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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01화 (301/687)

301화

“어? 벌써 끝났어?”

각자 테이블 뒤에서 몸을 숨긴 채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친구들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거울로 확인해보니 정말로 바실리스크가 쓰러져 있었다.

요네르는 물약을 다시 집어넣고 일어섰다. 닐리아도 화살에 마법을 걸려던 걸 멈추고 일어섰다.

가이난도도 소환시킨 해골 전사와 같이...

“집어넣어 빨리!”

“뭐하는 겁니까 진짜!”

“아, 아니... 왜...! 이것도 마법인데!”

가이난도는 억울했다.

다 같이 바실리스크와 싸울 준비를 했는데 왜 자기 혼자만 욕을 먹는단 말인가.

“흑마법도 마법이야!”

“알겠으니까 집어넣으라고! 다른 사람들이 본다니까!”

가이난도는 슬퍼하며 해골 전사를 역소환시켰다.

‘흑마법만 차별하는 더러운 제국 같으니라구.’

나를 소환하는 일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페르쿤트라는 역소환되기 전에 이한에게 진지하게 훈계했다.

한 번 부르면 한동안 부르지 못하는 귀중한 기회를, 이 어린 마법사는 자꾸 쓸데없이 소모하고 있지 않은가.

이한은 놀라서 물었다.

“제한시간말고 다른 페널티가 또 있습니까?”

.......

페르쿤트라는 순간 체통도 잊어버리고 어린 마법사한테 진심으로 화낼 뻔했다.

마력 소모... 아니. 됐다. 하여간 기억하도록 해라! 귀중한 기회를 낭비하면 결국 후회하는 건 너 스스로라는 것을.

“이번에는 정말 위험해서 부른 겁니다. 그런데 저 바실리스크는 왜 쓰러진 겁니까?”

배가 고프던가 했겠지. 알 게 뭐냐.

그렇게 말한 페르쿤트라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바실리스크는 허기나 피곤함에 쓰러진 게 아니었다. 자신의 사안에 당했는지 강력한 석화 저주의 흔적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자기 사안에 당했는데...

“예?”

사안의 힘도 만만한 게 아니다. 막히면 자기에게 데미지가 돌아오지. 사안 방어의 아티팩트라도 갖고 있었나?

“아뇨.”

......

페르쿤트라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저 어린 마법사는 순전히 마력량만으로 바실리스크의 사안을 튕겨낸 것이다.

‘이게 무슨...’

이만 가보겠다.

“전 괜찮은데 조금만 더 있으시지 그러십니까.”

됐다.

페르쿤트라는 이한을 칭찬해주기 싫어서 서둘러 역소환을 준비했다.

그 뒷모습이 상당히 토라진 것 같았다.

이한은 나중에 징벌방에 갈 일이 있으면 정령이 좋아하는 선물이라도 사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 다 끝났습니까?”

“예. 다 끝났습니다. 혹시 모르니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이한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들을 불렀다. 만일을 대비해 확실히 바실리스크를 가둬놓기 위해서였다.

깜짝 놀란 호위들이 달려오고 상황이 얼추 마무리되었다.

덥썩!

“?”

이한의 오른손을 황자, 보가준이 꽉 붙잡았다.

보가준은 탐욕스러운 눈빛에 눈물을 같이 글썽거리며 외쳤다.

“워다나즈 님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아니... 석화 저주 받았어도 여기가 무슨 오지도 아니고 한 시간이면 해주 마법사가 왔을 겁니다.”

호들갑을 떠는 황자의 모습에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과자 하나 줬다고 생명의 은인이라고 호들갑 떠는 가이난도의 모습을 봤을 때, 어쩌면 호들갑이 황족의 특징일지도 몰랐다.

덥썩!

이번에는 이한의 왼손을 황녀, 주드란타스가 붙잡았다.

“생명의 은인...!”

“아. 아니라니까요.”

“은혜에 보답하게 방문을!”

“언제 한 번 모임을!”

“내가 먼저 말했잖나! 저리 비키지 못해!”

“가서 역병이나 해결하고 와라!”

“어디서 무례하게... 네 호위기사가 받은 뇌물 사건이!”

