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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37화 (237/687)

237화

하지만 너그러운 볼라디 교수는 제자의 편법을 탓하지 않았다.

훌륭한 교육자는 언제나 너그러운 법.

제자가 편법을 쓰려고 해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자였다.

“아니...”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검을 뽑고 달려드는 모습에 경악했다.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         *         *

“제법 괜찮군.”

이한은 강의실 바닥에 뻗은 채 대답도 하지 않았다. 두들겨 맞은 탓에 온몸이 뻐근했다.

뛰어난 검사는 검뿐만이 아니라 주먹질과 발길질에도 능한 법.

볼라디 교수는 이한이 망토를 강철로 바꿀 때까지 맹렬히 타격을 날렸다.

그러자 이한은 망토뿐만 아니라 다른 옷가지들까지 모두 강철로 바꾸는 데에 성공했다.

‘내가 몰랐던 것일 뿐, 사실 폭력이 교육에 효과적이었던 건가?’

이한은 그런 헛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아직 느리다. 평소에 강철로 된 물건을 차고 다니도록.”

변환 마법사들은 자신이 차고 다니는 아이템들은 물론이고, 자신이 변하게 하려는 물질에도 익숙해야 했다.

이한처럼 강철에 익숙해지려는 마법사라면 강철의 색과 질감, 무게, 향기 등 모든 요소에 익숙해지는 게 좋았다.

“명심하겠습니다.”

“부유하는 얼음 방패 수련도 잊지 말도록.”

“예.”

“물 원소의 고급 속성 변환도.”

“예.”

‘원래는 이렇게 말이 많지 않으셨는데.’

제자 과제 내줄 때만 말이 많아지다니.

이한은 속으로 욕하면서 변명을 준비했다.

어리석은 제자는 당일이 되어서야 과제를 하지 못한 핑계를 만들지만, 영리한 제자는 과제를 받은 첫날부터 핑계를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법.

“그런데 교수님. 지금 제가 듣고 있는 강의가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제가 여러 학파 마법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가능한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보니.”

딱히 이한이 원해서 하게 된 건 아니었지만, 핑계로 이것만큼 적절한 것도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교수라 할지라도 이한이 듣고 있는 강의 목록을 본다면 ‘그래 천천히 해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으리라.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통했군.’

“방법이 있다.”

“...예?”

몰려오는 불길함.

설마 ‘잠을 자지 마라’같은 건 아니겠지?

“버두스 교수에게 물어보니, 기말 전 과제로 간이 아티팩트를 생각하고 있더군.”

“아하.”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이 평소에 과제를 안 내주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교수들의 취미는 매주마다 과제를 내주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평소보다 더 진지하게 과제를 내줄 때가 있었다.

난이도도 높고 해야 할 양도 많은 그런 과제.

그게 바로 기말 전 과제였다.

학생들에게는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다’는 불길한 암시 같은 과제.

‘벌써 시작인가.’

이한은 생각에 잠겼다.

비블레 교수의 기말 전 과제가 간이 아티팩트 제작이라면...

‘폭죽이 좋겠군.’

마법 폭죽.

저번 축제에서 (강제로) 만든 만큼, 폭죽이라면 이한은 잘 만들 자신이 있었다.

교수가 원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든 간에, 저번에 (강제로) 익힌 환상 계열 부여 마법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통과할 수 있으리라.

“그 과제에 부유 방패를 제출하도록.”

“...예?”

날로 먹을 생각을 하고 있던 이한은 볼라디 교수의 말에 멈칫했다.

뭐라고?

볼라디 교수는 ‘이런 당연한 걸 왜 자세히 설명해줘야 하는 거지’같은 의아함을 살짝 드러내며 말했다.

“지금 <부유하는 얼음 방패> 마법에서 정체된 부분이 어디지?”

“방패가 스스로 시전자를 보호해주는 부분입니다.”

<부유하는 얼음 방패> 마법은 어려운 마법이었다.

당연했다.

...4서클 마법이었으니까!

심지어 4서클 마법인 걸 감안해도 어려운 축에 속하는 마법이었다.

