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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18화 (318/687)

318화

‘진짜 괜찮은 건가?’

요네르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언니, 요아넨의 주특기는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연금술사를 몰아붙여서 정신을 붕괴시키는 일.

그러면서 본인에게는 악의가 없다는 게 더 황당한 점이었다.

그저 연금술에 충실하다는 것뿐.

요네르는 돌아왔을 때 이한의 얼굴이 일그러져있거나 고통으로 물들어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에인로가드에서도 전 학파 마법 수강이라는 광기 어린 행동을 보여줬던 학년 수석 친구였으니 도망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요아넨 언니의 광기 어린 집착을 완전히 버텨내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한의 표정은 너무나도 잔잔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호수 같았다.

“혹시 작업 시작 안 했어?”

“여기. <도브룩의 환혼 물약>.”

요아넨은 플라스크에 든 물약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흔들었다.

요네르도 평소 몇 번 본 적 있는 물약이었지만, 그 물약과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 진한 색, 마력의 색인가? 그렇다면...’

평소보다 더 강한 마력과 작업을 돕기 위해 불려 온 친구.

요네르는 이한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작업을 도운 거야?”

“응.”

“어렵지 않았어?”

“조수 역할만 맡았는데.”

“어... 어??”

요네르는 이한의 말에 당황했다.

보조 작업이나 기타 작업도 아니라 요아넨의 조수 역할을 맡았다니.

요네르는 요아넨의 조수 역할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절대로 언니가 가만히 있었을 리 없었다.

“괜찮아...??”

“어렵긴 했지.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여기 메이킨 님께서 하셨으니까.”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어요. 덕분에 괜찮은 물약이 만들어졌네요.”

요아넨은 정말 만족한 표정이었다. 평소에 보기 드문 그 모습에 요네르는 솔직히 놀랐다.

정말 어지간해서는 저런 표정을 짓지 않는 것이다.

연금술사 수십 명을 갈아 넣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표정인데...

“정말로 괜찮아? 아니, 그냥 있었던 일을 하나씩 말해봐.”

“여기서 그러지 말고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 해.”

요아넨은 동생과 동생의 친구에게 휴식 시간을 주었다.

그 너그러운 모습에 요네르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점심 먹어도 괜찮아!? 일하는 중인데?”

“손님 앞에서 너무 그러지 마. 오해하시겠다.”

“...!!!!!!”

요네르는 억울함에 눈만 깜박였다.

평소에 일이 끝나지 않으면 식사고 뭐고 무시한 채 작업에 몰두하던 게 누구였던가.

주 작업을 맡은 연금술사인 요아넨이 식사를 하지 않는데 보조 작업을 맡은 조수 연금술사는 당연히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여기 공방에는 노련한 연금술사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요아넨의 조수 역할을 맡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보통 불운한 신입이 맡았다가 엉엉 울며 도망치곤 했는데...

“...됐어. 점심이나 먹자. 이한.”

“저택에 가서 먹고 와야겠군.”

“여기 공방에서 식사 나와. 일하는 연금술사에게는 동화 안 받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가려던 이한은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공방이군.”

“...아까 들어왔을 때 봤으면서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야 대체...”

*         *         *

공방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연금술사, 파후석은 메이킨 가문의 요네르가 친구를 데리고 방문했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요네르의 친구든, 황제 폐하의 친구든 누구든 요아넨의 조수 역할을 맡아서 일하게 되면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까.

저번에 갱신된 신기록이 23분 정도이니 한 15분 정도면 핑계를 대고 돌아가 있으리라.

그렇기에 파후석은 저 앞의 테이블에 붉은 머리칼의 소녀와 검은 머리의 소년이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보아하니 파후석만 놀란 게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연금술사도 수군거리면서 이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앞에서 납작한 빵을 향신료가 섞인 콩 수프에 찍어 먹던 연금술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로 온 조수가 살아남은 모양이야.”

“뭐라고!?!”

“쉿. 목소리가 너무 크네.”

“아, 아니... 미안하군. 너무 놀라서 그만.”

파후석은 들고 있던 볶음밥 그릇을 떨어뜨릴 뻔했다.

