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60화 (160/687)

160화

“그런 즐거운 기회를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거절하지 않을 줄 알았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 꿍꿍이를 담아 말했다.

선언을 끝낸 해골 교장은 외출권을 들고 모인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축제를 망친 오고닌을 향한 복수는 나중 일이었고, 지금은 눈앞의 학생들을 먼저 처리... 아니, 돌봐줘야 했다.

여기 모인 학생들이 전부인가?

“예!”

축제 때 행운과 실력으로 보물을 찾았으니, 나 고나달테스의 이름으로 너희를 축복하노라.

“감사합니다...?”

“왜 저러시지 갑자기?”

“축제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셨나?”

학생들은 의아해하며 속삭였지만 진상을 아는 이한은 달랐다.

공포 그 자체!

이번 외출을 하는 무쇠대가리들에게, 토요일의 일출부터 일요일의 일출까지 자유와 방종을 허락하겠다. 너희들은 해가 뜨기 전까지 학교의 정문으로 모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시작이군.’

*         *         *

“잠깐.”

“왜 그러지?”

해골 교장이 사라지자 흩어지려던 학생들은 이한의 부름에 멈칫했다.

그리고는 경계했다.

“모두 조심해!”

“워다나즈다. 투탄타 말 기억하지? 절대 넘어가지 마.”

“외출권 꺼내지 마! 외출권 숨겨!”

“......”

친구들의 싸늘한 반응에도 이한은 상처 받지 않았다.

원래 예언자는 박해 받는 법.

“친구들. 내 말을 들어봐라.”

“듣고 있다. 워다나즈. 말해봐라.”

다른 탑의 친구들은 뒷걸음질쳐서 거리를 벌린 다음 이한의 말을 기다렸다.

이한은 침착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5분 후.

학생들은 기묘한 표정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의 표정이었다.

“정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말이 안 되잖아.”

“대체 그렇게까지 하실... 분이긴 하지.”

“그것도 그렇긴 한데.”

‘아니. 생각보다 잘 들어주는군.’

이한은 친구들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긍정적인 것에 놀랐다.

이제까지 이한이 했던 일들 덕분...

...보다는 해골 교장이 쌓은 사악한 악명 때문이긴 했다.

“그런데 넌 이걸 어떻게 알아낸 건데?”

“그건...”

“워다나즈잖아. 당연히 알아낼 수 있었겠지.”

“하긴.”

“?”

자기들끼리 묻고 대답하는 다른 탑 학생들의 모습에 이한은 의아해했다.

뭘 당연히 알아낼 수 있다는 거지?

“워다나즈. 그래서 이 이야기를 우리한테 알려준 이유가 뭐지?”

“대가로 외출권 내놓으라는 거 아니야?”

“아니다. 이렇게 된 이상, 다 같이 협력해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거지.”

“......”

흰 호랑이 탑 학생들과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아주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아... 이걸 받아야 하나?”

“모라디. 어떻게 생각해?”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하지 않아?”

“하지만 교장 선생님이 진짜 함정을 설치해 놓았다면...”

진짜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고민하는 학생들의 반응에, 이한은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을 보며 물었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덥나?”

“당연히 아니지. 워다나즈. 저 자식들이 멍청하고 보는 눈이 없는데다가 의심만 많아서 그래.”

“기껏 워다나즈가 살려주려고 하는데도 저러다니! 물론 워다나즈가 휴게실을 습격하고 몇몇 흰 호랑이 탑 놈들을 두들겨 패기는 했지! 하지만 그건 일종의 가르침이었잖아?”

“교훈이라고 할 수 있지.”

‘괜히 물어봤군.’

이한이 무섭냐, 해골 교장이 무섭냐로 한참을 토론하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과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결론을 내렸다.

“좋아. 워다나즈. 함께하지.”

“우리도 같이 움직이겠다. 하지만 정문을 나서면 따로 움직일 거다.”

“그래. 나도 너희하고 밖에서까지 같이 다닐 생각은 없다.”

“그리고 우리를 화살받이로 쓰는 건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래.”

