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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1화 (61/687)

061화

학생들이 이렇게 불신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건 그거고 궁금한 건 궁금한 거였다. 우레걸음 교수는 나름 수제자인 이한을 찾았다.

“워다나즈.”

“예. 교수님.”

“너는 내 말을 믿어주겠지?”

잉걸델 교수의 말도 믿어준 만큼, 우레걸음 교수의 말도 믿어주리라!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믿습니다! 어떻게 교수님을 의심하겠습니까!”

“...그냥 차라리 못 믿겠다고 해라 이 자식아.”

우레걸음 교수는 짜증을 냈다.

차라리 대놓고 의심하는 놈들이 낫지 이한처럼 저렇게 돌려서 말하니 괜히 얄미웠다.

“그런데 진짜 황소는 못 만났냐? 거 참. 나름 비싸게 준비했는데... 왜 진흙 골렘이 나왔지?”

“...잠깐.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잉걸델 교수는 뒤늦게 우레걸음 교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정색했다.

우레걸음 교수는 급히 변명했다.

“하하하... 잉걸델 교수. 오해가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황소하고 진흙 골렘 둘 다 제가 준비했는데, 이놈의 황소만 어딘가로 간 모양입니다.”

“......”

변명에도 불구하고 잉걸델 교수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원래 눈 돌아간 검객만큼 무서운 상대도 없는 법.

우레걸음 교수는 허겁지겁 이한을 끌고 왔다.

“워다나즈. 네가 대신 말해봐라. 진흙 골렘을 누가 준비한 것 같지?!”

“......”

방금 했던 말을 바로 뒤집는 모습에 이한은 황당했지만 장단을 맞춰줬다.

우레걸음 교수의 눈동자가 너무 간절했던 것이다.

“물론 교수님이 준비하셨겠죠.”

“그렇지? 잉걸델 교수. 보십시오. 여기 똑똑한 워다나즈도 저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신입생들한테 진흙 골렘이 적절한 시련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레걸음 교수는 다시 이한을 쳐다보았지만, 이한은 이미 친구들과 멀찍이 도망치고 있었다.

*         *         *

토요일이 되었지만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은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학교의 신비를 탐색하는 대신 휴게실에 틀어박혀서 골머리를 앓았다.

주중에 나온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것이다.

“젠장... 이 책 안에 있는 논리의 허점이 대체 뭐지? 가만, 나 같은 고귀한 신분이 이런 책을 읽고 씨름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허점 아닌가?”

“아오, 마법진 제작에 비용이 얼마 들었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가문에 남는 돈 쓰면 되지 쪼잔하게...!”

학생들은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 고민했다.

과제들은 하나같이 다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것들이었다.

덕분에 이한의 찬장에 쌓아 놓았던 간식들은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슬슬 귀찮아진 이한은 벽난로 옆 바구니에 각종 과자와 사탕들을 담아놓고 종이를 세워 놨다.

사과 맛 사탕-은화 한 닢

살구잼 쿠키-은화 두 닢

메이킨 가문의 달콤한 판 초콜릿-은화 네 닢

설탕 넣은 홍차 한 잔-은화 한 닢

...

...

가격은 비쌌지만 학생들은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구할 수 있을 때가 행복인 것이다.

당장 지금 밖에 나가면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가짜 과자와 가짜 사탕과 가짜 껌을 만들어가며 버티고 있었던 만큼...

“후. 너희들은 연금술을 안 듣고 쉬운 강의만 들어서 그래.”

“너희는 과제가 어렵냐? 난 연금술 듣고 나니까 달달한 디저트 같다.”

“......”

그 중 몇몇 연금술 강의를 듣는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과제하는 친구들을 붙잡고 무용담을 펼치고 있었다.

누가 보면 드래곤 한 마리 정도는 잡은 것 같은 거만함이 표정에서 느껴졌다.

“저 자식들이... 일은 워다나즈가 다 했을 텐데...”

“내버려둬라. 불쌍하잖아. 진흙 골렘을 만나다니.”

“하긴. 정말 미친 강의야. 어떻게 진흙 골렘하고 싸우라 그러지?”

다른 친구들은 ‘작작 좀 해’하는 대신 참고 들어줬다.

