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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50화 (250/687)

250화

-왜 이러십니까 선생님.

-저희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고...

데스 나이트들은 불평했지만 첨탑지기가 저리 가라고 쫓아내자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한은 마음 편하게 첨탑 마구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조심하십시오. 짐승들이 대체로 사납습니다.

첨탑지기의 경고처럼, 첨탑 마구간 안에서 자고 있는 탈것들은 놀라웠다.

‘아니. 교수님들은 왜 이런 걸 타고 다니시는 거지?’

히포그리프, 세두, 바이콘, 인면조, 박(駮) 등 이한도 동화에서나 봤을 법한 희귀하고 강력한 몬스터들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마법사들이 불가능에 도전하고 신비를 규정하며 괴이를 길들이는 자긴 했지만...

...꼭 이렇게 위험한 놈들을 굳이 길들여야 하나?

‘학생들 출입금지인 이유를 알겠군.’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여기에 그리폰을 데리고 와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폰 정도면 여기서 귀엽고 아기자기한 탈것에 들어갈 것 같았다.

‘안쪽이 짐승들이 쉬는 곳이고...’

첨탑 마구간은 마법으로 공간이 증폭됐는지 입구에서 반대쪽 출입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구조를 자랑했다.

기다란 통로 양옆으로는 쉬고 있는 짐승들이 자고 있었고, 그 길을 쭉 따라가면 이제 밖으로 날아갈 수 있게 본관 외벽과 연결된 출입로가 나왔다.

탁 트인 하늘로 바로 날아갈 수 있게 설계가 된 일종의 비행장이었다.

‘입구에서 한 번 확인한다고 했었지?’

이한은 들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별다른 확인이나 검사가 없어 보였지만, 밖에서 들어오거나 나가는 사람들은 저 비행장에서 한 번씩 확인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기 시설의 책임자가 분명 대기하고 있을...

“?”

이한이 구조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는 사이 첨탑지기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안에서 말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

이한이 눈을 깜박거리는 사이 첨탑지기는 종이와 깃펜으로 말과 대화를 나누었다.

-위험하지 않나? 자네가 보장한다니. 알겠네.

‘음. 내가 너무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군.’

말을 할 줄 아는 켄타우로스도 있고 말을 할 줄 아는 미노타우로스도 있는데 말을 할 줄 아는 말이 있어도 놀랍진 않았다.

아니 사실 좀 놀랍긴 한데...

허락을 받았습니다.

“예?”

이한은 멈칫했다.

무슨 허락을?

연습하고 싶다고 하셨잖습니까. 이 바이콘을 타보십시오. 도움이 될 겁니다.

“......”

이한은 다시는 착한 사람을 속여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         *

첨탑지기는 이한의 사악한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따끔한 교훈을 주기 위해 바이콘을 추천한 게 아니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지만 이유는 정말 순수한 선의였다.

바이콘이라는 동물이 말과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는 만큼 바이콘을 능숙하게 탈 수 있으면 어떤 사나운 말도 탈 수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드래곤을 길들이는 법을 배우면 늑대도 길들일 수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늑대를 길들이기 위해 드래곤을 길들이라고 하진 않았다.

괜찮습니다. 저 바이콘은 여기 동물들 중 가장 착한 녀석입니다.

“......”

이한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논리로 따지면 이한도 해골 교장과 볼라디가 같이 있을 때는 교장실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되는데...

‘떨어지지만 말자.’

주말에 여기 마구간을 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첨탑지기를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이한은 최선을 다해 바이콘을 타기로 마음먹었다.

복잡한 움직임이고 곡예고 다 필요 없었다. 가장 기본적이고 안전한 동작으로 살짝 걸었다 돌아올 생각이었다.

“나는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이다. 나는 네 명예와 네 긍지, 네 핏줄에 흐르는 자부심을 존중한다.”

번개걸음 교수한테 배운 말을 읊으며 이한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강력한 몬스터일수록 지능이 높고 자존심이 강한 법.

더군다나 바이콘처럼 사납고 거친 성향의 몬스터라면 더더욱 그랬다.

