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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46화 (246/687)

246화

...빨리 배우는군 그래. 내가 천재라면 마땅히 오만함을 가져야 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배울 줄은 몰랐는데.

“무슨 소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해골 교장은 이한 뒤에 떠있는 방패를 보더니 물었다.

과제인가?

“예.”

뭐 이리 조잡하고 무식하게 만들었... 잠깐. 지속 시간 증폭이 없는데?

해골 교장은 방패에 새겨진 마법진을 훑어보고 놀랐다.

방패에 마법진이 새겨진 것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저런 보조 장치 없이 1학년 학생한테 부유하는 방패를 완성하라고 한다면 양심 없는 짓이었다.

사실, 보조 장치가 있어도 부유하는 방패를 완성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양심 없는 짓이긴 했지만...

그것 또한 마법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길.

불가능한 난제를 받는다는 게 꼭 안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백 개의 난제를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 경험이 다 마법사를 성장시키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하나라도 성공하면 더더욱 좋고!

‘성공한 건 좋은데 왜 지속 시간 증폭이 없...?’

이런 무식한 놈을 봤나. 그냥 마력량으로 시간을 늘린 건가?

“예. 그런데...”

이한은 해명하려고 했다.

이한이 무식해서가 아니라, 과제 자체가 어이없는 난이도였고, 어떻게든 완성을 하려고 마법진을 조합하니까 누더기 수준이 됐는데, 여기에 지속 시간까지 늘리려면...

하긴 그것도 방법이겠지. 마력이 많다면 굳이 귀찮게 그럴 이유가 무엇 있겠나. 무식하단 말은 취소하겠다. 영리한 방법이군.

“제가 이걸 일부러 한 게 아니라...”

겸손 좀 그만 떨라니까. 어쨌든 잘 했다. 교수들이 좋아하겠군.

“...버두스 교수님도 그렇고, 교수님들의 과제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렇지. 그런데 해냈잖나?

“......”

이한이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회한으로 떨고 있을 때 해골 교장은 방패를 톡톡 두드렸다.

하루 이틀은 더 가겠군. 참... 버두스 교수가 탐을 내겠는데.

“교수님께서 이걸 왜 탐을 내십니까?”

이한과 버두스 교수의 마법 실력을 비교하면 반딧불과 보름달 정도의 차이가 났다.

버두스 교수 성격에 마법진을 덕지덕지 기워서 만든 이 방패를 보면 아까 해골 교장이 보여준 ‘뭐 이리 조잡하고 무식하게 만들었니?’같은 반응이 나올 텐데?

마법진이야 많이 조잡하지만, 마력을 이렇게 불어넣을 수 있는 건 버두스 교수도 못하는 일이지.

실력과 상관없이, 특정한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기술들이 있었다.

이한의 막대한 마력량으로만 가능한 이런 지속 시간 증가는 아무리 버두스 교수가 뛰어난 부여 마법사라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못하시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에 가깝겠죠. 사실상 편법 아닙니까.”

이한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니다. 복잡한 아티팩트 같은 경우에는 모든 부분에 지속 증가 마법진을 새길 수 없지.

단순한 아티팩트라면 비교적 나았지만 아티팩트의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마법사의 계산도 머리가 터질 정도로 난해해졌다.

특히 여러 마법들이 부여되어 있는 다중 복합 아티팩트 같은 경우에는 그 복잡한 구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지속 증가 마법진을 새길 수 없었다.

필연적으로 온갖 방법을 사용해 부족한 마력을 채워와야 하는데...

이것저것 복잡하게 마력을 짜내는 것보다 한 번에 넉넉하게 마력을 불어넣는 게 편할 때가 있지. 말이 반영구지, 사실상 백년만 넘으면 마법사는 책임질 일이 별로 없거든.

백년 넘은 아티팩트가 고장났다고 마법사를 찾아오는 손님은 드물었다.

‘하긴 그렇겠군. 이런 편법도 의미가 있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던 이한은 멈칫했다.

“...잠깐. 그러면 버두스 교수님께서 혹시 이런 게 필요할 때마다 저를 부르신다는 이야기십니까?”

