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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89화 (289/687)

289화

이한이 너무 충격을 받자 쿠 교수는 당황했다.

순간 점수를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1점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래?”

“...그렇죠.”

수긍하는 대답을 했지만 이한의 표정은 절대 수긍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실수로 제국이 멸망하게 된 마법사 같은 표정이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워다나즈. 괜찮은 거 맞지?”

“괜찮습니다.”

*         *         *

이야, 1점 깎였다면서!

“......”

이한은 둥둥 떠서 날아오는 해골 교장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시험 본 지 30분도 안 됐는데...

“1점 깎일 수도 있죠.”

과연 정말로 그럴까? 방금 실수만 아니었다면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해골 교장은 이한의 마음을 흔들고 심마를 불러일으키려고 했다.

그 속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한은 냉정을 유지했다.

실수해서 1점 깎인 게 속이 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으니까.

‘흔들리지 말자.’

그 실수가 아른거리진 않고?

“예.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받겠다는 오만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한이 미치지 않고서야 모든 강의에서 만점을 받고 말겠다는 목표를 세웠겠는가.

그냥 최선을 다해서 보는 게 목표였다.

1점 깎였을 때 속이 쓰린 건 그냥 성격이 그런 거였고...

분노가 솟구치거나 감히 나 같은 존재를 시험하려 드는 교수들이 증오스럽거나 하지는 않나?

“대체 어떤 미친 1학년이 그런 생각을 합니까?”

난 그랬는데.

“......”

이한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해골 교장은 이한이 도발에 넘어오지 않을 거란 걸 깨달았는지 아쉬워했다.

쓸데없이 겸손한 척 하기는...

“전 한 번도 오만하게 군 적이 없습니다. 교장 선생님.”

모든 학파 마법을 다 들으려는 것만큼 오만한 짓도 드물지.

“......”

이한은 한 방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걸 깨달은 해골 교장은 흐뭇해했다.

이제 좀 깨달음을 얻었나?

“아니요?”

그렇게 부정해봤자 스스로만 힘들 텐데. 버두스 교수 시험은 잘 준비하고 있나?

변환 마법 시험 보고 부여 마법 시험까지 보면 지긋지긋한 1학기가 사실상 끝나는 셈이었다.

변환 마법 시험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 만큼 부여 마법이 실질적으로 남은 최대 과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잘 안 되고 있나보군.

해골 교장은 예리하게 속마음을 알아맞혔다. 부정하는 게 의미 없다는 걸 깨달은 이한은 역으로 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야 네가 만든 걸 한 단계 더 상향시키라는 게 버두스 교수의 시험이잖나? 처음에 그런 걸 완성시켰으니 당연히 잘 안 되겠지.

해골 교장은 무슨 뻔한 질문을 하냐는 듯이 대답했다. 이한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렇긴 하지.’

부유하는 강철 방패를 만들어낸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걸 한 달도 안 되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라니.

잘 안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 교장 선생님께서 대신 말해주시겠습니까?”

아니? 처음에 너무 잘 한 과거의 너를 탓해야지. 괜히 전투 마법사의 실력은 삼 할을 숨기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교훈이 되겠구나.

“그건 싸울 때를 대비한 말...”

그래도 한 가지 조언은 해주마.

해골 교장이 말을 자르고 들어오자 이한은 멈칫하고 기다렸다.

과연 해골 교장은 무슨 조언을 해줄 것인가?

‘별로 쓸모 있는 조언은 아닐 것 같은데.’

지금 부유하는 강철 방패를 만들었지?

“예.”

시전자의 주변을 부유하며 날아오는 공격을 자동으로 막는 강철 방패.

각종 마법진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만든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목표는?

“반사...를 추가해볼까 생각중입니다.”

그렇겠지. 다른 마법진 다 치워버리고, 반사만 집어넣어라.

“!”

이한은 해골 교장의 말에 놀랐다.

그러니까 지금...?

“그러면 그냥 평범하게 반사만 되는 방패가 될 텐데요?”

