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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47화 (147/687)

147화

이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둑의 정체를 바로 짐작한 것이다.

‘반마법주의자들!’

저번에 가르시아 교수를 습격한 놈들처럼, 이번 봄 축제를 기회 삼아 학교 안에 침입한 게 분명했다.

“조심해. 요네르! 반마법주의자다!”

“어... 어어?”

요네르는 마찬가지로 긴장하고 있다가 이한의 말을 듣고 멈칫했다.

눈앞의 도둑이 반마법주의자라고 하니까 조금 이상했던 것이다.

보통 반마법주의자들은 시끄럽고 요란하게 사고를 치는 놈들이었다.

나름대로 신념과 자존심이 있기에 저런 도둑놈 같은 행색을 하고 밤에 몰래 들어오지는 않았다.

‘고용된 도둑인가?’

“비켜라, 애송이들! 다치기 싫으면!”

눈앞의 도둑은 이한과 요네르가 신입생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숏소드를 뽑아들고 사납게 위협하려고 했다.

그러나 도둑이 미처 숏소드를 다 뽑아들기도 전에 이한의 주문이 완성됐다.

“번쩍여라!”

사나운 외침과 함께 번개가 작렬했다.

도둑의 예상을 뛰어넘은 빠른 속도였다.

“무... 컥!!”

*         *         *

사실, 마법학교에 들어오는 침입자들이 전부 다 반마법주의자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마법주의자는 마법학교에 가장 들어오기 힘든 침입자에 속했다.

들어오면 크게 사고를 칠 놈들인 만큼 마법학교 쪽에서도 최대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마법학교에 들어오는 침입자들 중에 가장 많은 부류는 의외로 용병이나 모험가였다.

제국의 마법학교는 단순히 교육의 장소만이 아니라, 제국에서도 가장 뛰어난 마법사들이 모여서 마법을 연구하는 장소.

그 안에서 연구되는 것들은 아무리 하찮고 실패한 것들이라도 밖으로 가지고 나갈 경우 가치가 몇십, 몇백배로 뛰었다.

외부의 마법사들 중에서는 마법학교에서 연구하고 있던 것들이라는 말만 들으면 천금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이들이 많았다.

오늘 들어온 도둑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

-봄 축제 덕분에 에인로가드에서 외부인을 받는다고 하더군.

-설마?

-그래. 들어가서 돈 될 만한 걸 챙겨서 갖고 나오자고.

-하지만... 고위 마법사들과 엮이는 건 무서운데...

-물론 나도 마법사 놈들 중에 괴물 같은 놈들이 많다는 것 정도는 알아. 하지만 그런 놈들은 얼마 안 된다고. 손님들 사이에 끼어서 슬쩍 하나 훔친다고 그런 놈들이 나서겠어? 신경도 안 쓸 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들키지만 않으면 돼. 들키지만.

-으음! 확실히...

-마법 걸린 건물 터는 건 널 따라올 사람이 없잖냐. 저번에 그, 용병 마법사 누구였지? 그 양반이 걸어놓은 마법도 따고 들어갔고.

-그렇긴 하지.

나름 마법사들을 상대해 본 경험도 있겠다, 욕심도 나겠다.

그렇게 도둑은 신분을 위조해서 에인로가드 안으로 들어왔다.

봄 축제 때문에 마법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적당한 명분만 있으면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본관 아니었어??

-분명 본관이 있어야 하는데?

도둑들은 마법학교를 너무 얕봤다.

밖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1, 2서클 용병 마법사들과 마법학교의 마법사들은 그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준비가 덜 된 도둑들은 마법학교의 방어 마법과 환상 마법에 당해 제대로 된 위치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헤매고 헤매던 도둑들은 간신히 건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 찾았다!

-마구간이잖아...?

-마법학교의 마구간이라고! 희귀한 놈들이 많이 있을 거야!

-그, 그렇군!

외진 곳에 따로 위치한 마구간을 발견한 도둑들은 허겁지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마구간 안에 보이는 것들은 평범한 말들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말들밖에 없잖아!

-말이라도 데리고 나갈까?

-무슨 헛소리를... 말 데리려고 여기 들어온 줄 알아? 그리고 말을 어떻게 데리고 나갈 건데? 작은 놈이 아니면 갖고 나가기도 힘들어!