자연적으로 유지가 힘든 냉기 원소를 다루는 것이 1차 장벽.

그런 원소를 방패 형태로 유지하면서 드는 막대한 마력 소모를 버티는 것이 2차 장벽.

마지막으로 이 방패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3차 장벽.

사실 벌써 1, 2차 장벽을 돌파하고 3차 장벽만 남겨놓은 이한이 이상한 거였다.

“그래. 부유 방패 아티팩트를 만든다면 정체된 부분을 돌파할 수 있겠지.”

“...아하!”

“피곤하기라도 한가? 그런 당연한 걸 놓치다니.”

물론 이한은 정말 납득해서 ‘아하’라고 한 게 아니었다.

어이가 없어서 ‘아하’라고 한 거였지.

그러니까 지금...

충분히 쉽게 갈 수 있는 과제에 굳이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보라 이 소린가?

‘아니. 내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안 들어있으신가?’

이한이 속으로 욕을 하거나 말거나 볼라디 교수는 자기 할 말을 했다.

“그리고.”

“...예?”

이한은 더욱 불길해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단 말인가?

“밀레이 교수께서는 기말 전 과제로 이계의 존재들과 계약하는 걸 생각하고 계시더군.”

“아. 그렇습니다. 저도 언데드와 계약을 했습니다.”

주말에 침입자가 발생해서 흐지부지됐지만, 밀레이 교수가 각종 안전장치를 단 마법진을 만들어 준 걸 보면 기말 전 과제로 계약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한은 안심했다.

다행히 과제 중 하나는 이미 끝난 상태였던 것이다.

‘스켈레톤 전사와 계약하길 잘했군.’

“그렇군. 정령계에서 물 정령을 찾아라.”

“......”

이한이 언데드와 계약을 했던 해골 교장과 계약을 했던 볼라디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물 원소의 고급 속성 변환을 익히는 데에 도움이 될 거다.”

“교수님. 사실 정령들이 절 피하는 편입니다. 계약하자고 해도 싫어할 겁니다.”

“제압한 다음 계약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르침을 얻도록.”

“아하...”

*         *         *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말에도 그리 겁을 먹지 않았던 학생들도, 기말 전 과제가 하나둘씩 시작되자 공포에 질렸다.

“그, 그러니까 진짜로 저희가 간이 아티팩트를 만들어 와야 하나요?”

“그렇다니까? 즐겁지?”

“저, 저희가 지금 과제가 너무 많은데요?”

“응? 어쩌라고?”

“그러니까 교수님. 과제가 많은데 여기서 더 추가되면...”

“과제가 많아도 잠은 자고 식사는 할 거 아니야? 남는 시간에는 휴식도 취할 거고? 그 때 즐겁게 하면 되잖아?”

“......”

“농, 농담하시는 건가?”

옆에 있던 더르규가 경악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한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모라디를 보니 충격 받은 얼굴로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어지간히 멘탈이 강한 모라디에게도 기말 전 과제들은 상당히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으음... 으으음.”

“끄으으으응.”

부여 마법을 듣는 학생들 중에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 마법사 중에 ‘나는 이론이 아닌 직관과 영감으로 마법을 쓴다’고 제국 신문에 떠드는 자들이 있었지만, 그건 허세에 가까웠다.

학년 수석이 ‘나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고 강의에만 집중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 아니듯이, 이론 없이 직관과 영감만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마법이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여전히 직관과 영감을 신봉했다.

“크으으으윽... 크으으으으윽...”

“왜... 우리가 이걸 왜 해야 하는 건데 모라디?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내가 뭘 잘못했지?”

“난 육체 강화 마법을 배우려는 거지, 이런 자잘한 대장장이 일을 하려는 게 아니야!”

“......”

지젤은 친구들을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쳐다보았다.

지금 누가 보면 푸른 용의 탑에 들어가서 워다나즈라도 잡아오라고 한 줄 알 것이다.

지젤은 정말 간단한 것만 시켰다.

-각자 간이 아티팩트 만들어야 하니까 종이에 간단한 도안이라도 그려봐.

그러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몸을 비비꼬고 이마를 책상에 박으며 괴로워했다.

