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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00화 (200/687)

200화

“약속하신 겁니다?”

이한은 무슨 보상이 좋을지 생각하며 문으로 다가갔다.

역시 버두스 교수라면 아티팩트가 가장 쓸만했다.

‘어떤 아티팩트가 좋을까?’

덜컥덜컥-

“잠깐. 교수님. 문이 안 열리는데요.”

“그야 그렇겠지! 마법으로 잠겨있어.”

“예?”

이한은 멈칫했다.

해골 교장이 마법으로 잠가놓은 문을 지금 이한보고 열라고 한 건가?

“어... 교수님께서 마법을 해제하실 겁니까?”

“네가 해제해야 해. 여기 안에서 마법 못 써.”

“......”

이한은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잠깐. 종이 새는 어떻게 보내셨는데요?”

“내가 저녁까지 못 돌아오면 날아가게 공방에 미리 걸어놨어.”

‘그럴 거면 그냥 다른 교수한테 부탁해도 됐잖아...’

제자들은 감시당한다 쳐도 다른 교수들은 아니지 않은가.

새삼 버두스 교수의 인간관계가 짐작이 갔다.

오죽하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생한테 날아가게 해놨나!

“교수님. 죄송하지만 제가 교장 선생님의 마법을 해제할 실력은 아닙니다.”

키르민 쿠 교수에게 주기적으로 배우고, 필로네 마을의 천재적인 대마법사 발도르오른한테 따로 가르침을 받았지만, 이한은 아직 환상 마법에 크게 자신이 없었다.

환상 마법은 유난히 다른 분야보다 경험이 많이 필요했다. 이한 정도의 경험으로는 어디 가서 자신 있게 나서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나가지 못하도록 추가 마법을 거실 정도면, 이 근처에도 다른 함정 마법이 있는 거 아닙니까?”

핑계 삼아서 한 말이었지만 나름 일리가 있었다.

해골 교장이 그냥 절차상 가둬놓는 시늉만 한 거면 이한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열었겠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마법을 걸어놨으면 주변에 다른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주변에 다른 마법 없어. 내가 끌려오면서 봤거든.”

‘쯧.’

이한은 버두스 교수의 눈을 완전히 가리지 않은 해골 교장을 탓했다.

“그리고 마법 해제하는 거 실력 없어도 가능해. 별로 안 어려워. 힘으로 날려버려. 날리는 방법 알지?”

“교수님. 그것도 상당한 기술입니다.”

이제 이한도 배워서 알았다. 흔히 걸린 마법을 ‘힘으로 날려버린다’고 할 때 정말 힘으로 날리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마법의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 구조가 복잡해지고 견고해지는 만큼 그냥 힘으로 무작정 퍼붓는다고 흔들리거나 깨지지 않았다.

그 구조를 이해하고 취약점을 파악해서 힘을 때려박아야 힘으로 부술 수가 있는 것이다.

힘으로 날려버리는 것도 그 안에는 상당히 정교한 기술이 숨어있었다.

‘발도르오른 님은 아마 날 배려해서 말해주지 않으신 거겠지.’

발도르오른은 저런 부분까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냥 마력을 부딪치는 방법만 이야기해줬을 뿐.

아마 이한의 실력을 알아보고 초보자의 실력에 맞게 설명해준 것이리라.

초보자 수준에는 저런 파악까지 필요 없으니까.

“교장 선생님이 건 마법은 제가 아직 파악하기 힘들...”

“아니야. 한 번 해보라니까.”

버두스 교수는 이한의 말은 귓등으로 무시했다.

자기는 걸린 마법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고 힘으로 찔러서 날릴 수 있으니까, 이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교수 맞아?’

“알겠습니다.”

이한은 괜히 버두스 교수를 억지로 설득하느니 한 번 보여주고 안 된다고 말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더럽게 복잡하군.’

이한은 해골 교장이 무슨 마법을 걸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여러 마법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단단한 자물쇠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해골 교장이 전력으로 자물쇠를 건 것도 아닐 텐데...

새삼 해골 교장이 얼마나 뛰어난 마법사인지 느껴졌다.

꽝!!!