눈앞에 그리폰이 하나 있긴 했지만 불행히도 도둑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슬프게도 도둑들의 불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구간의 문을 열고 나오면서 신입생과 마주치기까지 한 것이다.

“......”

“...랫포드...가 아니군! 요네르! 도둑이다!”

소리지르는 학생을 본 도둑은 매우 당황했지만, 곧 침착을 되찾았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다가 상대는 신입생 같아보였다. 그 정도면 충분히 제압하고 빠져나갈 수 있었다.

“조심해. 요네르! 반마법주의자다!”

“!?”

도둑은 터무니없는 오해를 사자 당황했다.

반마법주의자라니.

말도 안 되는 오해였다.

그냥 돈이 되는 걸 조금 가지려고 들어온 거였는데...

‘젠장, 이럴 때가 아니다!’

도둑은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라도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이 올 수 있었다.

“비켜라, 애송이들! 다치기 싫으면!”

도둑은 날카롭게 갈린 숏소드를 뽑으려고 했다.

물론 학생들을 진짜로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마법학교의 아이템 한두개 도둑질하는 것과 학생을 다치게 하는 건 차원이 달랐으니까.

돈 좀 벌겠다고 들어왔다가 마법학교의 괴물들에게 평생 추적당하는 건 사양이었다.

...그러나 도둑은 알지 못했다.

자기 앞에 있는 신입생도 만만찮은 마법학교의 괴물 중 하나라는 것을.

“번쩍여라!”

번쩍이는 번갯불과 함께 근육을 지지는 고통이 도둑의 뇌를 불태웠다.

‘컥...?!’

고통을 떠나서 도둑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밖에서 마법사들을 몇 번 상대해 본 적 있는 만큼 도둑은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고 마법을 시전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알고 있었다.

사실, 마법은 의외로 전투에 쓰기 까다로운 기술이었다.

긴 주문을 외우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동안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집중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살기 넘치는 고함이 터져 나오고 무기가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물며 상대는 신입생이었다.

용병 마법사들도 실수하지 않고 주문을 외우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는데, 마법을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마법학교의 애송이라면 분명 더 걸려야 하는데...?

“크하아아악!”

“번쩍여라, 번쩍여라, 번쩍여라!”

‘그만해!!’

도둑은 바닥에서 경련하며 속으로만 외쳤다.

감전된 것 때문에 목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법 저항력이 있는 방어구를 차고 오지 않았다면 진작 기절했을 것이다.

고통 속에서 도둑은 자신이 마법학교를 너무 얕봤다는 걸 깨달았다.

‘장난이 아니구나...!’

대체 어떤 가르침을 받는지는 몰랐지만 마법학교의 신입생들은 차원이 달랐다.

도둑은 만약 살아서 나가게 된다면 마법학교 출신 마법사들은 그림자만 봐도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도, 도와줘 이 자식아...’

도둑은 아직 마구간 안에 있는 동료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같이 들어온 동료는 마구간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방적인 폭력에 얼어붙어서 감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은 이해갔지만 번개로 지져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욕이 나왔다.

‘도우라... 고...! 내가 제압당하면... 다음은 네 차례야...!’

그러는 사이 이한은 번개를 날리면서 물 구슬을 띄웠다.

운 좋게 우세를 점했지만 이한은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반마법주의자라면 저것도 속임수일 수 있었던 것이다.

“요네르. 뒤로 물러서.”

“으... 으응? 제압된 것 같은데?”

요네르가 전투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상대가 게거품을 물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아니야. 반마법주의자들의 속임수일 수도 있어.”

“그... 그래?”

요네르는 일단 이한의 말대로 뒤로 물러섰다.

상대가 게거품을 문 것 같았지만, 이한이 또 이런 부분에서 틀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쉭!

물 구슬이 날아들고 쓰러진 도둑을 강타했다. 차라리 도둑이 의식을 잃어서 다행이었다.

“...쓰러뜨린 것 같군.”

‘사실 아까 쓰러진 것 같은데.’

이한은 상대가 쓰러졌어도 방심하지 않았다.

각종 마법을 걸고 물 구슬을 더 띄웠다.