그렇게 되겠지?

이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         *

오고닌은 거울 저편의 이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무슨 짓을 했길래 학생의 얼굴이 저렇게 됐소?!”

아무 짓도 안 했다!

해골 교장은 분노했다.

학생이 우울해한다고 교장부터 의심해한다니.

그럼 오고닌 마탑의 고양이가 심술이 나면 오고닌 탓이란 말인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한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 제 잘못이지요.”

“아니...!”

에인로가드의 가혹한 교육 환경을 알고 있는 오고닌은 해골 교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해골 교장은 환장할 지경이었다.

내 정통 환상 마법의 미래를 생각해서 축제방해자, 폭죽파괴자, 유물절도자 놈에게 기회를 줬는데 이런 모욕으로?!

“날 압박하려고 해도 소용없소. 속지 않을 테니까.”

해골 교장과 비교한다면 새파랗게 어린 존재였지만, 오고닌도 나름 산전수전 겪은 마법사.

해골 교장의 호들갑에 넘어가지 않았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황제 폐하께 편지를 써야 하나 싶었네.”

할 줄 아는 건 고자질밖에 없는 벌레 같은 퇴물 놈 같으니...

이한은 못 들은 척했다.

“자. 그러면 저번에 했던 이야기를 이어서 하지.”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시간은 금.

오고닌은 바로 강의를 시작했다.

“저번에 내가 말했던 마법들을 기억하나?”

“예.”

<오고닌의 감정 인지>부터 시작해서 <오고닌의 차오르는 불안감>, <오고닌의 밀려오는 공포감>, <오고닌의 몰려오는 절망감> 같은 정신계 환상 마법들.

그리고 <오고닌의 박무(薄霧)> 같은 광역 환영 안개 마법까지.

다른 환상 마법들은 타 학파의 마법 요소를 섞어서 난이도를 낮추고 범용성을 올렸다면, 오고닌은 순수한 환상 마법을 추구하는 마법사였다.

‘물론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소리지.’

“감정 인지 마법은 기본이자 시작일세. 습관이자 버릇처럼 익혀두는 게 좋네.”

오고닌의 설명에 따르면 뛰어난 환상 마법사들은 감정 인지 마법을 쓰지 않아도 상대의 영혼이 무슨 색을 띠고 있는지 쉬이 알아차린다고 했다.

그 정도로 능숙해지기 위해서 계속해서 시전하고 연습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상대가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그에 따른 환상 마법의 힘도 증폭되기 마련.

“자. 연습해보게.”

“...?”

말을 들은 이한은 멈칫했다.

누구한테?

“누구한테 말입니까?”

“아. 그렇군. 음...”

오고닌도 머뭇거렸다.

오고닌의 마탑이야 연습상대가 많았지만 지금 교장의 독방에 다른 연습상대가 어딨겠는가.

나한테 해라.

“예?”

“뭐라고 하셨소?”

나한테 해보라고.

“아니...”

오고닌은 할 말을 잃었다.

다른 마법과 달리 정신 계열 환상 마법은 상대가 상당히 중요했다.

대마법사와 어린아이 중 누구의 감정을 읽기 쉽겠는가.

처음 입문한 환상 마법사는 당연히 후자를 상대로 실력을 올려야 하는데...?

“그걸 지금...”

“알겠습니다.”

이한은 별 생각 없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떠올라라, 감정이여!”

주문과 함께 마법이 시전됐다. 오고닌이 옆에서 물었다.

“어떤가?”

“교장 선생님께서는 지금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습니다만.”

“!!!”

오고닌은 지팡이를 떨어뜨릴 정도로 경악했다.

배운지 얼마 안 되는 환상 마법사가 해골 교장을 상대로 감정 인지 마법을 성공시켰다는 건...

...이제까지 마법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천재라는 뜻이었다.

‘환상 마법의 적통을 이을 천재가...!’

오고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마법은 실패했다. 그냥 이 녀석이 눈치가 빠른 거다.

해골 교장은 오고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빈정거렸다.

마법이 무슨 어린아이 장난감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익혀질 리가 있겠는가.

“...그런 거였소?”

