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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61화 (161/687)

161화

‘정문까지 이렇게 거리가 멀었나?’

검은 거북이 탑 학생 중 한 명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주변이 어슴푸레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긴장되고 두려웠다.

“대기. 내가 준비할 동안 기다려라.”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같은 편일 때는 정말 든든하다는 것!

각종 강화 마법을 학생들에게 걸고, 상황에 맞는 물약을 손에 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소환수까지 불러낸 다음 몬스터를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처리하는 모습에는 감탄만 나왔다.

“다 처리했다. 가자.”

확인을 끝낸 이한이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 돌아왔다.

그 뒤쪽으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희미한 빛이 이한의 머리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은 순간 그 성스러운 광경에 압도당했다.

“해... 해가...”

“해야 당연히 뜨겠지. 가자고.”

“......”

“맞고 갈래? 그냥 갈래?”

“간, 간다.”

이한이 지팡이를 들고 겨냥하자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은 바로 환상에서 깨어났다.

내가 잠시 미쳤나보다!

*         *         *

해골 교장은 정문 앞에 둥둥 떠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첫사랑을 기다리는 것 같은 설렘이 영혼에서 느껴졌다.

몇 명이나 쓰러졌을 것 같나?

“잘 모르겠습니다.”

재미없기는. 아무리 그래도 1/3은 쓰러졌겠지. 수면잡이를 가장 앞에 배치했나?

“예.”

창고지기의 대답에 해골 교장은 만족스러워했다.

방심한 학생들에게 수면잡이는 매우 치명적인 몬스터였다. 지금쯤 몇 명은 꿈나라로 떠났을 것이다.

그림자괴물도?

“예.”

훌륭하다. 햇빛이 아직 약해서 학생들은 상대하기 힘들 거다.

미리 준비라도 했으면 모를까 그림자괴물은 학생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

해골 교장은 설레어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 표정이 곧바로 정색으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숫자가 많지?

“신입생들의 실력이 뛰어난 모양입니다.”

창고지기의 타당한 대답에 해골 교장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렇지 무쇠대가리들이 한 명도 탈락하지 않고 정문까지 올 수는 없지 않나!

“모여 있는 걸 보니 힘을 합친 모양입니다.”

......

해골 교장은 그 말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 있는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한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해골 교장은 이미 상황을 짐작한 뒤였다.

...잠깐 이리 와봐라.

해골 교장은 이한을 따로 불러냈다. 그리고 물었다.

내 교육방침에 불만이라도 있냐?

“무슨 말씀을...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한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아셨지?’

자. 보아라. 네가 강가에서 놀고 있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강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거다. 어떻게 하겠느냐?

“보통 구해주지 않습니까?”

그래. 구해줬다고 치자. 아주 어리석고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또 다른 친구 한 명이 강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거다.

“저런...”

혹시 강 이름이 에인로가드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또 한 명이 더 있고, 또 또 한 명이 더 있고... 강에 온통 빠진 친구들이야! 자. 생각해봐라. 네가 이 친구들을 다 구해줄 수 있겠느냐?

“무리 같습니다.”

그렇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친구들한테 스스로 강물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가르쳐야...

“그보다는 왜 친구들이 강물에 계속 빠지는지 찾아보고 그걸 막아야 하지 않습니까?”

......

해골 교장은 허를 찔린 탓에 말문이 막혔다.

‘아차.’

이한은 곧바로 후회했다.

그냥 얌전히 듣고 있어야 했는데 혀가 멋대로...

...두고 보자! 언젠가 네가 챙긴 친구들이 너를 배신할 테니까!

심통이 난 해골 교장은 툴툴대며 돌아갔다.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군.’

해골 교장의 저주에도 이한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왜나하면...

딱히 친구들을 구하려고 이런 짓을 한 게 아니었으니까.

이한 혼자 갔다가 공격받을까봐 친구들과 힘을 합친 거였지, 친구들을 강물에서 건지려고 이런 귀찮은 일을 한 게 아니었다.

본인이 사악해서 그런지 해골 교장은 언제나 이한이 지나치게 선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앙라고. 괜찮나?”

