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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16화 (116/687)

116화

-하지만 그 방법을 위해서는 너희들의 전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

“......”

이한은 표정 관리에 성공했지만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수상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교수들도 믿을 수 없는 학교였다.

선배라고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저렇게 말하고 설마 배신하는 건 아니겠지?’

‘왠지 저 선배, 푸른 용의 탑이나 흰 호랑이 탑 소속 같지 않냐?’

-...신입생들. 지금 날 의심하는 건... 제기랄! 빌어먹을 학교 같으니. 그래! 내가 의심이 되겠지. 나 같아도 그럴 테니까. 하지만 여기까지 이렇게 같이 와놓고서 서로 불신할 셈이냐!? 그리고 날 믿지 않으면 여기서 어떻게 나가려고!

“맞는 말이다.”

이한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을 달랬다.

이 얼굴 모르는 선배가 수상하긴 해도 지금 창고지기의 마법으로 주전자 주방에 갇힌 상황에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갇혀 있다가 잡히거나, 선배의 방법을 들어보거나.

“일단 들어보자고.”

-일단 너희가 만든 그 맥주사탕을 몇 개 줘야 한다.

“......”

살코의 눈빛이 수상쩍은 사기꾼을 보듯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살코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맥주사탕을 꺼냈다.

상대를 믿기보다는 이한의 말을 믿어서였다.

-내가 너희 신입생의 걸 뺏으려는 게 아니야.

‘점점 말이 수상해지는데...’

-알다시피 나는 오늘 여기까지 오면서 마법을 너무 많이 썼다. 남은 마력이 거의 없어. 회복해야 해.

‘아. 그렇겠군.’

이한은 상대의 말에 납득했다.

살면서 마력 부족을 느껴본 적 없는 이한과 달리 다른 마법사들은 마법을 쓰면 마력이 부족해지곤 했다.

이 얼굴 모르는 선배는 아까 강의실에서부터 주방까지 몇 번이고 마법을 써왔다.

슬슬 마력이 고갈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작아작-

허공으로 맥주사탕이 조금씩 사라졌다.

이한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마력이 부족한데 투명 마법은 어떻게 유지하고 계시는 겁니까?”

-내가 건 게 아니야.

‘...해골 교장?!’

담담한 글씨체였지만 이한은 왠지 선배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설마...

‘설마 해골 교장이 선배들하고 접촉 못하게 하려고 마법을 걸었나?’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한은 그러지 않았다.

이제 이한도 이 마법학교 자체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음. 원래 그런 사람이었지. 놀라면 나만 손해다.’

-됐다. 지켜보고 있어라.

마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됐는지 선배는 앞으로 향했다.

지금 창고지기가 주방 문에 사용한 마법은 공간 왜곡 마법이었다.

이름은 간단하게 들렸지만, 이걸 뚫는 입장에서는 절대 간단하지 않았다.

최소 세 단계의 마법이 필요했다.

먼저 <감각 강화>.

2서클 마법인 <감각 강화>는 부여 마법 중에서도 전사들에게 인기가 많은 마법이었다.

한 번 걸면 둔하고 느려터진 전사도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한 반사신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시각, 청각 등 감각이 강화된 덕분에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잡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 많아졌다.

공간 마법은 기본적으로 오감을 왜곡시키는 마법이라, 상대하기 위해서 최소한 이 정도 강화는 해줘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공간 인지>였다.

<공간 인지>는 1서클 마법이었지만, 그 난이도만 보면 2서클 마법인 <감각 강화>보다 더 어려운 편이었다.

공간 마법의 난이도 때문이었다.

이 <공간 인지>는 마법사 근처의 공간을 정확하게 머릿속에 넣어주는 역할을 했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어림짐작으로 계산하는 수준과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의 근처에 어떤 사물들이 위치해 있고, 그 사물들 사이의 거리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보통은 재빠른 적들을 상대할 일이 많은 전투마법사들이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마법이었지만, 공간 마법을 상대할 때도 이 마법은 필수적이었다.

인지조차 하지 못하면 해법은 찾을 수 없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적당한 파괴력을 가진 마법 하나가 필요했다.