명예와 우정 덕분이었다.

‘자기들은 저런 일을 겪지 않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군...’

이한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연금술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은 ‘우린 그래도 연금술 듣지 않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기초 탈 것 강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학교에서 광기는 교수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미덕이었다.

미친 강의를 하나 피한다 하더라도 다른 강의가 알아서 찾아올 터.

그 때가 되면 알게 되리라!

부글부글부글-

“오크방울꽃하고 작은깃버섯. 맞나? 이걸 넣고...”

“으헉, 냄새가 독한데 진짜 맞나?? 이게 맞다고...?”

연금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각자 솥을 펼쳐놓고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있었다.

과제인 <하급 정령 친화의 물약>을 만들기 위해 재료는 모아왔지만, 연금술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재료를 모아오는 게 반이라면 배합하는 게 나머지 절반인 것이다.

게다가 재료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학생들의 손은 떨릴 수밖에 없었다.

펑!

“악!!”

퍼퍼퍼펑!

“크악!”

“잠깐.”

이한은 손을 뻗어서 학생들을 말렸다.

강의에서 배운 만큼, 사소한 동작 실수나 시간 차이만으로 연금술이 실패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데?’

지금 상황은 조금 이상했다.

이한이 보기에 제법 괜찮게 작업한 학생들도 도중에 계속 펑펑대며 솥 위로 연기가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소한 실수라면 물약의 품질만 달라질 뿐 어느 정도 비슷한 결과물은 나와야 하는데, 그림에 나와 있는 결과물과 전혀 다른 게 나오고 있었다.

“왜 그래?”

“...우레걸음 교수가 설마 제작법 잘못 가르쳐 준 거 아닌가?”

“......”

“......”

휴게실에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옆에서 다른 과제를 하고 있던 친구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아니. 말이 돼! 100% 확률로 그럴 거야!”

“!?”

예전이었다면 ‘설마’했을 친구들이, 이제는 이한보다 더 교수들을 의심했다.

진정 이 학교의 학생이 된 것이다.

“진짜 지독하다...! 어떻게 제작법을 일부러 잘못 가르쳐 줄 수가 있지?!”

“직접 알아내라니 장난해?!”

학생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동안, 이한은 요네르와 조용히 고민했다.

분노는 분노고 성적은 성적인 법.

교수 멱살을 잡고 싶어도 과제는 제출해야 했다.

“여기 교수가 준 물약 제작법에서 하나씩 바꿔가면서 실험해봐야겠군. 요네르. 짐작가는 게 있어?”

“제작법에 있는 악마수염꽃, 트롤버섯, 말레느, 옥룡화 정도가 수상한데... 사실 얘네들은 내가 알기로 정령과 상관이 없거든.”

“이게 전부 다 함정이라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 많아봐야 한두개 정도 아닐까? 정령과 상관이 없어도 정령을 불러내는 힘을 증폭시키거나, 사용자의 정신을 강화시키는 데에 효용이 있을 수도 있어.”

이한은 요네르의 빠른 분석에 감탄했다.

이한도 나름 숙련된 실험꾼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연금술 재료 책을 끼고 살며 읽어온 요네르의 해박한 지식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신문 경제란 말고 연금술 책도 읽을 걸 그랬나?’

“하나씩 빼보면서 실험하는 게 가장 빠르긴 한데, 문제는... 그러면 재료가 부족해져.”

이한은 생각에 잠겼다.

우레걸음 교수는 무슨 생각으로 제작법에 함정을 넣어 놓은 걸까?

“아마 연금술 책 뒤져가면서 옛날 제작법들과 비교해가면서 뭐가 문제인지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요네르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이한은 교수의 생각을 알 것 같았다.

‘아. 남이 만든 제작법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책을 뒤지고 찾아가면서 깨달으란 소리였군.’

원래 남이 가르쳐주는 지식보다 자기가 직접 공부해서 깨닫는 지식이 더 오래 가기 마련.

거기까지 떠올리자 이한은 소름이 돋았다.

스스로가 너무 교수의 생각을 잘 맞히고 있었던 것이다.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사람은 그 심연을 닮아가기 마련.

이한은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교수들한테 그만 휘둘려야 하는데.’

“책 찾으러 갈래?”

