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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53화 (153/687)

153화

마법전투 실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유미디후스의 눈에 다른 3학년 학생들이 발견된 것이다.

“저기 학생들도 훔친 걸 숨기고 있구나.”

‘여기는 도둑밖에 없나?’

도둑들이 많이 들어온 건지, 아니면 학교가 도둑들을 만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유미디후스는 시약과 재료를 숨기려는 학생들을 가리켰다.

“저것도 가져와라.”

“예.”

강도질도 한 번 할 때보다 두 번 하는 게 더 수월했다.

이한은 다시 접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까처럼 수월하지 않았다.

까아아악! 까아아아악!

가까이 다가가자 거슬리는 새 울음소리가 산 위로 울려 퍼진 것이다.

경보 마법에 3학년 학생 둘은 기겁해서 외쳤다.

“추격자가 붙었다!”

“모습을 드러내라, 숨은 존재여!”

“!”

과연 3학년은 만만치 않았다.

미리 걸어둔 경보 마법이 습격자를 경고하자, 주변에 누군가 숨어 있다는 걸 깨닫고 바로 투명화 해제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덕분에 이한은 하나 배웠다.

‘다음부터는 상대의 경보 마법부터 교란해야겠군.’

두 선배는 복면 쓴 이한의 모습에 당황했다.

생각했던 추격자와 달랐던 것이다.

뭐지?

“교장 선생님이 보낸 건가?”

“당연히 교장 선생님이 보냈겠지! 겉모습에 속지 마라! 널 혼란시키려는 거야!”

이한은 선배들의 오해를 굳이 풀지 않았다.

“...그렇다! 감히 고나달테스의 물건을 훔치려고 하다니!”

“크윽...!”

“사실상 당신이 강요한 거잖아! 쏘아져...”

3학년 선배들이 억울하다는 듯이 저항하려고 했지만 이한이 한 발 더 빨랐다.

곡선을 그리며 사각에서 날아온 물 구슬이 선배들의 지팡이부터 날려버렸다.

팍!

놀랍게도 선배들은 마법 전투에 있어서 상당히 허술한 편이었다. 마법 실력이야 뛰어났지만 빈틈이 너무 많았다.

볼라디 교수였다면 바로 자기 사각부터 경계했을 터.

이한처럼 혹독하게 마법전투훈련을 받은 학생에게 3학년 선배들은 온실 속의 화초나 마찬가지였다.

“컥!” “크헉!”

“......”

기절한 선배들을 보자 이한은 갑자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거 나중에 뒷감당 되나?’

설마 선배들이 범인을 찾지는 못하겠지?

*         *         *

만족한 유미디후스는 이한과 함께 하산했다.

내려오는 길에 유미디후스는 흰 호랑이 탑의 신입생들을 발견했다.

해골 교장이 숨겨 놓은 상자 중 하나를 찾았는지 소중하게 껴안고 어디서 열지 떠들고 있었다.

‘신입생이면... 필요 없겠군.’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에게는 마법전투의 경험이 최대한 많이 필요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준이 있었다.

유미디후스가 보기에 이한에게 같은 학년 학생들은 별다른 경험이 되지 않았다.

확실한 고평가.

그러나 이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상대하게 해주십시오.”

“하지만 별로 배우는 게 없을 텐데...?”

“상대가 누구든 간에 배우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한은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이 가진 해골 교장의 상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한이 얻은 상자 하나는 우레걸음 교수의 오두막에 두고 온 바람에 아직 열어보지 못했지만...

상자는 많을수록 좋았다.

“그렇다면 가보려무나!”

“예!”

이한은 오늘 받았던 가르침 중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퍽! 퍼퍼퍼퍽!

보이지도 않는 공격에 기습당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픽픽 쓰러졌다.

그러나 1학년들은 선배들과 달랐다.

“너... 너... 이 자식... 워다나즈지...?! 큭...”

‘아니. 어떻게 알았지?!’

