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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50화 (150/687)

150화

“그렇군.”

“?!”

흰 호랑이 탑 학생 한 명이 이한의 무표정한 반응에 경악했다.

보통 더 놀라야 하지 않나?

“저게 안 놀랍냐?”

“그다지.”

이한은 냉정하게 말했다.

사실 저 정도면 아마 숨겨진 보물들 중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할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밖에서 봐도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쉬웠다.

정말 위험한 건 보물상자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 위험을 알 수 없는 함정들이었다.

이한은 아직도 해골 교장이 호수를 건너게 한 다음 모래사장 밑에 함정을 파놨던 걸 잊지 않았다.

“투탄타.”

“워다나즈.”

이한은 근육질의 키 작은 드워ㅍ, 아니, 엘프를 보고 인사했다.

살코와 패거리들도 저 보물상자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노려보았다.

아직 누가 가져갈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없나?’

황녀의 추종자 중 한 명인 키락 가문의 네블렌이 보였다.

이한은 네블렌에게 물었다.

“우리 탑 애들은 어디 갔지?”

“저기 사이에 끼느니 다른 거 찾는 게 낫겠다고 떠났는데...”

“너는?”

“황녀님께 바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지.”

‘황족 놈들 너무 인생 편하게 사는군.’

심술이 난 이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네블렌. 황녀도 네가 저걸 바치는 걸 원하지 않을 거다. 왜냐? 보물은 스스로의 힘으로 손에 넣어야만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

“그... 그런가?”

푸른 용의 탑 학생들 중에서 이한이 진지하게 말하는 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학생들 중 가장 황녀와 친한 이한이 저러니 네블렌은 솔깃해서 흔들렸다.

“가이난도를 봐라. 가이난도는 다 스스로의 힘으로 얻으려고 한다.”

“근데 가이난도 황자는 애초에 누가 뭘 주지도 않았...?”

“황족의 품격은 단순히 타고난 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행실로 완성되는 거지. 자. 네블렌. 너는 황녀를 진정으로 존경하는 게 맞나?”

“그... 그렇군... 네 말이 맞아.”

“그래. 뭘 바치지 말고 네 인생을 살아라.”

네블렌이 감명 받은 표정으로 떠나자,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살코와 패거리들이 매우 감명 받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지 마라.”

“어째서? 다른 놈들도 들어야 하는데...”

내버려두면 살코가 지나가는 손님들 붙잡아서 ‘이봐, 워다나즈가 너희에게 대단한 연설을 해줄 거야’하고 끌고 올 것 같았다.

이한은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저 장작더미... 불을 끄려고는 시도해봤나?”

“워다나즈.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흰 호랑이 탑 학생 한 명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마법학교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난 만큼, 다들 어느 정도 마법을 쓸 수 있었다.

물론 워다나즈처럼 입학 전부터 고대 마법의 비의를 깨닫고 온갖 사악한 비전을 꿰고 있는 놈을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당연히 시도해봤지. 봐라.”

흰 호랑이 탑 학생 한 명이 물을 불러냈다.

주먹만한 물 덩어리가 장작더미 위에 끼얹어지고 그대로 증발되었다.

살코도 고개를 끄덕였다.

“흙으로도 시도해봤지.”

살코는 석공 출신답게 흙 원소 마법 관련해서는 벌써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살코가 흙으로 진화(鎭火)를 시도했는데도 꺼지지 않았다면 쉽게 꺼지기 힘든 불이라고 봐야 했다.

“너도 실패했나? 까다로운 마법이 걸려 있는 불인가보군.”

“야...”

흰 호랑이 탑 학생은 분노했다.

내가 시도한 건 무시하고 저 엘프가 시도했다고 하니까 믿냐?!

‘마법이 몇 개 걸려 있는 거지?’

이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작더미 가까이 다가갔다.

타오르는 화염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일단 화염 꺼지지 않도록 마법 걸었을 거고...’

“움직여라!”

이한은 지팡이를 휘둘렀다.

역시 마법으로 가져가는 것도 방비가 되어 있었는지 마법 자체가 걸리질 않았다.