두 황족은 이한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며 으르렁댔다. 하지만 둘의 근력은 이한에 비해 매우 부족해서 이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근데 이래도 되나?’

이한은 의아해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보는 눈이 많아서 나름 체면을 지키던 황족들이 바실리스크 때문에 충격을 받았는지 좀 추하게 다투고 있었다.

이 정도까지는 괜찮나?

-저건 좀...

-워다나즈 님께서 거절하시는데도 저렇게 강제로 권하다니. 예의가 없으시군요.

‘안 괜찮군.’

귀족들이 수군거리는 걸 보니 안 괜찮은 게 맞았다. 이한은 황족들을 말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두 분. 지금 하시는 행동이 조금...”

“이한. 이한.”

가이난도가 쪼르르 달려와서 속삭였다. 이한은 엄한 시선을 던졌다.

“내가 ‘네’, ‘아니오’, ‘후후’만 하라고 했잖나.”

“비상이라서 어쩔 수 없어! 엄마가 오셨다고!”

“......”

*         *         *

가이난도의 어머니가 일찍 도착했다는 소식에 찾아온 손님들이 얼어붙었다.

원래라면 일찍 도착했어도 얼어붙을 이유는 없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남의 저택에서 모임을 가진 주제에 바실리스크를 풀어놓고 참사를 일으킬 뻔하지 않았던가.

저택의 주인으로서 당연히 분노할 일이었다.

알을 갖고 온 브로돈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못했다.

“다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브로돈 님. 저희도 같이 모임에 참석한 회원 아닙니까. 어떻게 브로돈 님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들 잔뜩 긴장한 모습에 이한은 가이난도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께서 그렇게 엄격하신가?”

“망했다... 망했다...”

“......”

가이난도까지 좌절하고 있자 이한은 당황했다.

이번 일은 가이난도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네 잘못이 아닌데 왜 그래?”

“안 계신 동안 저택 어지르지 말라고 하셨다고.”

“다른 놈들이 한 짓이니까 정상참작 해주시겠지.”

이한의 말에 가이난도는 고개를 들고 희망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진짜? 그럴 것 같아? 대신 말해줄래?”

“아니. 난 손님이니까 네가 말해야지.”

“...대신 말해줘...! 자신없다고!”

가이난도는 이한의 소매를 붙잡고 늘어졌다.

어머니한테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 이한이 말하는 게 훨씬 더 잘 마무리될 것 같았던 것이다.

“크라하 님께서 들어오십니다.”

가문의 하인들이 외치자 손님들은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지어 황족들도 자기 옷차림에 별 문제가 없나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설 정도였다.

파아아아아앗!

문이 열리고 가이난도의 어머니가 들어오자 어마어마한 빛이 홀 안을 휩쓸었다.

그 빛을 마주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찬탄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아...!”

“크라하 님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니 눈이 멀 것 같습니다...!”

“???”

이한은 당황했다.

자기 빼고 전부 다 홀린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얼굴에서 빛이 너무 쏟아져 나와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는데도 이런다는 건...

‘매혹의 힘인가?’

몽마 같은 몬스터만 매혹의 힘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정령 중에서도 사람을 매혹하는 이들은 있었다.

가이난도의 어머니께서는 정령의 피가 섞였다고 했으니 그런 힘을 갖고 있어도 놀랍지는 않았다.

이한은 상태 이상에 관련해 저항력이 높으니 버텼지만...

“가이난도. 넌 저런 능력 없냐?”

“무슨 능력?”

‘없군.’

이한은 안타까워했다.

저런 능력이 있었다면 가이난도도 다른 황족들처럼 추종자를 끌어 모을 수 있었을 텐데.

빛이 사그라들었다.

가이난도의 어머니께서 베일을 두른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죄송합니다!”

가장 책임이 큰 귀족, 브로돈이 먼저 나서서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의 잘못입니다. 크라하 님!”

“저희의 잘못입니다!”

베일을 두른 가이난도의 어머니는 대답 대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물었다.

“누가 해결했다고요?”

“어... 가이난도 님과 친구분들이...”

“아첨은 됐습니다. 누가 해결했습니까? 호위들?”

“아, 아닙니다. 정말 가이난도 님과 친구분들이 해결했는데요...”