“우리를 함정이 있을 때 먼저 보내거나, 우리를 마법 시험 상대로 쓰거나, 우리를...”

“...알겠다. 알겠어.”

이한은 이번 외출에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가진 오해를 좀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엄격한 학교의 규칙 때문에 쌓인 오해가 사라지지 않고 오래 가고 있었다.

‘학교가 서로 사이에 오해를 쌓아 놓는군.’

*         *         *

이한, 가이난도, 요네르, 아산.

푸른 용의 탑에서 외출하는 학생들은 다음과 같았다.

“나가게 되면 뭐 할 거야, 가이난도?”

“일단 새 카드 세트 좀 사고...”

“...카드 말고!”

“카드놀이 좀 그만 해!”

친구들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가이난도에게 외쳤다.

가이난도는 푸른 용의 탑 내 카드놀이 1인자라고 할 수 있었다.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한 번 카드놀이를 하게 되면 자기가 이길 때까지 붙잡고 늘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달에 새 카드 세트가 나왔을 텐데...”

“나 책 좀 사다주라.”

“난 간식.”

“술도 가능한가?”

“술은 정문에서 걸릴 걸.”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을 보며 이한은 안타까워했다.

저렇게 안일한 마음이라니.

저런 마음가짐으로는 외출해서 크게 상처받으리라.

“나는 일단 카페에 가서...”

“틀렸다. 가이난도.”

“응?”

“정문을 통과하기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 마라.”

“으... 으응?”

“마음 단단히 먹고. 중간고사를 미리 본다고 생각해라. 놀지 말고 일찍 자고. 해 뜨기 전에 다른 탑 놈들하고 모여서 정문으로 갈 거다.”

이한은 진지하게 충고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일찍 잘 생각이었다.

내일은 새벽부터 격전이 벌어질 테니까.

이한이 개인실로 올라가자 가이난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한이 왜 저러지?”

“워다나즈가 없는 말 할 사람은 아닌데, 너 일찍 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냐. 괜찮아. 괜찮아. 카드놀이 한 판 할래?”

“제발 다른 것 좀 하자...”

*         *         *

“으아악! 으아아아악!”

가이난도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이한은 가이난도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뒤로 물러나 있어! 방패여, 펼쳐져라!”

이한은 거대한 물 방패를 불러냈다.

멀리서 날아온 점성 있는 녹색 액체 덩어리가 물 방패 위로 철썩 달라붙었다.

“저게 뭐야?!”

“수면잡이! 액체에 닿지 마라! 닿으면 강제로 수면에 빠져들 테니까!”

사실 다른 탑의 학생들은 이한이 진지하게 경고했을 때, 마음속 어딘가에 의심이 남아 있었다.

-정말 교장 선생님이 그런 짓을 할까?

-아무리 그래도 교장 선생님인데 진짜?

-워다나즈가 우릴 속이려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의심은 새벽에 정문으로 출발하자마자 사라졌다.

가는 길목에 웬 기괴하게 생긴 식물형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녹색 액체 덩어리를 쏘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방패 만들 수 있는 놈들은 방패 만들어라! 요네르! 준비했던 거!”

“여기!”

요네르는 물약병을 꺼내 친구들에게 돌렸다.

“던져!”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자세를 낮추고 하라는 대로 병을 던졌다.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타올랐다.

화르륵!

“워다나즈...!”

화염 물약에 당한 수면잡이가 공격을 멈추고 허둥대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정말로 놀랐다.

함정이 있을 거라는 걸 예상한 것도 놀라웠지만 어떤 함정이 있을지 정확히 예측하다니.

검은 거북이 탑 학생 한 명이 믿기 힘들다는 듯이 물었다.

“워다나즈. 저 몬스터가 나올 줄은 어떻게 알았지?”

“내가 직접 상대해봤으니까.”

“......”

“......”

학생들은 경악했다.

뭐라고!?

‘워다나즈 가문에서 시킨 건가?’

‘너무하는군...!’

물론 워다나즈 가문에서는 그런 걸 시키지 않았다.

이한이 지금 매복해 있는 몬스터들에 대해 잘 아는 이유는, 창고지기와 같이 탈주한 몬스터를 잡으러 돌아다녔기 때문이었다.

