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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54화 (254/687)

254화

“...친우들아! 나 괜찮아진 것 같다!”

“???”

발목 부러진 학생의 말에 다른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은 ‘뭔 개소리야?’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또 가르시아 교수님을 부르는 것 때문에 죄송스러워서 그래? 물론 우리도 죄송스럽긴 해. 하지만 이렇게 다친 이상 어쩔 수 없잖아.”

‘이런 쓰레기들이.’

이한은 속으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욕했다.

자꾸 사고치고 가르시아 교수님 부르는 게 미안하면 사고를 그만 칠 생각을 해야지 계속 저런 격렬한 스포츠를 해?

“아니야. 워다나즈가 응급처치해줬더니 괜찮아졌어.”

“응급처치? 아. 치유 마법.”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이한이 무슨 마법을 썼는지 금세 깨달았다.

아까 치유 마법을 들으러 온 학생들이 전부 불사조 탑 학생들은 아니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 중에서도 치유 마법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변방이나 격전지에서 활동하는 기사들만큼 치유 마법이 필요한 이들도 없었으니...

“클트란. 그걸로는 안 돼.”

“맞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치유 마법에 대해 배우고 있는 만큼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초심자일수록 치유 마법은 위험해졌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뼈가 잘 붙지 않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붙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무리 워다나즈라도... 아차. 워다나즈. 널 딱히 욕하려고 꺼낸 말이 아니라. 알지?”

“참고로 우린 여덟 명이야. 워다나즈. 여덟 명이라고.”

“...왜 숫자를 강조하는 거지? 무슨 의도로?”

“아, 아무것도. 그냥 우리 여덟 명이라고...”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자기들도 창피했는지 말끝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졌다.

“교수님을 불러오는 건 나도 찬성이다. 애초에 불러올 줄 알았으면 내가 응급처치를 안 했지. 어디까지나 임시로 한 건데.”

“그렇지? 거봐. 워다나즈도 저렇게 말하잖아. 제대로 된 치유 마법을 받아야 해. 클트란.”

“정말 괜찮아서 그러는 건데...”

그렇게 떠드는 사이 가르시아 교수가 달려왔다.

가르시아 교수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손에 들고 있는 막대를 보고 물었다.

“또 격구하다가 다쳤어요?”

“...아, 아닙니다.”

“그냥... 달리다가 넘어져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슬금슬금 막대를 숨겼다. 이한은 그 모습을 보고 한탄했다.

‘저런 멍청한 놈들.’

숨길 거면 진작 숨겼어야지 저런 안일한 마음으로 어떻게 이 에인로가드에서 살아가려고...

“화를 내려는 게 아니라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가르시아 교수는 그렇게 말했지만 별로 설득력은 없어 보였다.

딱히 화를 내지 않아도 상대방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사람이 몇몇 있었는데, 가르시아 교수는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친 사람이 누구에요?”

“여기 클트란입니다.”

“...안 다쳤잖아요?”

가르시아 교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설명에 나섰다.

“이게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거지 속으로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발목이 나갔는데 워다나즈가 응급처치만 한 거라서...”

“아하.”

가르시아 교수는 상황 설명을 듣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쓰러진 학생의 발목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

갑자기 가르시아 교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러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무슨 문제 있는 것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워다나즈인데 그런 실수를 할까?”

“치유 마법은 섣불리 시도하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했잖아.”

‘내 책임이라고 하면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꺼내서 우겨야겠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가르시아 교수는 고민을 끝내고 이한을 따로 불렀다.

“이한 학생. 잠시 이쪽으로 와보세요.”

“크게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건 아니고요.”

가르시아 교수는 다른 학생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주 잘 나았어요.”

“...어, 그러면 좋은 거 아닙니까?”

이한은 의아해했다.

뼈가 잘 붙었으면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지 않나?

“저 학생한테는 좋은 일인데, 이한 학생한테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거든요.”

치유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과, 다친 친구를 저렇게 깔끔하게 나을 수 있게 만드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심한 상처는 아니었지만 살아있는 사람 상대로 별다른 실수나 후유증 없이 해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당장 2, 3학년 학생들 중에서도 사람 상대로는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여럿인데...

“??”

물론 이한은 더 의아할 뿐이었다.

치유 마법을 실제로 쓰는 게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는 건 잘 알겠는데, 어쨌든 운좋게 해냈다면 좋은 것 아닌가?

“잘 들어요. 치유 마법 배우는 학생들은 종종 밖으로 일 도우러 나가잖아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 이한 학생도 같이 끌려갈 수 있어요.”

“...아니. 저 1학년이잖습니까.”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의 말에 경악했다.

아무리 발목 한 번 아물게 했다고 치유 마법사 필요한 일에 동원된다니?

“1학년이어도 이렇게 한 번 해냈다면 이야기가 다르거든요. 한 번 해냈으면 두 번도 해낼 수 있고, 그러다보면 숙련이 되니까...”

‘혹시 볼라디 교수님하고 친하신가?’

이한 안에서 알카시스 교수의 평가가 내려갔다.

볼라디 교수나 할 소리를 태연하게...

“...사실 아까 뼈 붙인 거 보니까, 그냥 실습에서 훈련시켜도 될 것 같긴 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한은 매우 단호하게 부정했다.

흰 호랑이 탑 학생 발목 나간 걸 낫게 하는 것과, 수많은 위급 환자들의 목숨을 돕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후자에 뛰어들기에 이한은 아직 자신감이 없었다.

...애초에 1학년인데!!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잖아요. 어디 가서 흰 호랑이 탑 학생 발목 낫게 했다고 절대로 말하지 마요. 알겠어요?”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한은 스승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를 느꼈다.

세상에 이런 교수가 마법학교에 어디 있겠는가?

