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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12화 (312/687)

312화

비지덱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함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 속에 묻힌 기관장치를 발견한 비지덱이 조심스럽게 락픽을 넣었다.

달칵!

장치가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비지덱이 천천히 압력판을 꺼냈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니요. 실력이었습니다.”

이한은 비지덱의 실력을 칭찬하고서 압력판을 받았다. 독특한 무늬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뭔 압력판에 이런 무늬를?”

“옛날 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의 말에 이한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옛 서하린 왕국 글자인데.”

머나먼 예전에 있던 왕국으로, 그 당시 황금으로 된 유물을 많이 만들어 낸 왕국이었다.

워다나즈 가문에 있을 때 돈 될 것 같은 공부는 빠지지 않고 했던 이한인 만큼 읽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니까 압력판에 왜 글자를 새겼는지 모르겠다는 소리였다. 하여간 서하린 놈들은.”

“서하린 왕국 놈들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참. 이런 동굴에!”

라파드엘과 앙라고는 급히 말을 돌렸다.

이한과 더르규는 두 친구들을 한심하게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뭐라고 쓰여 있나, 이한?”

“보물을... 건드리는 자에게는 죽음이 있을 거라는데.”

“!!!!”

더르규는 정말로 놀랐다.

그리고는 속삭였다.

“이 정도면 진짜로 보물이 있는 게 아닌가?”

“후... 더르규.”

이한의 반응에 더르규는 머쓱해졌다.

“미, 미안하다. 내가 너무 흥분했군.”

“장사를 한다면 그랑덴 시의 어느 위치가 좋을 것 같나?”

“.......”

*         *         *

이한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아직 손에 넣지도 않은 보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시 전진!”

‘빈틈이 없다. 역겨운 마법사 놈.’

불다학은 머리를 굴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라면 어떻게든 틈을 찾아 반격을 하거나 탈출을 했을 텐데 마법사 놈이 지독할 정도로 철저했다.

손목과 발목에 뼈로 된 구속구는 물론이고 목에는 언제든 조를 수 있는 뼈다귀 손이 달려 있었으니...

-힘을 원하느냐?

“?!”

-내색하지 마라. 들켰다가는 바로 죽을 테니. 힘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원... 원합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예...’

불다학은 자신도 모르게 속삭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강한 유혹의 힘이 담겨 있었다.

-좋다. 내 너에게 힘을 주겠노라! 곧 네게 기회가 올 테니, 그 기회를 받도록 해라.

‘감, 감사합니다!’

불다학은 누군지도 모르는 동굴 속의 상대에게 깊이 감사했다.

평소의 교활한 불다학이었다면 이런 제안을 받았을 때 의심을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불다학의 상황은 의심을 할 수가 없는 상황.

독이라도 받으면 삼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슨 기회가 오는 거냐? 무슨 기회가?’

불다학은 끈질기게 참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회는 곧 찾아왔다.

-■■■■■■■!

이제까지 나타났던 구울과는 덩치 자체가 다른, 거대한 살점덩어리 구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샤르칸이 날카롭게 짖었다. 놈의 발목을 잘라내서 속도를 묶으려고 했지만 그것보다 살점덩어리 구울이 훨씬 더 빠르게 반응했다.

쿵쿵쿵쿵쿵쿵!

가장 앞에 있는 용병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이한이 먼저 반응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빠른 반응이었다.

“파내라.”

먼저 살점덩어리 구울이 달려오는 길 앞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살점덩어리 구울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구덩이에 발이 빠져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열이여. 공기를 일그러뜨려라.”

동시에 이한은 쉬지 않고 주문을 시전했다. 용병들 앞에 환상이 생겨났다. 용병들은 자신과 닮은 환상이 생겨나자 깜짝 놀랐다.

“일어나라, 뼈로 이루어진 전사들이여.”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뼛조각을 던지자 스켈레톤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점덩어리 구울의 신경을 분산시켜줄 놈들이었다.

“활 내놔라.”

“어?”

이한은 앙라고가 차고 있던 단궁을 뺏어들었다.

그리고 연속 부여 마법을 시전했다.

“빨라져라! 무거워져라! 날카로워져라...”

단단한 몬스터를 상대해야 할 때.

그리고 준비할 시간이 없을 때.

