생은 깜짝 놀라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워다나즈 님!”

“죄송합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질서정연하게 바뀌었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세까지 바로잡았다.

닐리아는 고맙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지만, 이한은 속으로 한탄했다.

‘젠장. 다른 놈 시켰어야 했는데.’

닐리아는 사람 착한 교사 역할을 맡고 이한은 사람 나쁜 교사 역할을 맡은 꼴이 되어버렸다.

물론 수련회나 소풍 갈 때 자주 쓰이는 효과적인 구성이긴 한데...

...이한도 사람 착한 교사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냥 닐리아 시킬걸.’

이한의 흑심을 모르는 닐리아는 설명을 끝마쳤다.

“다들 조를 만들어. 누군가 없어지지 않도록 확인해. 문제가 생기면 바로 말하고. 다 됐지? 출발하자!”

학생들은 줄을 맞춰서 출발했다.

누가 보면 마법학교 학생들이란 게 믿기 힘들 정도로 각이 잡힌 행렬이었다.

*         *         *

“빛이여!”

이한은 빛의 덩어리를 위로 띄워서 주변을 밝혔다.

뒤에서 따라오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한뿐만 아니라 마법을 쓸 수 있는 학생들은 친구들을 돕기 위해 각자 마법을 썼다.

그걸 본 이한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면 나도 화염 마법을 써봐도 되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건 화염 마법일지도 몰랐다.

빗줄기가 약해졌다지만 학생들은 모두 추위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님은 말리셨지만...’

가르시아 교수는 이한의 마법 능력이 좀 더 능숙해질 때까지 교내에서 화염 원소 마법을 쓰는 걸 말렸다.

자칫했다가 이한 본인이 다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는 그럴 위험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보다는 빗속에서 불이 제대로 붙기나 할지부터 걱정해야 했다.

실제로 지금 <화염 생성> 마법을 쓸 줄 아는 학생들도 이 빗속에서는 마법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는 물론이고, 차갑고 축축한 환경이 마법사의 정신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불을 붙일 수 있을까?

이 같은 의문이 떠오르는 순간, 마법은 반쯤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해보자.’

“타올라라!”

이한은 불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주문을 외웠다.

가르시아 교수 강의 시간에 옆 친구들을 힐끗힐끗 부러운 눈빛으로 계속 쳐다봤기 때문에 동작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륵!

“!!!!”

“!!!!!!”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닐리아는 귀를 쫑긋 세우며 펄쩍 뛰었다.

이한이 앞으로 거센 화염을 뿜어낸 것이다.

화염은 다행히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충격은 남아있었다.

“?!?!?!”

“미, 미안.”

닐리아는 뒤의 학생들이 놀랄까봐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과연 <그림자 순찰대> 출신다웠다.

대신 온몸으로 놀란 감정을 표현했다. 손을 흔들고 눈을 크게 뜨고 발을 흔드는 모습이 뭘 말하려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정말 미안. 이 정도로 통제가 안 될 줄은 몰랐어.”

“뭘, 뭘 한 거야?”

닐리아는 충격 받은 목소리로 물었다.

“화염 생성.”

“...???”

닐리아는 귀를 의심했다.

언제부터 작은 불꽃을 만드는 마법이 저렇게?

“처음 쓰는 거라 통제에 실패했어. 하지만 이제 괜찮아. 감을 잡았거든.”

이한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이 불의 크기를 조절했다. 허공에 일렁거리는 화염의 구체가 떠올랐다.

강한 열기가 몸을 데우자 닐리아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타올라라!”

“??”

“왜?”

“어... 아무것도 아니야.”

닐리아는 ‘1서클 마법이라지만 그렇게 연달아 써도 괜찮나?’싶었지만, 말하려다가 말았다.

이한이 닐리아가 가진 사냥꾼으로서의 능력을 존중해 주는 것처럼, 닐리아도 이한이 가진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존중해줘야 했다.

그게 친구 아니겠는가.

“아. 그런데 이거 이렇게 여러 개 띄워도 되나?”

“......”

닐리아는 이한을 노려보았다.

어쨌든 불과 빛으로 인해 학생들의 속도는 좀 더 빨라졌다.

이한이 불러낸 화염의 덩어리들은 얼어붙은 학생들의 손발을 따뜻하게 녹여줬다.

‘잉걸델 교수는 역시 없군.’

아까 잉걸델 교수가 있던 위치까지 도착한 이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잉걸델 교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한은 실망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내심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교수들의 함정이 맞아.’

낑낑-

“?”

뼈 소환수가 갑자기 무섭다는 듯이 몸을 떨면서 이한의 뒤로 숨었다.

마치 잉걸델 교수가 사라진 자리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뭐지?’

이한은 정신을 집중했다.

잉걸델 교수가 사라진 자리에서 왠지 낯익은 마력이 느껴졌다.

어디서 봤었더라?

쾅!!!

“?!?”

학생들은 모두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온 반대쪽에서 진흙 골렘이 사납게 날뛰며 달려오고 있었다.

*         *         *

이한 쪽은 이한이라는 리더가 있었지만, 불사조의 탑과 흰 호랑이 탑 학생들 쪽에는 그런 리더가 없었다.

똑같이 진흙 골렘이 나타났을 때 학생들은 각자 의견을 내놓았다.

-물약을 던져서 놈을 쓰러뜨리자.

-여럿이 덤벼서 놈을 공격하자. 사방에서 시선을 끌면 승산이 있다.

-마법을 써서 공격해보는 건?

-그냥 다 해보자.

-그거 좋은 생각인데?

어떤 프로젝트에서 수십 개의 의견을 하나로 다듬지 않고 그냥 전부 다 하면?

당연히 엉망이 됐다.

-던져! 물약이 효과가 있어! 역시 바트렉이 만든 물약이야!

-그거 시아나 사제님이 만든 물약 아니야?

-아, 그래? 착각했네.

-모두 흩어져서 놈을 찔러! 다시 뭉치지 못하게 막아!

엉망으로 덤벼든 것 치고는 학생들은 꽤 잘 싸웠다.

즉석에서 만든 물약을 던져 진흙 골렘의 몸을 약하게 만들고,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창과 검을 휘둘러 진흙 골렘의 몸을 깎아냈다. 기사 가문 출신다운 전투력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물약의 효과가 끝날 때까지 진흙 골렘을 쓰러뜨리지 못하자, 학생들이 바로 밀리기 시작했다.

-...후퇴해! 후퇴! 이대로 있다가는 다 박살나겠다!

-뛰어! 살고 싶으면 뛰어!

더 이상 무기가 안 먹힌다는 걸 깨닫자 학생들은 고함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이한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이한은 멀리서 달려오는 난장판에 중얼거렸다.

“저런 인생에 도움이라곤 안 되는 놈들 같으니...”

닐리아는 못 들은 척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한의 이미지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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