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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97화 (197/687)

197화

탁탁 손을 털어낸 이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해골 교장이나 해골 교장의 소환수가 있나 싶어서였다.

‘아닌가?’

처음에는 해골 교장이 한 짓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해골 교장이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괴롭히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러면 누구지?’

이한이 모르툼 교수와 같이 뒤틀린 차원의 복도로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다시 그 복도로 보내서 엿을 먹이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해골 교장 말고 더 있나?

‘아니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걸로 괜히 고민하지 말자.’

이한은 고개를 한 번 흔들어서 고민을 떨쳐낸 뒤 발걸음을 옮겼다.

지켜보고 있던 4학년 선배들 입장에서는 환장할 일이었다.

“왜 무시하지? 철자가 틀렸나?!”

“철자 실수를 하겠어? 편지 처음 보내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격식을 갖춰서 보냈는데?”

“이... 이상하다?”

코홀티와 친구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이 신입생일 때에는 매일 배가 고프고 힘들고 괴로웠었다.

...사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뭐라도 찾아서 먹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위험해 보이는 버섯의 독성을 자기 몸으로 실험하거나, 누가 봐도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복도의 방에 들어가거나, 수상한 소문이 도는 학교 밖의 숲에 찾아간다거나...

학교에 대해 아는 게 없고 절박함만 가득할 때니 ‘위험한 여정, 수많은 위험, 안전귀환 보장 못함’같은 편지를 줘도 ‘그래도 뭐라도 있겠지’하고 찾아갔었다.

그런데 저 신입생은 대체 어째서?

‘보상도 제대로 적어놨는데 왜 무시하는 거지?’

‘교장 선생님 때문인가? 교장 선생님한테 협박을 받은 건가?’

그렇게 고민하던 사이 이미 신입생은 저 멀리 걸어가 버렸다.

코홀티와 친구들은 황망한 눈빛으로 신입생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         *         *

나한테 무슨 불만이라도 있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침.

강의실로 둥둥 떠서 들어온 해골 교장은 이한의 눈빛에서 수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밖에 없는데.’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제 저녁 받은 편지의 주인이 아무리 생각해도 해골 교장 같았던 것이다.

해골 교장이 아니면 그런 걸 누가 보낸단 말인가.

물론 해골 교장이 하기에는 쓸데없이 복잡한 방법이긴 했지만, 절대란 건 없는 법.

‘이 자식이 왜 이래?’

해골 교장은 찜찜함을 느꼈다.

수많은 무쇠대가리 중에서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상당히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한다는 일이 고작해야 ‘친구들 도와주기, 교장의 훌륭한 계획 막기’같은 것들이라는 게 못마땅하긴 했지만...

어쨌든 저 정도로 능력 있는 신입생은 주의해야 했다. 언제 해골 교장의 뒤통수를 칠지 몰랐으니까.

“교... 교장 선생님!”

왜?

“창... 창문을 닫아도 되겠습니까??”

학생 중 한 명이 추위로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말했다. 벌써 입술이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원래 본관 강의실은 난방을 하지 않더라도 밖보다는 덜 추운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창문 닫고 찬바람만 피해도 훨씬 추위가 덜 느껴지는 것이다.

휘이이이이이이이잉!

그러나 오늘 기초 마법 인성 교육 강의실의 창문은 전부 활짝 열려있었다.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사납게 몰려들어와 학생들의 뺨을 때렸다.

마음대로 하려무나.

“감... 감사합니다!”

해골 교장이 허락해주지 않을 줄 알았던 학생은 기뻐서 창문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이한은 불길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설마?’

“어? 어어?”

달려간 학생은 경악했다.

창문이 모조리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왜 닫지 않지?

“...창문이... 없습니다...”

저런!

해골 교장의 가증스러운 말에, 두꺼운 외투와 가죽으로 몸을 감싼 학생들이 노려보았다.

강의실에 있는 가장 어리석은 학생도 저 창문을 누가 치웠는지는 눈치 채고 있었다.

오늘 강의 주제는 이런 돌발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는 마법사의 지혜가 되겠군.

“......”

