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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48화 (148/687)

148화

“하긴 그렇습니다.”

“?!”

요네르는 이한의 반응에 당황했다.

언데드가 쉬어야 한다는 말은 살면서 처음 들었던 것이다.

혹시 요네르가 모르는 사이에 흑마법계에 그런 변화가?

“보초를 서게 된다면 어떻게 서게 됩니까?”

흐음... 각 탑에서 몇 명씩 뽑아서 밤에 돌아다니게 해야겠군.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쓸모 있는 방법이 아닌데.’

이한은 신입생들 몇 명이 밤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침입자들을 찾아내고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으로 붙잡힐 것 같았다.

“조금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리 걱정할 것 없다. 만약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소환수들이 전부 다 대응할 수 있지.

‘언데드도 쉬어야 한다면서...’

해골 교장이 방금 한 말을 바로 부정해버렸지만, 이한은 흔들리지 않고 대답했다.

“과연 그렇습니까.”

‘해골 교장이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안 그래도 학생들한테 쏘겠, 아니 쓰겠다고 마법 폭죽을 만들던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밤에 신입생들을 강제산책시키려는 게 매우 수상하게 느껴졌다.

“조심하는 게 좋겠군.”

“응?”

해골 교장이 돌아가고 나서 이한이 중얼거리자, 요네르는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침입자들을 감시하는 거니 당연히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침입자들 중에 어떤 사람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아니. 침입자들 말고 교장 선생님을.”

“......”

*         *         *

닐리아는 활을 꼬나 쥐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은 꽤나 경쾌했다.

의외로 다른 탑의 학생들은 밤에 순찰을 돌라는 해골교장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한 같은 학생이야 허락이 있든 없든 ‘내가 나가고 싶다면 언제든 그 시간이 바로 외출시간이다’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 꽤 많은 학생들은 저녁 지나면 외출을 잘 안 했다.

규칙이 규칙인 만큼 꺼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게 허락해줬으니 신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닐리아를 따라오는 랫포드의 표정은 심각했다.

“왜 그래?”

“도둑놈들을 얕보시면 안 됩니다. 언제 어디에 숨어서 도둑질할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프로도둑놈답게 랫포드는 ‘봄 축제 동안 도둑이 학교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교장의 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회만 되면 손을 놀리는 게 바로 도둑놈들 아니던가.

“그 정도 같지는 않던데...?”

닐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심각하다면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순찰 돌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냥 혹시 모르니까 돌아다니라고 하시는 거 아니야? 축제 기분도 느낄 겸?”

“확실히... 그런 거라면 다행이겠습니다.”

랫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축제는 단순히 웃고 떠들고 행사를 즐기는 것만 축제가 아니었다.

축제를 준비하고, 순찰을 돌고, 도둑을 대비하는 것도 축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였다.

랫포드가 도시에 있었을 때도 그랬다.

사람들은 축제보다 축제를 준비하는 걸 더 즐거워했던 것이다.

“그렇지? 별로 위험하지 않을 거야.”

“네. 옛날 생각이 납니다.”

“와... 축제 준비한 적이 있어?”

닐리아는 랫포드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산맥에서 태어나고 자란 게 부끄럽진 않지만 도시 출신들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바로 이럴 때였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들이 각종 축제와 도시의 즐길거리를 만끽할 때 닐리아는 활 들고 산 위를 오가는 사냥감을 쫓아다녔으니까!

“네.”

“어, 어땠어?”

“즐거웠습니다. 준비하면서 허점을 확인한 덕분에 크게 벌 수 있었습니다.”

“......”

닐리아는 못들은 척 하기로 했다.

“저기. 저기 불빛 보인다. 가보자.”

“예.”

닐리아는 멀리서 불빛이 보이자 확인하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탑 학생들인가?’

닐리아도 랫포드도 불빛이 보인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탑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다가, 저렇게 불빛을 대놓고 켜는 사람은 보통 침입자가 아니었다. 어떤 침입자가 저렇게 간 크게 행동하겠는가.

저건 분명 다른 탑 학생...

-■■■■■!

