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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70화 (170/687)

170화

이한은 이번 주가 중간고사 기간이며, 나는 당신 강의만 듣는 게 아니라는 말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번 주가 중간고사 기간인데 던전에 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

이한은 포기했다.

‘하긴 될 리가 없지.’

내일 마법학교가 멸망해도 볼라디 교수는 자기 수업을 할 게 분명했다.

그런 사람이 중간고사 기간이라고 편의를 베풀어주겠는가.

“예. 갑시다!”

“지나치게 즐거워하지 마라. 실수를 부를 수 있다.”

“......”

죽일까?

*         *         *

저번에 볼라디 교수는 제대로 던전 통제를 하지 못해서 아귀가 나오는 구역에 나찰아귀가 오게 한 전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한은 그걸 또 쓰러뜨렸고.

이쯤 되면 스승이 잘못인지 제자가 잘못인지 제국 법정에서도 판가름하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이한은 확고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볼라디 교수가 미친 사람이지.’

“나찰아귀 구역으로 안 갑니까?”

볼라디 교수가 발걸음을 멈추자 이한은 의아해했다.

나찰아귀가 나오는 곳으로 가려면 좀 더 내려가야 할 텐데...

이한의 질문에 볼라디 교수는 아주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이한은 소름이 돋았다.

“말했듯이, 지나치게 즐거워하지 마라. 감정의 동요는 마법의 실수를 불러온다.”

“......”

질문 하나 했다고 나찰아귀 보고 싶어서 신나하는 걸로 해석하는 볼라디 교수의 모습에, 이한은 한숨을 쉬었다.

“이해한다. 한시라도 빨리 가서 연습하고 싶겠지.”

“아닙니다.”

“겸손할 필요 없다.”

“......”

“여기서 멈춘 건 환상마법 때문이다.”

“환상마법 말입니까?”

이한은 의아해했다.

물론 볼라디 교수는 딱히 전문적인 마법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마법전투에 필요한 게 있으면 다 가져다 쓰는 사람이긴 했다.

그래도 키르민 쿠 교수가 있는데 굳이?

“원래 환상마법을 상대하는 법은 나중에 가르칠 생각이었다.”

볼라디 교수는 이한 같은 신입생은 환상마법을 상대할 일이 적다고 판단했다.

마법전투에 있어서 다른 실전적인 훈련을 먼저 하고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도 충분하리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맞지 않나?’

이한도 거기에 동의했다.

“틀린 게 없는 것 같습니다만.”

“틀렸다.”

“예?”

“오고닌을 상대했잖나.”

“아니...”

“앞으로를 생각해보면 환상마법을 상대하는 법이 필요할 거다.”

‘논리와 통계를 공부하셔야 할 것 같은데.’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고닌을 상대한 건 사고에 가까운 일이었지 이한이 무슨 ‘제국 환상마법사들을 쫓아다니면서 쓰러뜨려야지’같은 야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볼라디 교수는 지팡이를 들었다. 이한은 긴장했다.

다행히 볼라디 교수는 이한을 공격하지 않았다. 지팡이를 휘두르더니 환상을 불러왔다.

볼라디 교수와 똑같이 생긴 분신들이 나타났다.

‘몇 배로 끔찍하군.’

“환상 마법을 크게 분류한다면 상대에게 직접 거는 마법과, 바깥 환경에 거는 마법으로 나뉜다.”

상대에게 직접 거는 환상 마법은 정신 마법으로 따로 분류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제대로 들어간 정신 마법은 상대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에 비해 밖에 거는 환상 마법은 비교적 난이도가 낮았다.

상대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없는 만큼, 그냥 환상을 불러오면 끝이었다.

그렇다고 절대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상황과 장소에 따라서 후자가 더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오고닌이라는 마법사가 실패한 건가?’

이한은 오고닌이 들었다면 뒷목 잡고 쓰러질 생각을 했다.

몇 번이고 시도하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게 워낙 인상에 강하게 남은 것이다.

