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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42화 (242/687)

242화

“서로 경쟁심 있어서 보기 좋군.”

“...위로 안 해줘도 된다.”

‘위로 아니었는데.’

이한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시험 잘 보겠다고 저렇게 경쟁하는 것 아닌가.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저걸 좀 본받아야했다.

-워다나즈. 너무 졸려. 나, 머리가 안 돌아가. 달콤한 쿠키를 하나 먹으면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

-워다나즈. 혹시 과제 다 하면 케이크 줄 거야?

아무리 은화 받고 파는 거라지만 자기 과제 하는데 디저트 협상을 시도하는 친구들을 보면 뒤통수를 한 대씩 때리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그냥 공부 좀 해라!

“이, 이제 들어갈까?”

더르규는 침묵이 어색했는지 말을 꺼냈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뛰어 들어가서 친구들의 뒤통수를 때리고 싶었다.

“아니.”

“굳이?”

“?!”

그에 비해 이한과 지젤은 지금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자기들끼리 싸우며 힘을 빼놓을 텐데 뭐하러 지금 먼저 들어간단 말인가.

“말려야 하지 않나??”

“원래 서로 싸울 만큼 싸워야 말리기 좋은 법이야. 더르규. 지금 서로 감정 남아 있는데 억지로 말려봤자 좋을 게 없다.”

“이번에는 워다나즈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겠네. 맞아. 초이. 싸움 도중에 말려서 좋을 게 없지.”

“...지금 둘이 설마...”

더르규는 설마 싶었다.

“더르규. 날 못 믿나?”

“지금 같이 함께하는 전우를 의심한다고? 초이. 그런 녀석이었어?”

“미.. 미안하다. 내가 너희들을 의심했군.”

부스럭!

“?”

앞의 길에서 누군가 수풀을 헤치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셋은 긴장한 얼굴로 숨을 죽였다.

“여기 맞지?”

“바트렉! 안에 있는 거 안다! 나와라!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 책을 내놔!”

“......”

또 나타난 흰 호랑이 탑 학생 세 명을 보며 지젤과 더르규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주 진짜 단체로...!

이한은 중얼거렸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오늘 여기서 모이기로 했나?”

“닥쳐.”

“아닌가보군.”

쿠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동굴 안에 있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굴러나왔다.

뒤늦게 도착한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너희들은 어떻게 알고!?”

“그러는 너희들은?!”

“...그렇다면 검으로 대화하자!”

“내가 할 소리다!”

“작열하라!”

“다리여, 내달려라!”

‘오. 잘 싸우는군.’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격렬한 전투를 보며 감탄했다.

언제 이 자식들과 싸우게 될지 모르는 만큼 미리미리 전술을 체크해둬서 나쁠 게 없었다.

에인로가드의 네 탑 중 ‘가장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오명을 쓰긴 했어도 흰 호랑이 탑 역시 제국에서 손꼽히는 인재들이 모인 탑.

게다가 지옥 같은 1학년 생활을 버티고 있는 이들이었다. 마법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했다.

지금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보여주는 전투방식은 검사와 마법사의 혼합형 그 자체였다.

검이나 방패, 혹은 육체에 간단한 마법만 걸고 싸워도 그 위력은 몇 배로 뛰었다.

검술 실력이 뛰어난 걸 떠나 각자 기사 가문에서 탄탄하게 기초를 다지며 훈련받았기에 이런 강화 마법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이 가능했다.

생각보다 육체 강화 마법은 적응이 까다로운 것이다.

당장 자기 팔다리가 가벼워지고 없던 힘이 샘솟는데 능숙하게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전장에서 평생을 구른 용병도 그랬다.

이런 건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쌓인 기초가 있는 이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빠르고 현란하게 격돌하는 모습에,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조금 다르게 보았다.

‘싸우는 건 이렇게 열심히 할 줄 아는 놈들이 왜 공부는 그렇게 안 하는 걸까?’

더르규도 집중해서 싸움을 지켜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한. 언제쯤 들어갈... 이한? 이한??”

더르규는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금까지 옆에 있던 이한이 보이지 않았다.

“모, 모라디. 이한이...”

“방금 투명 마법 쓰고 동굴로 들어갔는데.”

“......”

*         *         *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밖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기가 뭐해서, 이한은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어차피 나중에 가져갈 책인데 지금 가져가도 별 차이 없지 않겠는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연금술?’

솥에서 펄펄 끓는 탕약과, 그 솥 옆에 놓인 책.

이한은 곧바로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다행히 거인하고 정면승부를 할 생각은 아니었군.’

생각해보니 아무리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무모해도 거인하고 정면승부를 할 정도로 무모하진 않았다.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의심한 것을 살짝 반성했다.

