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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34화 (234/687)

234화

“살... 살려주십...”

누가 죽인다고 했나?

되살아난 다른 모험가들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해골 교장은 꿀떡꿀떡 삼켜버렸다.

차라리 죽인다고 했으면 덜 두려웠으리라.

“...고맙다. 샤르칸.”

이한은 시선을 돌리고 샤르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사실 이번 싸움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샤르칸이었다.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이한의 명령을 받고 해골 교장을 불러온 것이다.

샤르칸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이한도 위험할 수 있었다.

-크르릉.

“고나달테스 너도 고생 많았다.”

-■■■■...

스켈레톤 전사는 황송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

해골 교장은 미친놈을 보는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지금 누구의 가문 이름을 누구한테 붙인 것이란 말인가?

‘뭐 저런 놈이...’

해골 교장은 뒤통수를 한 대 때리려다가 말았다.

이번에 세운 공을 생각해보면 어떤 칭찬을 해줘도 모자랐으니까.

1학년 학생이 <단풍나무의 뱀> 소속 모험가들을 막았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 황제 폐하도 ‘고나달테스. 아무리 지원금을 받고 싶어도 그렇지 거짓말 좀 작작 하게 사람이 왜 그러나’하고 핀잔을 줬을 수준의 일.

그런 일을 해냈는데 저런 사소한 반항 정도는 넘어가줄 수 있었다.

“아니다. 고나달테스. 네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

진짜 한 대 때릴까?

*         *         *

-외부에서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 외의 외출을 삼가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외부에서...

간단한 건강 검사를 마치고 탑으로 돌아온 이한은, 학교에 외부인이 침입했을 때 보안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정말 풀어주신 거였군.’

이한은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휴게실 문을 열고 나간 푸른 용의 탑 학생 한 명이 바로 공간이동됐다.

아마 징벌방 지하로 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침입자는 지금 당장 나오시는 게 좋을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영혼이 고통받는 기간 또한 늘어날 겁니다. 다시 한 번 경고 드리겠습니다. 침입자는 지금 당장...

학교 부지 곳곳에 언데드들이 철저하게 배치되어서 살벌한 경고를 날렸다.

먼저 들어온 침입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쯤 죽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섣불리 죽지도 못하겠군.’

죽었다가 발견이라도 되면 강제로 부활돼서 고문실 행이었다.

무쇠대가리들. 일렬로 서라.

“으허허헉!”

창문에 서있던 가이난도는 해골 교장이 불쑥 나타나자 기겁해서 창  밖으로 뜨거운 코코아가 든 주석잔을 집어 던졌다.

해골 교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석잔을 받아 코코아를 홀짝이며 말했다.

외부에서 침입자가 발생했으니 주의해야겠지.

팟!

말과 함께 번쩍이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가이난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마법입니까?”

일종의 감지 마법이다. 너희 무쇠대가리들이 적을 만나면 내가 알 수 있지.

“어...”

감사 인사는 됐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저도 사적인 자유가 있는데 너무 침범하시는... 읍읍.”

해골 교장은 가이난도의 입을 막아버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표식을 남겼다.

행여나 침입자와 마주친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다 됐군.

“어. 교장 선생님?”

이한은 당황했다.

친구들은 다 걸어줬는데, 해골 교장이 이한만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뭐지?

‘설마 잘 싸웠다고 넌 스스로 감당하란 뜻인가?’

아... 넌.

“실수로 잊으실 수도 있죠. 공사가 다망하시잖습니까.”

잊은 게 아니라, 넌 체질 때문에 안 걸린다.

“...아니...”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마력이 많다는 것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혼자 놀게 될 줄이야.

넌 이거 받아라.

해골 교장은 이한에게 구리 반지 하나를 던졌다.

여차하면 바로 반지를 던져라.

“어... 그런데 상대가 기습을 하면 그런 틈도 없지 않을까요?”