“너는 체질상 전자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

마법사가 가진 마력은 그 자체로 외부 마법에 대한 저항력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저항력은 그렇게까지 대단하지 않았다. 단순히 마력을 갖고 있다고 마법에 저항할 수 있다면 제국 마법사들의 절반은 실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력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쯤 되면 만들어지는 저항력도 무시할 수 없어졌다.

‘나쁘지 않군.’

마력 많아서 고생하는 만큼 이런 장점이 더 기뻤다.

“어느 정도까지 방어 가능합니까?”

“그건 알 수 없다. 마력량으로 인한 대마력은 워낙 드문데다가 다른 변수도 많이 작용하니까. 네가 직접 알아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오고닌이라는 마법사의 실력이 괜찮은 편이었으면 좋겠군.’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고닌의 실력이 괜찮은 편이라면 상당한 숫자의 정신 마법을 방어 가능한 셈 아닌가.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였지만...

““하지만 바깥에 시전된 환상들은 전자와 다르다.””

볼라디 교수의 분신들이 동시에 입을 모아 말했다.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 대마력이 적게 작용하는 만큼 분간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어떻게 구분하겠나?”

이한은 바로 물 구슬을 만들어서 분신 하나한테 날렸다. 볼라디 교수의 분신이 고개를 숙이며 피했다.

‘아깝다.’

환상이라도 한 대 치고 싶었는데...

“나쁘지 않군. 환상은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하지만 전투 상황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감각으로 확인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감각 말입니까?”

“그렇다. 환상은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현실과 다른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뛰어난 관찰력.

환상 마법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일종의 틀린 그림 찾기군.’

“찾아봐라.”

볼라디 교수의 분신들이 양 옆으로 늘어섰다. 이한은 물 구슬을 날리고 싶은 걸 참고 집중했다.

“가장 왼쪽에 있는 분신은 가짜입니다.”

“맞췄다.”

분신이 하나 사라졌다.

“구두의 색이 달랐다. 잘 알아차렸군.”

“...예.”

사실 볼라디 교수치고는 인상이 좀 부드러워보여서 가짜라고 한 거였지만...

“가장 오른쪽에 있는 분신도 가짜입니다.”

“지팡이의 색으로 눈치 챈 건가?”

“예. 물론입니다.”

“잘했다.”

사실 볼라디 교수치고는 눈빛이 선해보여서 가짜라고 한 거였지만 어쨌든 이것도 맞았다.

‘감각으로 확인하란 게 이런 걸지도 모르겠군.’

일단 감각은 감각 아니겠는가.

“이제 나찰아귀를 상대하러 간다. 환상을 유의하도록.”

볼라디 교수는 나찰아귀의 환상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그냥 나찰아귀를 상대해도 힘든데 굳이 거기다가 환상을 추가해서 난이도를 늘리다니.

이한은 감탄했다.

‘이러려고 환상마법 상대하는 방법을 설명해주신 거군.’

정말 한 대 치고 싶었다.

*         *         *

이한이 던전에서 나찰아귀와 오전을 보내고 휴게실로 돌아오자, 곳곳에 널브러진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이한을 반겼다.

“그러게 술은 적당히 마셨어야지.”

이한은 냉정하게 말했다.

아무리 먹을 것 안 주던 학교라고 해도 그렇지 시험 전날에 주는 대로 먹다니.

다들 숙취로 쓰러져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거진 다 술을 마셨다고 봐도 좋았다.

끙끙대며 머리를 붙잡고 있는 가이난도부터 시작해서, 핏기가 가신 얼굴로 앉아서 물만 마시고 있는 요네르. 심지어 황녀도 술을 마셨는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으으윽...”

“괜찮나?”

“수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요네르가 창백해진 얼굴로 일어섰다.

뛰어난 연금술사는 술도 좋아하는 법.

연회장에 흘러넘치는 술을 거절하기에는 유혹이 너무 강했다.

“다들 기다려라. 뭐라도 좀 끓여줄 테니까.”

“고마워. 워다나즈...”

“너밖에 없다...”

‘해장국으로 이렇게 감사받을 일인가?’

이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솥에 불을 올렸다.

텃밭에서 캐낸 감자의 껍질을 벗기고 삶았다.