보지도 않고 자신의 정체를 짐작한 친구들의 모습에 이한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안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이미 기절한 뒤였다.

*         *         *

수요일.

아산은 하품을 하며 마법진의 남은 부분을 그리는 이한을 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워다나즈. 어제 축제는 즐겼어?”

“그래.”

“뭘 했는데?”

“볼라디 교수님 천막 돕고... 교장 선생님한테 불려가서 폭죽 만들고.”

아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가 어제 많이 바쁘게 일한 모양이었다.

하긴 이한은 지금 학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 중 한 명이었으니 저렇게 바쁜 것도 이해가 갔다.

“유미디후스 님한테 가르침 좀 받고, 아프하 교단에 가서 불 마법 수련 받고...”

“...?”

듣고 있던 아산은 뭔가 이상해짐을 느꼈다.

어라?

‘저렇게 일만 하면 대체 언제 축제를 즐긴 거지?’

“대충 이 정도?”

“...워다나즈. 미안한데 그건 축제를 즐긴 게 아닌 것 같은데.”

“무슨 말이야. 축제를...”

아산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하던 이한이 멈칫했다.

놀랍게도 이한 본인도 이제까지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즐기지 못했군.”

“...내가 미안해.”

“아니야. 이거 돕는 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이한은 그렇게 말하고 마법진을 마저 그려나갔다. 그러나 그 뒷모습은 살짝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그걸 본 아산은 매우 미안해졌다.

‘나 때문에...!’

아침부터 나이튼 교수의 마법진을 만드느라 나와서 고생하고 있는 친구의 다크서클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 이한의 다크서클은 좀 다른 이유로 생긴 것이었다.

‘상자 안에 넣을 정도면 그냥 풀어서 주지 그걸 또 암호로 꼬다니.’

이한이 얻은 해골 교장의 상자는 총 두 개.

흰 호랑이 탑 학생들한테서 뺏은 건 놀랍게도 꽝이었다.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

-오수 고나달테스

꽝이 없을 리가 없다고 예상은 했었지만 직접 보니 솔직히 열이 받았다.

그리고 더 억울한 건...

‘흰 호랑이 탑 놈들은 꽝이라고 말해줘도 안 믿을 거라는 거지!’

그나마 다른 상자 하나는 세 페이지로 이뤄진 마법 주문이 들어 있었다.

...복잡한 고대 문자와 뒤죽박죽의 암호로.

원래 마법서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지만 해골 교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친절하게 풀어서 써줄 능력이 있는데 일부러 저렇게 쓴 게 분명했다.

덕분에 이한은 밤잠을 줄여가면서 마법 주문을 해독해야 했다.

아직도 절반이 남은 만큼 하루는 더 밤을 새야 하리라.

“그러니까 지금...”

“사제님. 제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제국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아침 일찍 온 이한과 아산의 뒤를 이어, 새로운 학생들이 떠들면서 강의실에 나타났다.

심각한 표정으로 수군거리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한은 의아해했다.

‘뭐지? 해골 교장이 언데드라도 풀었나?’

“무슨 일이지?”

“티질링 사제가 상자에서 외출권을 발견했어.”

“......”

“......”

이한과 아산의 표정이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아니...?!

‘마법이고 노력이고 운이 최고였나?’

이한은 씁쓸한 기분으로 들어오는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티질링 사제를 둘러싸고 수많은 친구들이 제안을 던지고 있었다.

“티질링 사제님. 외출권을 쓰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제게 팔아주세요! 식사로 나오는 빵 50개를 드릴게요!”

“너 미쳤어?! 티질링 사제님. 저는 빵 500개를 드릴게요! 덤으로 치즈와 소시지도!”

‘말려야겠군.’

이한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보물을 찾으면 주변의 사람들이 사악한 마수를 뻗는 법.

저걸 말릴 사람은 이한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한이 입을 열기도 전에, 티질링 사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걸 받아주십시오.”

“!!!”

이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느껴졌다.

딱히 티질링 사제가 악마 혼혈이라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고...

