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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67화 (167/687)

163화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정당하게 시험을 볼 권리를 가졌으면 해서 말을 전해준 것이었으나...

술이 덜 깬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그 진심을 이해해주지 못했다.

그저 미친놈처럼 볼 뿐!

*         *         *

우레걸음 교수는 흥겹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갔다.

사실 시험이란 건 학생들만 힘든 게 아니었다.

교수도 문제를 만들고 점수를 매겨야 하는 것이다.

해골 교장처럼 그런 부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차라리 낫겠지만, 아닌 교수들에게는 시험은 그저 고통스러운 과제일 뿐이었다.

우레걸음 교수에게도 그랬다.

‘후후. 드디어 끝났군.’

우레걸음 교수는 아껴뒀던 벌꿀술의 병을 열었다. 문제도 다 냈겠다 기분이 좋았다.

신입생들이 술에 취해 잔디밭 위에서 데굴거리며 굴러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좋을 때다. 좋을 때.’

마법학교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명물.

교장 선생님의 중간고사 축하 연회!

이제 일어나고 나서 지끈거리는 머리로 시험을 맞이하게 되면, 앞으로 시험 보기 전에 방탕하게 즐기는 못된 습관은 확 고쳐지리라.

‘오히려 싸게 배우는 편이지. 암.’

우레걸음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낯익은 수제자 한 명이 잔디밭 사이를 달려 나갔다.

“워다나즈?”

“앗. 교수님.”

“아직 소식을 못 들었나? 오늘처럼 좋은 날에 한 잔 안 할 수는 없지! 이건 내가 아끼는 술이지만 특별히 너에게는 한 잔 주마.”

우레걸음 교수는 해골 교장을 돕기 위해 벌꿀술 병을 이한에게 건넸다.

이한은 당연히 경멸 섞인 표정으로 우레걸음 교수를 노려보았다.

“...설마 알아차린 거냐?”

“예.”

“그래?”

머쓱해진 우레걸음 교수는 벌꿀술 병을 회수했다.

‘녀석. 눈치가 대단하군.’

먹고 마시는 것에 굶주린 신입생이 저런 함정에 빠지지 않다니.

보통 대단한 게 아니었다.

“지금 본관 4층까지 가야 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정말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좀 너무한 분이시지.”

우레걸음 교수는 동의했다.

다른 건 몰라도 해골 교장에 대한 욕은 충분히 동감했다.

“금요일까지 완성해서 제출하라니. 무슨 그런 어처구니없는...”

“어... 내 시험도 금요일까지 완성해서 제출인데?”

“!”

이한은 배신감 섞인 눈빛으로 우레걸음 교수를 쳐다보았다. 드워프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기간을 넉넉하게 주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나! 게다가 연금술은 한두시간 안에 만들기 힘든 것들도 많다!”

해골 교장처럼 일부러 헛된 희망으로 고생시키려고 금요일까지 제한을 넉넉하게 두는 게 아니었다.

연금술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다음 주 동안 넉넉하게 물약을 만들어서 제출해라!

그게 우레걸음 교수의 깊은 뜻이었다.

“과연...”

이한은 어느 정도 납득했다.

“그리고 재료 모을 시간도 필요하고.”

“......”

이한은 방금 납득한 걸 취소했다.

‘다 똑같은 족속들이군.’

“알겠습니다.”

“방금 네 눈빛이 날 경멸하는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겠지?”

“제가 왜 그런 눈빛을 보내겠습니까?”

“그래. 믿어주마. 술 마시지 말고, 위험한 짓 하지 말고. 교수 공방 털려고 하지 말고.”

“?”

이한은 마지막 말에 멈칫했다.

‘선배들은 교수 공방을 털었나?’

대화하는 사이 반대쪽에서 학생들 몇 명이 나타났다.

당연히 술에 취해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멀쩡했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이었다.

이한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살코? 어떻게 술을 안 마신 거지? 넌 드...”

“드?”

“드물게 술을 안 좋아하는 모양이군.”

