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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58화 (158/687)

158화

“후...”

이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자세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

우레걸음 교수는 속으로 제자를 욕했다.

‘이 자식이 진지한 얼굴로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만약에 다른 학생, 예를 들어 가이난도 같은 놈이었다면 ‘허튼소리하지 말고 시험이나 준비해라!’하고 호통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우레걸음 교수는 이한에게까지는 그러지 않았다.

호통을 치기에 눈앞의 제자는 너무 성실하고, 또 너무 맡은 일이 많았으니까.

“알겠다. 이거나 마셔라.”

보리 포션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포도 포션과 쌀 포션이 있었다.

우레걸음 교수는 탁자 밑에서 포도ㅈ, 아니, 포도 포션과 쌀 포션을 꺼내서 이한 앞에 내밀었다.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술에 취하면 위험합니다.”

‘이 자식이 정말로 신입생이 맞단 말인가?’

이런 흥겨운 축제 때 술... 이 아니라 포션을 거절하다니.

실로 강철 같은 인내심이었다.

“매복하고 있는 곳을 뚫어야 한다면... 동료를 늘려야겠지.”

“흠.”

이한은 우레걸음 교수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았다.

외출권을 손에 쥔 게 이한만은 아니었다. 지금 추세를 보면 다른 탑 학생들도 각각 서너 명 이상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들과 함께 진형을 짜고 습격에 대비해서 함정을 돌파한다면?

‘음. 내 말 안 듣겠군.’

푸른 용의 탑이나 불사조의 탑 학생들은 몰라도 검은 거북이 탑이나 흰 호랑이 탑은 이한 말을 죽어도 안 들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전에 친구들을 공격해서 제압한 다음 협박해야 하나?

‘어쩌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다른 불가능한 방법들을 제외하고 났을 때 남은 방법이 있다면, 그게 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이더라도 정답일지 몰랐다.

친구들을 먼저 공격해야 하긴 했지만...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한이 미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우레걸음 교수는 살짝 흐뭇한 웃음을 흘렸다.

제자에게, 그것도 이한 같은 제자에게 진심 섞인 감사를 받는 건 스승으로서 기쁜 일이었다.

“도움이 됐다니 기쁘군 그래. 그래서 정말 마시지 않을 거냐?”

“괜찮습니다. 그런데 명색이 마법학교의 축제인데 술...이 아니라 이런 포션으로 충분합니까?”

이한의 말에 우레걸음 교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람들이 연금술에 대해 뭘 알 것 같냐? 천변만화의 과정을 거친 물약을 보여줘 봤자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같은 연금술사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냥 물약이구나 하고 넘어가겠지. 하지만 이런 걸 만들어주면...”

“모두 행복해하는군요.”

“바로 그렇다.”

뛰어난 연금술사는 술도 잘 만드는 법.

이한은 우레걸음 교수의 <연금술사는 어떻게 인맥을 관리하는가?> 연설을 흥미롭게 들었다.

골방에 박혀서 물약이나 만드는 연금술사들은 대체로 비사교적인 경우가 많기에, 이런 술을 잘 만들어 보내야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된다는 요지의 연설이었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이한은 나중에 우레걸음 교수가 술 만드는 걸 잘 지켜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뇌물을 잘 바치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이다.

“감탄했습니다. 교수님.”

“오냐.”

“그러면 이 포션을 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너 지금 안 마시고 나중에 팔려고 이러는 거냐?”

*         *         *

해골 교장은 권태로운 시선으로 자리에 모인 쓰ㄹ... 손님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영광스러운 제국의 명사분들... 그리고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자랑스러운 학생들!

‘가증스럽다.’

‘졸업하면 평생 리치하고는 엮이지 말아야지.’

손님들이 감탄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것과 별개로 신입생들은 해골 교장을 노려보았다.

또 뭔 짓을 하려고!

이제 축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잠시 휴식도 취할 겸, 모인 분들에게 간단한 수수께끼들을 내보려고 합니다.