자. 그만 떨고 생각해봐라. 인성 비뚤어진 마법사들은 이런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어리석게 행동하곤 한다. 서로 힘을 합쳐서 버티려고 하지.

“그게 좋은 거 아니에요?”

해골 교장은 눈을 깜박였다. 가이난도는 그대로 목소리가 봉인되었다.

인성 좋은 마법사들은 저런 헛짓거리에 속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 지혜롭게 해결한다. 너희들도 위기나 돌발상황이 닥쳤을 때 머리를 굴리지 않고 서로 힘을 합쳐서 버티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도록 해라. 그건 포기나 마찬가지니까.

참신한 해골 교장의 이론에 가이난도 말고도 몇몇 학생이 의문을 표했다.

“서로 힘도 합치고 머리도 굴리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같이 지혜를 짜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만.”

헛소리 하지 마라. 무쇠대가리들 모아서 백날 부딪친다고 황금이 나올 것 같으냐? 지혜란 건 무릇 절박함에서 나온다. 여럿이 모여서 떠들어봤자 마음만 안일해지지. 나중에 깨닫고 보면 서로 할퀴고 찌르고 물어뜯고 있을 거다.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혼자 고민했으면 됐을 걸.

“......”

대놓고 저주를 퍼붓는 해골 교장의 모습에 학생들은 아연실색해졌다.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그러는 와중에 가이난도는 방금 입을 연 학생들도 목소리 봉해달라고 손짓발짓했다.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가르침을 아주 잘 받아들였군.’

자. 그래서. 서로 협력하기 좋아하는 무쇠대가리. 네가 한 번 협력해서 저 창문을 막아봐라.

“...!”

말 몇 마디 했다고 해골 교장한테 지목당한 흰 호랑이 탑 학생은 당황했다.

“어... 어어...”

“걱정하지 마. 가토노. 우리가 널 도와줄게.”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친구를 돕기 위해 결연히 일어섰다.

기사로서의 명예도, 우정도 모르는 사악한 해골 교장의 마수에서 친구를 구해낼 생각이었다.

촤아악!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갖고 온 가죽들을 텅 빈 창문에 걸기 시작했다.

불완전하긴 하더라도 냉기 저항 마법이 걸린 두꺼운 가죽들이라 몇 겹씩 걸치면 바람을 막을 수 있었다.

다른 탑 학생들도 살짝 감탄한 표정으로 작업을 쳐다보았다.

저렇게 가죽을 치면...

딱!

갑자기 창문 밖에서 거대한 언데드 맹금류가 날아오더니 가죽을 물고서 날아가 버렸다.

“......”

“......”

해골 교장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저런.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구나. 그러게 마법으로 막았어야지. 그런 미련한 방법 말고.

‘칼부림 나는 거 아닌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보니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슬 추워지는데다가 옆 친구들의 얼굴도 창백해지자 이한은 손을 들고 나섰다.

‘냉기도 익혔겠다, 얼려서 막아버리면 되겠지.’

“제가...”

넌 심부름 좀 갔다 와라.

“아니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워다나즈는 허가해주셔야죠!”

이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탑 학생들이 분노했다.

‘내가 무슨 아이템이냐?’

난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워다나즈. 빨리 출발해라.

*         *         *

첨탑지기에게 가서 ‘추운 겨울의 글로브’를 받아와라.

(지도는 뒤에)

‘나쁘진 않군.’

해골 교장의 지루한 강의를 빠져나와서 즐거운 게 아니었다.

이한이 모르는 마법학교의 새로운 샛길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이었다.

드르륵!

해골 교장이 써준 편지가 학교의 벽을 움직이고 숨겨진 계단을 불러오자, 이한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편지를 쳐다보았다.

‘복제해서 가짜하고 바꿔치기를 한다면... 아니. 위험하겠군.’

빠르게 견적을 세워본 이한은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걸 위조하는 건 너무 위험부담이 컸던 것이다.

‘그나저나 첨탑지기는 누구지? 설마?’

이한이 만난 해골 교장의 여러 하수인들 중 창고지기가 있었다.