마법학교에 워낙 미친놈들이 많다보니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설마’싶었던 것이다.

책을 주머니에 넣은 뒤 이한은 솥 안을 훑어보았다.

탕약이 얼마나 완성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생각보다 완성도 높은 탕약의 모습에 이한은 놀랐다.

책에 적혀 있는 제조법을 보면 절대 난이도가 낮은 탕약이 아니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여기까지 완성된 게 분명했다.

‘혹시 모르니 조금 챙겨둬야겠군.’

이한은 빈 물약병의 뚜껑을 열고 탕약을 담았다.

쾅!

‘뭐지?’

밖에서 들려오는, 이제까지의 소음과 다른 소리에 이한은 의아해했다.

혹시 새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도착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왜...

“쿠라레 도마뱀이다!”

동굴 밖으로 뛰쳐나온 이한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달았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벌이는 소란에 주변 몬스터들이 찾아온 것이다.

“자세 낮춰! 맞으면 골치 아프다!”

“접근하지 못하게 견제해!”

방금까지 싸우던 학생들도 기겁했는지 서로 어깨를 맞대며 진형을 갖췄다.

덩치 큰 악어 같은 체형을 가진 거대한 도마뱀 몬스터, 쿠라레 도마뱀.

그 육중한 무게 자체도 막강한 무기였지만 더 위협적인 건 침샘에서 쏘아내는 마비독이었다.

쉭!

학생들이 뭉쳐있자 쿠라레 도마뱀은 바로 마비독을 쏘아냈다. 물컹물컹한 점성을 가진 덩어리가 날아들었다.

철퍼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패 위에 마비독이 달라붙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파르르 떨렸다.

“이쪽이다! 도마뱀 놈!”

더르규와 지젤이 뛰쳐나오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아니?

“더르규! 왜 여기에...”

“집중해라!”

이한은 뒤에서 단호하게 외치며 달려 나왔다.

“워다나즈까지?! 대체 왜... 헉!”

경고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던 학생 한 명이 뻣뻣하게 굳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쿠라레 도마뱀은 사나운 기세로 앞발을 휘둘렀다. 마비된 학생을 끌고 가려는 속셈이었다.

“집중하라고 했을 텐데!”

“너 같으면 집중이 되겠냐?!”

더르규나 지젤은 물론이고 워다나즈까지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쿠라레 도마뱀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저 친구들이 왜 여기 있는지는 잊고 일단 몬스터를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번쩍여라!”

번갯불과 함께 흰 호랑이 탑 학생들 사이로 번개 마법이 작렬했다.

그러나 쿠라레 도마뱀은 맞지 않았다. 놈이 민첩해서가 아니라, 이한의 조준이 처음부터 빗나간 것이다.

“이한?!”

“워다나즈!! 독에 당했냐!?”

더르규는 물론이고 다른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기겁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한이 마법을 적중시키지 못하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독이라도 당한 게 아니면...

“...빗나갈 수도 있지 이 자식들아. 집중하라니까!”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이한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하는 존재였다.

...물론 평소에 안 하긴 했지만, 오늘처럼 밤을 새서 간이 아티팩트를 제작하고 산까지 탄 이상 집중력 부족은 어쩔 수 없었다.

‘젠장. 이렇게 몸으로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교수들이 ‘마법사의 마력만이 아니라 마법사의 의지 또한 마법에 있어서 중요하다’라고 계속 말해왔었는데, 그걸 지금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집중력이 부족하니 마법을 엮을 때 필연적으로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번개 마법 말고 다른 마법으로...’

“뼈여, 적을 붙잡아라!”

이한은 뼛조각을 던지며 구속구를 소환했다.

처음 마법은 빗나가서 쿠라레 도마뱀의 꼬리나 붙잡았지만 상관없었다.

“뼈여, 적을 붙잡아라. 뼈여, 적을 붙잡아라, 뼈여, 적을 붙잡아라. 일어나라. 전사들이여! 뼈여. 쏘아져라!”

처음 뼈 구속구를 소환했을 때에만 해도 ‘흑마법인가?’했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미친듯한 주문 난사에 경악했다.

제대로 된 조준이 힘들다면 그냥 물량으로 때워버리면 된다는 듯이 닥치는 대로 뼛조각들이 쏘아져나가고 있었다.

“더르규!”

“데리고 나왔다!”

뼛조각들의 세례가 빗발처럼 날아들자 쿠라레 도마뱀도 기세에 눌렸는지 뒤로 물러섰다.

그 틈을 타 더르규가 쓰러진 친구를 등에 업었다.

쿵! 와장창!

