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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16화 (316/687)

316화

기사 가문 출신의 젊은 학생들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왜...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토벌이라니, 어떻게 된 겁니까?”

쾅!

오늘 너무 많이 차인 모험가 길드 문의 아래쪽이 부서졌다.

급히 들어온 사제들은 깜짝 놀라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들어오느라... 준비되었으니 바로 출발하셔도 됩니다. 토벌을...”

“잠깐. 모두 다 진정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합시다.”

다이할은 냉정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         *         *

“...그러니까 워다나즈 님께서 구울의 왕을 붙잡아 놓고 있는 사이, 여기 있는 다른 학생분들이 놈이 깃든 성물을 부순 거군요.”

도저히 믿기지 않긴 했지만 일단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는 데에 성공했다.

더르규가 말했다.

“사실 저희가 부수기 전에 이한이 구울의 왕을 죽이고 왔습니다만...”

“죽이고 왔다고 하셨습니까?”

종이 위에서 깃펜이 미친듯이 춤추자 이한은 더르규의 발을 한 번 밟아주고 말했다.

“분신입니다. 분신. 죽인 것도 아니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 거고요.”

앙라고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죽인 거 아냐?”

“......”

이한은 지팡이로 앙라고를 한 대 때리려다가 말았다.

에인로가드에서 강의할 때 얼마나 잤으면 저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그랑덴 시 기사단에서 온 기사가 살짝 민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죽인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옆에 있던 사제가 속삭이며 대신 설명해줬다.

“본체를 유물에 두고서 분신을 내보낸 상황이라, 보통 그런 걸 죽였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아하... 근데 그게 그거 아닙니까?”

“마법사들이 원래 용어 사용에 좀 예민한 편이잖습니까. 배려해주십다.”

이한은 구울의 왕을 잡고 나서도 느낀 적 없는 두통이 올라왔다.

마치 서로 사이에 벽이 있는 것 같은 대화였다.

당연한 상식을 저런 식으로...

“그래서 워다나즈 님께서 구울의 분신을 격퇴하고 나서, 여기 있는 학생들이 유물을 파괴...”

“사실 유물을 파괴한 것도 워다나즈가 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길드 사무원, 블랑세가 무심코 물었다.

“그러면 뭘 하신 거죠?”

“......”

“...죄송합니다.”

“아, 아니요! 탓한 게 아니라! 고작 1학년 학생들을 탓할 리가 없잖아요!”

이한은 피곤한 표정으로 미간을 매만지며 말했다.

“친구들이 유물을 찾고 장애물들을 다 부숴놓지 않았으면 파괴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 그렇지! 우리가 그걸 했었지!”

앙라고는 그제야 자신감이 살짝 돌아온 모양이었다. 기사단의 기사가 앙라고만 들을 수 있게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팻말을 달고 있는 거냐?”

“저희가... 그... 멋대로 튀어나가서...”

“언제?”

“구울의 왕하고 싸울 때...요?”

“저 워다나즈 가문 출신의 친구가 싸우고 있을 때?”

“예...”

기사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오물을 보는 경멸의 시선으로 앙라고를 쳐다보았다.

친구가 싸우는데 그걸 버리고 자기들끼리 뛰쳐나갔다고?

“아, 아니! 사정이 있습니다!”

“말 걸지 마라. 추악한 냄새가 난다.”

“진짜 사정이 있다니까요...!”

다이할이 정리를 끝내고 말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토벌대를 보내는 대신, 사람을 먼저 보내 동굴의 상황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일단 휴식부터 취하셔야 할 것 같은데...”

다이할은 모인 사람들에게 눈짓했다.

이미 충분히 지쳤을 1학년 학생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보낸 다음 남은 사람들끼리 일처리를 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도록 합시다.”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자리에서 이한은 문득 생각이 나서 사무원에게 말을 걸었다.

“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이한은 조심스럽게 배낭을 내려놓더니 섬세한 손놀림으로 안에 든 것을 꺼냈다.

블랑세와 사람들은 혹시 사악한 존재의 다른 파편이라도 나오나 싶어서 잔뜩 긴장했다.