“으... 으응? 괜찮은데?”

“그래. 다행이다.”

이한은 앙라고의 어깨를 두드렸다. 앙라고는 더욱 더 당황스러워했다.

‘왜... 왜 이래 이 자식?’

정말 이상한 소리였지만, 앙라고는 차라리 워다나즈가 까칠하던 때가 더 안심이 됐던 것 같았다.

친절한 워다나즈는 까칠한 워다나즈보다 몇 배로 더 무서웠다.

이한은 기대감 섞인 표정으로 앙라고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발각이 될까?’

통과.

“...?!”

그러나 예상 밖의 결과로 시무룩해진 해골 교장은 외출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정문을 열어줬다.

학생들은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정문을 나섰다.

“나왔어! 나왔다고, 워다나즈! 고마워! 이 자식. 넌 진짜 천재야!!”

그 중에서도 앙라고의 기쁨은 더욱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진짜 외출권도 아니라 가짜 외출권으로 정문을 통과한 것이다.

“......”

이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자식. 도움이 안 되는군.’

해골 교장이 어떤 마법으로 외출권을 검사하는지 확인하려고 했더니만...

“왜 그래?”

“그래. 잘 됐군.”

이한은 획 돌아섰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돌변한 이한의 모습에 당황스러워했다.

“왜 저러지?”

“네가 하도 고마워해서 쑥스러워하는 거 아닌가?”

“워다나즈 저 녀석... 답지 않은 구석이 있네.”

이한이 돌아오자 가이난도는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한! 카드 가게부터 갈래? 아니면 카페부터?”

“가이난도.”

“?”

“너 근데 돈은 있냐?”

“...!”

*         *         *

정문을 통과한 학생들은 각자 흩어져서 가장 가까운 필로네 마을로 향했다.

그러나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가장 중요한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돈이 없다!

가이난도는 갑작스럽게 닥친 현실에 멍해진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갚겠다고 하면 안 되나?”

“가이난도. 그럴 필요 없다.”

아산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필로네 마을에 분명 가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

달카드 가문은 물론이고 여기 있는 학생들의 가문은 모두 다 필로네 마을에 저택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제국 대귀족 가문이라면 당연한 일.

그러나 이한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산을 쳐다보았다.

이제 곧 현실을 알게 되리라.

10분 후.

“......”

“......”

아산과 가이난도는 서로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왜, 왜 없다고요?”

“그러니까 그분들은 그랑덴 시로 가셨다니까...”

“왜요??”

“몰라. 마법사들 하는 일이 원래 다 이상한 법 아닌가?”

마을 사람들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지나갔다.

둘이 느끼는 충격은 하늘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비슷했다.

“좋, 좋은 생각이 있어.”

가이난도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생각인데?”

“마을에서 돈 많은 사람한테 가서 가문의 이름을 대고 돈을 빌리자.”

“거지냐!?”

아산은 가이난도의 말에 경악했다.

말이 돈을 빌리는 거지 가문의 명예를 돈 몇 푼에 진흙탕 속에 던지는 짓 아닌가.

제국의 귀족이 되어서 저런 추잡한 짓을 하려고 하다니.

“......”

이한은 속으로 어이없어했다.

‘빌릴 수도 있지 자식아...’

귀족도 돈 없으면 빌려야지 그럼 굶어죽냐?

“다들 그만해라. 돈 있으니까.”

“어? 어디서 구했는데?”

“담보를 맡기고 빌렸지.”

“역시 워다나즈야.”

“......”

손바닥 뒤집듯이 칭찬하는 아산의 모습에 가이난도는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야... 내가 빌리자고 할 때는 거지냐고 해놓고...!”

“가문의 이름을 대고 빌리는 것과 담보를 맡기고 빌리는 건 다르지. 가이난도.”

아산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가이난도를 쳐다보았다.

‘이 자식...’

가게에서 새로 살 카드 세트로 아산을 짓밟아주겠다고 다짐하며, 가이난도는 걸음을 옮겼다.

‘어라? 근데 이한은 뭘 담보로 맡긴 거지?’