그런 다음 으깨서 우유와 치즈를 섞고 솥에 넣자 뭉근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주말에 새로 물자를 들여놨다지만 낭비해서 좋을 것 없었다. 감자 수프 정도면 충분했다.

‘버섯 정도는 넣어줘도 되겠지.’

이한은 국자로 수프를 휘휘 저은 다음 담뿍 퍼서 친구들에게 한 그릇씩 건넸다.

“한 시간 후면 연금술 강의인데 다들 괜찮겠나?”

“물... 물론. 90% 확률로 갈 수 있다. 워다나즈.”

“나도... 당연히...”

‘무리겠군 이 자식들.’

꼴을 보아하니 다른 강의도 제대로 듣지 못할까 걱정이었다.

해골 교장이 술을 얼마나 돌렸으면...

“연금술 중간고사는 금요일까지 제출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듣고 와서 알려줄 테니까.”

“안 돼, 워다나즈. 같이... 큭.”

“세상이... 빙빙...”

“...그냥 가만히들 있는 게 좋겠다.”

*         *         *

“??”

연금술 강의에 도착한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학생들 숫자가...

너무 적지 않나?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지.”

우레걸음 교수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 많던 학생들 중 몇 명만 강의에 나왔는데도 전혀 놀라지 않은 모양이었다.

“매 해 있는 일입니까?”

“잘 맞췄다.”

“......”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하긴 해골 교장의 성격상 중간고사 전마다 이런 짓을 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거기에 신입생들이 매번 당했다는 것도 참 어이없는 일이었다.

“자. 오늘 나온 녀석들은 나오지 못한 녀석들에게 알려줘라. 물론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우레걸음 교수는 중간고사 과제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칠판을 탕탕 두드렸다.

<활력 뼈 재생 포션>

필요한 것-박달나무 가지, 덴드로비움 이파리, 엉겅퀴꽃, 뼈살이꽃...

제작법-먼저 박달나무 가지로 물을 젓되 시계방향으로...

‘뭐야. 다 알려주시나?’

이한은 놀랐다.

시간을 넉넉하게 주는 만큼 당연히 문제에서 억지를 부릴 줄 알았던 것이다.

제작법은 네가 알아서 찾으라고 하거나, 어떤 게 필요한 재료인지 네가 직접 찾으라고 하거나 등등.

그런데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시다니.

‘박달나무는 저기 있고, 덴드로비움도 어디 있는지 알고, 엉겅퀴도 그렇고... 음?’

재료를 메모해가던 이한은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 멈칫했다.

옆에 있던 닐리아도 그랬는지 손을 들었다.

“교수님?”

“왜 그러냐?”

“제가 알기로 뼈살이꽃은 던전 지하 깊숙한 곳에서 자란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어... 네? 그러니까 학교 안에서 구하기는 힘들지 않나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우레걸음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여기 학교에도 던전이 많으니 찾아서 내려가면 되지.”

“아...”

이한은 닐리아가 뱉은 ‘아’에 담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진짜 너무하네’쯤 될 것이다.

“던전 지하로 내려가서 갖고 오면 됩니까?”

“꼭 던전 지하까지 갈 필요는 없다. 다른 구할 방법이 있으면 구해서 갖고 와도 되고.”

‘이래서 선배들이 교수들의 공방을 터는 건가?’

이한은 얼굴도 모르는 선배들이 왜 도둑질을 하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강의가 이러는데 어떻게 안 할 수 있단 말인가.

닐리아는 믿기 힘들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던전을 또 언제 어떻게 들어가라는 건데? 아무리 금요일까지 제출이라고 해도 그렇지. 다른 강의도 시험이잖아.”

“그렇지.”

이한은 매우 공감했다.

다른 강의도 중간고사를 보는데 던전은 무슨놈의 던전이란 말인가.

“던전을 찾는 것도 문제라구. 던전이란 게 찾으면 바로 나와? 지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워다나즈 넌 알고 있는 던전이 있어?”

닐리아는 물으면서도 이한이 정말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한도 신입생인데 지하에 위치한 던전 같은 걸 어떻게 알겠는가.

그냥 푸념하듯이 물은 거였다.

“있긴 있는데.”

“...?!?!”

닐리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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