“뭐... 뭐야. 워다나즈. 어떻게 된 건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이한이 기쁜 얼굴로 돌아서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공포에 질렸다.

“별 거 아니다. 안에서 뼈가 서로 잘못 자라서 박살이 났는데 가르시아 교수님께서 잘 해결하셨다는군.”

“......”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공포 섞인 시선을 이한에게 던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렇게 기쁜 얼굴로 할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         *         *

기말고사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침.

휴게실에 둘러앉은 친구들이 떠들거나 장난치는 대신 책이나 깃펜을 한손에 들고 홀린 것처럼 끄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들 고생이 많군.’

물론 이한이라고 다르진 않았다.

한손에는 책을. 다른 손에는 주먹밥을.

그 익숙한 모습에서는 다른 학생들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이 엿보였다.

“가자.”

“켁켁.”

식사 시간에는 오롯이 식사에 집중하지 않으면 만들어 준 사람에게 실례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가이난도는 이한의 말에 쿨럭였다.

“나, 아직 먹고 있. 컥컥.”

“알겠어. 5분 줄 테니까 빨리 다 먹어.”

“......”

가이난도는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이한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크흑...”

“빨리 먹어라. 언데드 계약하러 가야 하니까.”

기말 전 과제들이 쌓여 있는 만큼 남는 시간마다 해결을 해놔야 했다.

시간 좀 있다고 여유 부리다가는 눈더미처럼 굴러오는 과제의 양에 압사당할 수도 있었다.

오늘 오전에 끝낼 과제는 소환 마법 과제.

가이난도나 다른 친구들은 아직 계약하지 못한 만큼 언데드 계(界)의 언데드를 찾아 계약을 할 계획이었고, 이한은 이미 계약했지만 더 찾아볼 생각이었다.

‘스켈레톤 마법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저번부터 원했지만 아직 찾지 못한 만큼 더욱 그랬다.

“넌 이미 계약을 했으면서 왜 같이 들어가려는 거냐? 무슨 꿍꿍이냐?”

라파드엘은 이한을 보자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미르그와 가이난도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라파드엘을 말리려고 했다.

“도... 도와주려는 건데 그렇게까지 말할 건...”

“넌 눈치 없냐?! 그러다가 진짜 이한이 안 도와주면 어쩌려고! 너 혼자 들어가 이 자식아!”

가이난도의 격렬한 반응에 라파드엘은 살짝 압도되어서 뒷걸음질쳤다.

“혼... 혼자 들어가라고 하면 못 들어갈 것 같...”

“다들 시끄럽다. 그만 싸우도록.”

이한은 따끔하게 훈계했다.

사실 라파드엘이 혼자 들어가든 말든 이한이 알 바 아니었지만, 이한은 가능한 한 라파드엘을 데리고 가고 싶었다.

‘파티에는 든든한 방패가 있으면 좋단 말이지.’

저번에 들어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앞에서 적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단단하게 막아주는 전위가 한 명 있으면 참 편했다.

라파드엘이 없다면 그 역할을 이한이 해야 하는 만큼 더더욱!

“이한. 저 자식이 저러잖아!”

“라파드엘도 나쁜 뜻은 없었을 거다. 입은 좀 험해도 라파드엘이 악한 녀석은 아니지.”

물론 이한은 라파드엘을 성질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떤 감언이설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파드엘이 오해하는 것도 이해한다. 난 이대로 제출해도 되는데 왜 나서나 싶겠지. 하지만 라파드엘. 난 내 과제가 끝났다고 친구들을 버리는 사람이 아니다.”

‘최고는 스켈레톤 마법사. 아니면 스켈레톤 궁수라도. 확보할 수 있을 때 확보해둬야 해. 기말고사 기간으로 들어가면 더 바빠진다.’

“저번에 내가 도움을 받았으니 내가 도움을 주는 것도 당연한 거지. 납득이 좀 가나?”

“...흥!”

라파드엘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 태도는 확실히 누그러져있었다.

이한의 동기가 명예롭다는 것까지 차마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친한 친구인 가이난도를 질책하기까지 하면서 싸움을 중재하다니.

라파드엘은 따라할 수 없는 너그러운 모습이었다.

‘이번 일만큼은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

30분 후.

라파드엘은 험상궂은 얼굴로 욕을 했다.

“사악한 놈들! 뻔뻔한 놈들! 영악한 놈들!!”

언데드 계에 들어오자마자 강제로 전위를 맡게 된 라파드엘은 욕설을 퍼부었다.

저번에도 당했는데 이번에도 또 당한 것이다.

“미... 미안.”

이미르그는 사과했다. 그러자 가이난도가 말렸다.

“왜 사과를 해? 서로 역할을 분배한 건데.”

“황자 놈아, 말했듯이 저 자식이 나보다 검을 잘 쓴다니까!”

“야. 이상한 억지 좀 부리지 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가이난도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하자 라파드엘은 더욱 분노했다.

저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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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스켈레톤 전사 하나가 나타났다.

이미르그가 놀라워하며 중얼거렸다.

“와...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는데...”

“......”

이한은 모르는 척했다.

밀레이 교수가 안전장치를 하긴 했지만, 이한의 마력이 새어나가서 언데드들을 불러왔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지 않을까.’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우연히 언데드들과 마주쳤을 가능성도 있었다. 단정짓는 습관은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압하고 바로 계약 시도해볼까?”

“그래. 그렇게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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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저... 저거...”

라파드엘은 눈앞에 나타난 수많은 언데드들의 숫자에 오금이 얼어붙고 팔다리가 뻣뻣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교수가 안전장치를 해놨는데 어째서!?

“어... 어떻게 된 일이지, 워다나즈?! 어떻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군. 불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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