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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85화 (185/687)

185화

제국 황실의 후계자.

데스 나이트의 호출은 끝난 게 아니었다.

문 밖으로 끌려 나간 가이난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요?”

푸른 용의 탑 차석이다. 따라와라.

당연히 황녀를 말한 것이었다.

가이난도는 투덜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성적으로 차별하는 더러운 마법학교 같으니라구!

“설마 시험 잘 봤다고 징벌방에 끌고 가는 건 아니라 믿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나.

데스 나이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징벌방은 아니지만 그만큼 힘든 곳으로 끌고 가는 건 아니라 믿습니다.”

데스 나이트는 이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한은 불길해졌다.

문 쪽으로 걸어가던 황녀는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디저트 앞에 선 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데스 나이트에게 속삭였다.

안 된다. 바로 이동해야 한다.

“......”

황녀는 차갑게 데스 나이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데스 나이트는 언데드답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철컹!

“이한! 옆에 있지?? 옆에 있지?!”

앞 마차에 탄 가이난도가 창문 쇠창살을 붙잡고 고개를 내밀려고 애썼다.

“그래.”

“혹시 데스 나이트 쓰러뜨리고 구해줄 수 있어?”

“그럴 리가.”

“크윽...!”

가이난도를 포함해 갇힌 학생들은 절망 섞인 한탄을 내뱉었다.

‘이 자식들 진심으로 내가 데스 나이트 쓰러뜨리고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조용히. 다음 기숙사로 간다.

낙제생과 우등생들을 태운 두 마차는 덜컹거리며 학교 부지를 내달렸다.

툭툭-

“?”

황녀는 이한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도 진지한 표정이라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뭐지? 뭘 알아차린 건가?’

“...다음에는 언제...?”

“디저트 말입니까?”

황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생각 없는데.’

생각보다 귀찮은데다가 밖에서 사온 사치스러운 재료는 다 쓴 상황이었다.

언제 나갈지 모르는데 다음이 있겠는가.

“재료 다 썼습니다.”

황녀는 충격 받은 표정을 짓더니 마차 밖의 데스 나이트를 더욱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간식을 보상해! 간식을 돌려줘!”

마침 가이난도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쇠창살을 두드리며 시끄럽게 소리쳤다.

데스 나이트는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마차의 창문을 닫았다.

*         *         *

“앞에서 왜 저렇게 시끄러운 거지?”

“글쎄. 난 모르겠군.”

검은 거북이 탑의 수석(투탄타 가문의 살코)과 차석(이한과 이야기 나눠본 적 없는 학생이었다)은 마차에 들어서자 의아해했다.

앞의 마차에서 뭔가 계속 시끄러운 것 같은데...

끌려가기 싫어서 소리치는 건가?

검은 거북이 탑의 차석은 황녀의 표정을 보더니 이한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물었다.

“황녀님의 심기가 불편해보이시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원래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한층 더 싸늘해보였던 것이다.

“흥. 자존심 때문이겠지.”

살코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했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살코 입장에서, 입학하자마자 여러 탑 학생들을 추종자로 거느리고 있는 황녀는 결코 좋게 보이지 않았다.

고작 핏줄 하나 덕분에 지나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투탄타.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들리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워다나즈한테 밀렸다고 저렇게 기분 나빠하는 거 아니겠나.”

“사람인 이상 그럴 수 있지.”

“워다나즈가 옆에 있는데 그걸 저렇게 드러내면 아니지. 하여간 혈통 좋은 자식들은 자기밖에...”

‘나도 워다나즈 가문 출신인데.’

이한은 순간 살코가 자기를 같은 탑으로 생각하나 싶었다.

“오해다. 살코.”

“오해라고?”

“그래. 간식 먹다가 끌려와서 기분이 나쁜 거지. 누구나 그렇지 않나.”

“...워다나즈. 다 잘하는 줄 알았는데 네가 못하는 것도 있군. 넌 농담에 재주가 없다.”

“워다나즈. 너무 썰렁한 농담이잖아.”