어떤 마법이든 상관없이 파괴력만 있으면 됐다. 왜곡된 공간의 약한 부분을 찾은 뒤 뚫어야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마력은 회복됐고.’

선배는 심호흡을 했다.

순은의 상징을 짊어지고 있는 3학년으로서, 신입생들 앞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무엇보다 저기 몇 놈이 자길 의심하는 것도 상당히 괘씸했고.

“감각이여, 강화되어라. 공간이여, 인지되어라. 화염이여, 화살의 형태를 이뤄서 날아가라!”

빠르게 주문이 외워지고 마법이 시전되었다.

감각이 강화되고 주변의 공간이 정보화되어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염 화살이 번뜩이며 허공의 한 점을 찔렀다.

“!”

“와...!”

의심하던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도 화염 화살에는 감탄했다.

역시 선배는 선배구나!

주변을 태울 듯이 타오르는 화염이, 날카로운 화살의 형태를 유지하며 쏘아져나갔다.

신입생들이라면 저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 수 있었다.

화염 원소를 화살의 형태로 유지하고, 동시에 발사까지 할 수 있다니.

‘형태 유지가 불완전하고 발사할 때 통제력도 좀 끊기는 것 같군.’

...이한을 제외하고.

이한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흠칫했다.

‘아니. 내가 볼라디 교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잖아?’

형태 유지가 좀 불완전하고 통제력이 잠깐씩 끊긴다고 그게 무슨 큰 문제겠는가.

마법을 쓰는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볼라디 교수 같은 완벽주의자나 그걸 하나하나 지적하지...

이한은 스스로가 볼라디 교수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반성했다.

‘완벽에 집착할 필요 없다. 그러다가 볼라디 교수처럼 될 수도 있으니.’

팍!

화염 화살이 충돌하더니 불타며 사라졌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감탄하며 기다렸다.

‘언제 나가면 되는 거지?’

‘지금인가?’

-살...

“??”

-...려줘...

“......”

“......”

종이 위에 비뚤비뚤 새겨진 글씨에, 학생들은 선배가 실패했다는 걸 깨달았다.

*         *         *

선배가 살려달라고 해봤자 보이지도 않는 신입생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잠깐 시간이 지나자 선배가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글씨가 새겨졌다.

-...미안하다. 추한 꼴을 보였군.

“어떻게 된 겁니까?”

-실패했다.

“맥...”

“?”

옆의 검은 거북이 탑 학생 한 명이 입을 열자 이한은 의아해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맥주사탕 도둑...!”

“......”

-아니야! 내가 설마 일부러 실패했겠냐!!

선배는 맥주사탕을 먹고 튄 선배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는지 필사적으로 해명했다.

실패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공간 왜곡 마법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고 강해서 <공간 인지>에 마력이 지나치게 소모된 것이었다.

그리고 공간 왜곡 마법이 예상보다 견고하게 짜여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창고지기가 마력을 평소보다 더 불어넣어서 뚫기 힘들게 만든 모양이었다.

덕분에 화염 화살을 발사했는데도 뚫지 못하고 튕겨버렸다.

“그러니까... 저희의 맥주사탕만 드시고 탈출은 실패하셨다...”

살코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는 교장의 마법만 아니었다면 신입생과 멱살을 잡고 한 판 붙고 싶어졌다.

-이... 모자란 놈들... 저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도 모르면서...

“선배. <공간 인지>만 좀 알려주시죠.”

듣고 있던 이한이 말했다.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게까지 불가능해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감각 강화 마법은 <고나달테스의 기민한 발걸음>로.

관통에 필요한 마법은 <고나달테스의 날카로운 손>으로.

<공간 인지>만 배운다면 이한도 한 번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1서클 마법이니 운이 좋으면 바로 배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신입생. 너 진짜...

선배는 ‘1학년이 공간 마법을 즉석에서 배운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라고 타박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일단 지금 실패해서 꼴이 엉망이 된 본인이 할 소리가 아닌데다가...

저 신입생 입에서 ‘이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란 말도 좀 듣고 싶었던 것이다.

-좋다. 내가 최대한 상세히 써주지.

