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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90화 (290/687)

290화

학생들의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한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해골 교장 때문 아닌가?’

교장부터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길 좋아하니 선배들도 인성이...

“케이크나 먹자.”

“맞아! 케이크!”

“다른 탑 놈들도 불러와.”

“...어. 꼭 그래야 해?”

“응. 제대로 불러와라. 괜히 시비 걸지 말고.”

“무, 무슨 말이야. 워다나즈. 그럴 리가 없잖아.”

속마음을 들킨 푸른 용의 탑 학생이 말을 더듬었다.

*         *         *

다른 탑 학생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목검과 방패로 무장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오다가 케이크를 발견하자 머쓱한 표정으로 무기를 내렸다.

“내가 뭐라고 했나!”

“미, 미안. 더르규.”

“잠깐. 케이크에 독이 들었을지도...”

“쉿. 조용히 해. 독이 들었어도 케이크는 케이크지. 먹고 나서 생각해도 된다고.”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접시 위에 케이크를 한 조각씩 잘라서 받았다.

케이크는 맛있었다.

“그러게 워다나즈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은 안 친다니까.”

“확실히...”

‘다음에 함정 팔 일 있으면 먹는 것에 넣어야겠군.’

이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지나갔다.

역시 사람은 달콤한 걸 먹으면 행복해지는 모양인지, 학생들은 모두 대만족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한 조각 다오.

“여기 있습니다.”

옆에서 학생 둘이 비명을 지르면서 나뒹굴었지만 이한은 놀라지 않고 태연하게 케이크를 잘라서 건넸다.

해골 교장은 염동력으로 케이크를 입 안에 던져 넣은 다음 학생들에게 말했다.

다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예!”

“정말 기쁩니다!”

저런. 시험 성적을 봐도 그렇게 기쁠지 궁금하군.

“......”

해골 교장은 마법도 하나 쓰지 않고 학생들의 분위기를 모두 얼어붙게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학생들 중 시험 성적 공격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학생이 입을 열었다.

“학기가 끝나서 기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들 고생해서 한 학기를 보냈는데 성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라고 학년 수석이 말하는군. 다들 잘 봐라. 이 정도는 되어야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알겠나?

‘아차.’

이한은 해골 교장 앞에서 방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천 년 넘게 이간질을 즐겨온 사람답게 감히 따라갈 수가 없는 실력이었다.

“확실히 워다나즈 저 자식은 수석이면서 저런 얄미운 소리를...”

“케이크 뱉고 싶나?”

“아, 아니. 생각해보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야.”

그러나 투덜거리려던 흰 호랑이 탑 학생은 바로 제압당했다.

해골 교장의 이간질이 통하기에는 이한이 같은 학년 학생들에게 베푼 게 너무 많았다.

“인정 못 합니다! 저도 평소에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가이난도가 그렇게 외치자 해골 교장도 살짝 당황한 듯했다.

그, 그래. 자신감 있어서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칭찬한 거 아니다. 곧 징벌방 갈 놈아.

“네??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요?”

가이난도는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그러자 해골 교장은 허공에 흰 뼈로 된 손가락을 불러오며 쫙 폈다.

이게 뭔지 아나?

“뼈... 손... 손가락?”

네가 낙제한 강의 숫자다.

“......”

“......”

학생들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해골 교장의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

시선 피한다고 낙제한 과목이 사라지나? 낙제한 놈들은 주말 동안 징벌방에 있다가 나가게 될 거다.

“아니! 교장 선생님!!”

“방학이잖아요!”

정확히는 다음 주부터 방학이지. 그러게 시험을 잘 보지 그랬나. 설마 기말고사라고 안심한 건 아니라 믿는다. 마법사가 그런 안일한 방심을 할 리 없겠지?

기말고사 끝나면 바로 나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은 한 대 맞은 표정을 지었다.

남은 주말 동안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느긋하게 짐을 정리해서, 월요일 해가 밝아오면 웃으며 나가려고 했는데...

해골 교장은 불러낸 뼈 손가락을 하나 접으며 다시 물었다.