드워프라고 하려다가 이한은 급히 말을 멈췄다. 살코는 드워프처럼 생기긴 했지만 엄연한 엘프였다.

“훗. 워다나즈. 우릴 뭘로 보는 거냐? 다른 놈들처럼 안일하게 술에 취할 줄 알았나? 우린 받은 술을 다 보관해놓았다.”

“야... 창피하니까 조용히 해.”

살코 패거리 중 한 명이 의기양양하게 떠드는 것을 친구가 말렸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해골 교장이 연회장에서 푼 술을 굳이 갖고 와서 따로 보관하는 건...

좀 궁상맞은 짓이긴 했다.

그러나 이한은 감탄했다.

“과연. 그 생각은 못했군. 훌륭하다. 그걸 받아서 저장해놓다니.”

“......”

“......”

“다들 왜 그러지?”

“아, 아니. 별 거 아니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이한에게 칭찬을 듣자 갑자기 잃어버렸던 수치심이 돌아왔다.

‘우리 너무 궁상맞은 거 아닌가?’

‘저장은 좀 심했나?’

살코는 뒤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께서 본관 4층에서 시험을 본다고 하셨는데. 맞나?”

“그렇다.”

“지금 가려고 하는데 함께하겠나? 워다나즈?”

“!?”

이한보다 다른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이 더 놀랐다.

“괜찮나? 투탄타?”

“안 될 것도 없지. 워다나즈의 능력은 너희들도 잘 알잖나.”

“잘 알지.”

몇몇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외출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워다나즈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워다나즈는 좀 무섭다고.”

“만약 제물이 필요한 구간이 나오면 우릴 제물로 바칠지도 모르는데...”

‘다 들린다.’

“하지만 그래도 워다나즈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나...”

“그래. 지금은 시험이 우선이니까.”

대화를 끝낸 친구들은 입을 열었다.

“같이 가자, 워다나즈!”

‘제물 바치는 구간 나오면 이놈들 무조건 제물로 바쳐야지.’

“다들 모여서 뭐해?”

닐리아가 의아해하며 숲 쪽에서 걸어왔다. 한손에는 활, 다른 한손에는 토끼 몇 마리를 들고 있었다.

취기라고는 조금도 안 보이는 멀쩡한 모습에 이한은 의아해했다.

“술 안 마셨나?”

“술? 술이 어디 있어서 마셔?”

“...잠깐. 너 언제부터 숲에 있었지?”

“어제 새벽부터?”

닐리아는 이한이 왜 묻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기와 가죽을 좀 마련하려고 어제 새벽부터 숲에서 사냥을 준비했던 것이다.

꽤 만족스러운 사냥이었다.

사냥이란 게 원래 사냥꾼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냥감이 나타나지 않으면 허탕인 법이니, 어느 정도 행운이 따라줘야 하는데...

토끼 네 마리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봐봐. 토끼 잡았다? 하나 줄까?”

닐리아의 친절에 이한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을 쓰레기 보듯이 쳐다보았다.

‘같은 탑 친구를 내버려두고 자기들만 연회에 들어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우리가 일부러 숨긴 게 아니야...!”

“일어났을 때 이미 사냥하러 갔다고!”

“무슨 소리야?”

닐리아는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다.

이한은 간단하게 상황을 요약해줬다.

“저 자식들이 너한테 연회 말 안 해주고 자기들만...”

“아니라니까!”

“술하고 케이크 저장해놨으니까 이따가 끝나고 꼭 줄게! 믿어!”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억울함에 가슴을 쳤다.

그들이 왜 닐리아를 따돌리겠는가!

“아. 그런 거였구나.”

혼란 끝에 닐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않아?”

“?!”

이한은 당황했다.

‘나하고 친구들이 따로 갔을 때는 그렇게 충격을 받아놓고...’

“안 마셔서 다행이네. 시험 끝나고 마셔야겠다.”

“물론이지. 닐리아. 우린 언제나 네 노고에 고마워하고 있다고!”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평소보다 몇 배로 더 과장되게 말했다.

평소에도 원래 고마워하고 있었지만 왠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니 이상하게 거짓말처럼 들렸다.