오전 동안 요아넨의 조수를 맡았으면서 버티다니.

게다가 놀랍게도 점심을 먹으러 나와 있었다.

그렇다는 건 요아넨이 점심을 먹으러 가라고 허락했다는 뜻 아닌가.

“대체 어떻게? 동생 분의 친구라서 그런 건가?”

“메이킨 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잖나.”

“하긴 그런 분이 아니시지.”

공방 연금술사들은 빠르게 납득했다.

요아넨은 동생 친구라고 봐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정을 봐가면서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조수 자리에 도전했던 수십 명이 다 쫓겨나지는 않았을 터.

“설마... 설마... 정말 설마지만, 혹시 가능성 있지 않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조수로서 합격을...”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공방 연금술사들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요아넨이 그렇게 쉽게 조수로서 합격시킬 리 없지 않은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는... 게다가 내가 알기로, 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이번에 발드로가드 출신의 마법사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바ㅅ...”

“마법사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든, 혹은 바실리스크라도 쓰러뜨렸든 그건 중요하지 않네.”

“어? 자네도 알고 있었나? 소식이 빠르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아니. 하여간 그게 중요한 게 아닐세. 연금술사의 능력은 전혀 별개란 거 알잖나. 하여간 연금술사로서 섣불리 예단하는 것만큼 나쁜 습관이 없네. 메이킨 님에게 직접 물어볼 때까지는 기다리게나. 아마 조수 역할이 아니었겠지.”

“그런가...”

이윽고 요아넨이 나오자 연금술사들 몇몇은 빠르게 걸어가 질문을 던졌다. 파후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메이킨 님. 저 분께서 아직 떠나지 않으셨는데, 혹시 조수 역할을 잘 해내신 겁니까?”

질문을 던지면서도 연금술사들은 다른 대답을 기다렸다.

오전에 재고 정리나 도구 파악 같은 다른 일들을 했거나...

그러나 요아넨은 만족스러워하며 물약을 흔들어보였다.

“...!!!”

“말... 말도 안 돼!”

“워다나즈 가문의 핏줄은 메이킨 님의 광기마저 이겨내는 건가?”

연금술사들은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아직 저렇게 어린 학생이 대체 어떻게?

“정말 대단하군... 에인로가드 출신이라 그런 건가?”

“에인로가드하고 상관없는 거 알잖나. 저번에 도망친 마법사도 에인로가드 출신이었는데.”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연금술사 중 한 명이 정신을 차리더니 이것저것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양념으로 버무려진 싱싱한 굴 위에, 연금술사는 자신이 마시려던 원기 회복의 물약을 살짝 부었다.

다른 연금술사는 훈제된 장어를 꺼내더니 자신이 먹으려던 정신 회복의 가루를 향신료 대신 뿌렸다.

파후석은 호박죽에 집중의 물약을 넣었다. 아끼던 물약이었지만 저 학생은 이걸 받을 자격이 있었다.

탁-

“??”

“이것도 드시고 하십시오.”

“이것도.”

“이것도요.”

“...???”

요네르와 떠들던 이한은 연금술사들이 식사를 추가하고 떠나는 모습에 당황했다.

‘신입을 환영하는 신고식 같은 건가?’

“이게 무슨 뜻이지?”

“쓰러지지 말고 오래오래 일해 달라는 뜻이야.”

요네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요아넨의 조수로 일하던 연금술사들이 워낙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간 만큼, 공방의 연금술사들이 저렇게 기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친구 입장으로서는 저 공방 연금술사들의 행동이 매우 기분 나빴다.

한마디로 물약 먹고 오래오래 일해 달란 소리 아닌가.

요네르의 설명에 이한은 살짝 감동 받은 얼굴로 말했다.

“여기 정말 좋은 공방이군.”

“이한. 네가 좋다고 말하는 기준은 너무 낮은 것 같거든...”

*         *         *

식사 이후에도 이한은 훌륭하게 일을 해냈다.

어떤 일을 시키든 간에 한 번에 해내는 이한의 모습에, 요아넨은 에인로가드로 돌려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을 끝낸 이한은 요아넨과 악수했다.