“어쨌든 네가 친구를 욕하는 걸 원하는 것 같지 않으니 그만하도록 하지. 하지만 워다나즈. 잘 생각해봐라. 친구는 서로 대등하게 걸어가는 존재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위에 서는...”

“......”

이번에는 이한이 괜히 울컥했다.

‘이 자식들이 진실을 말해줘도...’

그러는 사이 다른 탑의 수석과 차석도 마차에 올라탔다.

도착했다. 우등생들. 마차에서 내려라.

“여기는 어딥니까?”

우등생의 방.

‘숨겨진 탑인가?’

본관 근처로 마차가 왔는데 처음 보는 음산한 탑이 보였다.

마법으로 숨겨진 공간에 위치한 게 분명했다.

겉모습만 보면...

‘그냥 또 다른 징벌방 같이 생겼는데.’

긴장할 것 없다. 우등생들아.

해골 교장의 낯익은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음산한 탑 위로 둥둥 떠 있는 해골 교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낙제생들은 징벌방에 가지만, 우등생들은 상을 받는 법. 이곳은 우등생들에게 상을 주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그게 정말입니까!?”

앙라고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이한과 지젤은 동시에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저걸 믿냐?

그럼! 물론이지. 설마 안 믿는 학생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낙제생들과 달리 여기 모인 학생들은 탑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니까.

말과 함께 탑의 문 앞에 걸린 둥근 문패가 빙글거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자, 들어가서 가져가라!

“...실례지만 정확히 뭘 가져가란 건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어렵지 않지.

해골 교장은 오늘 기분이 좋았는지 상당히 관대하게 설명해줬다.

이 탑은 시험을 잘 본 우등생들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층마다 있는 시련을 극복하고, 보상을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곳!

능력만 되면 몇 층이든 계속 올라가서 보상을 챙기면 되니 사실상 행복한 보상의 탑이나 마찬가지지.

“......”

“......”

이한과 지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설명만 들어도 오싹했던 것이다.

‘시련과 고통의 탑 같은데.’

해골 교장 성격상 1층부터 지옥을 준비해놨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보상이 좋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깨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네 기쁨이 내 기쁨이지.

앙라고는 아직 깨닫지 못했는지 여전히 기뻐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흰 호랑이 탑부터. 입장!

“왜 저희부터 들어갑니까?”

억울하면 다음부터는 시험을 더 잘 보도록 해라.

“먼저 들어가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앙라고는 의아해했다. 지젤은 각오한 듯 눈을 감았다.

회전하던 문패가 천천히 멈추더니 문양이 나왔다.

검의 문양이었다.

검의 도전으로!

탑의 문이 열리더니 흰 호랑이 탑 학생 둘을 집어삼켰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알라르롱에게 혹독하게 훈련 받은 덕분에 이한은 방 안의 풍경을 잠깐 볼 수 있었다.

그건 분명 검을 든 수십 개의 골렘들이었다.

“......”

이한은 진지하게 징벌방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고민했다.

*         *         *

이한과 황녀가 뽑은 도전은 물약 문양의 도전이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

이한은 초조함을 삼키고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2층이고 3층이고 필요 없고 1층만 극복하면 바로 나간다.’

1층 깼다고 ‘와 2층 보상은 뭘까?’하고 올라가는 건 미친놈이나 할 짓이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1층 극복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최대한 덜 다치고 탑을 빠져나가는 것.

이한은 만약 포기 선언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지혜의 도전

한 사람이 독을 먹으면 도전은 시작되노니, 해독약을 만들어서 친구를 되살려라.

“...포기 선언? 항복? 포기?”

탑은 대답이 없었다. 이한은 한숨을 쉬었다.

앞을 보니 탁자 위에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누가 봐도 안에 독이 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옆에 위치한 솥과 연금술 기구들, 재료들.

황녀는 지팡이를 들더니 케이크를 조준했다.

“독이여, 모습을 드러내라.”

순간 케이크 위로 다색(多色) 연기가 솟구쳤다. 황녀의 눈동자가 놀라움과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설마 저게 다 독은 아니겠... 맞습니까?”