반마법주의자들은 원래 혼자 다니지 않는 법. 근처에 놈의 동료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빛이여!”

이한은 하늘 위로 거대한 빛의 구체를 쏘아 올렸다.

이 정도로 환한 빛의 구체라면 다른 교수들이 달려와 줄 것이다.

“이제 교수님들이 곧 올 거야. 그 때까지만 버티면 돼.”

“응...”

요네르는 쓰러진 도둑을 힐끗 쳐다보았다.

쓰러진 도둑의 수준을 보면 누가 교수님 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지 살짝 아리송했지만...

끼이익-

“!”

이한은 시선을 돌렸다. 마구간 안에서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이한은 지팡이를 겨눴다.

적이 나오는 순간 준비된 마법을 전부 날릴 생각이었다.

“살... 살려주십시오!”

그러나 나온 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도둑이었다.

마구간 안에서 동료가 마법으로 난타당하는 걸 본 도둑은 완전히 겁에 질려있었다. 양팔을 들어 올리고 간절하게 외쳤다.

“저는 반마법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반마법주의자가 아닙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

“번쩍여라!”

“크악!”

이한은 자비 없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번개를 맞은 도둑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걸 본 이한은 작게 중얼거렸다.

“음... 진짜 반마법주의자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

‘같은 탑 친구라서 다행이야 정말.’

*         *         *

가장 먼저 날아온 건 해골 교장이었다.

리치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밤잠이 없다는 것이었다. 소란을 보고받은 해골 교장은 누군가 탈출이라도 시도했나 싶어 신나서 달려왔다.

뭐냐... 도둑놈이잖아.

해골 교장은 오자마자 실망 섞인 눈으로 말했다.

이한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반마법주의자들이 아닙니까?”

그 놈들인 줄 알았나? 그 놈들이 그렇게 쉽게 들어오지는 못하지. 그리고 이렇게 약하지도 않고.

해골 교장은 말과 함께 도둑들을 훑어보았다.

약하다고 말했지만 도둑들의 장비는 꽤 고급이었다. 대(對) 마법사를 위해 나름 준비한 흔적이 보였다.

아마 다른 마법사들의 공방이나 본거지에 들어간 경험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 경험과 오만함이 이번의 화를 부른 셈이었지만...

해골 교장이 봐도 이한은 도둑들을 정말 호되게 제압했다. 아마 반마법주의자들이 위장한 줄 알고 계속 팬 모양이었다.

‘반마법주의자 놈들 때문에 더 맞았군.’

“그러면 그냥 도둑질하려고 들어왔단 말입니까?”

오히려 그런 놈들이 더 많지. 이 학교에 값진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런 도둑이 없을 리가.

“그런데 이런 축제를 열어도 됩니까?”

이한의 질문에 해골 교장은 코웃음을 쳤다.

도둑이 무서워서 축제를 열지 못하는 건 마법사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

“과연...”

납득이 갔다.

제국 최고의 마법학교가 한낱 도둑이 두려워서 행동을 조심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우스운 일이었다.

그리고 가끔 도둑이 들었다고 핑계를 대면 예산을 더 타낼 수도 있고...

“......”

“......”

이한과 요네르는 못 들은 척했다.

마법학교의 운영비화를 여기서 이렇게 들을 줄이야...

어쨌든 잘했다. 도둑놈들을 이렇게 잡다니. 이 도둑놈들은 내가 처리하마.

“그러고 보니 포상으로 외출권을 받을 수 있습니까?”

반마법주의자도 아닌 이런 허섭스레기들을 잡고서? 너는 리치도 아닌 놈이 양심이 없느냐?

“......”

더 가치 있는 놈을 잡으면 생각해보겠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도둑을 잡았는데 아무 보상도 안 해주시다니요.”

요네르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따졌다.

이한과 달리 요네르는 아직 해골 교장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아주 조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맞는 말이구나. 좋다! 적당한 걸 생각해보겠다.

해골 교장이 선선히 말하자 이한은 괜히 불안해졌다.

당연한 보상을 받는 건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참. 저 도둑놈만 들어온 게 아닐 테니, 학생들한테도 보초를 서게 해야겠다.

해골 교장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이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의 소환수들이 있지 않습니까?”

저런. 그런데 언데드들도 쉬어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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