이한은 발도르오른에게 배웠던 그대로, 무작정 마력을 폭발시켜서 부딪쳤다.

구조고 뭐고 파악하지 않은 상태로 부딪치는 무식한 방법이었다.

“......”

그런데 마법이 부서졌다.

덜커덩!

“내가 된댔잖아. 그치?”

버두스 교수가 나오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한의 등을 톡톡 두들겼다.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뭐 이렇게 약하게 걸어놨어?’

마법의 복잡성만 따지다가 견고함은 신경을 덜 쓴 모양이었다.

이한은 해골 교장한테 실망했다

치이이익!

그 순간 갑자기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버두스 교수 머리 위에 낙인이 떠올랐다.

버두스 교수가 기겁해서 외쳤다.

“큰일났다!”

“뭡니까?!”

“함정이야! 고나달테스가 밖이 아니라 나한테 함정을 걸어놨어!”

“그걸 왜 눈치 못 채신 겁니까?!”

“몰래 걸어놨으니까!”

버두스 교수는 점점 줄어드는 낙인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이 낙인은 다 타들어가는 순간 버두스 교수의 위치로 소환수를 보내는 추적 마법이었다.

만약 버두스 교수가 무슨 수를 써서 먼저 빠져나가면 호된 맛을 보란 해골 교장의 뜻!

성치 않은 몸으로 해제하는 건 무리였다.

“안 되겠다! 가서 다른 교수 불러와!”

“누구요?”

“몰라! 이거 풀어줄 만한... 가르시아 교수!”

“어디 계신... 알겠습니다!”

이한은 일단 움직였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먼저 누굴 데려오든 간에 나중에 결정하더라도 먼저 움직이는 게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실패했을 경우 버두스 교수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았다.

...소환수한테 당할 사람은 한 명이면 됐으니까.

*         *         *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이한은 예상치 못한 상대와 마주쳤다.

...그건 볼라디 교수였다.

“밤 산책은 실력을 늘리기 좋지. 잘 선택했다.”

“감사합니다...?”

밤에 몰래 탑을 빠져나온 학생한테 하는 말치고는 좀 이상하긴 했지만, 이한은 일단 감사를 표했다.

화를 내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볼라디 교수는 이한을 위아래로 빤히 쳐다보았다. 이한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알아차린 건 아니겠지?’

“마법을 해제했나?”

“예? 예.”

“꽤 수준 있는 마법을 해제한 모양이로군.”

마력의 잔향만으로 수준을 파악하는 볼라디 교수의 실력에 이한은 깜짝 놀랐다.

이걸 알아차릴 줄이야.

“어디서 해제했지?”

“숲 안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안내하도록.”

“예?”

“안내하도록.”

저 정도 수준의 마법이 걸려 있는 곳이라면 강한 적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볼라디 교수는 제자가 그걸 놓치고 넘어가지 않도록 짚어줄 생각이었다.

“교수님. 제가 봤는데 딱히 별 것 없었...”

“교수 데리고 왔어?!”

기다리지 못한 버두스 교수가 안쪽에서 달려 나왔다.

이한은 표정을 관리하며 외쳤다.

“버두스 교수님! 여기에서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까...”

“정말 기막힌 우연입니다! 참. 여기는 배그렉 교수님이십니다!”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버두스 교수도 고개를 까딱거렸다.

서로 더럽게 친구 없을 것 같은 두 교수의 만남에 이한은 전율했다.

‘아니. 차라리 다행이군. 거짓말이 들키지 않을 테니.’

“이 낙인은 교장 선생님의 낙인인가?”

볼라디 교수는 낙인 마법을 한 번에 알아보았다. 버두스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풀어줘!”

“마침 잘됐군.”

“예?”

볼라디 교수는 이한에게 주문을 걸었다.

감각이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진 느낌과 동시에 냉기 원소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준비해라.”

“...교수님? 설마 싸우시려는 거 아니죠?”

“맞다.”

“버두스 교수님이 다치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한의 말에 볼라디 교수는 ‘내가 그걸 왜 신경 써야 하지?’하는 듯한, 살짝 당혹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이한이 볼라디 교수의 제자였지 버두스 교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뒤지든 말든...

