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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31화 (231/687)

231화

양이냐, 질이냐?

어느 분야든 나오는 이야기였지만 적어도 소환 마법에 한해서는 양보다 질이 중요했다.

간단했다.

양을 늘려서 얻는 이익에 비해 들어가는 품이 너무 많은 것이다.

마력은 말할 것도 없고 한 구 한 구 소환할 때마다 혼신을 다해 집중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러다가는 마법사가 먼저 쓰러졌다.

이계에서 소환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여도 마찬가지였다. 이계의 존재들도 무작정 소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 만큼 소환 마법은 질을 추구했지 양을 추구하진 않았다.

스켈레톤 전사 소환을 익혔다면 더 강한 스켈레톤 전사를.

그것도 성공한다면 더 상위의 언데드 몬스터를.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소환수를 수십, 수백 마리 부리셨잖아?”

가이난도의 질문에 요네르와 이한은 한심하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시했다.

“열다섯 마리는 너무 무리 아니야?”

“으음. 너무 많이 소환했나? 그래도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야.”

이한의 말에 요네르는 새삼 놀랐다.

워다나즈 가문의 친구가 미친 드래곤처럼 마력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흑마법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원래 이런 방식으로 수련을 해?”

요네르의 질문에 황녀가 뒤에서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나름 흑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지금 이한이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원래 이런 방식으로 하지는 않지. 실전된 고대의 방식이야.”

“과연... 워다나즈. 일반적인 네크로맨시는 너무 쉬워서, 실전된 고대의 방식을 부활시켜서 그 진전을 이으려는 거군? 네 지성에 걸맞은 생각이야.”

아산이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이한은 한 대 때리려다가 아산이 무슨 죈가 싶어서 참았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런 것에 가깝긴 하지.”

“그래도 이건 너무 무모한 것 같은데.”

“맞아. 진전이 좀 느리긴 하군.”

이한은 지팡이를 툭 쳤다.

아까 미동도 하지 않던 것과 달리, 이번에 스켈레톤 전사들은 모두 동시에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일제히 종이 뭉치를 던졌다.

“악!”

가이난도는 날아오는 종이 뭉치에 두들겨 맞았다.

“지금 그나마 가능한 게 이 정도거든. 그것도 두 번 해야 간신히 한 번 성공하는군.”

“오...”

“갈 길이 멀긴 멀구나. 아직.”

흑마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 학생들은 그런가보다 싶었다.

그러나 황녀는 경악했다.

스켈레톤 전사 열다섯 마리를 고대의 방식으로 일으켜 세운 것도 모자라, 벌써 일제사격이 가능할 정도로 통제하다니.

탁탁-

황녀가 저걸 보라는 듯이 가리키자 네블렌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아. 확실히 보기 좋지 않죠. 워다나즈가 치우는 걸 돕겠습니다. 워다나즈. 아무래도 개인실은 연습하기 적절한 공간이 아닌 것 같은데, 옮기는 걸 도와드릴까요?”

“그래야겠군. 고맙다.”

“뭘 이런 걸 가지고.”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뼈를 하나씩 집어들기 시작했다.

“샤르칸. 고맙다.”

-크릉.

이한은 샤르칸 등 위에 짐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했다.

“고나달테스. 이거 들고 가라.”

“뭐... 뭔테스???”

아산은 기겁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한은 친구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진정해. 아산. 교장 선생님이 온 게 아니다. 이 소환수 이름이 고나달테스인 거지.”

“아하... ...워다나즈. 내가 남의 소환수에 뭐라고 할 자격은 없지만, 그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

친구들이 하나씩 짐을 들고 걸어가자 황녀는 답답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투탄타 가문의 살코는 친구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찾는 싶은 사람이 있어서였다.

“워다나즈는 지금 우레걸음 교수님의 오두막에 있다는군. 가자.”

“투, 투탄타.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물론 워다나즈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놈이긴 하지. 하지만 흰 호랑이 탑 놈들처럼 협력 자체가 불가능한 멍청이는 아니다. 타당한 조건만 있다면 손을 잡을 수 있을 거다.”