“이건 제라늄꽃, 설락초, 잠쑥입니다. 뿌리와 잎을 온전히 살려서 채집했으니 확인해주십시오. 그리고 이건 라펠라 멧쥐입니다.”

“...아... 네...”

블랑세는 서류에 기록하면서 속으로 혼란스러워했다.

‘대체...?’

*         *         *

이한과 친구들이 휴식을 위해 돌아가고 나서, 남은 사람들은 동굴의 상황 확인을 위해 인원을 짜고 계획을 세웠다.

“혹시 모르니 에인로가드 측에도 지원요청을 보내 놓겠습니다.”

“저번 역병 소동 때도 지원요청을 보냈는데, 괜찮겠습니까? 에인로가드 측에서 조금 꺼려할지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이 관련된 일, 게다가 직접 해결한 일인데 싫어하실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다이할은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이 들으면 멱살 잡을 소리를 태연히 지껄였다.

그러는 동안 블랑세는 다른 모험가들과 용병들의 증언을 정리했다.

사실 냉정하고 구체적이었던 이한의 증언과 비교해서 이들의 증언은 많이 난잡한 편이었다.

특히 먼저 덤볐다가 붙잡힌 용병들의 증언은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까 불다학이 따라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했다?”

“예. 으흑흑.”

“이 인원이 모두 한 명의 협박에?”

“으흑. 그 정도로 불다학이...”

“자꾸 지랄하시면 제가 아니라 심문관 불러서 심문합니다.”

“죄... 죄송합니다.”

용병들의 증언을 정리한 블랑세는 살짝 기대감 섞인 눈으로 구본과 비지덱을 쳐다보았다.

둘을 왜 길드에서 추천했겠는가.

노련한 베테랑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냉정침착한 보고를...

“용병들을 뼈 수갑으로 묶어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아. 그리고 뼈다귀 손도 소환했습니다.”

“악령 놈이 나타났을 때 번개 마법을 연속으로 날렸는데 놈이 피하니까 바로 화염으로...”

“지팡이 한 번에 그 넓은 동굴이 완전히 활활 타오르더군요!”

“악령 놈이 발악하려고 화염을 진압했는데 다시 지팡이를 휘둘러서...”

“잠깐. 잠깐.”

블랑세는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모험가들을 자제시켰다.

“마법 시전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많지 않아요? 도중에 물약을 몇 번 사용했죠?”

“...안 썼던 것 같습니다만...?”

“그게 무슨...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낭비인데. 물약을 쓰지 않았다면 더더욱...”

“그, 마법사 님은 원래 이런 거 아니었습니까? 저는 야영 때 불도 붙여주고 물도 불러와주셔서...”

“동굴에 들어갈 때는 빛도...”

“뭘 했다고요???”

블랑세는 귀를 의심하며 깃펜을 떨어뜨렸다.

아니 이 모험가들이 마법사한테 뭔 잡일을 시키고 있었단 말인가??

*         *         *

“으윽.”

이한은 고통스러워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말 내내 쉬었는데도 아직 몸이 뻐근한 느낌이었다.

구울의 왕과 그렇게 드잡이질을 벌였으니, 차라리 이 정도인 게 다행이었다.

이한은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을 떠올렸다.

‘더르규 빼고 나머지 놈들은 근육통에 더 시달렸으면 좋겠군.’

아마 강화 마법을 몇 개나 썼으니 지금쯤 침대에 누워서 끙끙대고 있으리라.

“더 쉬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알라르롱은 이한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듣자 바로 달려왔다.

동굴의 사악한 존재와 사투를 벌였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걱정이 안 될 리 없었다.

“괜찮아. 경. 움직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거든.”

“그래도...”

“그보다 동굴 건은 어떻게 됐지?”

“확인이 끝났다고 합니다. 수색 결과 어떠한 사악한 마력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완전히 역소환된 게 틀림없습니다.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도 지원에 나섰으니 확실합니다.”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도 지원에 나섰다고?”