“요네르. 책에서 찾아내려면 주말을 다 써도 부족하겠지?”

“아마 그렇겠지...”

“절대 그럴 순 없어. 난 내일 나갔다와야 한다고.”

이한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에는 어떤 교수도 흔들 수 없는 단단한 결심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요네르는 순간 그 결의에 감동 비슷한 걸 느꼈다.

“......”

그리고 혼란스러워졌다.

‘...외출한다는 말에 이렇게 감동해도 되는 건가?’

“다들 물약 제조 멈추고 한 곳에 모여!”

“??”

“실험으로 방법을 알아내겠어.”

“재료가 부족할 텐데?”

“여기 있는 모두의 재료를 모아서 남는 양을 최대한 만들어내겠다. 다른 탑도 갔다 와야겠군.”

“...!”

아산은 감탄했다.

한 명이 모아 온 재료만으로는 여러 번 실험할 수 없겠지만, 학생들의 재료를 다 모아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만큼 남는 재료가 늘어날 것 아닌가.

요네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다른 탑 학생들도 같이 한다면 도움이 될 거야. 내가 모르는 걸 다른 사람들이 지적해줄 수 있으니까.”

“시아나 사제님이 좋겠네.”

“불사조의 탑 소속인데 오실까?”

“워다나즈 칭찬을 엄청 하시던데 워다나즈가 부탁하면 오지 않을까?”

친구들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이한은 당당하게 휴게실을 나섰다.

그 뒷모습에서는 절대 휴일을 뺏기지 않겠다는 신념이 뿜어져 나왔다.

“워다나즈...! 부탁할게!”

“다녀오마.”

“참. 워다나즈. 황녀님도 불러와줘.”

“...그 정도는 너희들이 해도 되지 않냐?”

이한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우린 황녀님하고 안 친해서...”

“그나마 친한 게 너잖아.”

“아무래도 황족이라 그런지 대하는 게 좀 어렵더라고.”

“그래 뭐 알겠...”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가이난도! 곱셈을 틀리면 어떡하냐!! 너 때문에 계산 다시 해야 하잖아!”

“내가 안 틀렸어! 네가 틀린 거지!”

“이 자식이 어디서 되도 않는 거짓말을 쳐! 네 앞의 수식이 틀렸잖아!”

“......”

그 모습에 이한은 황당해했다.

이 자식들이?

*         *         *

-황녀님. 워다나즈입니다.

-!

이한이 문을 두드리자 황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한의 손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한의 손에는 아무런 간식도 없었다.

황녀는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아래 휴게실로 내려갔지만, 왠지 어깨가 축 늘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한은 괜히 미안해졌다.

‘앞으로는 올라갈 때 뭐라도 들고 가야겠군...’

어차피 장부야 다른 친구들이 작성해주고 있었으니 간식 더 주면 이한에게 이득이었다.

순진한 친구들을 상대로 너무 털어대는 것 같아서 이한의 양심이 조금 찔렸을 뿐.

‘여기인가?’

목적지에 도착한 이한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푸른 용의 탑 소속인 만큼, 다른 탑에는 올 기회가 별로 없긴 했었다.

푸른 용의 탑은 어딘가 사치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화려한 느낌이 들었지만, 불사조의 탑에서는 경건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쩌면 학생들의 차이 때문일지도 몰랐다.

‘...잠깐. 어떻게 들어가지?’

불사조의 탑 앞에 도착한 이한은 그제야 들어가는 방법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이한은 일단 한 번 무작정 시험해보기로 했다.

퉁-

“!”

탑의 정문에 무슨 보이지 않는 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한은 그대로 밀려났다.

‘침입자를 막는 마법인가. 하긴 당연히 그렇겠지.’

불사조의 탑 소속이 아닌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으면 난리가 날 것이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사제복을 입은 뱀 수인족 학생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한은 시아나 사제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아부를 앞에 넣고 말했다.

“저번에 그 뛰어난 물약을 만든 시아나 사제!”

“아이 참. 칭찬도 참 과하시네요.”

“칭찬이 아니라 당연한 말이었다.”

“이번에 물약을 만들었는데 좀 가져가세요.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될 거에요.”

시아나 사제는 아주 활짝 미소지으며 물약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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