“아니. 이 인원만으로 가는 게 위험하지 않냐고. 워다나즈가 갑자기 공격해오면...”

“그 소리였나.”

살코는 겁먹은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을 보며 혀를 찼다.

“워다나즈는 그렇게 막무가내로 공격할 놈이 아니라고 말했잖나.”

“그, 그렇지만. 이미르그.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은 친구에게 말을 돌렸다. 이한과 같이 흑마법 강의를 듣는 거인 혼혈 학생은 당황했다.

“어, 어...”

사실 흑마법을 같이 듣고 있긴 했지만 워다나즈는 정말 어떤 학생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황자는 좀 멍청해보였고, 라파드엘은 좀 무례한 것 같은데, 워다나즈는...

마법의 천재라는 걸 제외한다면 하나도 감이 오지 않았다.

“마, 마법을 잘 하는데.”

“워다나즈가 마법에 뛰어나긴 하지. 그 자식. 진짜 우리랑 같은 나이 맞아?”

“워다나즈 가문이 원래 유명하잖아.”

“아니. 나 워다나즈 가문 출신 멀리서 본 적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어.”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수군거리며 걸어갔다.

적당히 뛰어난 학생이 있다면 ‘저 녀석 머리가 좋구나’하겠지만, 너무 불가해할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 있다면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한이 바로 그랬다.

모든 학파의 강의를 들으면서 막힘없이 따라오는 모습은 천재를 뛰어넘어서 괴물을 연상시켰다.

오직 마법만을 추구하는 괴물!

“참. 저번에 이상한 말을 들었는데. 푸른 용의 탑 놈들이 워다나즈가 맨날 식사를 차려준다고 하는 거야.”

“그게 말이 되나?”

“근데 저번에 워다나즈가 채소 스튜 끓여주지 않았나? 그거 정말 맛있었는데.”

“요리를 못한다는 게 아니야. 연금술을 잘 하니 요리도 잘 하겠지. 하지만 매 끼니마다 식사를 차려주는 건 별개의 이야기야. 너 같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나?”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은 생각에 잠겼다.

안 그래도 식재료가 부족한 에인로가드에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채소를 씻고, 껍질을 벗기고, 고기를 다지면서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니.

“워다나즈가 그럴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그래. 푸른 용의 탑 놈들이 허세부리는 거다. 워다나즈가 요리한 적 있으니까 그걸로 허세를 부리는 거지.”

“그 자식들. 나름 대귀족들인데 추잡한 거짓말을 하네!”

“귀족 놈들이 그렇지. 혈통을 자랑하는 놈들 중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주는 놈은 손가락에 꼽힌다. 다 왔군. 저기다.”

살코는 손가락으로 멀리 보이는 숲 근처의 오두막을 가리켰다.

우레걸음 교수의 오두막이었다.

“워다나즈! 있나? 할 이야기가 있어서... 으아아아악!”

“으허허헉!”

오두막 뒤에 허수아비처럼 배치된 스켈레톤 전사들의 모습에,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비명을 터뜨렸다.

*         *         *

“미안하게 됐군. 그렇게 겁먹을 줄은 몰랐는데.”

“잠, 잠깐. 겁먹은 게 아니다.”

“맞아. 그냥 당황했을 뿐이라고.”

살코 패거리의 학생들은 나름 다 거친 출신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겁먹었다’라는 말에는 매우 격렬하게 반응했다.

“누구나 갑작스럽게 언데드를 만나면 겁먹을 수 있지. 이해한다.”

“아니라니까!!”

“그만해라. 워다나즈. 오늘 이렇게 온 건 너한테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살코는 텃밭 곳곳에 우두커니 서있는 스켈레톤 전사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안 보려고 해도 자꾸 시선이 가는 놈들이었다.

‘흑마법을 잘 모르긴 하지만, 원래 저렇게 많이 소환이 가능한 건가?’

“무슨 제안이지? 아. 살코. 혹시 언데드 계에 같이 들어가고 싶은 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난 흑마법에 관심이 없다.”

‘정색할 것까지야.’