“아첨은 됐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쾅!

가이난도의 어머니가 팔걸이를 내려치자 서슬 퍼런 소리가 홀 안을 채웠다.

절대 가이난도가 해결했을 리 없다는 강한 믿음.

‘음. 확실히 부모님이 자식을 잘 아시는 건가.’

이 사태에 책임이 없는 이한과 달리, 귀족과 황족들은 아까보다 더욱 얼어붙었다.

“그... 그게... 그...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이 주도를 하긴 했습니다만 정말 가이난도 님도 같이 했습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같이 해결했습니다.”

일 터지자마자 테이블 뒤에서 엎드리고 있었던 귀족들은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하지 못했다.

이한이 친구들을 부르며 뭔가 했다는 사실만 짐작할 뿐.

그런 만큼 같이 뭔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닌데요? 이한이 혼자... 켁.”

가이난도가 의아해하며 지적하려고 하자 셋이 동시에 가이난도의 등짝을 꼬집었다.

분위기 좀 파악해라!

그제야 가이난도의 어머니는 귀족들이 아첨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천천히 이한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이런 험악한 대화를 듣게 해서 미안합니다. 워다나즈 가문이라고요?”

“예.”

“실례지만 가이난도와는 무슨 사이십니까?”

“어, 친구입니다.”

“......”

“...?”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이한은 순간 자기가 대답을 잘못했나 싶었다.

‘친구라는 대답이 혹시 여기 저택에서는 욕으로 쓰이나?’

“정말입니까?”

“진짜 친하거든요! 제일 친하거든요!”

가이난도가 울컥해서 대신 대답했다.

가이난도의 어머니는 무시하고 요네르를 보며 물었다.

“정말로...”

“친구 맞아요.”

“어째서...”

“착해서요?”

“나중에 가문 문제로...”

“이한이 그 정도로 속이 좁진 않아서 괜찮을 것 같아요.”

귀족들이나 황족들은 못 알아들었지만 이한은 대충 알아들었다.

‘음. 가이난도가 예전 친구들 여럿 화나게 했나보군.’

가이난도의 어머니가 베일 너머로 이한에게 시선을 던졌다.

눈동자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한은 왠지 상대가 자신을 딱하고 고맙게 여기는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겠지.’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막아줘서 고맙습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초라해서 꺼내기 조심스럽지만...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가이난도의 어머니가 손짓하자 하인 중 한 명이 보석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이한에게 내밀었다.

이한이 ‘한 번 거절하고 받아야 하나? 그러다가 정말로 회수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가이난도의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부디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선물의 가치가 아니라, 안에 담긴 성의를 받아주세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 성의 감사히 새기겠습니다.”

이한은 보석 주머니를 품속에 집어넣으며 감동했다.

가이난도의 어머니는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었다.

환금도 못하는 보은패를 준 누구하고는 차원이 다른 배려심!

‘이게 진정한 귀족인가.’

“원하는 만큼 머물렀다 가면 좋겠군요. 그러면...”

가이난도의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자 그제야 귀족들은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워다나즈 님.”

“오늘 정말 신세를 졌습니다.”

바실리스크는 물론이고 크라하 님의 책망까지 막아주다니.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랐다.

브로돈과 졸바브덴은 다음 모임에 참가하면 꼭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했던 일을 모두에게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속마음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이한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가이난도 님도 훌륭하셨습니다. 바실리스크를 막으실 줄이야. 그런데 무슨 마법을 쓰셨던 겁니까?”

“어... 음... 후후.”

“아하. 비밀인 거군요.”

마법사 중에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밝히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귀족들은 긍정적으로 해석해줬다.

둘러싸여서 칭찬을 받은 가이난도는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제가 그 정도는... 헤헤...”

말하던 가이난도는 두 황족이 자신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걸 깨닫고 경악했다.

‘아덴아르트가 아니라 저 자식이 더 음흉한 놈이었군.’

‘친한 사이면서도 숨기고 있었다 이거지?’

이한이 아덴아르트와 친분이 있다고 해서 아덴아르트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경계해야 할 놈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 이한. 저 사람들이 나 노려보는데...”

“못 본 척 무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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