이건 뭔지 아나?

“잘... 모르겠는데요.”

그 말에 해골 교장은 손가락을 하나 더 접었다.

그리고 하나 더, 하나 더.

손가락이 모두 접히자 해골 교장은 웃으며 말했다.

낙제생들은 징벌방으로!

“교장 선생님! 저 케이크 아직 못 먹었습니다!!”

“안 돼! 내일! 내일 아침에 가도 되잖습니까!”

갑자기 사방에서 데스 나이트들이 뛰어나오더니 낙제한 학생들을 질질 끌고 갔다.

해골 교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덜 못난 학생들은 주말 동안 푹 쉰 다음 떠나도록. 한 학기 동안 고생 많았다. 다음 학기에 보자.

해골 교장의 말에 공감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생 많았다.’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방학 동안 어디에서 지낼 거야?”

“그랑덴 시.”

제국은 아득할 정도로 넓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학 때마다 자신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가까운 대도시에서 지내는 걸 선택했다.

‘역시 다들 그랑덴 시에서 머무는 모양이군.’

물론 머무는 방법에는 서로 차이가 좀 있었다.

“가문에서 저택을 구해놨어.”

“너도? 잘 됐다. 나도 그래.”

“난 친한 가문의 저택에서 머무르려고.”

“......”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은 이한은 침묵했다.

‘음. 다른 탑 놈들이 괜히 싫어하는 게 아니군.’

그랑덴 시 같은 대도시의 저택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다.

게다가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모두 다 제국의 귀족 가문 출신.

같은 저택이라 하더라도 도시의 귀족 구역 저택과 그 외 구역 저택은 가격 차이가 크게 났다.

그런데 그런 저택을 방학 때 머무르는 별장 용도로 사버리다니.

다른 탑 학생들이 괜히 욕하는 게 아니었다.

“워다나즈 님은 어디에서 머무십니까?”

“...나도 그랑덴 시.”

이한은 랫포드의 질문에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사실 이한이 남 욕할 때가 아니었다.

이한 본인도 워다나즈 가문 소속인 만큼 그랑덴 시에 저택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라면 필로네 마을이었겠지만 학교에서 전부 다 그랑덴 시로 옮겨놨을 테니...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이한은 민망함을 이겨내고 말했다.

“랫포드 너는 방학 때 어디에서 머무르지?”

“저도 그랑덴 시에서 머무를 예정입니다. 하숙을 하려고요.”

“괜찮으면 우리 가문의 저택에서 지내지 그러나?”

“앗. 그래도 됩니까?”

“물론이지. 다른 가문의 저택과 비교하면 약간 작을 수는 있겠지만, 손님 몇 명 머무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워다나즈 가문은 제국 대귀족 가문들 중에서 부(富)나 권력에 욕심이 적고 마법에만 집중하는 편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귀족 가문들 중에서였다.

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인데 검소해봤자 얼마나 검소하겠는가.

아마 워다나즈 가문이 구한 저택도 1학년 학생들 전부를 넣어도 될 만큼 넉넉할 것이다.

“더르규. 혹시 너도 머무를 생각 있나?”

“제안 고맙다. 이한. 하지만 난 탑 친구들과 같이 기사단 공관(公館)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다양한 인맥을 이용해 길드의 숙소나 괜찮은 여관에서 하숙을.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기사 가문 출신인 만큼 그랑덴 시에 위치한 기사단 숙소들을.

불사조 탑 학생들은 교단 사제이니 그랑덴 시의 신전 숙소들을.

‘아니. 푸른 용의 탑 놈들만 쓰레기잖아?’

다른 탑 학생들은 각자 열심히 사는데 푸른 용의 탑 놈들만 가문의 힘을 사용해 날로 먹는 것 같았다.

“이한. 이한.”

요네르가 이한을 툭툭 치며 속삭였다.

티질링 사제나 니기소르 사제한테 가문의 저택에서 지내지 않겠냐고 권하던(두 사제 모두 괜찮다고 사양했다) 이한은 의아해했다.

