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91화 (191/687)

191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오늘 보여줬던 눈빛들 중 가장 사나운 눈빛으로 노려보자, 이한은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법이 너무 강하게 걸린 게 왜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사실 비생명체에 거는 부여 마법은 마법이 너무 강하게 걸려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편이었다.

도중에 마력과다로 실패하더라도 크게 위험하거나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은 것이다.

기껏해야 물건이 파괴되거나 하는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지속시간이 길어지거나 효과가 강해진다고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으니...

하지만 다른 마법들은 훨씬 위험했다.

당장 이한이 화염 원소 마법을 조심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마법 시전하다가 마력 통제 한 번 놓치는 순간 주변에 화염 광역기를 시전할 수 있어서였다.

“알겠지? 마력을 너무 많이 끌어내는 건 위험하다.”

“...그, 그렇군.”

“근데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

이한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자기들 문제 아니라고 저런 태도를 보이다니.

역시 기사 가문 출신 놈들은 무례한 놈들이 많았다.

*         *         *

“어쨌든 고맙다. 워다나즈.”

“덕분에 잘 되는 거 같군.”

추가 강의가 끝나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감사를 표했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실제로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완벽한 성공은 없었지만, 사실 70~80% 정도의 효과만 나와도 충분했다.

그 정도만 되도 망토나 외투에 걸어서 추위를 막을 수 있었으니...

자리에 모인 학생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성공한 거지?’

이한도 속으로 생각했다.

‘신기하군. 이 자식들 대체 어떻게 배운 거지?’

이한도,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느끼고 있었다.

이한의 가르침이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한은 이한대로 ‘아니 이 자식들 대체 왜 이렇게 휙하고 슉 움직이면 되는데 그걸 못하지?’싶었고,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학생대로 ‘이 미친 자식은 대체 마력을 어떻게 저렇게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야’싶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강의가 끝나갈 때쯤 되자 몇몇 학생들이 성공했다.

대체 왜지?

“워다나즈 자식한테 지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야?”

“설마 그렇게 단순할... 수는 있긴 하겠는데.”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소곤거렸다.

“그래. 끝난 것 같군. 다들 마법 열심히 연습하도록.”

“알겠다.”

“하루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겠지?”

학생 중 한 명이 별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이한이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루 한 시간 연습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

“...두, 두 시간?”

“하루 두 시간 연습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

“......”

‘미친 놈 아니야 저거?’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괜히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 아니구나!

‘하루에 두 시간 하면 충분히 많이 하는 거 아닌가?’

“충분히 많이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놈들은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

속마음을 들킨 흰 호랑이 탑 학생은 경악했다.

“어쨌든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이한은 탑에서 갖고 온 궤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쿵!

“추위를 대비할 수 있도록 옷감 갖고 왔다.”

“고맙다. 워다나즈.”

흰 호랑이 탑 학생이 궤짝에 손을 뻗었다. 이한은 냉정하게 쳐냈다.

“?!”

“공짜가 어디 있나. 교환할 거 갖고 와라.”

“......”

그냥 해주는 게 아니었어?

“가진 돈이 없는데.”

“물물교환으로 충분하다. 식량, 도구, 아티팩트 등 값어치만 있으면 뭐든지 교환해주지.”

“우리 그런 거 없는데...”

이한은 경멸 섞인 시선으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모두 다 기사 가문 출신인 만큼 저런 시선을 받는 게 생전 처음이었다.

처음 느끼는 굴욕감이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휘감았다.

“잠, 잠깐! 외상은? 검은 거북이 탑 놈들한테 들었는데 외상도 해줬다고 들었는데?”

“너희들을 믿고 외상을 주라고?”

이한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이 말했다.

“가문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다!”

앙라고가 단호하게 말했지만 이한은 시큰둥했다.

‘이 자식들 가문에 돈 받으러 찾아가면 습격할 것 같은데.’