글씨를 쓰면서 선배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만약 이 신입생이 이 마법도 한 번에 성공하면 어떡하지?

*         *         *

한 시간 후.

이한 일행은 지하 주방을 빠져나와 달빛이 비치는 본관 앞뜰에 모여 있었다.

이한은 공중에 떠있는 종이에 대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선배. 감사합니다. 교수님보다 더 잘 가르쳐주시는 것 같습니다.”

“오...”

“역시 고학년은 다른가봐.”

이한의 말에 다른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도 그런가보다 했다.

워다나즈가 저러는 걸 보니 저 선배가 마법을 가르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게 분명했다.

어쩌면 저 선배는 마법을 쓰는 것보다 마법을 가르치는 것에 더 뛰어난 이론파일지도 몰랐다.

‘......’

신입생들이 자기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망정이었다.

선배는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근처 바위에 앉아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마법 헛배웠다...’

나름 같은 학년 중에서도 제법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 자부심이 완전히 박살이 난 것이다.

그것도 처음 보는 신입생한테!

탑의 다른 친구들한테 오늘 봤던 일들을 그대로 이야기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

말한다면 아마...

-내가 오늘 배고파서 주방에 뭘 좀 훔쳐 먹으려고 갔는데, 신입생 하나가 <파하이트의 하급 환상>을 가르쳐주니까 한 번에 배우더라. 하도 신기해서 <공간 인지>도 가르쳐줬거든? 그걸 한 번에 배우더니 창고지기가 쓴 공간 왜곡 마법을 한 번에 인지해버리고 뚫고 나가는 거야.

-주방 가서 술 먹고 왔냐?

-교장한테 잡혀서 마법 맞은 거 아니야?

-그보다 <공간 인지> 하나로 공간 왜곡 마법을 뚫을 수가 있나? 다른 것들도 필요할 텐데?

-아. 그건... 그, 신입생이... 그...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는데 교장이 예전에 썼던 마법을 쓴 것 같기도...?

-...네가 잘못 본 게 맞지. 신입생이 어떻게 교장의 마법을 써.

-내가 보기에 그 신입생은 변신한 교장일수도 있어. 야. 조심해라. 너 이번 주 내에 교장이 찾아와서 징벌방에 끌고 갈 수 있어. 이상한 소리 안 했지?

-애초에 신입생이랑 접촉을 하지 말라니까!

...같은 대화가 오갈 것이다.

“선배? 계십니까?”

“벌써 가신 것 아닌가?”

“할 이야기는 다 했으니까 그냥 떠나셨나보다. 멋지신데.”

-아직 안 떠났다...

선배는 기운을 차리고 일어섰다.

정말 충격적이긴 했지만, 이 마법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모두 충격적인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신입생이 자기나 다른 친구들보다 마법에 뛰어나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긴 했지만...

마법학교나 해골 교장도 딱히 받아들이기 쉬운 사실은 아니었다.

받아들이자!

-오늘 덕분에 고마웠다.

“아닙니다. 잘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누구 놀리냐?’

이한의 진심 어린 감사도 지금의 선배한테는 놀리는 소리로 들렸다.

-신입생. 원래 이 학교에서 밤에 만난 사람들끼리는 이름이나 가문을 묻지 않는다. 징벌방에 잡혀갈 때 같이 끌려갈 수 있거든.

“......”

너무 현실적인 이유에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네 이름은 정말로 알고 싶다. 만약 징벌방에 잡혀가게 되더라도 내 명예를 걸고 비밀을 지키마.

선배는 진지하게 글씨를 썼다.

정말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대체 뭐하는 새ㄲ... 아니, 신입생일까?

이한은 생각했다.

‘이 선배는 귀가 어둡거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부족하군.’

아까 검은 거북이 탑 친구들이 계속 워다나즈, 워다나즈 했는데 그걸 모르다니.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도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선배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신입생들과 달리 선배는 계속 복도 밖을 주시하면서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저 괴물 같은 신입생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간 것도 있었고!

이한은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해골 교장한테 밀고하지는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말해도 괜찮겠지.’

-먼저 나부터 말해야겠지. 나는 모라디 가문의 발파탄이다.

“......”

“...저는 가이난도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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