쉬면서 서로 수수께끼를 주고받는 건 귀족들이나 평민들이나 즐겨 하는 놀이 중 하나였다.

게다가 제국에 명성이 자자한 현자 중 하나인 해골 교장이 수수께끼를 낸다고 하니, 손님들은 흥미로워하며 시선을 던졌다.

과연 어떤 수수께끼를 낼 것인가?

참. 밖에서 오신 손님들도 잘 맞히신다면 여기 외출권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도 참... 그걸 저희가 어디에 쓰겠습니까?”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

화기애애한 손님들의 분위기와 달리, 아직 외출권을 손에 넣지 못한 학생들은 그야말로 불타올랐다.

그리고 아직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발드로가드의 손님들이었다.

“이건 기회야.”

“맞아.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에게 우리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

‘눈치가 없나?’

이한은 발드로가드 학생들을 안타깝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여기서 누구라도 수수께끼 잘 맞혀서 외출권 손에 넣는 순간, 에인로가드의 1학년들은 졸업할 때까지 발드로가드 학생들을 철천지원수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저렇게 의욕을 불태우다니.

자. 그러면... 다들 제 나이를 맞춰보십시오.

“?”

“??”

말도 안 되는 수수께끼에 모인 사람들 모두 황당해했다.

그건...

수수께끼도 아니잖아!

‘수수께끼의 새로운 개념을 만드시는군.’

-크르릉.

“왜 그래?” 이한은 샤르칸이 소매를 붙잡고 끌어당기자 의아해했다.

샤르칸이 초조해하며 따라오라는 듯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설마?’

이한은 충실한 언데드 소환수의 경고를 무시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자세를 낮추고 발걸음을 옮기자 샤르칸이 길을 안내했다. 이한은 소환수와 함께 인기척 없는 본관 뒤쪽으로 향했다.

천으로 뒤덮인 거대한 짐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천으로 뒤덮였지만 이한은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폭죽이군.”

드러난 틈새로 매우 익숙한 마법 폭죽이 눈에 들어왔다.

이한은 이게 왜 본관 뒤쪽에 이렇게 쌓여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그런 건 이제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었으니까.

‘수수께끼고 뭐고 피해서 탑에 들어가 있을까?’

그러나 이한의 그런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폭죽 더미 사이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생전 처음 보는 마법사였다.

“...이런 빌어먹을, 들키다니! 넌 뭐하는 놈이냐!”

“!”

상대가 욕설을 내뱉으며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이한은 본능적으로 대응했다.

“샤르칸, 공격해라! 마비되어라!”

이한이 마법학교에서 배운 것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자신을 제압하려고 하면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설령 그게 해골 교장의 부하라 하더라도!

‘아직 징벌방은 아니다! 제압한 다음 자리를 뜨면...!’

이한은 반드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일념으로 집중했다.

쓰러뜨리고 지금 상황을 무죄로 만들겠다!

*         *         *

마법사, 오고닌은 해골 교장의 부하가 아니었다.

제국에서 제법 명성이 높은 마법사 중 하나였다.

...물론 명성이 높다고 해서 도둑놈이 아닌 건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오고닌은 확실한 도둑놈이 맞았다.

에인로가드에 대해 잘 모르는 마법사일수록 환상을 가지기 마련.

불행히 오고닌은 명성과 실력에 비해 에인로가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한 착각에 빠져버렸다.

저 안에는 자신이 찾는 수많은 신비와 비전이 있을 거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들어가서 무사히 찾아가지고 나오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그렇지.

그러나 마법사들은 아무리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찾는 것이 있다면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족속.

오고닌도 그런 경우였다.

축제 때 여러 도둑들과 모험가들이 들어왔다가 붙잡혀나갔지만 오고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명성이나 붙잡혔을 때의 뒷일도 상관하지 않았다.

-반드시 들어가서 신비를 손에 넣고야 말겠다!

오고닌은 그 명성만큼이나 실력도 뛰어났다.