이한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농담 삼아서 한 말이었는데!

“...탈출하는 길을 하나 찾아냈다.”

살코는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이한은 놀랐다.

탈출하는 길을 하나 찾아냈다니?

“아. 혹시 간다르바가 지키고 있는 바위풀 동굴을 말하는 건가? 거긴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절대 우리들이 돌파할 수준이 아닌 것 같던데.”

“...처음 듣는 동굴이다. 대체 그런 동굴은 어떻게 알아낸 거냐?”

살코는 내심 경악했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가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검에 자부심을 가진다면,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스스로의 적응력에 자부심을 가졌다.

-이 드넓은 마법학교를 가장 많이 돌아다니고, 가장 잘 아는 건 우리들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대체로 적응력이 뛰어나서 이곳저곳을 탐사하며 필요한 정보들을 가장 먼저 알아내곤 했으니까.

그러나 가끔 예외도 있었다.

“돌아다니다 듣게 됐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적응력을 가진 이한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그 모습에서는 노련한 학생만이 풍길 수 있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살짝 압도된 살코는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그 동굴은 아니다.”

“설마 산맥 쪽 길인가? 산맥 쪽 길은 미뤄두는 게 좋을 텐데. 저번에 흰 호랑이 탑 놈들 믿고 따라갔다가 손해만 봤어.”

“그쪽도 아니고... 서쪽으로 산맥 아래를 따라 쭉 걸어가면 사막 비슷한 지형이 나온다. 혹시 아나?”

예의상 아냐고 물었지만 살코는 당연히 이한이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까지 누가 뭣하러 갔겠는가.

살코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도 정보가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안다.”

“?!??!”

“어, 어떻게?”

“저번에 폰리그가 폭주해서...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 그래서 그 사막이 어쨌다는 거냐?”

“이 지도를 봐라.”

살코의 말에 따르면, 검은 거북이 탑 학생 중 한 명이 밤에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기묘한 경험을 한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이었지만 발을 디디면 학생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속삭임이 날아왔다고.

그 학생은 ‘학교에서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그래서 이 지도를 받은 건가?”

“그래.”

“흥미롭군. 방의 위치가 어디지?”

“다시 가보니 사라져 있었다.”

‘수상한데.’

마법학교에 들어와서 늘어나는 건 의심밖에 없었다.

막말로 저 방에서 학생한테 속삭인 게 소원을 들어주는 정령인지 아니면 정령인 척 하고 있는 해골 교장인지 알 방법이 없지 않은가.

“어쨌든 이 지도를 보면...”

지도는 학교 부지 서쪽에 위치한 사막지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물이 그려져 있고, 그 우물의 지하를 따라 가면...

“지하통로?”

“그래. 성벽 아래로 지나가는 지하통로다.”

“우물 근처에 몬스터 다량출몰이라고 적혀있군.”

“그래. 그래서 강력한 전투력이 필요하다.”

“내가 그렇게 전투력이 높지는 않은데...”

“??”

“????”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텃밭에 서있는 스켈레톤 전사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이한을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지?”

“아, 아무것도. 어쨌든 생각이 있나?”

“탈출로야 언제나 확보하고 싶지. 난이도가 문제라서 그렇지. 안 그래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헛수고는 하고 싶지 않으니...”

이한의 말에 살코가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이 갖고 온 궤짝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검은 거북이 탑 녀석들은 뭔가 아는군.’

이한은 기대 섞인 시선을 보냈다.

역시 다른 탑 학생들과 달리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거래가 뭔지 잘 아는 친구들이었다.

‘재료? 시약? 마도서? 식량?’

“워다나즈. 이것 봐라. 개인실에 장식해 놓을 수 있는 조각상과 도자기다. 아름답지 않나?”

“...이걸 왜 나한테?”

“어... 귀족들은 이걸 좋아하지 않나?”

“이런 걸 누가 좋아하나?”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이거 없어서 못 샀는데...”

“......”

친구들이 모르는 사이 저런 쓸데없는 장식품을 구매하고 있었을 줄이야.

이한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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