“!”

이한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까 빠져나온 동굴 입구에서 도마뱀 두 마리가 더 나오고 있었다. 안에서 무슨 난리를 피웠는지 한 마리는 솥을 머리에 쓴 상태였다.

“내 탕약!!!!”

바트렉이 비명을 질렀다. 가토노도 뒤늦게 깨닫고 같이 외쳤다.

“안 돼! 내 책!”

“미쳤나!”

더르규가 가토노의 어깨를 붙잡고 강하게 소리 질렀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부린 게 잘못이었다! 거인을 쓰러뜨린다니. 명예를 추구하는 게 기사의 본분이라지만 과욕을 부려서까지 추구한다면 그게 명예겠나! 너희들의 꼴을 봐라! 그 책이 뭔지는 몰라도, 차라리 몬스터들이 가져가게 두는 게 행운일 거다!”

더르규의 진심 어린 외침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이한도 살짝 얼굴을 붉혔다.

‘책은 내가 챙겼는데...’

“초이. 훈계는 좋은데 나중에 해. 후퇴부터!”

지젤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다른 방향에서 쿠라레 도마뱀 한 마리가 더 나타난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여기서 더 늘어나도 놀랍지 않았다.

“...미안하다. 더르규! 후퇴하자! 친구들아!”

“내가 잘못했다! 다 같이 빠져나가는 거다!”

“잘 생각했다 모두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뜨겁게 결의하는 동안, 이한은 어색함을 참고 외쳤다.

“그래! 다 같이 빠져나가자!”

“워다나즈...!”

학생 한 명이 얼싸안으려고 하자 이한은 손으로 슬쩍 밀어냈다.

*         *         *

몬스터들한테 포위당한 상황에서 후퇴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계속 위협을 하면서 뒤로 물러나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빈틈을 줬다가는 바로 꼬리가 잡혔다.

“고나달테스. 견제해라. 샤르칸. 왼쪽 놈을 막아!”

“뭐?! 누구?!”

“집중하라니까!”

딱!

이한은 흰 호랑이 탑 학생 한 명의 뒤통수를 지팡이로 때렸다.

지금 한눈을 팔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뼈여, 쏘아져라!”

이한은 스켈레톤 전사를 탄환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소환된 스켈레톤 전사들은 뼈의 집합체.

피곤으로 복잡한 컨트롤이나 조준을 하기 힘든 이한의 상황에서 닥치고 난사가 가능한 이런 물량은 매우 요긴했다.

철퍼덕!

-■■■!

또 한 번의 공격이 부유하는 방패에 막히자, 도마뱀이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어지간히도 짜증이 나는 모양이었다.

‘방패 띄우고 와서 정말 다행이군!’

이한은 교수들의 선견지명에 감사...하지는 않고, 운이 좋음에 감사했다.

부유하는 방패가 없었다면 흰 호랑이 탑 학생 몇 명은 더 쓰러졌으리라.

“워다나즈.”

“?”

“앞에 놈들을 다른 쪽으로 보내면 도마뱀 놈들도 나눠질 거야. 빠르게 돌아가서 지원을 불러오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지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젤이 보기에 지금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워다나즈의 상태도 이상하게 별로였고 몬스터들도 포기하지 않고 쫓아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선택을 해야 했다.

여기서 나눠진다면 쿠라레 도마뱀은 지젤이나 워다나즈를 쫓아오는 대신 다른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쫓아갈 게 분명했다.

누가 봐도 더 쉬운 상대였으니까.

비정하다고 욕해도 상관없었다. 지젤은 차라리 빠르게 돌아가서 지원을 불러오는 게 더 낫다고 판단을 내렸다.

‘잠깐. 워다나즈라면, 체면 때문에 거절할지도...’

이한은 즉시 대답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군. 그러면 네가 더르규를 설득해.”

“...초이는 내 말 안 들어. 네가 말하는 게 나을 걸.”

“젠장.”

이한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눠진다! 더르규! 이쪽으로! 다른 놈들은 저쪽 길로!”

“나눠져! 더르규! 이쪽으로! 다른 놈들은 저쪽 길로 가!”

카리스마 넘치는 두 학생의 외침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일단 움직이고 봤다.

더르규도 움직였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 쪽으로.

“큭! 도마뱀 자식들이...!”

“더르규! 오라니까!”

“진형을 풀 수가 없다!”

친구들과 같이 진형을 유지하고 있던 더르규는 풀 타이밍을 놓치고 그대로 같이 움직였다.

이한과 지젤은 탄식했다.

“나중에 구하자.”

“저 자식. 나중에 구해.”

“...잠깐. 몬스터들이 우리 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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