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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55화 (155/687)

155화

“아하! 그런 오해가!”

알펜 교수에게 설명을 들은 이한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어떻게 이런 오해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그 오해로 학생들의 실력이 더욱 늘었을 테니, 이런 걸 즐거운 실수라고 하는 거겠지요?”

얼굴 근육에 힘을 집중시켜서 표정을 관리하던 이한이었지만, 발드로가드에서 온 마법사가 한 소리는 순간 정신줄을 놓을 뻔하게 만들었다.

‘상대가 정신계 마법을 썼나?’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열 받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하!”

“아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이한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같이 웃었다.

뒤에서 친구 한 명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니까 원래 다 완성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런 개고생을 한 거야?”

“개고생이라니. 무슨 말이야? 마법을 배우기 위한 시행착오가 어떻게 고생이지?”

이한은 친구의 입을 다물게 만들기 위해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개고생이 맞았지만 교수들 앞에서 개고생이라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마법사들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정말 훌륭하네. 워다나즈 군. 그런 마음가짐이 있었으니, 이렇게 빠르게 완성시킬 수 있었겠지. 그런데 저 별도로 완성시킨 부분은...”

이한은 재빠르게 변명했다.

같은 결과라 하더라도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법.

“교수님께서 저희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주신 덕분에, 이렇게 임시로 완성해보았습니다.”

교수의 실수를 완곡하게 덮는 제자의 화법.

그러나 알펜 교수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 그건 실수였네. 미안하게 됐군.”

“......”

*         *         *

“어땠어?”

“훌륭하군.”

마법진을 다 둘러본 마법사들은 잠시 강의실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한의 감정과 별개로, 알펜 교수는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다 완성하라고 준 게 아니었던 만큼 후반부는 비어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걸 신입생이 자신의 지혜로 해결하다니.

게다가 그 빛의 구체.

부여 마법으로 띄운 것 같았는데 들어온 지 몇 분이 지나도 모습을 유지했다.

“몇 분이 지났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니. 신입생이 즉석에서 마법을 추가해서 기존 마법진과 연결시킨 거야.”

“실로 놀라운 일이지.”

“정말 아쉽게 됐어. 제국 관료에도 저런 인재가 필요한데...”

켄드리의 말에 알펜 교수는 엄한 시선을 던졌다.

“농담한 거야. 농담. 나도 알고 있다고. 당연히 마법에 전념하게 해줘야지.”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 아니겠나.”

두 마법사는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결의했다.

저 어린 천재가 마법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         *         *

“꼭 나쁜 건 아니다. 교수님께서 상당히 높게 평가하셨잖나.”

“맞아. 워다나즈.”

“그래. 다른 곳에서 온 손님들도 엄청 놀라시던데?”

이한과 달리 친구들은 빠르게 충격에서 회복했다.

처음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교수님의 칭찬과 외부에서 온 손님들의 감탄이 훨씬 더 기분 좋았던 것이다.

완성된 마법에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게 바로 마법사의 보람 아닐까?

“꼭 나쁜 건 아니다. 교수님께서 상당히 높게 평가하셨잖나.”

“???”

“워다나즈? 왜 그래? 알겠다고 했잖아.”

“꼭 나쁜 건...”

“워다나즈! 워다나즈! 왜 그래! 괜찮아!?”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이 걱정된다는 듯이 이한을 잡고 흔들었다.

이한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래. 나쁜 건 아니다.’

애초에 알펜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아산 혼자 해도 되는 일을 같이 한 것 아니었던가.

어떻게 보면 초과달성한 셈이었다.

아무리 고지식하고 엄격한 알펜 교수라 하더라도 이한의 이름이 기억에 조금은 남았으리라.

‘나중에 관직에 도전할 때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이한이 최대한 행복한 상상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이,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어떻게든 마법진의 흠집을 잡아보려고 궁리하고 있었다.

“여기가 조금 세련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나였다면 여기 선 세 개를 하나로 뭉쳐서 효율적으로 했을 거야.”

“하지만 그랬다가는 여기에 마력 충돌이 일어나서 이쪽 구체에는 마력 공급이 일어나지 않아.”

“이런 제기랄! 어떻게 이런 마법진을 그리 빨리 만든 거지? 마력이 무한하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쉿! 품위 없게!”

“미, 미안. 내가 발드로가드의 명예를 더럽힐 뻔했어.”

‘뭐하는 거지, 저놈들?’

이한은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걸 보며 의아해했다.

손님들은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는데 계속 마법진에 매달려서 수군거리는 모습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을 걸어야 하나? 하지만...’

이한은 먼저 말을 거는 게 껄끄러웠다.

왜냐하면...

발드로가드 학생들을 패도 너무 팼던 것이다.

볼라디 교수가 갖고 있는 외출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집중하다보니 손속에 사정을 둘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더 살살 패도 됐을 텐데.’

괜히 말을 걸었다가 이한에게 맞은 학생이 시비라도 걸면 일이 귀찮아졌다.

바로 그 때였다.

파지지지직!

“!!”

“뭐하는 거야 너!”

친구 한 명이 깜짝 놀라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발드로가드의 학생 한 명이 중앙에 위치한 환상 조각상을 건드려서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아... 아니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런 비열한... 발드로가드에서는 이런 걸 가르쳐!?”

“아니야! 아니라고! 발드로가드와는 상관없어! 내 실수야!”

상대 학생은 자신의 실수가 발드로가드의 명예까지 더럽힐 상황으로 커지자 어찌할 줄 몰라했다.

금세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나이는 선배라고 해도 에인로가드 학생들보다 고작 나이 한 살 많은 학생들이었다.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 때 능숙하게 수습할 능력이 없는 게 당연했다.