“아. 죄송합니다. 마법이 성공하면 좀 다른 식으로 느껴지나 보군요.”

이한은 사과했다.

그냥 해골 교장의 기분이 더럽다는 게 딱 보여서 말했는데, 역시 마법과는 별 상관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닐세. 원래 어려운 마법이지. 하물며 상대가 대마법사라면 더더욱.”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끄럽고 빨리 읽기나 해라. 지금 일부러 방어도 풀고 있다.

해골 교장도 교육자인 만큼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진 않았다.

각종 보호 마법을 걸고서 읽어보라고 하진 않는 것이다.

...물론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마법 방어력만 생각해봐도 이미 충분히 억지긴 했다.

“떠올라라, 감정이여. 떠올라라, 감정이여. 떠올라라, 감정이여!”

지시에 따라 몇 번 걸다 보니 이한은 이게 무슨 마법인지 알 수 있었다.

원래 흰색 해골 대가리의 형태였던 해골 교장 위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영혼이 갖고 있는 감정의 색이 분명했다.

‘희미한 붉은색과 회색.’

누가 봐도 별로 기분 안 좋다는 감정이 분명했다.

이한은 좀 더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주문을 연속시전했다.

해골 교장은 하품을 하며 물었다.

그래도 너 정도면 슬슬 감정의 편린 정도는 보일 텐데? 아직도 안 나왔나?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

오고닌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막 시작한데다가 상대는 대마법사.

솔직히 몇 년을 해도 못 읽어낼 가능성이 높았다.

적당히 하다가 해골 교장이 지루해서 떠나버리면 그걸 핑계로 제대로 된 상대를 찾아주려고 했었는데...

저 녀석 정도면 할 수 있으니까 하는 소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아직 멀었습니다.”

“보시오. 학생도 이렇게 말하잖소. 다른 이의 영혼이 가진 색을 조금이라도 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어. 잠깐. 색이 보이면 되는 겁니까?”

이한은 멈칫했다.

하품하던 해골 교장은 이한을 ‘이 자식 뭐지’하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색 보면 성공한 거지, 그러면 무슨 이마 위에 ‘나는 무슨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라고 글씨라도 떠오르길 원했나?

“좀 더 색이 진하게, 알기 쉽게 나와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원래 뛰어난 마법사들은 감정 조절에 능하다. 희미하게 나왔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지. 그 정도면 잘 한 거다.

“감사합니다.”

훈훈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오고닌은 얼이 빠져서 눈만 깜박거렸다.

내가 지금 뭔 대화를 듣고 있는 거지?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왜 그러나?

“지금 날 상대로 장난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이게... 어...”

내가 잘 배울 거라고 말하지 않았었나?

해골 교장은 오고닌에게 분명히 ‘잘 생각했다 워다나즈 정도면 잘 배우겠지’라고 말했었다.

물론 오고닌은 그 말을 들었을 때 학생이 마법을 배우자마자 해골 교장 상대로 감정을 읽어낼 정도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말이 되나?

가진 마력이 워낙 많고, 다루는 재능이 뛰어나고, 눈치까지 빠르니 이런 마법에는 특출났다고 봐야지. 오고닌. 고정관념을 좀 버리도록.

“아닙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넌 그 역겨운 겸손 좀 그만 떨고.

“정말... 놀랍군...”

오고닌이 자꾸 중얼거리자 해골 교장이 툴툴댔다.

그럼 자네가 환상 마법 걸었다가 실패한 건 안 놀랍고?

“...계속하도록 하지...”

오고닌은 여전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전 환상 마법의 적통을 이을 천재를 기대하긴 했었지만...

언제나 현실은 상상보다 한 수 앞서가기 마련이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         *         *

하지만 다음 마법, <오고닌의 차오르는 불안감>은 끝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오고닌은 그게 이한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해골 교장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해골 교장한테 거는데 저게 어떻게 성공할 수 있단 말인가.

“절대 자네가 모자란 게 아니네.”

“아닙니다. 제가 부족한 거죠.”

“아닐세. 상대가...”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니까!!”

아. 왜 성질을 부리고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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