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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78화 (178/687)

178화

대체 어떤 영문으로 견습기사들이 박수를 치고 있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고.’

이한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돌아섰다.

그 모습이 견습기사들 눈에는 자신의 명예로운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대귀족 가문 출신의 긍지로 보였다.

긍지 있는 사람이 명예로운 행동을 하는 것은 그 행동이 명예롭기 때문이지, 그 행동에 찬양과 보상이 따라오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

박수갈채가 더욱 커졌다.

이한은 진저리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아. 그래서.”

이한은 더르규가 설명을 해주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더르규는 그 반응에 당황스러워했다.

“...왜 네가 놀라지 이한?”

무리한 기술로 내상을 입은 상대를 위해, 이한의 검을 부러뜨리면서까지 도와준 게 아니었나?

“그냥 상대 검 부러뜨리려다가 내 검까지 같이 부러진 거다.”

“...못 들은 걸로 하겠다.”

“뭘 못 들은 걸로 하나? 상대 검 부러뜨리려다가...”

“자! 저기 견습기사들이 오는군! 인사하러 가자!”

더르규는 이한의 말을 끊었다.

이한의 명예로운 행동으로 인해 견습기사들과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서로 쌓였던 앙금이 살짝 풀린 상태였다.

어떤 진실은 굳이 알 필요가 없을지도 몰랐다.

치이이익-

“?”

이한과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견습기사들을 쳐다보았다.

견습기사들이 불을 피우더니 그 위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한 것이다.

이한은 비켈린츠한테 물었다.

“실례지만 지금 저 기사들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자기들이 잡은 사냥감을 직접 구워주고 있소.”

비켈린츠는 흐뭇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넓은 제국의 전역을 돌아다니는 기사들에게는 몇 가지 풍습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이 토벌하거나 사냥한 몬스터를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이었다.

기사가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호의이자 선물.

“향신료를 좀 더 뿌려.”

“왜? 이 정도면 되잖아.”

“마법학교 다니는 녀석들이잖아. 누린내하고 잡내가 심해서 먹기 힘들 거야.”

애써서 잡은 사냥감이라도 전부 다 맛있는 건 아니었다.

사실, 몬스터들 중에서 맛있는 게 오히려 드문 편이었다.

게다가 견습기사들이 해체나 방혈, 조리에 뛰어날 리가 없었으니, 이런 고기가 먹기 좋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런 만큼 견습기사들이 애용하는 건 강렬한 향신료였다.

제국의 온갖 향료를 섞어 놓은 향신료를 촥촥 뿌리면 꽤 먹을 만해졌다.

“앗. 다 썼는데.”

“남은 사람 없어? 찾아봐.”

그러는 사이 고기가 다 익었다. 기다리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하나둘씩 꼬챙이를 잡고 고기를 뜯기 시작했다.

“잠ㄲ...”

“다 익었나?”

“잘 익었어. 괜찮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우적우적 고기를 씹어 먹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집어삼키는 그 모습은 전투적이기까지 했다.

“...!”

“!!”

견습기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직 향신료도 뿌리지 않았는데 저렇게 거리낌 없이 잘 먹다니.

‘우리가 오해했구나...!’

‘그래, 기사는 어딜 가든 기사인 거다!’

깨달음과 함께 견습기사들은 반성했다.

마법학교에서 호의호식한다고 같은 기사들을 무시하려고 하다니.

“...미안하다.”

“뭐?”

“우린 우리가 고생할 때 너희가 편하게 쉰다고 생각했다.”

견습기사의 말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걸 말이라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지내는 거칠고 허름한 도시 외곽의 훈련소나, 너희가 지내는 편안하고 안락한 마법학교의 침실이나 중요한 건 우리가 같은 기사...”

“진짜 등 뒤에서 칼 맞고 싶냐?”

“아, 아니 어째서?!”

기사들이 투닥거리는 동안 이한은 고기 꼬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누린내와 잡내를 못 잡았군. 더르규. 이거 좀 뿌려먹어라.”