눈은 붕대로 가려져있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예리한 감각을 갖고 있는 하수인이었다.

...물론 이한을 해골 교장하고 착각하긴 했지만 그 정도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였고, 어쨌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능력 있는 사람이 맞았다.

첨탑지기도 그런 부류의 하수인이라면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리라.

원래라면 부딪칠 일 없는 만큼 그냥 심부름만 하면 됐겠지만...

‘문제는 내가 첨탑에 가려고 길을 뚫는 중이란 거지.’

첨탑 마구간을 노리는 이한 입장에서 첨탑지기의 이름은 괜히 찜찜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한은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 이건 기회다.’

오히려 첨탑지기의 존재를 지금 알게 된 게 행운이었다.

미리 알아둬야 대책을 세울 수 있었으니까.

직접 부딪쳐서 파악한다!

쿵-

나선계단 세 개를 돌고, 승강기 두 개를 탄 다음, 비밀 문 네 개를 통과하자 처음 보는 장소가 나왔다.

복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여기가 상당히 높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탁!

첨탑지기가 앞에 서있었다.

특이하게 생긴 지팡이를 들고, 입 주변을 붕대로 칭칭 감은 첨탑지기는 눈을 깜박이며 이한을 쳐다보았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공기가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이한은 급히 편지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

첨탑지기는 편지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저는 이한이라고 합니다.”

“......”

이한의 인사에도 첨탑지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황녀처럼 말수가 적은 친구한테도 적응을 한 이한이었지만, 첨탑지기는 그걸 뛰어넘는 금언(禁言)을 지키고 있었다.

정보를 최대한 캐내려고 하는 이한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창고지기가 차라리 나을 정도군.’

일방적인 대화와 침묵.

뭘 해볼 틈도 없이 첨탑지기는 복도를 걸어가 방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온갖 기괴한 아이템들이 무질서하게 널브러져있었다.

이한은 본능적으로 여기가 어딘지 알 것 같았다.

‘교장의 창고 중 하나구나!’

다람쥐가 도토리를 숲 곳곳에 숨기는 것처럼, 해골 교장도 학교 건물 곳곳에 자기 창고를 만들어놓았다.

그런 창고들은 학생들의 습격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사고나 변경으로 사라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멀쩡하게 남아 해골 교장이 필요할 때 사용되곤 했다.

우우웅-

‘뭐지?’

불길한 진동소리를 들은 이한은 멈칫했다.

그러나 첨탑지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잡동사니 사이로 발을 내딛었다.

‘별 일 아닌가?’

우우우웅-

그러나 진동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이한은 정말 괜찮은 건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외부인이 들어오면 원래 이러는 겁니까?”

탁!

첨탑지기는 바로 지팡이를 휘둘러서 이한에게 방어막을 걸어주었다.

동시에 잡동사니 사이에서 기묘한 살기를 토해내는 검이 날아들었다.

꽝!!!

“!”

방어막이 뒤흔들리는 충격에 이한은 놀랐다.

‘아니. 교장 진짜 미쳤나??’

심부름 보내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저런 미친 아티팩트를 대기시켜놓다니.

아무리 이한이 해골 교장의 계획을 몇 번 막았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

첨탑지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지금 깨어난 검은 강력한 적이 들어와 자극하기 전에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 아티팩트였다.

그런데 그런 검이 갑자기 깨어나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첨탑지기는 지팡이를 휘둘러 공간을 왜곡시키고 다시 방어막을 쳤다.

이해가 가지 않아도 일단 지금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했다.

그러나 검도 만만치 않았다.

공간이 왜곡되기 전에 빠르게 날아들더니 방어막을 관통해서 첨탑지기에게 타격을 입혔다.

첨탑지기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지팡이를 다시 휘둘렀다.

이렇게 된 이상 일단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 이한은 첨탑지기가 뒤에서 날아드는 쇠사슬을 얻어맞고 쓰러지는 모습에 경악했다.

이렇게 되면...

“샤르칸, 나와라!”

이한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웬 미친 아티팩트가 무슨 생각으로 덤비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창고를 폐허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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