“직접 들어가야 하는 것 같군.”

“......”

“역시...”

이한의 말에 다른 탑 학생들은 각오하고 있었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들도 이한이 오기 전부터 어느 정도는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직접 들어가서 꺼내 와야 하는 거 아닌가?

꺼지지 않는 화염에 움직이지 않는 보물상자.

그게 말하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들어가서 직접 가져와라!

“사실상 타죽으라는 거 아니야?”

“자기 언데드라고 너무하시네 정말.”

수군거리는 학생들을 보며 이한이 입을 열었다.

“내가 화염 저항을 부여하는 마법을 배우긴 했다.”

“과연...”

살코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살코 패거리 중 하나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살코. 알고 있었어? 저게 안 놀라워?”

“지금 놀라고 있었는데.”

“그, 그렇군.”

이한의 말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워다나즈가 화염 저항을 걸 줄 안다는데...

-누가 들어갈래?

-아무리 그래도 좀 위험하지 않나?

-워다나즈가 마법 관련해서 허언을 할 놈이 아니잖아. 검은 거북이 탑 놈들이 먼저 들어가게 하면 안 된다고.

-좋아. 내가 들어가지.

살코 패거리 중 한 명은 대화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흰 호랑이 탑 놈들. 벌써 워다나즈가 화염 저항 마법을 쓸 줄 안다는 부분에는 아무도 위화감을 못 느끼나?’

그가 알기로는 화염 저항 마법을 자신도 아니고 남에게 걸려면 난이도가 한층 더 뛰었다.

신입생이 ‘나 할 줄 안다’라고 저렇게 담담하게 말할 마법이 아닌 것이다.

“워다나즈! 우린 준비됐다. 마법 걸어라!”

“그런데 너희, 정말 날 믿고 화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나?”

이한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침묵하더니 서로를 쳐다보았다.

“...네 인성은 믿지 않지만 네 마법은 믿는다. 워다나즈.”

“이제 곧 너희한테 화염 저항 마법을 걸어줄 사람한테 하는 말치고는 좀 겁이 없군.”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태도가 급격히 공손해졌다.

“아니... 워다나즈... 왜 이러시는...”

“농담이다. 잠깐 기다려봐라.”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에게 마법을 걸어주기 전에, 장작더미의 화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물 덩어리를 불러왔다.

“샘솟아라!”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공격을 당한다면 그 마법의 힘도 줄어들기 마련.

아까 다른 학생들이 불러낸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물 덩어리가 허공에서 솟아났다.

‘주변에 물 한 방울 없는데 이 정도 물을...?!’

다른 탑 학생들은 경외감 섞인 시선으로 이한의 마법을 쳐다보았다.

매번 물 구슬로 사람 패던 모습만 봐서 잊기 쉬웠지만 눈앞의 소년은 단순히 마법전투에만 능한 게 아니었다.

모든 마법의 비의를 탐구하는 워다나즈 가문이 키워낸 걸작!

촥! 촥! 촥!

이한은 물 덩어리를 불러오고 불러오고 또 불러와서 화염 위에 던졌다.

그러자 장작더미의 화염이 그냥 꺼져버렸다.

‘어?’

“......”

“...???”

“!”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이한이었다.

탓!

이한은 장작더미 위로 빠르게 뛰어오르더니 보물상자를 챙기고 반대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기사 가문 출신인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한 발짝 늦게 반응할 정도로 놀라운 속도였다.

“야!! 야!!! 워다나즈 이 자식아!”

“돌아와! 우리 침착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팔짱을 끼고서, 사라져가는 이한의 뒷모습을 지켜본 살코는 입을 쩍 벌리고 있는 패거리들에게 말했다.

“내 말이 맞지? 절대 워다나즈하고는 혼자서 거래하지 마라.”

“알... 알겠어. 살코.”

*         *         *

이한은 <고나달테스의 기민한 발걸음>으로 육체를 강화하고 <파하이트의 하급 환상>으로 추적자들의 시선을 교란한 다음 빠르게 따돌렸다.