그래.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는 거다. 어쨌든 성능이 상향되긴 했잖느냐? 다른 성능은 좀 줄어들었지만.

해골 교장은 진지했다.

아무리 모든 학파의 마법을 다 듣겠다고 나서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한계는 있었다.

가끔은 선택과 포기가 필요한 법.

그리고 애초에 버두스 교수는 자기 마음대로 시험을 내는 사람이라, 그 시험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다.

그냥 학생도 자기 원하는 걸 하고 우기면 됐다.

애초에 반사 속성만 파고들어도 아슬아슬할 거다. 완성시키기만 해도 당당하게 말할 업적이니, 기능이 줄어들었다고 감점하진 못하겠지.

원래라면 ‘불가능’이었지만 해골 교장은 이한의 전적을 감안해서 ‘아슬아슬’로 말했다.

“하지만 버두스 교수님께서는 실망하실 것 같습니다만...”

버두스 교수를 실망시키는 게 뭐 어때서? 그게 왜 잘못이지?

“!”

어라?

‘그러게?’

이한은 해골 교장의 논리에 설득되는 자기 자신을 느꼈다.

버두스 교수는...

조금 실망해도 되지 않나?

애초에 자기가 그런 걸 목표로 내놓은 만큼, 실망해도 자업자득에 가까웠다.

“교장 선생님께서 저를 괴롭히시는 것보다 버두스 교수님을 실망시키는 걸 원하셔서 다행입니다.”

너는 정말 환상 마법에 타고 났다.

“아닙니다.”

하긴 1점 깎였지.

“......”

*         *         *

버두스 교수는 장비와 도구도 내려놓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모습이 얼마나 놀라운 모습인지 잘 알았다.

버두스 교수가 누구던가.

가르쳐야 하는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의 학생들한테는 책 몇 권 던져주고 알아서 공부하라고 한 뒤 자기는 관심 있는 아티팩트 제작에 몰두하는 타고난 장인이었다.

그런 버두스 교수가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고 있다니.

버두스 교수가 불러서 학교에 찾아온 상인들은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서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마법사 님? 왜 하시던 제작도 안 하시고...”

“학생들 시험이잖아.”

“그... 렇긴 합니다.”

상인들은 속으로 버두스 교수를 욕했다.

평소에 상인들이 말을 걸어도 ‘어’나 ‘어어’로만 대답하며 자기 편할 때만 말하던 사람이 저러니 괜히 더 얄미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두스 교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다렸다.

해골 교장이 해준 말 때문이었다.

-이야. 이번 1학년 학생들이 아주 제법이더군. 잘 만들었어.

-아닌데? 쓰레기들만 만들었을 텐데?

-...물론 냉정하게 보면 그런 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몇몇 작품들은 꽤 괜찮더군.

-그럴 리가 없는데?

-자네가 시험만 아니었다면 징벌방에 처넣었을 텐데 말이야. 정말 아쉽군.

-왜?

-그건 나중에 징벌방에 들어갔을 때 생각해보고... 그리고 정말 괜찮은 작품도 있네. 워다나즈가 만든 것처럼.

-앗. 완성했대?

버두스 교수는 반색했다.

부유하는 강철 방패에 반사 속성까지 추가하라고 조언을 했는데, 워다나즈가 잘 완성한 모양이었다.

-...그게 조금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해골 교장은 한심함을 최대한 참고서 물었다.

물론 버두스 교수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니? 왜?

-물어본 내 잘못이군. 어쨌든 반사 속성은 완성했으니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도록.

-이야! 기대되네!

덕분에 버두스 교수는 신이 났다.

물론 버두스 교수가 보기에 이한의 부여 마법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버두스 교수의 천재적인 두뇌에는 이한이 1학년이라는 사실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 가지 단점이 있더라도 그걸 덮는 한 가지 특별한 장점이 있다면 충분히 흥미로운 법.

특유의 막대한 마력량으로 부여 마법의 여러 공정을 생략시키는 이한의 부여 마법은 부족한 점이 많아도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탁-

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들어오자 버두스 교수는 반가워하며 외쳤다.