다시 상대해야 하는 만큼 이한은 철저하게 몬스터들을 확인해두었다.

그리고 상대할 방법도.

금요일 하루를 꼬박 사용해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몬스터가 쓰러졌어!”

“기다려! 섣불리 다가가지 마라.”

“가서 숨통을 확실히 끊어...”

성질 급한 흰 호랑이 탑 학생 한 명이 달려 나가려고 했다.

이한은 등짝을 지팡이로 후려갈겼다.

빡!

“기다리라고 했잖나!”

“미, 미안.”

조금 기다리자 아니나 다를까 수면잡이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죽은 척을 한 모양이었다.

“다시 던져!”

다시 한 번 둥그런 플라스크 병이 허공을 갈랐다.

수면잡이는 멀어지면 수면 효과가 있는 녹색 액체를 쏘아대고, 가까워지면 덥석 삼키는 성가신 놈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면 상대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방어를 탄탄히 한 다음 뒤에서 약점만 노리면 되니까.

쿵-

“쓰, 쓰러졌다.”

“좋아. 움직인다.”

이한은 방심하지 않고 학생들을 재촉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워다나즈가 우릴 노릴지도 몰라’ ‘워다나즈가 우리 외출권을 뺏을지도’하며 경계하던 학생들도 태도가 확 달라졌다.

일단은 해골 교장의 함정부터 극복하고 보자!

“모라디. 이번에는 정말 워다나즈가 도와주려고 한 걸지도...”

“어리석기는.”

흰 호랑이 탑 학생의 말에 지젤이 대답하기도 전에,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이 끼어들었다.

살코 패거리 중 하나였다.

“워다나즈는 저런 식으로 널 길들이려는 거다. 너는 이미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군.”

“뭐... 뭐?”

“곧,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면 워다나즈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겠지. 투탄타 같은 대장이 없는 너희들로서는...”

“야. 꺼져.”

“저것들이 말 기분 나쁘게 하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짜증을 내며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을 밀어냈다.

흰 호랑이 탑은 푸른 용의 탑하고만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니었다. 검은 거북이 탑도 만만치 않게 서로 싫어했다.

“모라디. 저 자식들 말 신경 쓰지 마.”

“신경 안 쓰고 있는데? 그보다 앙라고 알파.”

“응?”

앙라고는 지젤의 부름에 움츠러들었다.

“네가 외출권이 있었나? 들은 기억이 없는데?”

“아... 그게.”

염소 수인족 학생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가짜야.”

“...뭐라고?”

“가짜라고.”

앙라고는 이 가짜 외출권에 있었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저번에 워다나즈 놈이 만들어줬었는데, 어제 우연히 만났다가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 외출권. 학생들 많이 나갈 때 같이 사용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래야 들킬 확률이 줄어들지.

-과... 과연! 워다나즈. 네 잔머리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그래. 다 널 위해서 해주는 말이다.

“......”

지젤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경멸하듯이 앙라고를 쳐다보았다.

믿을 게 없어서 워다나즈가 준 가짜 외출권을 들고 나오다니?

“위험하단 건 알고 있지?”

“알아. 모라디.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학기 끝날 때까지 못 나갈지도 모른다고...!”

지젤은 속으로 혀를 찼다.

보아하니 말린다고 말을 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지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해.”

“으, 응! 고마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한이 앙라고를 불렀다.

“앙라고. 이리 와라. 강화 마법을 걸어줄 테니까.”

“워다나즈 놈이 앙라고한테 이상하게 친절한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저번에 섬에서 같이 싸워서 그런가?”

“......”

*         *         *

이한은 사방에 불과 빛을 불러내서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샤르칸을 시켜 숨어 있던 그림자괴물을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그림자괴물은 불과 빛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사납게 달렸다. 그러자 이한은 바로 길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

“잡았군. 가자.”

싸움도 소란도 없이 순식간에 끝났다.

가이난도는 다른 친구들이 속으로만 하고 있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근데 이한 혼자 왔어도 됐을 것 같...”

“쉿. 조용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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