황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저 마법으로 안에 든 독을 전부 다 파악한 것도 아닐 텐데 벌써 이렇게 종류가 많다니.

이 정도면 독이 든 케이크가 아니라 케이크 모양의 독 아닌가?

황녀는 케이크를 잘라야 한다고 손짓했다. 안을 열어보기 전에는 독을 확인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케이크는 잘리지 않았다.

“...먹기 전에는 안 열리게 해놨군.”

이한은 증오를 담아서 중얼거렸다.

정말 이런 부분에서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해골 교장이었다.

‘어쩔 수 없나.’

이한은 각오를 다졌다.

이제까지 경험한 걸로 봤을 때, 이한의 마력은 여러 독에 대한 상당한 저항력을 제공했다.

물론 저런 지독한 독 케이크를 먹고서도 멀쩡할 수는 없겠지만 황녀보다는 더 잘 버틸 게 분명했다.

“제가 먹을 테니, 바로 해독약을 만드십시오.”

“!”

황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흔들렸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저으며 그러지 말라고 말리려고 했다.

물론 이한은 가이난도든 황녀든 황족의 의사를 그리 존중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

‘아니. 맛있어서 더 어이없군.’

독이 들어간 것치고 제법 달달한 게 의외로 맛있었다.

쿠르릉!

케이크를 한 입 먹자 저 앞의 문이 열리더니 글이 바뀌었다.

지혜의 도전

도전은 시작되었으니, 중독되지 않은 상태로 문을 통과하라.

“빨리!”

이한은 재촉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황녀는 황급히 재료 쪽으로 달려갔다. 하도 서두른 탓에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괜히 제국의 천재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황녀는 조금도 낭비 없는 동작으로 움직였다.

케이크의 조각을 판자 위에 올려놓고 성분을 분해하고, 먼저 구분된 독부터 바로 해독 성분이 있는 재료를 찾아 솥에 던지기 시작했다.

솥이 부글거리면서 물약을 끓게 만들었다. 몇 가지 재료가 들어가고 지팡이가 휘둘러지자 물약의 색이 빠르게 변화했다.

‘집중해야...!’

이제까지 경험한 적 없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친구의 목숨이 걸려 있는 연금술을 언제 어떻게 경험했겠는가. 황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파라락!

멈추지 않고 물약을 만들어나가던 황녀의 동작이 멈췄다.

불길한 징조였다.

아니나 다를까 황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독이 등장한 것이다.

황녀는 되는대로 해독 재료들을 꺼내 케이크의 부스러기와 맞춰보았다. 물론 통하는 건 없었다.

절망감이 차올랐다. 황녀는 낭패한 표정으로 이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ㅇ...!”

이한은 심각한 표정으로 멀쩡하게 앉아 있었다.

왜 중독이 시작 안 되나 고민하던 이한은 케이크를 한 입 더 베어 물고서는, 황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음. 이거 중독 안 될 것 같습니다.”

“......”

황녀는 정색하고 이한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         *         *

황녀가 속은 표정으로 노려봤지만 이한은 당당했다.

‘먹어도 중독이 안 될 줄은 몰랐지.’

이한이 황녀가 헛수고하는 걸 구경하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었다.

독이 좀 시간이 걸리는 줄 알았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서 통과해봤는데 바로 도전 통과가 됐다.

지혜의 도전

훌륭하게 도전을 통과했으니, 보상을 받아라.

명예로운 마법사는 앞으로 전진하겠지만, 비겁한 겁쟁이처럼 뒤로 도망치는 것 또한 그대의 선택이다.

“보상 받고 바로 나갑시다.”

황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다리자 연기와 함께 보상이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

펑!

그건 은으로 된 숟가락이었다. 이한과 황녀는 은으로 된 숟가락을 하나씩 들고서 당황스러워했다.

‘뭐지?’

황녀는 알겠다는 듯이 숟가락으로 남은 케이크를 살짝 펐다. 이한은 깜짝 놀라서 황녀의 손등을 쳤다.

“먹으면 안 돼!”

“......”

황녀는 너무 황당해서 반응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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