“빨리 풀어달라니까?!”

“교수님. 제가 싸움을 피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버두스 교수님도 제 스승이신데 다치시면 제 마음이 정말 찢어질...”

“알겠다.”

볼라디 교수는 지팡이를 까딱거렸다. 버두스 교수가 그대로 날아가더니 나무에 칭칭 묶였다.

해골 교장한테 당한 탓에 몸 상태가 엉망인 버두스 교수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했다.

“읍읍읍!”

“저렇게 묶어놓으면 다치지 않을 거다.”

“...교수님은 정말 천재가 아닐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고맙다.”

볼라디 교수는 이한의 칭찬에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이한은 다시는 칭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건 드문 기회다. 교장 선생님의 소환수는 강력한 전투 능력을 갖고 있지.”

“예... 압니다.”

몇 번 억지로 부딪친 적 있는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드문 기회라는 것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을 맞을 확률이 낮긴 했지만 그걸 드문 기회라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그건 그냥...

‘더럽게 재수가 없다고 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볼라디 교수와 만나서 강제로 해골 교장의 소환수와 대면하게 된 지금 상황은 더럽게 재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콰직!

결국 낙인이 전부 타버리더니 버두스 교수의 머리 위에서 차원문이 열렸다.

-계약자와의 약속으로 너를 다시 가두러 왔노라. 나를 원망하지 말지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볼라디 교수가 소환된 악마의 팔다리에 얼음창 네 개를 꽂아버렸다.

빠른 속도에 대응하지 못한 악마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상대해라.”

볼라디 교수는 친절히 이한에게 기회를 넘겨줬다.

악마를 크게 약화시켰으니, 이제 이한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적절한 상대가 된 것이다.

물론 이한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이한의 눈에는 그저 강대한 악마가 얼음창 네 방 맞고 극도로 분노한 것처럼 보였다.

-고나달테스! 날 속인 거냐!

감옥에서 도망친 자를 가두려고 왔다가 웬 정신나간 마법사한테 호되게 맞은 만큼, 악마가 화가 난 것도 당연했다.

이한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과한다고 해서 꼭 공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이한은 사과와 동시에 공격했다.

...악마의 표정을 보니 사과가 통하기에는 너무 분노한 상태였다.

“방심을 유도하는 건가?”

“아닙니다!”

볼라디 교수의 질문을 부정하고 이한은 다시 마법을 날렸다.

얼음창에 사지를 봉인당한 악마는 입과 눈에서 불과 마력을 쏟아냈다.

-아직 어린 학생 놈이 벌써부터 악마를 속이려고 들다니!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그만 공격해라, 가증스러운 놈아!

“몰아쳐라, 페르쿤트라의 벼락이여!”

응축된 벼락이 악마의 가슴팍을 관통하고 타격을 줬다.

악마는 입에서 검은 피를 게워냈다. 팔다리가 묶인 탓에 제대로 된 방어도 할 수 없는 게 컸다.

‘어린 인간 놈이...!’

지금 상황도 혼란스러웠지만 상대 인간이 더욱 악마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린 학생 같지 않은 공격력, 회피력, 판단력.

‘어떻게 저렇게?!’

사실 악마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보통 어린 학생은 <공간 인지>에 <고나달테스의 암흑 시야>, <고나달테스의 기민한 발걸음> 등등 마법으로 도배를 하지 못했으니까.

“너무 느리군.”

볼라디 교수가 악마에게 말했다.

원래 아슬아슬할 정도로 이한을 밀어붙이길 원했는데, 공격이 너무 단조롭고 뻔했다.

덕분에 이한은 조금도 위험에 빠지지 않고 능숙하게 악마의 체력을 깎아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너무 뻔하게 이길 터.

-닥쳐라!

볼라디 교수는 말로 끝내지 않았다. 지팡이를 휘둘러서 얼음창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양쪽 팔과 다리가 자유로워진 악마는 경악한 눈빛으로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이한도 경악한 눈빛으로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악마는 이한과 볼라디를 연달아 쳐다보더니, 이한에게 물었다.

-혹시 저 마법사한테 협박받고 있나?

이한은 ‘그렇다’라고 무심코 대답하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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