일이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요아넨이 준 은화 주머니가 그런 피로를 잊게 했다.

에인로가드의 교수들과 비슷하게 일을 시키는데 은화를 준다니 훨씬 나은 사람 아닌가.

“언니. 좀 놔.”

“...다음에 언제 올 것 같나요?”

“놓으라고.”

요네르가 속삭였다. 요아넨이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주는 다른 약속이 많아서 참석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만.”

“다음 주는 어떻죠?”

“다음 주는 아마 수요일이 비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면 수요일 날 와서 도와주시겠어요?”

“노력해보겠습니다.”

“혹시 잊으실 수도 있으니 워다나즈 가문으로 사람을 보낼까요?”

“아닙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요네르가 발등을 몇 번이고 밟고 나서야 요아넨은 잡은 손을 놔줬다.

요아넨이 손을 흔들며 공방 안으로 들어가자, 이한은 약간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요아넨 님은 조금 에인로가드 교수님 같은 면모가 있으시군.”

“조금? 조금??”

“참. 요네르.”

이한은 갖고 나온 반지와 투구를 꺼냈다. 못 보던 아티팩트의 모습에 요네르는 흥미로워했다.

“이건 왜?”

“팔려고.”

“...응?”

이한은 이 아티팩트들을 어디서 구했고, 왜 팔려는지 설명했다.

다른 친구들이 있었다면 ‘그래도 우린 마법사인데 저런 아티팩트를 돈 때문에 파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차라리 분해해보면서 연구해보자!’라고 했겠지만...

요네르는 바로 납득했다.

“과연. 그런 거라면.”

“그렇지? 중앙 구역에 있는 가게들을 좀 돌아보려고.”

그랑덴 시의 중앙 구역은 도시의 귀족들이 거주하는 구역이다 보니, 희귀한 아티팩트를 거래하는 가게들도 있었다.

이한은 그런 가게들을 돌며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를 해볼 생각이었다.

“내가 아는 가게 소개해줄까?”

“그래주면 고맙긴 한데 괜찮겠어?”

“응. 언니한테 그렇게 당했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딱히 당하진 않았...”

요네르는 무시하고 길을 안내했다.

‘그린벨의 기화가거(奇貨可居)? 그린벨 가문의 가게인가?’

저번에 달카드 가문의 저택에 방문했을 때 만난 적 있는 가문의 이름에 이한은 흥미로워했다.

슬슬 해가 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창 안에서는 밝은 빛이 흘러나왔다.

마력광의 색이나 밝기를 보면 마력의 순도를 짐작할 수 있고, 비싼 아티팩트를 쓰는지 싸구려 아티팩트를 쓰는지 짐작할 수 있는 법.

‘확실히 비싼 곳이 맞군.’

“어서 오십시오.”

입은 옷에 먼지 한 점 없는 점원이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예의바르게 둘을 맞이했다.

방문하는 손님이 손님인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안에는 먼저 온 손님들이 몇 있었는데, 다른 점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아티팩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게 그러니까 운을 올려주는 팔찌다, 이 말이죠?”

“그렇습니다. 손님.”

“운을 얼마나 올려주나요? 제가 원하는 카드를 뽑을 수 있나요?”

“제가 마법사는 아니지만, 행운은 그런 식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손님.”

“끄응... 이거 말고 다른 건 없나요? 좀 더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그... 카드를 제가 원하는 대로 섞거나... 상대가 든 카드를 볼 수 있거나... 그런...”

점원의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아티팩트를 파는 가게라지만 모든 아티팩트를 파는 건 아니었다.

품격 있는 가게인 만큼 노골적인 속임수 용 아티팩트는 취급하지 않았다.

지금 점원의 표정도 ‘귀족으로서 그런 속임수에 쓸 아티팩트를 찾으신다는 건가’에 가까웠다.

“아, 아니. 제가 카드 게임 할 때 쓰려는 건 아니고요.”

“가이난도?”

“?!”

가이난도는 고개를 돌렸다가 두 친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재빨리 망토로 얼굴을 가렸다.

“가이난도 아닌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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