“왜?”

“저기 봐.”

요네르가 손가락으로 살짝 방향을 가리켰다. 그 끝에는 둘의 친구 닐리아가 있었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과 같이 어느 여관이나 길드의 숙소가 묵기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닐리아는 어두운 얼굴로 힐끔힐끔 둘을 쳐다보았다.

‘아차.’

이한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닐리아는 당연히 요네르가 권할 거라고 생각해서 랫포드에게 먼저 말한 거였는데...

“가자.”

“응.”

둘은 후다닥 발걸음을 옮겼다.

“닐리아! 방학 때 워다나즈 가문의 저택에서 머무르지 않겠어?”

“무슨 소리야, 이한! 닐리아는 메이킨 가문의 저택에서 머무를 거야!”

어디서 머무를지 이야기하던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이 귀족 놈들은 왜 갑자기 지랄이지’하는 눈빛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워다나즈 가문이지!”

“메이킨 가문이야!”

둘이 최선을 다해 밀고 당기자 닐리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 어떡하지? 둘 다 고마운데 내가 고르는 건 좀...”

“그렇다면 우리가 도와주지.”

“맞아. 닐리아.”

뒤에 있던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이 끼어들었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닐리아는 당황했다.

살코가 품속에서 그랑덴 시 지도를 꺼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워다나즈 가문의 저택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지?”

“가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군. 아쉽지만 감점을 줄 수밖에 없겠다. 워다나즈.”

“그, 그래. 아쉽군.”

“메이킨 가문의 저택은?”

“여기 중앙 귀족 구역의 언덕 거리 위쪽.”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귀족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연금술 공방이 있군. 아주 괜찮은 입지야.”

“고... 고마워?”

살코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진지하게 두 저택을 비교했다.

당연히 아직 어떤 저택을 구한지도 모르는 이한보다는 예전부터 가문의 저택이 도시에 있었던 요네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닐리아. 메이킨 가문의 저택에서 머무르는 게 좋겠다.”

“그, 그래? 그렇지만 워다나즈한테 미안한데...”

“그렇게 고르기 힘들면 가이난도 저택에서 머무를래? 거기가 가장 넓을 텐데.”

“아니! 메이킨 가문의 저택에서 머무를게! 고마워!”

닐리아는 즉답했다.

참. 다들 떠드는 건 좋지만 한 가지 할 일이 있다.

“그게 뭔가요?”

다들 알다시피 이 에인로가드에는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신비와 지식이 가득하지.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비와 지식뿐만 아니라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괴물들도 있는 게 문제였지만.

그리고 이런 보물들은 함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군요.”

그러니 나가기 전에 맹세하자꾸나. 에인로가드의 신비와 지식을 밖으로 유출하지 않겠다고.

듣고 있던 이한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

“잠깐. 이거 맹세하면 혹시 학교의 규칙이나 교육에 대해서도 말 못하는 거 아닙니까?”

해골 교장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자. 한 명씩!

“......”

신입생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해골 교장과 함께 맹세를 했다.

“저는 에인로가드의 비밀을 제 긍지와 명예로 지키겠습니다?”

영혼이여, 마법사의 비밀을 지켜주시오.

복잡한 마력의 파장과 함께 금제가 생겨났다.

에인로가드의 중요한 정보를 학생의 영혼 안에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금제였다.

이한도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해골 교장 앞에 섰다.

그러나 해골 교장은 마법을 시전하는 대신 말했다.

워다나즈 넌 스스로 입단속 하도록.

“...예?”

생각해봐라. 너한테 금제를 걸려면 얼마나 많은 마력이 소모될지.

이한의 마력량을 생각해봤을 때, 영혼 안에 정보를 가두는 금제를 걸려면 얼마나 많은 마력이 들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해골 교장은 그런 낭비를 저지를 생각이 없었다.

“아하!”

에인로가드에 대해 묘하게 구체적인 소문이 돌면 누구부터 의심할지 잘 생각해보도록.

“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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