네 실력을 보면 반지 던질 시간은 무조건 벌 수 있을 거다. 널 믿어라.

“......”

이한은 화를 내려다가 해골 교장이 구해준 걸 생각하고 참았다.

*         *         *

“..고맙다. 워다나즈.”

살코는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치유실 병동에 누워 있었다.

그 난리를 겪고도 멀쩡한 이한과 달리, <마력 분쇄의 폭풍>에 당한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회복이 필요했던 것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됐다. 살코. 건강이나 회복해라.”

이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릇에 소고기죽을 퍼담았다.

살코는 고마워하던 와중에 멈칫했다. 다른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도 멈칫했다.

순간 ‘신성한 치유실에서 이렇게 멋대로 요리를 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한에게 호의를 빚진 상황에서 그걸 따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고.. 고맙다. 맛있군.”

살코가 먼저 감사인사를 하자 이미르그는 머뭇거렸다.

똑같이 맛있다고 하기에는 뭔가 좀 성의가 없어보였다.

“간, 간이 적절하게 되어 있는데다가 부드러워서 맛있습니다.”

“그래? 잘됐군.”

그러자 다음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은 곤란에 빠졌다.

‘어떡하지?’

“쌀... 쌀알 하나하나가 윤기가 나고... 어... 소고기도 방금 잡은 것처럼 쫄깃쫄깃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소고기 통조림인데.”

이한은 호들갑 떠는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을 타박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이 상황이 나 때문은 아니겠지?’

생각해보니 이한이 없었다면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그 지역에 굳이 가지 않았을 것 같았다.

든든한 무력이 있었으니 간 거지 없었다면...

...진짜 나 때문인가?

“......”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다. 살코. 한 그릇 더 먹어라.”

“아니... 난 배가 부른데... 으음. 알겠다.”

“이한 학생이 먼저 와있었군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가르시아 교수가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다.

“누워 있으면 입이 심심할 것 같아서 갖고 왔는데...”

“역시 교수님이십니다.”

이한은 살짝 감동했다.

누워 있는 학생들을 챙겨주는 교수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역시 가르시아 교수였다.

“다들 상태가 괜찮네요. 죽이 좀 남았는데, 더 드시죠.”

“저희 이미 충분히 먹ㅇ...”

“입맛이 없어도 잘 먹어야 회복이 빨라요. 또 친구가 와서 이렇게 직접 해준 거잖아요?”

“......”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다시 그릇을 들었다.

...배불러!

“아. 과일도 잘라줘야겠군.”

“워... 워다나즈...”

우리가 너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니?

*         *         *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와 같이 치유실을 나왔다.

복도로 나오자 데스 나이트가 걸어가면서 고개를 꾸벅였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데스 나이트도 안녕하세요.”

‘초현실적인 광경이군.’

이한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인사해주는 가르시아 교수의 모습을 보고, 교수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학교에 침입자가 발생하는 일이 많습니까?”

“적지는 않죠? 일 년에 서너번 정도? 보통 들어오다가 잡히는 편인데, 이번 경우는 좀 운이 나빴네요.”

에인로가드의 역사는 해골 교장의 역사보다도 긴,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마법사들의 성지였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켜켜이 쌓인 신비는 어떤 뛰어난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전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외부 침입 통로는 거의 다 알고 계시는 편인데, 이게 마법학교의 길들은 반쯤 살아있어서 경계 마법이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새로 길이 열릴 때도 있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새삼 용케도 들어온다 싶습니다.”

“대부분 잘 모르고 겁 없이 들어오죠. 금화에 눈이 멀어서. 참 어리석은 일이에요.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고통 받을 텐데.”

‘이해가 안 가진 않는군.’

아무리 위협적인 소문이 많더라도 단 한 번의 도둑질로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괜히 ‘인생은 한 방이다’란 말이 있겠는가.