“예. 마법에 관련된 일이잖습니까? 심지어 학생들도 관련됐는데요. 당연히 참가해야지요.”

“......”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수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지는 않은데.’

“정말로... 다행입니다.”

알라르롱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보니 상대가 그렇게 녹록한 적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다치지 않고 이기실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운이 좋았지. 다른 친구들의 도움도 있었고.”

이한은 예의상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을 사이에 끼워 넣었다.

“모험가 길드 쪽에서 사과와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보냈더군요.”

“...생각해보니 내 역할이 좀 더 컸던 것 같은데, 혹시 모험가 길드 쪽에서 그걸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

“예? 당연히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알라르롱은 이한이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한은 후회했다.

‘젠장. 내 공을 좀 더 부풀릴 거 그랬군.’

생각해보니 모험가 길드도 사람 사는 곳인데, 주어진 의뢰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일을 해냈을 경우 뭐라도 챙겨주지 않겠는가.

이럴 줄 알았다면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을 좀 더 깎아내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하고 가봐야겠군.”

“오늘은 무슨 약속이 있으십니까?”

“아. 메이킨 가문의 연금술 공방에 가는 날.”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시면서 학업까지 소홀히 하지 않으시다니. 기쁠 뿐입니다.”

“...어... 음... 그렇지. 내가.”

이한은 살짝 민망해졌다.

은화 많이 줘서 가는 건데...

*         *         *

‘묵직하군.’

외출하기 전에 의뢰를 끝내고 받은 은화를 확인한 이한은 흐뭇해했다.

모험가니까 크게 벌어서 크게 쓰는 방탕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건 편견이었다.

곧 크게 벌어서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새로운 모험가의 시대가 찾아오리라.

‘흰 호랑이 탑 놈들 회복하면 다시 데리고 나가야겠다.’

은화를 차곡차곡 쌓아서 금고에 넣고, 이한은 다른 상자에 손을 뻗었다.

고풍스러운 갈색 나무로 된 작은 상자는 보기만 해도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모험가 길드에서 준 선물이었다.

‘금화, 금상(金像), 금패(金牌), 하여간 금으로 된 거라면 뭐든지 기쁘겠군.’

달칵!

상자 안에는 반지와 간단한 설명서가 있었다.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 값있는 의뢰부터 하찮은 의뢰까지 완벽하게 해내신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께, 진심 어린 감사와 함께 이 <번개 방출>의 반지를 바칩니다.

“어...”

이한은 반지를 꼈다.

그리고 설명서에 적힌 대로 마법을 시전했다.

“반지여, 번개를 불러내라.”

반지에 박힌 보석 세 개 중 한 개가 색을 잃었다.

하루에 3번 쓸 수 있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 중 한 번이 소모된 모양이었다.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번개 줄기.

마력 소모도 없이 간편하게 번개를 쏘아낼 수 있는 매우 요긴한 아티팩트였지만...

“......”

‘이미 아는 마법이잖아.’

자기가 했던 것과 별 차이가 없는 마법에 이한은 실망했다.

오히려 이미 각인된 마법이라 세밀한 조종이 불가능해서 더 불편했다.

‘뭘 이런 걸... 아니다.’

불평하려던 이한은 생각을 바꿨다.

생각해보니 번개 계열 마법은 원소 마법들 중에서도 꽤나 다루기 어려운 편인데, 그걸 반지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 반지는 꽤나 값어치가 있으리라.

‘팔아야겠다.’

다른 학생들이 들었다면 ‘그 쓸만한 아티팩트를 왜 팔아!?’했겠지만 이한은 아니었다.

이미 쓸 줄 아는 마법인데다가 마력도 넘쳐나는데 굳이...

‘아. 맞아.’

이한은 학교에서 가지고 온 짐을 뒤졌다.

문득 생각이 난 게 있었다.

‘어디 있더라... 여기 있군.’

먼지투성이 짐 속에서 투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인로가드 지하 던전에서 발견했던 에고 아티팩트, 지혜의 투구였다.

...이제야 나를 불렀군...

지혜의 투구는 왠지 모르게 많이 화가 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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