거절하려고 하는 이한의 눈에, 뒤에서 필사적으로 손짓하는 더르규가 들어왔다.

-제발 받아다오!

앙라고가 저렇게 보여도 기사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한 녀석이었다.

검은 거북이 탑의 리치몬드도 가문의 이름을 걸고 약속을 받았는데, 앙라고가 받지 못한다면?

아마 며칠 동안 자기 방에서 훌쩍이면서 잘지도 몰랐다.

“...그래. 알겠다.”

“휴!”

앙라고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이한이 거절할까봐 조금 걱정했던 것이다.

‘나중에 저 놈 가문 찾아갈 때는 더르규 데리고 가야겠군.’

*         *         *

오전 내내 돌아다니며 다른 친구들을 도운 이한을 하늘도 기특하게 여겼는지, 오후부터는 눈보라가 조금 멈추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두꺼운 옷차림을 하고 나타난 번개걸음 교수가 추위로 떠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어쩌다가 이런 마법학교에 들어와서...”

“......”

“......”

“됐다. 원래라면 오늘은 말을 타고서 할 수 있는 고급 기술들을 알려주려고 했었는데...”

철컹!

번개걸음 교수는 우리의 문을 열었다. 안에서 사람 서넛은 태우고도 남을 덩치의 도마뱀이 기어나왔다.

가죽의 색이 눈과 비슷해서, 쌓인 눈 속에 들어가 있으면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눈도마뱀이다. 아는 사람?”

닐리아를 비롯해 추운 지방 출신 몇몇이 손을 들었다. 번개걸음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추운 곳에서는 꽤 유명한 놈이지.”

눈도마뱀.

추위에 강한데다가 특유의 끈질긴 체력 덕분에 추운 곳에서는 탈것으로 종종 사용되는 몬스터였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숫자가 적은데다가 발견하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성질이 더러운 놈이라 길들이기 힘들지만... 길들이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다. 오늘 강의는 이놈과 친해지기다. 각자 탑별로 나눠져라.”

학생들이 탑 출신으로 나눠지자 번개걸음 교수는 눈도마뱀 세 마리를 더 풀었다.

“눈이 그칠 때까지 빌려주마. 친해져봐라.”

“!”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놀랐다. 번개걸음 교수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코밑을 쓱 훔쳤다.

“너무 고마워 할 것 없다. 이 정도는 제자들한테 해줄 수 있지.”

‘별로 고마워하는 것 같지 않은데.’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친구들의 표정은 당혹과 심란이었지 감사가 아니었다.

북부에서도 가장 노련한 사냥꾼들이나 ‘아니 이렇게 귀한 짐승을 빌려주신다고요?’하지, 학생들 입장에서는 ‘아니 가죽이나 주시지 뭔 이런 흉악한 몬스터를 빌려줘요’같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워다나즈. 워다나즈.”

“왜?”

“이런 귀한 몬스터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교수님 진짜 대단하지 않아?!”

닐리아는 눈치 없이 속삭였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기분은 이해하는데 친구들 앞에서 티내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눈도마뱀을 둘러쌌다.

눈도마뱀은 눈알을 굴리면서 주변을 찾아보다가 학생들이 접근하자 바로 눈뭉치를 발사했다.

퍽!

“악! 이 자식이!”

징벌방에서 풀려난 지 얼마나 됐다고 눈도마뱀한테 눈뭉치를 맞자 가이난도는 울컥했다.

“저주를...”

“그만둬, 가이난도! 놈을 길들여야 한다고!”

“저 녀석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아?!”

아산이 가이난도를 타박했다.

책에서 읽었던 게 사실이라면 눈도마뱀은 이번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튼튼한 체력, 학생들 몇 명은 거뜬히 태우고 다닐 수 있는 몸집, 눈속에 있는 사냥감을 찾아내는 감각 등등.

“섣불리 다가가지 말고 먼저 친해져라!”