“이번 침입자는 꽤 실력이 있었던 모양인데... 이렇게 발각난 이상 끝났다고 봐야죠. 교장 선생님이 마음먹고 경계 태세를 올리면 사실 돌아다닐 수가 없거든요.”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이 끝나고 새로운 주가 시작됐지만, 언데드들은 지치지 않고 학교를 삼엄하게 조이고 있었다.

그걸 보면 침입자가 돌아다닐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침입 사실이 들키지 않아야 그나마 탈출 가능성이 있는 거지, 들킨 이상 끝난 것이다.

“그럼 침입자는 숨어 있는 걸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본관도 그렇고 마법학교 내에 숨어 있을 곳은 의외로 많아요. 그런 곳까지 다 파악할 순 없어서... 물론 거기서 평생 숨어 있을 수는 없을 테니 언젠가 나오기는 할 거에요. 그러니 이한 학생은 신경 쓰지 말고 학업에 집중해도 괜찮아요. 마법에 집중하고 싶은데 거슬렸죠?”

“아, 아닙니다.”

이한이 아무리 공부에 철저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아 마법 공부하고 싶은데 침입자 때문에 짜증나네’같은 정신 나간 생각을 하고 있진 않았다.

‘가끔 가르시아 교수님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참.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사무실에 들러야겠네요. 먼저 가있으세요.”

“알겠습니다.”

가르시아 교수는 떠나기 전에 주말에 이한이 보여준 활약을 한 번 더 칭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남은 이한은 월요일 첫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로 향했다.

-네가 그 워다나즈군.

“...아. 예.”

-너 정말 대단하구나!

“......”

-어떻게 제압한 거지?

-주인님께서 널 칭찬하셨다.

-잠깐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나? 어떻게 싸웠는지 궁금한데?

-흑마법을 다룬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언젠가 나와 같은 데스 나이트를 부릴지도 모르겠군. 어떻게 생각하나?

“...저 워다나즈 아닙니다!”

복도 곳곳에 데스 나이트들이 돌아다니면 평소보다 성가실 수 있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하지만 절대 이런 방향은 아니었다.

‘뭐 이렇게 수다스러워?!’

-잠깐만! 이야기를...

-워다나즈 가문 맞지 않나! 무식하게 마력 많은 1학년 학생!

“......”

이한은 해골 교장을 욕하며 뛰었다.

마침 저 앞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가이난도!”

“워다나즈! 이런 뒤숭숭한 상황에서 월요일부터 강의를 하다니. 가르시아 교수님도 너무하지 않아?”

“...그렇군.”

이한은 표정을 굳히며 가이난도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번개처럼 주먹을 날렸다.

뻑!

“칵!?”

이한은 틈을 주지 않고 마력을 폭발시키며 주먹을 날렸다. 가이난도는 넘어져서 두들겨 맞았다.

“잠, 잠깐! 잠깐! 왜!”

탁!

대답하는 대신 이한은 반지를 받아서 바로 던졌다.

펑!

그러자 해골 교장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침입자 놈아, 오래 버텼구나! 내가 네 영혼을 몇 조각으로 쪼갤지 고민하고 있었는... 아니... 자네 뭐하나?

가짜 가이난도는 꺽꺽대며 외쳤다.

갑자기 맞은 탓에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교장 선생님. 이 학생 좀 떼어내 주세요.”

...변환 마법 가르치는 사람이 들키면 어쩌자는 건가?

“면목이 없습니다...”

“......”

사태를 파악한 이한의 표정이 납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가짜 가이난도로 위장한 침입자인 줄 알았는데, 교수였던 것이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학생한테 들킨 놈이 등신이지.

“아닙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한은 이제까지 모든 교수들에게 보여줬던 자세보다 더욱 공손한 자세로 사과했다.

마치 이마가 바닥에 닿을 법한 자세였다.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영혼을 담은 사과밖에 없었다.

“아, 아니. 괜찮아. 괜찮아.”

나를 대할 때보다 더 공손한 것 같은데...?

해골 교장은 뭔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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