뿔 하나를 가진 환수, 유니콘은 선량하고 유순한 성격이었지만 뿔 두 개를 가진 바이콘은 정반대였다.

괜히 잘못 접근했다가 뿔에 찔려서 쓰러지는 수가 생겼다.

푸르르륵!

“?”

바이콘은 이한을 보더니 갑자기 다가왔다. 그리고는 얼굴에 뺨을 비볐다.

“???”

폰리그도 보여준 적 없는, 처음 보는 짐승의 친밀한 모습에 이한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뭐지?

함정인가?

푸흐흥-

바이콘은 이한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얌전히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어서 올라타란 뜻이었다.

“...나는 널 존중한다. 진짜 존중한다. 알겠지?”

이한은 바이콘이 혹시라도 타는 순간 본색을 드러낼까봐 다시 한 번 말했다.

바이콘은 콧김을 살짝 내뿜으며 고개를 돌렸다. 별 소리를 다한다는 기색이었다.

탁-

바이콘은 이한이 탔음에도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얌전히 발굽으로 땅을 두드리더니 비행장으로 달려가 공중으로 뛰었다.

“!”

순간 광활한 에인로가드의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바이콘은 이한의 감정을 읽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허공을 걸었다.

“고맙다.”

이한이 갈기를 쓰다듬으며 속삭이자 바이콘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푸드득댔다.

편안하고 안락한 승마.

바이콘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상냥했다.

‘아. 이래서 추천하신 거였나?’

과연 첨탑지기가 아무 생각 없이 추천한 게 아니었다. 이한은 첨탑지기를 의심한 걸 속으로 사과했다.

연습이 좀 되셨습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돌아오자 첨탑지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한은 만족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신기하군. 지랄맞기로 유명한 놈인데.

첨탑 마구간지기를 맡고 있는 말이 신기해하며 슥 지나갔다.

이한을 보는 눈빛이 ‘용케 안 뒤지고 살아돌아왔군’의 눈빛이었다.

“...어... 여기 동물들 중 가장 착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한은 첨탑지기에게 물었다.

분명 그랬을 텐데?

평소에만 조금 그렇지 주인을 만나면 착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니...”

누가 봐도 콩깍지 낀 것 같은, 편파 가득한 표현에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성질 더러운 놈도 당연히 기분 좋을 때가 있기 마련이었다. 하루 종일 기분 나쁜 미친놈이 어딨겠는가.

평균이 중요한 거지...

‘다시 타지는 말아야겠다.’

바이콘이 착한 줄 알았는데 그냥 운이 좋은 거였다니.

이한은 속으로 다짐했다.

“그런데 이 바이콘의 주인이 누굽니까?”

교장 선생님이십니다.

“......”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바이콘을 빤히 쳐다보았다. 바이콘은 가지 말라는 듯이 이한의 소매를 붙잡고 늘어졌다.

...설마 해골 교장과 닮아서 친절하게 군 건가!?

‘다행이긴 한데 왠지 기분이 나쁘군!’

*         *         *

이한은 첨탑지기에게 감사인사를 남기고 작별했다.

-오늘 연습했던 건 다른 분들에게 절대 말씀하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물론 입단속도 잊지 않았다.

괜히 해골 교장 귀에 들어가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폰리그. 평범한 게 좋은 거다. 역시 너나 다른 말들처럼 평범하게 생긴 게 마음이 편해서 좋단 말이지.”

폰리그의 점심을 챙겨주러 온 이한은 갈기를 빗겨주며 말했다.

우걱우걱 식사를 하던 폰리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욕 같이 들렸던 것이다.

게다가 폰리그의 원래 모습은 다른 말들과 다른...?

“녀석. 잘 먹네. 더 먹어라. 너 주려고 사탕도 챙겨왔다.”

가이난도가 보면 질투할 간식을 주자 폰리그는 신이 나서 고개를 흔들었다.

뚝-

“왜 그래?”

폰리그는 인상을 팍 쓰더니 이한을 쳐다보았다.