번개걸음 교수의 외침에 학생들은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좋아할 만한 먹이 꺼내기(피 같은 고기를 낼름 뺏긴 가이난도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자세를 낮추고 도마뱀인 척하기(아산이 시도했다가 눈뭉치를 얼굴에 맞았다) 등등.

“워다나즈. 네가 나서보면 안 되나?”

“내가?”

이한은 머뭇거렸다.

원래라면 친구들의 부탁을 들어줬겠지만...

‘별로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저번에 설산을 돌아다닐 때도 그랬듯이 이한은 기본적으로 생명체들과 친해지는 데에 재주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일부러 접근하지 않고 거리를 좀 두고 있었던 건데...

‘접근하면 겁먹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

도망치면 망정이지 폭주라도 하면 대참사였다. 이한은 혀를 차고 말했다.

“좋아. 대신 모두 빙 둘러싸고 포위망을 만들어라.”

“...!”

“뭘... 뭘 하려고? 설마 죽이려는 건 아니지?”

*         *         *

검은 거북이 탑, 리치몬드 가문의 말 수인족 학생 샤일스는 자신의 가문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만큼 당연히 가문에 내려오는 기술에도 긍지를 가졌다.

드넓은 제국에서 마차를 이용한 운송 사업을 하려면 말만 잘 다뤄서는 안 됐다. 지형과 환경에 맞춰서 온갖 몬스터들을 다룰 줄 알아야 했다.

‘이건 기회다.’

샤일스는 눈도마뱀을 길들여야 하는 이번 강의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탈 것 훈련 강의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원래라면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바로 샤일스 자신이었던 것이다.

“자. 날 따라해. 모두! 내가 눈도마뱀을 길들여 본 적 있으니까!”

“정말로!?”

“그래, 닐리아! 혹시 너도 그런 적 있어? 그러면 날 도와줄...”

“난 잡아본 적 있는데...”

“...자, 날 따라해. 모두!”

샤일스는 친구들을 열심히 지도했다.

눈도마뱀과 친해지는 첫 번째 방법.

그것은 눈도마뱀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었다.

다른 탑 학생들도 한두번 시도했다가 퇴짜를 맞았지만, 그건 시도가 어설프고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서였다.

“진심으로 따라해야 해! 내가 눈도마뱀이 됐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입에 눈을 머금어!”

“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샤일스가 이렇게 도와주는데 불평하는 놈 누구야!”

살코는 샤일스의 진심을 느꼈는지 친구들에게 호통을 치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따라했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모두 네 발로 기어다니면서 눈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번개걸음 교수도 감탄할 정도였다.

‘요령 있는 놈이 있었군.’

얼핏 보면 우스워보였지만 저게 바로 정석이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몬스터들의 종류를 모두 꿰고서 이해해야 좋은 탐험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눈을 뱉어! 혀를 낼름거리고!”

크륵. 크륵.

“됐다! 녀석이 우리를 인정해줬어! 이제 가까이 가도 돼!”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번개걸음 교수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진도가 빨랐다. 모두가 열심히 진심으로 접근한 덕분이었다.

‘자. 다른 놈들은 뭘 하고 있나...’

불사조 탑 학생들도 제법 친해지긴 했지만 너무 얕보인 모양이었다. 눈도마뱀이 장난을 치듯이 꼬리로 눈을 날려대고 있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아예 눈도마뱀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푸른 용의 탑은?

“기적이다! 워다나즈가 눈도마뱀과 친해졌어!”

“교수님! 눈도마뱀이 워다나즈를 인정해줬어요! 여길 보세요!”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번개걸음 교수를 불렀다.

‘그 사이에 친해졌다고? 너무 빠른데?’

번개걸음 교수는 놀라서 눈도마뱀을 쳐다보았다.

눈도마뱀은 눈알만 뒤룩뒤룩 굴리며 이한 옆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건 친해진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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