이한은 그 모습을 보고 고마워했다.

‘저런 놈들 덕분에 내 등수가 올라가는 거군.’

“이한?”

“아. 미안하다. 더르규. 어디까지 말했지?”

“음. 난 방패에 발광 마법을 부여하고 싶은데, 이 도안을 어떻게 생각하나?”

“전체적으로는 괜찮지만 비효율적인 부분이 몇 군데 있군. 그리고 여기 가장자리는 회로가 꼬여 있다. 마력이 안 통하거나 부서질 가능성이 있겠군.”

“과, 과연.”

더르규는 존경 섞인 눈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물론 이한은 평소에도 든든한 친구였지만, 시험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몇 배로 든든해졌다.

과제의 폭풍 앞에서 이렇게 든든한 친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 여기를...”

이한에게 들은 조언대로 열심히 도안을 수정하던 더르규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이한. 넌 뭘 만들어서 제출할 거지?”

“...부유하는 강철 방패.”

“부, 부유하는 강철 방패?! 설마 자율적으로 마법사를 보호해주는 방패인가??”

“...그래.”

“대... 대단해!!!”

더르규는 감탄했다.

그리고는 의아해했다.

‘어?’

학년 수석 친구의 표정이 마치 뭐라도 씹은 것마냥 썩어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이한?”

“아니... 아무것도.”

옆에서 흰 호랑이 탑 학생 몇몇이 대화를 듣고 경악의 시선을 던졌다.

“들었나? 워다나즈가 무슨 아티팩트를 만드는지?”

“뭘 만드는데? 본 드래곤?”

“그게 말이 되냐? 부유 방패를 만든대!”

“부... 부유 방패?!”

‘본 드래곤이 더 말도 안 되는 것 아닌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마법 실력은 조금 모자라도 마법을 보는 눈까지 없지는 않았다.

기사 가문 출신들이라 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기사 가문 출신들이었기에 가까이 접하게 되는 몇몇 마법들이 있었다.

부여 마법이나 치유 마법은 기사 가문 출신들이 더 친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막아주는 거, 말하는 거 맞지?”

스스로의 의지를 갖고 주인을 보호하는 방패.

기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아티팩트였다.

당연히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이런 아티팩트가 얼마나 귀하고 비싼 줄 알았다.

“만... 만들면 하나 구할 수 있나?”

“......”

“워다나즈. 혹시 필요한 거 없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슬며시 이한에게 다가갔다.

그만큼 탐이 났던 것이다.

부유 방패 아티팩트라니.

이한은 혀를 차며 말했다.

“어디서 이상한 걸 듣고 와서... 너희가 잘못 들은 거다.”

“아. 그, 그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머쓱해졌다.

하긴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긴 했다.

방패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건 어마어마한 난이도의 마법이었다.

아무리 워다나즈라 하더라도 1학년 학생 아닌가.

그런 걸 할 리가 없었다.

“넌 대체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듣고 와서 퍼뜨린 거야?”

“맞아. 이 자식아.”

“진, 진짜로 들었는데...”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잘못 들은 친구를 구박하는 동안 이한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자. 봐라. 아티팩트가 뭐지?”

“......”

“...워다나즈. 우릴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 부여 마법이 걸린 아이템이잖아...”

“정확히는 반영구적으로 걸린 아이템이지.”

부여 마법을 걸었는데 며칠 후 사라지면 그건 아티팩트가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마법이라도 반영구적으로 유지가 되어야 아티팩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아티팩트 제작을 전공하는 부여 마법사들은 이런 반영구적인 유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당연히 이것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가진 분야였고, 신입생들이 건드릴 분야는 절대 아니었다.

“알겠나?”

“으, 으응. 그런데 이건 왜 갑자기 설명을...?”

“내가 하려는 건 방패에 일시적으로 자율성을 부여하는 거지, 반영구적으로 부여하는 게 아니란 거다. 알겠나? 그러니까 부유 방패 아티팩트를 만든다는 이상한 헛소문을 퍼뜨리지 말도록.”

“......”

“......”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멈칫했다.

...그러니까 어쨌든, 결국 부유 방패는 만든다는 거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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