“도착한 사람부터 제출해!”

“여, 여기 있습니다. 교수님.”

버두스 교수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자, 학생은 제출하면서 살짝 희망을 품었다.

저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시면 과제도 혹시?

“여전히 쓰레기잖아. 뭐가 나아졌다는 거야?”

“...그, 속도가 조금 늘지 않았나요?”

“다음!”

학생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버두스 교수에게 욕을 먹은 다음 쫓겨났다.

그걸 보자 이한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혹시 망하더라도 다 같이 망하겠군.’

자기 혼자 망하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같이 망할 때가 마음이 든든한 법.

버두스 교수는 투덜대며 학생들을 쫓아내다가 이한의 차례가 오자 반색했다.

“왔어? 기대하고 있었어! 자. 보여줘 봐!”

이한은 조심스럽게 강철 방패를 꺼내서 내려놓았다.

예전의 마법진 술식이 모두 지워지고, 새롭게 반사 속성이 새겨진 방패였다.

깡!

이한이 돌멩이를 집어 던지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돌멩이가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서 날아갔다.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탄성력이었다.

“!!”

“반사잖아?!”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워다나즈야 학년 수석인 만큼 마법 실력이 뛰어난 건 알고 있었지만, 저번에 부유 방패에 이어서 반사 방패까지 완성시키다니.

‘이건...’

‘...통할지도 모른다!’

방금 욕을 먹고 쫓겨난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기대에 찬 시선으로 버두스 교수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개... 아니, 깐깐한 교수라 하더라도 이쯤되면 ‘잘했다’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정말로!

“자동 방어는 어디갔어?!”

버두스 교수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

“......”

학생들은 경멸 섞인 시선으로 교수를 노려보았다.

1학년이 그 짧은 시간 내에 반사 속성을 완성해왔으면 칭찬을 해줘야지, 어떻게 저런단 말인가?

‘진짜 사람이 아니다.’

‘산맥 몬스터도 저 사람보다는 자비롭겠다.’

“자동 방어는 빼버렸습니다.”

“왜?!”

“반사를 완성시키려고요.”

“같이 하면 되잖아!?”

“시간적으로 무리였습니다.”

“왜?!”

이한은 대답 대신 은은한 미소만 지었다. 미친 사람과 논쟁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시간을 더 줄까?”

“다음 주는 방학인데요.”

“성각관에 방 있는데 거기서 머물면서 완성할래?”

그 말에 도저히 참지 못한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워다나즈 저희하고 약속 있습니다 교수님!”

“자꾸 이러시면 황제 폐하한테 투서 넣을 겁니다 진짜!”

“왜, 왜?! 내가 뭘 했다고!?”

이한은 친구들이 보여준 우정에 오랜만에 감동했다.

그렇게 끼니를 챙겨 먹인 게 헛된 고생이 아니었던 것이다.

*         *         *

변환 마법 시험(옷붙이 중 하나만 강철로 만들면 되는 시험이었다)에 이어서 부여 마법 시험까지 끝나고 금요일 밤이 찾아오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광란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끝났다! 끝났다! 끝났다!”

“성적도!”

친구들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황자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펑! 퍼퍼퍼퍼펑! 퍼퍼퍼퍼펑!

창문 밖을 보니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온갖 무늬를 가진 아름다운 불꽃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선배들이 쏘고 있나봐!”

“우리도 대답하자!”

1학년 학생들은 창가로 달려가 닥치는 대로 마법을 쏘아 보냈다.

선배들이 쏘아 보낸 마법에 비하면 볼품없었지만 어두운 밤하늘 덕분에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불꽃이 움직인다!”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들이 꿈틀거리면서 움직이더니 글자로 변했다.

1학년 학생들은 선배들이 보내는 메시지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선을 던졌다.

과연 얼굴도 못 본 선배들은 어떤 칭찬의 말을 후배들에게 해줄까?

☆시끄러우니☆조용히☆좀☆놀아☆

☆1학년이☆신난거보니☆아직 덜 배웠네☆2학기 때가☆진짜

“......”

“쓰레기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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