덕분에 신분을 위장해서 들어오는 것도, 들어온 뒤에 주변의 눈을 피해 돌아다니는 것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운은 폭죽 더미를 발견하기까지였다.

폭죽 더미(오고닌은 처음에는 이게 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를 발견한 오고닌은 거기서 느껴지는 강력한 마력에 반색했다.

-아하! 무언가 연구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군!

정확한 조사를 하기 위해 오고닌은 주변에 결계를 쳤다.

-잊혀버린 자의 의지가, 여기 다가오는 자를 막을 지어다!

어설픈 투명화 마법이나 시야 굴절 결계보다 훨씬 더 강력한, 다가오는 사람의 의지를 꺾고 돌려보내는 고등한 정신 계열 마법이었다.

그렇게 결계를 친 다음 오고닌은 폭죽 더미를 조사하려고 했다.

...웬 신입생이 갑자기 결계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         *         *

‘결계를 어떻게 피한 거야!?’

오고닌은 설마 신입생이 어마어마한 마력으로 결계를 무시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도둑질이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했나...! 이런 실수를...’

오고닌은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신입생한테 들켜서 소문이라도 난다면 얼마나 망신이겠는가.

“다른 자의 환영이 너를 삼킬지어다!”

오고닌은 강력한 환상마법을 시전했다. 상대의 정신에 직접 간섭해 환영을 보여주는 마법이었다.

온갖 예상치 못한 환상에, 신입생은 방금 자신이 목격한 게 무엇인지도 눈치채지 못하리라.

“...?”

그러나 이한은 환상마법을 맞고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무언가 마력의 파동이 몸을 후려치긴 했는데...

‘뭐야?’

상대가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이한은 상대의 실수를 감사히 받아먹기로 했다.

이미 수많은 교수들을 상대해오면서 배웠던 것이다.

여유를 부리지 마라.

제압할 수 있을 때 제압해라!

“번쩍여라!”

번갯불이 번쩍이며 오고닌에게 달려들었다. 오고닌은 대경실색해서 옆으로 굴렀다.

신입생이 시전한 것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번개 마법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환상마법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더 충격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오고닌은 상대가 신입생이 아닌데 자신이 착각했나 싶었다.

4, 5학년 학생일지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말은 안 됐다. 4, 5학년 학생이어도 자신의 환상마법을 이렇게 튕겨낼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른 자의 환영이...!”

“번쩍여라!”

‘크윽!’

상대방이 쏘아보내는 마법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 위력이 살벌한데다가 시전속도는 장난아니게 빨랐다.

원래라면 상대방이 환상마법이 통하지 않는 특이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전략을 바꿔야했다.

하지만 오고닌의 자존심이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에서 환상마법으로 명성을 쌓은 사람 아닌가.

고작 학생 하나를 상대하지 못해서 쩔쩔매는 건 지나친 굴욕이었다.

“너의 마음을 내가 지배하노라!”

‘아니. 더럽게 잘 싸우시는군!’

다시 한 번 강력한 환상마법을 튕겨냈지만, 정작 이한 본인은 그걸 눈치 채지 못했다.

대신 상대방이 피하는 솜씨에 감탄했다.

보아하니 마법전투 경험이 꽤 있는 것 같았다.

이한이 마법을 쓰려고 할 때마다 먼저 몸을 굴리고 피하는 걸 보니.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자꾸 쓸데없는 마법만 쓰는 걸까?

‘제압하려는 건가?’

하긴 해골 교장의 부하라면 학생들을 다치지 않게 제압하려고 해도 이상하지 않... 아니 좀 이상했지만 그럴 수는 있었다.

상대의 그런 배려를, 이한은 감사히 이용하기로 했다.

‘징벌방에 갈 수는 없다!’

이한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미친듯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허공에 수십 개가 넘는 물 구슬이 빠르게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고닌은 그제야 기겁해서 외쳤다.

“잠깐, 잠깐!”

“용서하십시오. 교수님!”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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