‘눈을 감고 받고 싶군.’

아무리 이한이 외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제의 손에서 뺏는 건 좀 그랬다.

게다가 같은 프리싱가 교단 소속 아닌가. 티질링 사제의 외출권을 날름 받아 챙기면 나중에 다른 사제들을 볼 낯이 없었다.

“...아니. 괜찮다.”

이한이 거절하자 친구들이 더 아쉬워했다.

“워다나즈! 어째서!”

“사제님. 그러면 제가 받겠...”

“다들 조용히 해라. 이 명예도 없는 놈들.”

이한의 말에 친구들은 얼굴을 붉혔다.

외출권을 보고서 나갔던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내가 무슨 짓을...!’

‘부끄럽다!’

친구들이 부끄러워하는 사이 이한은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하지만 저는 밖에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괜찮다.”

“게다가 대접받은 게 너무 많잖습니까.”

“정말 괜찮다.”

“그래도...”

티질링 사제가 쉽게 포기하지 않자 이한의 굳은 결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산이 도와줬다.

“아닙니다. 사제님. 워다나즈는 절대 그런 걸 받을 사람이 아닙니다.”

아산은 이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단호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워다나즈를 보십시오. 자신의 명예에 어긋나는 그런 행동을 할 친구처럼 보이십니까?”

“...그렇다면...”

티질링 사제는 아산까지 그렇게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망설이며 외출권을 집어넣었다.

이한은 아산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고맙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우리 탑 학생들은 다 알고 있는데.”

“아주 고맙다.”

“두 번 말할 필요 없는데?”

이한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아산이 도와준 게 맞았다.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외출권을 주머니에 넣었을 테니까.

“티질링 사제님. 절대 다른 사람한테 외출권을 주지 말라고. 알겠나? 그건 본인을 위해 써야 해.”

이한은 악의로 가득 찬 마음으로 강하게 말했다.

이한이 받지 못한다면 다른 놈들도 절대 저걸 얻을 수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머뭇거리던 티질링도 하도 이한이 강하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끝낸 이한은 뱀 수인족 학생을 보고 말했다.

“이번 우레걸음 교수님의 축제를 돕기 위해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시아나 사제.”

“안녕하세요. 밖에서 온 마법사들에게 벌써 소문이 자자하신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두 신입생은 훌륭하게 서로를 칭찬했다. 아산도 살짝 감탄했다.

‘저게 인사지.’

귀족들 사이에서는 세련된 칭찬도 중요한 매력이었다. 남을 세련되게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호평받았다.

“안 그래도 시아나 사제. 물어볼 게 하나 있었는데. 괜찮겠나?”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이한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시아나 사제를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내가 길을 가다가 이런 걸 주웠는데...”

이한은 3학년 선배들에게서 뺏은 재료들과 시약들을 꺼내보였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습격당했지만, 3학년 선배들은 다 똑같은 종류의 재료들과 시약들을 갖고 있었다.

이쯤 되니 이한도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과제 같은데, 뭘 만드는 재료지?’

“뭘 위한 재료인지 혹시 알겠나?”

이한이 꺼낸 시약들과 재료를, 시아나 사제는 신중하게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고민하듯이 생각에 잠기다가 박수를 쳤다.

“뭔지 알 거 같아요!”

“역시 시아나 사제! 플레맹 교단의 으뜸가는 천재답군!”

“이건 원수 감지의 물약이네요.”

“원수 감지의 물약...?”

원수 감지의 물약.

한 명 대상을 정해서, 그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물약이었다.

“그런데 이런 걸 길에서 주웠다고요?”

“그래.”

“원수 감지의 물약은 신입생들이 만들 물약이 아닐 텐데요?”

시아나 사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원수 감지의 물약은 아무리 쉽게 잡아도 신입생들이 만들려고 시도할 물약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걸 길에서 줍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선배들이 흘리고 갔나봐.”

“신기한 일이네요...”

“그러게. 정말 신기한 일도 다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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