낯선 짐승의 냄새가 주인에게서 나고 있었던 것이다.

푸르르르륵! 푸히힝! 푸흥! 푸히히히힝! 푸흐흐흥!

“...?!”

이제까지 보여 왔던 모습 중 가장 서러움 가득한 울음을 폰리그가 터뜨리자 이한은 당황했다.

“왜 그래? 맛이 없나?”

폰리그는 말굽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다른 동물의 시늉을 냈다.

바닥에 떨어진 고깔을 머리에 올리더니,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게...

“...아. 바이콘? 걔는 내가 타고 싶어서 탄 게 아니다. 폰리그. 믿어다오.”

푸흥!

폰리그는 듣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이한은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서 폰리그의 삐진 기분을 달래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구간에 찾아온 번개걸음 교수가 이한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그리ㅍ...가 아니라 폰리그 달래주고 있나? 잘 하고 있군.”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잘 달래고 있다. 벌써 반쯤 풀린 것 같은데. 그런데 뭔 짓을 했길래 저렇게 토라진 거냐?”

그리폰 정도 되면 하찮은 실수로 토라지진 않았다.

강력한 환수는 강력한 환수 나름대로의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돌아온 제자의 대답은 생각보다 더 황당했다.

“바이콘 좀 탔다고...”

“...대체 어디서 뭘 했길래 바이콘을 타고 온 거냐!?”

*         *         *

퉁-

“!!!!”

“방... 방패가! 방패가!!”

“??”

방패가 강의실 바닥에 떨어지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에 상황 파악이 덜 된 다른 탑 학생들이 물었다.

“저, 저 방패가 떨어지면 무슨 문제라도 생겨?”

혹시 예지 마법과 관련된 아이템인가?

방패가 떨어지는 순간 위험이 닥친다거나...

“저 방패로 내기 걸었거든.”

“3일 갈 줄 알았는데... 크흑...”

“......”

“한심한 놈들...”

‘2일하고 조금 더 가는군.’

식료품을 잃은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건 말건 이한은 냉정하게 시간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그냥 정말 제출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몇몇 성실한 학생들은 ‘과제란 건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나온 것인데 편법을 쓰면 의미가 있나’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알 게 뭐냐. 나부터 살고 본다.’

4학년 학생들도 편법 쓰는 거 보면 딱히 잘못이 아니었다.

일단 살고 보자!

“다들 과제는 잘 하고 있나요?”

“네! 가르시아 교수님!”

학생들이 트롤 혼혈 교수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평소보다 애정이 조금 더 담겨 있었다.

그 애정에는 ‘제발 교수님이라도 과제를 더 내지 말아주세요’가 담겨 있었고.

“과제가 많죠?”

“네!!!”

“그래서 제 기말 전 과제는 간단하게...”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략?’

‘패스?’

‘삭제?’

“다음 주에 내줄 것 같아요.”

“......”

“......”

“별, 별로 안 어려워요. 여러분. 간단할 거예요.”

‘위로가 되진 않는군.’

이한은 교수들 기준에서 말하는 간단함이 절대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들 기말을 앞두고 힘들 텐데 미안하지만, 오늘은 또 다른 마법 학파를 소개하려고 해요.”

말과 함께 교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한은 깜짝 놀랐다.

교수가 세상에서 가장 피곤하고 지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저게 가능한가?’

이한도 나름 피곤과 지침에는 일가견이 있었는데, 저 교수는 그런 걸 초월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저 정도의 피로가 쌓일 수 있지?

탁!

학생들 앞에 작은 화분이 하나씩 생겨났다. 잘린 새싹이 심어진 화분이었다.

“화분을 잡는다.”

“예?”

되물은 가이난도의 머리 위에 막대기가 생겨나더니 찰싹 때렸다.

“악!”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화분을 잡아라.”

학생들은 화분을 잡았다.

“눈을 감고 끊어진 새싹이 연결되는 상상을 해라.”

침묵.

학생들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새싹이 연결된 사람은 손을 들어라.”

제법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이한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너희들은 치유 마법을 배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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