“그... 그리폰!!! 랫포드! 뒤로 피해!”

“!!!”

닐리아는 바로 활에 화살을 메기고 쏠 준비를 했다.

그리폰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산맥에서도 보기 힘든 몬스터가 여기 마법학교의 부지 안에 이렇게 있을 줄이야.

‘온갖 몬스터가 다 나온다고 듣긴 했지만 너무하잖아!’

닐리아는 섣불리 쏘지 않고 그리폰을 관찰했다. 괜히 겁난다고 급히 쐈다가는 상대를 자극할 뿐이었다.

만약 상대가 이쪽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넘어가는 게...

“닐리아. 나다! 진정해!”

“워... 워다나즈?”

닐리아는 익숙한 목소리가 그리폰에게서 들려오자 혼란스러워했다.

“그래.”

“그리폰으로 변신한거야?!”

“...그리폰 뒤를 봐!”

당황한 닐리아는 그제야 그리폰 뒤에 두 친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폰의 커다란 덩치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

‘그리폰으로 변신했냐니. 평소에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이한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닐리아에게 인사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넘어졌던 랫포드도 황급히 일어섰다.

“저... 저건?”

“진정해라. 설명할 수 있으니까.”

“말을 그리폰으로 변신시키신 겁니까?!”

랫포드의 말에 닐리아가 놀랍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설마?!

이한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닙니까? 저는 당연히 그런 줄...”

*         *         *

해골 교장이 돌아가고 나서 주변 확인을 끝낸 이한은 폰리그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는 요네르와 함께 조심스럽게 물약을 먹였다.

-저주를 완전히 해제할 수는 없다고 하셨지?

-응. 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 그건 저주의 힘이 물약의 힘보다 강해서 완전히 해제가 불가능한 거라고 하셨어.

-대체 왜 그렇게까지 강한 저주를... 아니다. 물어봤자 의미 없겠지.

펑!

-......

저주가 풀려서 말에서 그리폰으로 돌아온 폰리그는 이한과 요네르를 원망 섞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내가 뭐라고 했어’의 눈빛이었다.

그걸 본 요네르가 걱정된다는 듯이 속삭였다.

-그리폰이 되게 사납고 포악한 몬스터라고 했는데 공격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요네르. 그리폰은 한 번 충성을 바치면 계속 충성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만 우린 계속 의심했잖아.

-으음. 말이 되는군. 좀 거리를 둘까?

-■■■■! ■■■■!!

그리폰은 격렬하게 항의하듯이 울부짖으며 앞발로 땅을 쳤다.

-폰리그. 오해다. 난 널 믿는다니까.

-......

그리폰은 서러움과 억울함 가득 섞인 눈망울로 이한을 노려보았다.

이한은 그리폰을 달래기 위해 열심히 빗질을 해줘야했다.

그렇게 그리폰이 서러움을 조금 풀었을 무렵, 친구들이 나타난 것이다.

“과연... 워다나즈 님이 변신시킨 게 아니라 교수님께서 변신시키신 겁니까.”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닐리아는 황당하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그나마 멀쩡해보이던 번개걸음 교수님마저 저런 짓을 하고 있었다니.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

닐리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이한은 두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에게 말했다.

“둘 다 교장 선생님이 뭐 한다고 하면 가까이 가지 마. 특히 마법 폭죽 터뜨리려고 하시면 무조건 피하고.”

“뭐? 알겠어.”

“예. 피하겠습니다.”

위험한 환경에서 자라 온 두 친구들은 경고를 들으면 일단 받아들이고 생각했다.

이유는 나중에 물어도 되는 것이다.

“검은 거북이 탑에서는 너희들이 순찰인가?”

“예. 탑을 따라 빙 돌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다행이군.”

“?”

이한의 말에 닐리아는 놀랐다.

“침입자들이 진짜 위험할 정도로 많이 들어온 거야?”

“아니. 침입자는 아까 하나 잡았고.”

“?!”

“그보다는 교장 선생님이 더 위험하지.”

“?!!”

“둘은 축제 때 뭐 했지?”