굳이 번개 마법이나 물 마법을 고차원적으로 끌어올릴 필요 없었다.

<그림자 순찰대>의 사냥꾼, 바이샤다에게 배운 것처럼 적을 관통할 정도의 화력만 있으면 충분했다.

‘고맙습니다. 바이샤다 씨.’

물론 바이샤다는 이한에게 저런 식으로 부여 마법 중첩시켜서 쏘라고 한 적은 없었다. 이한이 알아서 한 일이었다.

이한은 조준 관련 부여 마법은 포기하고 위력 관련 부여 마법에 집중했다. 활과 화살에 걸릴 수 있을 만큼 마법이 걸렸다.

‘어차피 거리는 가깝다. 이 정도면...’

<하급 속도 증가>, <하급 중량 증가>, <하급 관통력 강화> 등 낮은 서클 마법들이었지만 이한의 고마력으로 빠르게 중첩시키자 주변 공기를 진동시키며 마력의 힘을 뿜어내는 살벌한 병기로 변했다.

-■!

살점덩어리 구울이 분노하며 몸을 일으켰다. 놈은 순간 동굴 넓은 공간에 펼쳐진 환상들과 스켈레톤 전사들의 모습에 멈칫했다. 어느 놈부터 부술지 알 수 없어서였다.

그 순간 화살이 공기를 박살내며 날아들었다.

퍽!

화살은 급소를 관통한 게 아니라 급소 주변 부위를 아예 날려버렸다. 머리통이 날아간 살점덩어리 구울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시간에 맞춘 것이다.

“잡았군.”

“어... 어어어...!!”

용병들뿐만 아니라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얼이 빠진 반응을 보였다.

저 커다란 놈이 한 방에 쓰러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단궁의 주인인 앙라고가 활과 화살을 연신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너, 너! 너너!”

“활 잘 썼다?”

“너!!”

“급하게 빌려서 미안하게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 알잖나.”

“그게 아니라! 이걸로 대체 어떻게 그런 위력을...”

앙라고는 자기가 쓰는 단궁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중형 몬스터 이상부터는 데미지가 잘 들어가지도 않는, 어디까지나 견제용 무기였는데...

“후. 앙라고.”

이한은 답답하다는 듯이 앙라고를 쳐다보았다. 앙라고는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어서 움찔했다. 마치 교수 앞에 선 학생 같았다.

“부여 마법이잖나.”

“...미친놈아! 그건 나도 알아!!”

앙라고는 순간 감정 조절에 실패하고 울컥했다.

누구 지능을 어떻게 보고!

“부여 마법 하나로 어떻게 저런 위력이 나오냐는 거지!”

“여러 개 빠르게 걸어서 중첩시킨 거지.”

“그러니까 어떻게?”

“어...”

앙라고의 질문에 이한은 오랜만에 말문이 막혔다.

정말로 대답에 ‘그냥’밖에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마법을 하나 걸고, 다음 마법을 걸 때 이전 마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면서 잘 걸고, 또 그 다음 마법을 그렇게 걸고...

그렇게 가능한 데까지 마법을 걸면 됐다.

“...됐다...”

앙라고는 이한의 표정을 보고 씁쓸하게 단궁을 챙겼다.

대답을 들어봤자 슬프기만 할 것 같았다.

둘이 그렇게 대화를 하는 사이, 불다학은 동굴 속의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머저리 같은 놈. 네놈 같은 놈이 내 힘을 받겠다니. 그럴 자격도 없는 놈이다. 방금 같은 기회를 놓치다니.

-지랄하지 마라! 제대로 된 기회도 주지 않았으면서!

-감히?

-감히는 무슨. 방금 몬스터가 네놈이 보낸 거라면, 네놈의 능력은 화살 한 방보다 못한 놈이다! 마법사 놈의 마법도 아니라 화살에 쓰러지는 몬스터를 보내놓고 무슨 기회란 말이냐!

악에 받친 불다학은 으르렁댔다.

기회라고 뭘 보냈으면 최소한 탈출할 틈이라도 줘야지, 병신 같이 한 번에 잡혀놓고 무슨 기회란 말인가.

-주제 파악을 못하는군. 재료로도 쓰지 못할 놈이 자비를 베풀어줬더니...