*         *         *

“아니. 저번의 그 창고운반자 아니십니까!”

가게 주인은 이한을 보자 앉아 있다가 바로 뛰쳐나왔다.

지옥에서 천사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표정이었다.

“왜 저렇게 반가워하시지?”

“그러게?”

친구들은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몇주치 매상을 한 번에 사서 들고 간 그 일은 아직도 소문이 자자합니다.”

“창피하니까 창고운반자란 별명은 좀.”

“어째서입니까? 명예로운 칭호인데...”

가게 주인은 이한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점 거리의 큰손을 상징하는 명예로운 칭호인데?

“야. 달카드. 이거 봐. 새로 나온 카드 세트야!”

“어.”

“우와...! 교장 선생님도 있어!”

“그럼 사.”

아산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가이난도가 정색했다.

“아니야. 교장 선생님은 제대로 쓰려면 페널티가 너무 많아서 쓰레기 카드야.”

“그, 그래.”

가이난도와 아산이 장난감 코너에서 노는 동안, 이한과 요네르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옷감은 아직 필요 없을 것 같아. 식료품 위주로 채우자.”

“설탕이 많이 떨어졌고... 통조림은 아직 괜찮은데, 과자하고 사탕은 벌써 바닥났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저번보다는 훨씬 나아.”

“새삼스러운 질문이긴 한데... 저번에 어떻게 다 들고 왔어?”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새삼 무식한 짓이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꼭 나눠서 들고 가야지.’

남아있는 물자도 있는데다가 사람도 여럿이라 저번보다는 훨씬 여유로울 게 분명했다.

“대충 이 정도인가. 해 지기 전에만 사면 되니까 여유 있네.”

“이한. 이거 사도 돼?”

가이난도가 카드 세트를 들고 쫄래쫄래 찾아왔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가이난도 돈이었다.

“문제는 중간고사야. 기하학 관련 책을 사야겠어. 도서관에서 도저히 못 찾겠더라.”

“이한. 이것도 사도 돼?”

가이난도가 알아서 돌아가는 장난감 세트를 들고 쫄래쫄래 찾아왔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금술 책도 필요할 것 같아.”

“확실히 그렇지. 도서관에서 재료 관련 책 찾기가 너무 힘들더군.”

무슨 놈의 학교가 필요한 책도 제대로 안 줘서 학생들이 밖에서 사야 하나 싶었지만...

이한이나 요네르는 이제 그런 걸로 불평하지 않았다.

‘그래. 원래 도서관은 실력 없는 사람에게는 책을 안 주는 곳일지도 모르지.’

책들이 체계적으로 잘 분류된 도서관이 특이한 거고, 일반적으로 이렇게 뒤죽박죽 미궁인 도서관이 보통인 걸지도...

“이한. 이것도 사도...”

“아! 알아서 사라고!”

요네르가 소리를 지르자 가이난도는 깜짝 놀랐다.

“그... 그렇게 화 낼 건 없잖아...”

“잠깐.”

이한은 가게 창문 밖으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저번에 이한에게 환상 마법 파훼의 기본을 가르쳐 준 뛰어난 환상 마법사, 발도르오른이었다.

“아는 사람이야?”

“저번에 나한테 마법을 가르쳐주신 뛰어난 마법사셔. 발로오른 님! 발도르오른 님!”

길을 지나가던 발도르오른은 누가 자기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저번에 만난 에인로가드의 신입생이 또 마을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이번에는 친구들까지 데리고!

‘아니... 아니, 일학년이 어떻게 이렇게 자주 나오는 거지??’

규칙이 바뀌었나?

발도르오른이 당황해서 머뭇거리는 사이 이한이 친구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이 분은 발도르오른 님. 뛰어난 환상 마법사셔. 이 분에게 배운 덕분에 환상 마법을 깰 수 있었지. 참. 발도르오른 님. 저번에 가르쳐주신 덕분에 다른 환상 마법사를 상대할 때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를 만났습니까?”

당황해하던 발도르오른은 무심코 물었다.

1학년이 다른 환상 마법사를 상대할 일이 있나?

“아마 성함이 오고닌이라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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