‘좋지 않군.’

이한은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수나 외부 손님들이 돌아와서 지금 상황을 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실수를 한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물론이고, 그런 발드로가드 학생들을 지나치게 몰아붙인 에인로가드 학생들도 같이 훈계를 들을 수 있었다.

‘아무리 상대가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손님이다. 너무 몰아붙이면 오히려 안 좋아.’

“너희 이 외출도 마음대로 하는 발드로가드 자식들!”

“너희는 휴일에도 도시에서 놀 거 아니야!”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에인로가드 학생들의 분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그게 뭐가 어때서?”

“뭐가 어때서?! 뭐가 어때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

“다들 진정해라.”

이한은 친구들을 말렸다. 화를 내던 친구들도 이한이 나서자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주춤했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타고난 분위기가 있었다.

방금까지 열이 올라서 떠들던 사람도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보내는 차가운 눈빛을 똑바로 마주하면 갑자기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워다나즈. 기껏 만든 조각상이 망가졌어.”

“중앙을 장식하는 조각상이 없으면...”

빛의 구체들이 양 옆을 장식하고, 가운데에 있는 환상 조각상이 그 자태를 자랑해야 이 마법진은 완성되는 셈이었다.

‘마법진을 지금 당장 고치는 건 무리겠군.’

이한은 훼손된 마법진을 확인하고 혀를 찼다.

발드로가드 학생이 실수로 밟은 탓에 뭉개지고 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대신할 만한 걸 소환할게. 걱정하지 마라.”

“?!”

이한은 비블레 버두스 교수한테서 강제로 배워야 했던 마법을 꺼냈다.

그냥 기본적인 빛이나 화염 정도면 됐는데, 굳이 빛으로 된 드래곤을 폭죽으로 소환하고 싶었던 비블레 교수 때문에 강제로 배워야 했던 마법.

<아지르모 부여>였다.

제국의 드래곤들 중 유명한 드래곤들은 역사에 이름이 남곤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지르모였다.

동화나 전승에도 나오는 유명한 드래곤이었기에 발드로가드 학생들도 금세 모습을 알아보았다.

“아지르모잖아!”

“저걸 불러내다니...!”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물론이고 에인로가드 학생들도 이한이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홀린 듯이 쳐다보았다.

펑!

‘이런. 실패했군.’

역시 <아지르모 부여>는 어려웠다. 빛 원소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이리저리 꼬아야 하는 만큼 단순한 <빛 부여>와는 차원이 달랐다.

“실패하신 건가...?”

“바보야! 실패하신 거면 타격을 입으셨겠지. 저건 준비하는 과정이야.”

“과, 과연.”

‘실패한 건데.’

발드로가드 학생들의 소곤거림을 들으며 이한은 빠르게 다시 시도했다.

교수들이 들어오기 전에 상황 수습을 해놓는 게 서로에게 좋았다.

여섯 번의 시도 끝에 이한은 아지르모를 마법진 중앙에 부여하는 데에 성공했다.

파아아아아앗!

아까 조각상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고 위엄찬 드래곤의 모습에 학생들은 모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실수를 한 발드로가드 학생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한에게 다가왔다.

“정말... 정말...”

“아무 말 할 필요 없다.”

이한은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상황을 원만하게 수습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상대에게 필요 이상의 모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이한도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주말마다 밖에 나가서 방탕하게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분노가 치솟긴 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게다가 물 구슬로 팬 원죄가 있는 만큼 이렇게라도 친절하게 해둬야...

“정말 감사합니다.”

“?”

“선배님. 다음에 밖에서 뵙게 되면 꼭 저희 가문의 저택을 방문해주십시오!”

“...???!”

*         *         *

이상한 오해를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한은 오해를 풀지 못했다.

대화를 끝내고 돌아온 교수들이 마법진이 달라진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발드로가드의 마법사는 훼손된 마법진과 학생들의 표정만 보고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오. 그러지 마시오. 학생들끼리 원만하게 수습하지 않았소. 오히려 이러면 학생들의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것이오.

-...감사합니다.

발드로가드의 마법사는 이한을 따로 불러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했다.

-워다나즈 가문의 명성은 많이 들었지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교수님. 그런데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워다나즈 가문의 소문만 듣고 두려워하는 학생이 있다면, 제국의 귀족이 그런 소문에 속지 말라고 단단히 말해놓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앗. 이만 가봐야겠군요. 다시 한 번, 너그러운 대응에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

“발드로가드 놈들 조금 짜증나지 않냐?”

이한의 말에 아산은 매우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재수 없는 놈들이야. 외출도 멋대로 하고, 찾아온 주제에 마법진도 부수고.”

‘아차. 이래서 마법학교들끼리 서로 싫어하게 되는 건가?’

이한은 아산의 격한 반응에 정신을 차렸다.

입학하기 전에는 ‘그런 쓸데없는 경쟁심을 왜 가지지?’라고 생각했는데, 에인로가드에서 고통을 겪다보니 다른 마법학교 학생들이 괜히 얄미워졌다.

이건 매우 비이성적인 행동이었다.

‘정신 차리자. 해골 교장의 술수에 넘어가서는 안 돼.’

“워다나즈! 들었어!?”

“뭘?”

“가이난도가 외출권을 찾았대!!”

“!”

이한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아산이 옆에서 다급하게 말했다.

“워다나즈! 누가 뺏어가기 전에 우리가...!”

“......”

“...방금 말은 잊어줘. 너무 불명예스러운 말이었다. 달카드 가문 출신으로서 부끄럽군.”

“아니. 마음은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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