“나 혼자 뿌려먹기에는 좀 눈치가 보이는데...”

투닥거리던 기사들은 결국 어떻게든 화해를 한 모양이었다. 다시 고기를 물어뜯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입학한 이후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낀 학생들.

고기가 불꽃 위에서 지글거리며 익기도 전에 빠르게 끝장을 냈다.

“잠깐 할 말이 있는데.”

“말해봐라. 우걱.”

“그래. 꿀꺽.”

“......”

견습기사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

물론 맛있게 먹어주는 게 나쁜 건 아니었지만 사람이 말할 때는 좀 들어줘야 하지 않나?

“...이 아이언보어를 우리가 어떻게 잡았는지다.”

원래 기사들이 잡은 사냥감을 대접할 때는 그걸 어떻게 잡았는지 자랑하는 것도 관습의 일부였다.

견습기사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잡았는지 열심히 떠들었다.

-그러니까 추적조와 몰이조, 사냥조로 나뉘어서 추적조가 쫓고 몰이조가 몰아온 다음 함정까지 사용해서 놈의 체력을 뺏었는데...

“우걱우걱.”

“꿀꺽.”

“그래서? 어떻게 됐지?”

“......”

그러나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주는 건 이한밖에 없었다. 다른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어디서 개가 짖나 보다 싶은 태도로 고기에 집중했다.

견습기사들은 울컥했다.

기껏 화해하려고 하는데 저 태도는...!

“...너희들은 뭐 최근에 잡은 거라도 있나?”

견습기사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 중 한 명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찰아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나찰아귀를 어떻게 잡아!”

“잡았는데.”

“맞아. 우린 잡았다고.”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언제부터 우리였다고?’

그 시선을 느낀 학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자세히 말해봐라!”

“맞아. 자세히 말해봐!”

견습기사들은 만약 허풍이라면 어떻게든 허점을 잡아내겠다는 각오로 노려보았다.

“워다나즈가 마법을 날려서...”

“그래서?”

“계속 날렸고...”

“...그래서?”

“쓰러질 때까지 날렸는데.”

“......”

견습기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히 말도 안 됐지만...

그 점이 오히려 더 진짜 같은 느낌이 있었다.

“잠깐. 그러면 너희가 잡은 게 아니라 워다나즈가 잡은 거 아닌가?”

“같이 있었으니까 같이 잡은 거지!”

“워다나즈한테 물어보자고. 워다나즈, 어떻게 생각하지?”

“작작하고 고기나 먹어라....”

이한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오전에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으니 쉬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강의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오후에 <기초 제국 기하학과 산술>이 시작하자, 이한은 왜 그렇게 오전에 쓸데없이 힘을 뺏나 후회했다.

‘기사 놈들 때문에...’

만족한 건 잉걸델 교수와 비켈린츠 경 정도밖에 없었고 학생들은 피곤함과 근육통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

몇몇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배짱 좋게 벌써 자고 있을 정도였다.

이한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저런 정신 나간 놈들 같... 가이난도. 일어나라.”

이한은 뒤통수를 때렸다. 남의 탑을 흉볼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이난도는 깜짝 놀라 깼다.

“누, 누가 날 때린 것 같았는데?”

“꿈을 잘못 꿨나보군. 아무도 널 때리지 않았다.”

“그런가?”

다들 각종 책을 마지막으로 급하게 읽으며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가이난도와 이한은 그런 짓을 하지 않고 태연하게 가만히 있었다.

얼핏 보면 둘이 비슷했지만 요네르는 그 속사정은 정반대라는 걸 아주 잘 알았다.

준비가 너무 잘 된 놈과 준비가 너무 안 된 놈의 차이!

“다들, 위에 있는 걸 집어넣게.”

알펜 나이튼 교수가 나타나자 학생들은 절망 섞인 표정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지팡이가 휘둘러지자 책상 위에 있던 책들과 종이들이 가방으로 들어갔다.