‘없군.’

추적자가 없다는 걸 확인한 이한은 뿌듯한 표정으로 상자를 팔에 끼고 걸었다.

“가르시아 교수님!”

이한은 저 앞을 걸어가는 트롤 교수를 발견하자 벌써부터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마법학교의 다른 교수들은 절대 줄 수 없는 안심감이었다.

“이한 학생?”

“안녕하십니까.”

“그 보물상자는... 교장 선생님이 마법 걸었던 상자 아니에요? 용케 빼냈네요.”

가르시아 교수는 보물상자의 겉모습만 보고서도 걸려 있던 마법들을 대략적으로 짐작했다.

꺼지지 않는 화염, 조종 주문 방지 등등 신입생들을 어떻게든 괴롭히기 위한 집념의 결정체였다.

“불 끄고 가져왔습니다.”

“?!”

“그런데 교수님. 상담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니... 그게... 대체... 어떻게... 네. 알겠어요.”

어떻게 보물상자를 손에 넣었는지 정말 궁금했지만, 눈앞의 소년은 평소에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그런 학생이 상담할 게 있다면 매우 중요한 이야기리라.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자. 앉으세요.”

*         *         *

“...그래서 비블레 버두스 교수님께서는 계속 제가 부여 마법에 재능이 없다고 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 정도면 그럭저럭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부여 마법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기도 한데... 가르시아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

가르시아 교수는 탁자 밑으로 주먹을 내렸다.

그리고 돌멩이 하나를 주먹에 쥐었다.

빡!

돌멩이가 가루로 변했다.

“버두스 교수 그 새... 그 분의 말은 너무 귀담아듣지 마세요.”

“방금 새끼라고?”

“버두스 교수님은 정말로 훌륭하신 마법사지만 학생의 교육이나 수준에는 좀 무관심한 편이시거든요.”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이한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가르시아 교수에게 물어본 것 아니겠는가.

사실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제자 앞에서 마법학교의 열악한 교육을 인정하게 된 꼴이 되자 가르시아 교수는 부끄러웠는지 헛기침을 했다.

“이한 학생.”

“예.”

“이한 학생은 부여 마법에 재능이 있어요.”

“!”

“그냥 재능이 있다고 말하면 과소평가고, 그 정도면 천재적이에요. 부여 마법 하는 게 맞아요. 해야 해요.”

<아지르모 소환 부여>.

빛으로 된 드래곤의 환상을 종이 안에 새기는 마법.

<하급 화염 저항>.

화염 원소에 대한 저항력을 자신이 아닌 다른 세계에 투사하는 마법.

이건 부여 마법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1학년이 익힐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한 학생이 가진 특유의 마력량은, 부여 마법과 가장 잘 맞는 걸지도...’

어마어마한 마력량은 부여 마법 도중 잦은 파괴와 실패의 원인이 됐지만, 그걸 감안한다면 강력한 장점이 됐다.

쉼 없이 무한에 가깝게 시도할 수 있고.

원래라면 다른 방법으로 구현해야 할 효과도 그냥 마력량으로 해결하고.

마법진 구조나 순환에 오차가 있어서 전체 마력량이 부족하더라도 신경쓸 필요가 없고.

꼽아보니 하나같이 다 강력한 장점들이었다.

이 장점들이 이한이 갖고 있는 뛰어난 마법의 재능과 어우러져 부여 마법에서 이런 성과를 낸 것이리라.

“감사합니다. 가르시아 교수님. 덕분에 결심이 섰습니다. 부여 마법을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

가르시아 교수가 저렇게까지 말하자 이한은 부여 마법까지만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애초에 가장 환금성 높은 학문인  만큼 관심도가 높았다. 저런 말까지 들은 이상 안 배울 이유가 없었다.

‘교수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이 마법학교의 교수들은 어차피 다 이상하다. 다른 선배들이 견뎌냈다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

“어...”

이한이 그렇게 말하자 가르시아 교수는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지금 이한 학생이 전문으로 배울 예정인 마법 과목들이 몇 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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