“닐리아. 저 놈들이 널 이용하는 것 같으면 말해.”

“아니라니까...!”

*         *         *

“본관 4층에 가본 적 없나?”

“아직. 본관 3층이 워낙 까다로워서.”

이한의 말에 살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기 있는 신입생들은 본관의 지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었다.

물론 그런 노력과 별개로 마법학교의 건물들은 가혹하게 학생들을 시험했다.

“2층까지는 괜찮은데 3층부터...”

“3층이 확실히 그렇지.”

2층까지는 어느 계단으로 올라가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러나 3층부터는 별의별 잡놈들이 다 튀어나왔다.

당장 잊혀진 짐승의 동상도, 폴리모프의 숲도 3층에서 만나지 않았던가.

“다행히 지나갈 수 있는 3층의 길을 하나 안다. 그 길로 4층에 올라가는 게 가장 무난할 것 같은데.”

“어떤 길이지?”

살코는 살짝 놀랐다.

아직 살코와 친구들은 3층을 뚫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난해한 장애물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워다나즈가 3층의 길을 하나 뚫었다니.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저번에 첨탑 마구간으로 가는 지도를 줬었잖나. 그쪽 길이다.”

“음? 이상하군. 거긴 폴리모프의 숲이 있지 않나?”

살코는 의아해했다.

이한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살코와 친구들도 폴리모프의 숲을 몇 번 통과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동물들로 변신해서 도저히 지나갈 수가 없었다.

혹시 워다나즈는 폴리모프의 숲이 사라지는 시간대를 알고 있는 것일까?

“아. 뚫는 방법을 찾았지.”

“오... 대단하군.”

살코는 솔직히 감탄했다.

폴리모프의 숲에 몇 번이고 뛰어들었지만 도저히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워다나즈는 그걸 찾아낸 것이다.

확실히 워다나즈의 마법적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인재들을 모아 놓은 에인로가드에서도 손꼽히는 천재!

‘하지만 그래서 더 무섭다.’

마법능력만 뛰어난 천재라면 이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살코가 보기에 워다나즈는 도둑 길드나 범죄 길드에 들어가도 충분히 두목을 할 놈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뚫는 건지 물어봐도 되나?”

검은 거북이 탑 학생 한 명이 물었다.

“설득으로.”

“설득으로?! 설득이 되는 곳이었구나.”

*         *         *

“나는 교장 선생님이다!”

찍찍찍!

폴리모프의 숲을 지키고 있는 생쥐는 허겁지겁 길을 열었다.

환상의 안개가 사라지고 숲 가운데로 일직선의 길이 생겨났다.

“......”

“......”

“길 열렸다. 가자.”

이한은 랫포드와 닐리아를 데리고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갔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입을 떡 벌리고 경악한 표정으로 이한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저...

저 놈 진짜 뭐냐???

“워다나즈, 방금 네가 교장 선생님이라고?”

“아. 그건 그냥 속임수지.”

“......”

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

“아니... 워다나즈.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줄 수는 없나?”

검은 거북이 탑 학생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닐리아가 타박했다.

“지금 그게 중요해? 생각해보면 딱 나오잖아.”

랫포드도 따라서 타박했다.

“생각해보면 쉬운 건데.”

“......”

자기도 궁금해서 물어보려던 살코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궁금한 건 여전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건데?’

대체 뭘 해야 폴리모프의 숲이 워다나즈를 교장 선생님으로...

-멈춰라. 학생이여. 나는 미궁의 석상이다.

“!”

텔레파시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한은 발걸음을 멈췄다.

아무것도 없는 복도였지만 이한은 그 앞에 있는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들어오는 순간 너는 미궁에 도전하게 된다.

학교 3층에 왜 미궁이 있나 싶었지만 이한은 굳이 따지지 않았다.

-그렇군.

-하지만 미궁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네 친구를 한 명 제물로 바쳐라. 네 친구를 지하 징벌방으로 보내면 너는 미궁 건너편으로 보내주겠다.

이한은 무심코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왜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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