강의실 칠판 위에 시간과 규칙들이 적히기 시작했다.

“다 푼 학생들은 먼저 퇴장해도 좋네. 자. 그럼 시작하게.”

5초도 되지 않아서 시험지가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 학생들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깃펜을 붙잡았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군.’

이한은 남들이 들었다면 잉크병을 맞았을 생각을 하며 빠르게 풀어나갔다.

사실 이한에게 이 정도 난이도의 수학과 기하학 문제들은 공부하지 않고도 단숨에 풀 수 있었다.

마법적인 요소가 섞인 문제들, 예를 들자면 ‘이 마법진에 필요한 마력석 개수를 구하시오’나 ‘마법진의 빠진 부분을 완성하시오’같은 것들이 조금 까다로운 편이었지만 응용할 줄만 안다면 그리 어렵진 않았다.

일필휘지.

이한은 빠르게 빈 칸을 채워나갔다.

뒤에 앉은 다른 학생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워다나즈...!’

‘양심적으로 워다나즈는 다른 강의실에서 보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문제 푸는 것만으로도 다른 학생들을 절망하게 만들 수 있다니.

학생들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워다나즈가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한 탓에 학년 평균이 올라가고 교수들의 눈높이가 올라가고 가문의 평가기준도 올라갈 것 아닌가.

이기적인 녀석...!

“시선 돌리지 말게.”

알펜 교수의 경고에 학생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펜 교수는 놀라지 않았다.

“다 풀었나?”

“예.”

“제출하고 나가도 좋네.”

이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의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학생들은 부러움과 시샘 섞인 눈빛으로 그 등을 쳐다보았다.

탁!

가이난도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펜 교수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다 풀었나?”

“예!”

“...제출하고 나가도 좋네.”

가이난도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의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학생들은 한심함과 존경 섞인 눈빛으로 그 등을 쳐다보았다.

‘저런 겁없는 자식 같으니.’

‘네가 최고다. 가이난도!’

*         *         *

“불타올라라!”

평소라면 ‘휴게실에서 마법 쓰지 마! 잘못 맞으면 어쩌려고!’소리가 나왔겠지만, 오늘 저녁만큼은 달랐다.

심지어 가이난도도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일, 목요일은 이번 중간고사 주간에서도 가장 지옥 같은 날이었던 것이다.

바로 가르시아 교수의 <기초 마법의 이해>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마법사로서 다른 교양 강의나 기타 강의는 좀 성적이 낮게 나와도 ‘마법사에게 그런 교양이 뭐가 필요해’ ‘마법사가 마법 잘하면 됐지 그런 자잘한 계산해야 해? 나는 직감으로 활약하는 마법사가 될 거야’같은 변명이 가능했지만, <기초 마법의 이해>는 그럴 수 없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핵심 강의.

“가이난도 네가 흑마법 들었었나?”

“그래. 덕분에 같이 봐야 해. 후. 정말 힘들다.”

“난 소환마법도 공부해야 한다고. 내가 더 힘들지.”

이 강의에서 어떻게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느냐에 따라 다음 학년의 진로가 결정되는 만큼 그 중요성은 대단했고...

...그만큼 난이도도 있었다.

강의 시간에 관심 가지고 배우기로 결정한 분야는 추가로 시험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자식이 지금 흑마법이 우스워보여?! 저주가 얼마나 어려운데!”

“소환마법에 비하면 흑마법은 쉬운 편이지!”

“야. 환상마법 모르는 놈들은 가만히 있어라.”

“너희 기본 원소 마법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냐? 그게 가장 어려울 것 같은데.”

“워다나즈. 네가 결정을 내려줘. 네가 보기에 가장 어려운 마법이 뭐야?”

자기들끼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친구들은 이한을 불렀다.

이한은 산더미같이 쌓인 책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온갖 마법 분야의 책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뭐라고 했지?”

“...아, 아무것도 아니야.”

“열심히 해, 워다나즈!”

“우리도 빨리 앉아서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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