그 순간 동굴 속의 목소리가 끊겼다.

“잠깐.”

이한은 손을 들고 일행들을 정지시켰다.

“방금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는데?”

“......”

“나는 아무 마법도 안 썼다.”

“나도.”

“잘못 느낀 것 아닌가, 이한?”

더르규가 의아해했다.

용병들이나 모험가들 중에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모두 마력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으니, 착각이 아닌가 싶은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이한은 흔들리지 않았다.

에인로가드에서 배운 것은, 스스로의 감각을 신뢰하는 믿음.

‘돌다리도 두드려 본 다음에 해골 교장이 주변에 없나 확인하고 돌아서 다른 길로 가야 한다.’

“난 분명히 느꼈다.”

동굴 안을 타고 흐른 인위적인 마력의 흐름.

절대로 자연적인 흐름이었다.

“누구냐? 나와라.”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바로 무기를 뽑아들었다. 두 모험가도 무기를 뽑아들었다.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자 용병들은 기겁해서 외쳤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마법사 님! 저희가 어찌!”

“마법 아이템을 쓴 거 아닌가?”

“그딴 게 있으면 금화로 바꾸지 그걸 들고 다니겠냐!”

“조용히. 나오지 않는다면 한 명씩 심문하겠다.”

이한은 용병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가장 죄질이 큰 놈부터 먼저 불러냈다.

콰드득!

“말해라. 뭘 한 거지?”

“컥, 커헉. 아무 것도.”

“...?”

그냥 별 생각 없이 불다학을 심문하던 이한은 놀랐다.

<감정 인지> 마법이 드러낸 불다학의 감정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정말 뭘 하고 있었나?’

이한은 경계심을 올렸다.

마법을 쓰지 못하더라도 품속에 있는 아티팩트나 주문서 같은 걸 작동시켰다면 얼마든지 변수를 만들 수 있었다.

몸수색을 했을 때는 없었지만, 세상일에 만약이란 건 없지 않은가.

“말하지 않을 거라면 죽어라.”

이한은 뼈다귀 손의 힘을 올렸다. 그 차가운 목소리에 압도된 불다학은 결국 입을 열었다.

“목... 소리...! 목소리! 목소리가!”

“무슨 목소리?”

“동굴 안에서 목소리가...! 내게 제안을!”

꼭두각시 역할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놈 같으니.

동굴 깊숙한 곳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지독할 정도로 강한 음(陰)의 마력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온몸의 힘이 빠지고 의지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마법사라 저항력이 있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

이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낮은 목소리로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몰아쳐라, 페르쿤트라의...”

즉시 발사되는 번개가 아닌, 응축된 번개가 주변으로 방전되며 불꽃을 만들어냈다.

“컥, 크헉, 크하하하학! 안 돼! 안 돼!!!”

마력의 파도가 끝나자 불다학이 비명을 질렀다. 눈이 뒤집혀지고 온몸의 색이 변했다.

흑마법에 조예가 있는 이한과 라파드엘은 그 현상을 바로 알아차렸다.

‘빙의!’

육신 없는 악한 존재가 육신을 뺏는 현상.

하지만 이렇게 아무런 전조나 계약도 없이 뺏을 수는 없었다.

‘방금 대화가 그거였군!’

이한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마력의 흐름이 왜 느껴졌나 싶었는데, 동굴 안의 사악한 존재가 불다학의 존재를 느끼고 유혹한 게 분명했다.

계약에 대해 철저하게 배우는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과 달리 용병인 불다학은 저런 유혹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리 없었다.

서로 파장이 맞는 성격에, 불다학이 수락까지 했다면...

저렇게 몸을 뺏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불다학의 눈이 기묘하게 물들더니, 사람이 낼 수 없는 깊고 사악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구울의 왕...

“...벼락이여!”

이한은 전력을 다해 벼락을 갈겼다.

그리고서도 멈추지 않았다.

“타올라라!”

허공에 열 개의 불꽃이 생성되더니 맹렬하게 날아들었다.

사람의 육신으로 견딜 수 없는 번개로 급속히 파괴되고 있는 불다학의 몸이 다시 한 번 불타오르더니 완전히 연소되었다.

“...???”

“끝, 끝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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