교장 선생님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더 궁금하긴 했지만 닐리아는 일단 질문에 대답했다.

“연금술 돕고, 활쏘기 시합 나갔고...”

“저는 보물을 숨기기 좋은 곳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말 나 빼고 다 축제를 즐기고 있군.’

이한은 슬퍼졌지만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차라리 친구들이라도 즐겨서 다행 아니겠는가.

“보물을 숨기기 좋은 곳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고? 어느 교단에서 한 거야?”

요네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하셨습니다.”

“...뭐라고?”

“교장 선생님께서 보물을 숨기기 좋은 곳들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만...”

“다른 말씀은 안 하셨나?”

“보물찾기 한다고 하셨습니다.”

“......”

이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해골 교장 성격에 평범한 보물찾기를 즐길 리는 없고...

‘대체 얼마나 함정을 많이 깔아놓으려는 거지?’

*         *         *

다음 날.

축제가 다시 시작되기 전, 이한은 이른 아침에 번개걸음 교수를 찾아갔다.

“교수님. 제가 타고 있는 말이 아무래도 그리폰 같습니다.”

번개걸음 교수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알아차렸군.”

“...그런 짓을 대체 왜?”

“나중에 진짜 그리폰을 만나서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는, 지금 말로 변한 그리폰을 만나서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낫지 않겠냐.”

“오...”

순간 납득하려던 이한은 정신을 차렸다.

생각해보니 그리폰을 상대하는 방법을 꼭 배워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엄숙한 표정으로 개소리를 하시는군.’

이한은 저런 것에 속지 않았다.

“과연 그렇습니까.”

“별로 납득한 표정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닙니다. 납득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말해봐라.”

“여기 본관 주변에서 그리폰을 타고 날아오르면, 아무래도 마법이 방해를 하지 않겠습니까?”

눈치 빠른 이한인 만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굳이 마법학교 본관의 높은 첨탑에 비행동물들을 위한 마구간이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마법학교의 하늘에도 정해진 길이 있어서였다.

다른 길로 멋대로 날아올라서 탈출을 시도했다가는 온갖 마법이 날아오리라.

“그렇겠지.”

번개걸음 교수는 이한의 속마음이 뻔히 보였다.

그리폰이란 걸 알자마자 타고서 탈출하려고 하다니.

난 놈은 난 놈이었다.

“제 수준에서 지금 그걸 피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지.”

번개걸음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걸려 있는 마법이 수십 개가 넘는데 이한이 그걸 다 파훼하는 건 무리였다.

그 전에 경보가 울리고 다른 교수들이 날아올 것이다.

“아마 첨탑 마구간 같은 곳처럼 외부와 연결된 길이 있는 곳을 찾아야겠지요.”

“...!”

번개걸음 교수는 오랜만에 소름이 돋았다.

‘대체 어떻게?!’

밖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들어오는 곳 중 하나인 만큼, 첨탑 마구간은 마법으로 방해받지 않는 하늘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신입생이 벌써 알아내다니.

“맞다. 놀랍군. 벌써 찾아내다니...”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다른 곳을 알려주십시오.”

이한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번개걸음 교수는 황당해했다.

“뭐?”

“첨탑 마구간은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곳이니, 방해하는 마법이 없는 다른 길을 하나 알려주십시오.”

“......”

번개걸음 교수는 할 말을 잃었다.

뭐 이런 놈이 있냐?

하지만 뻔뻔한 것도 마법사의 재능 중 하나였다.

그리고 눈앞의 소년이 해낸 일은 확실히 칭찬을 받을 만했다.

‘하긴 그리폰의 정체를 알아냈으니...’

번개걸음 교수 본인이 한 짓이었지만, 솔직히 어떻게 알아차렸나 아직도 신기했다.

교수가 입을 열기 전에 이한이 다시 말했다.

“만약 교수님께서 알려주시지 않는다면, 밖에서 온 손님들에게 그리폰의 일을 말하겠습니다.”

“...종이 꺼내라. 한 곳만 알려주겠다.”

번개걸음 교수는 제자가 생각보다 정말 만만찮은 놈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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