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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21화 (321/687)

321화

이한은 의아해하며 가이난도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지?”

“아... 아니. 내가 군것질 많이 해서 화낸 거 아니야?”

“아니다.”

이한은 한숨을 쉬고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외쳤다.

“교수님이십니다.”

“봐봐! 교수라니까!”

땅에 얼굴을 처박은 버두스 교수가 버둥대며 외쳤다.

알라르롱 휘하의 기사들은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

“하지만 도련님. 왜 교수님께서 몰래 침입을 하십니까?”

‘그건 나도 궁금하다.’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꾹 참고 좋게 돌려 말했다.

“아마 오해가 있었겠지.”

“대체 무슨 오해가 어떻게 있어야...?”

이한은 기사의 질문을 못 들은 척 무시했다. 그리고 하인에게 물었다.

“내가 없다고 하셔서 저러신 건가?”

버두스 교수의 성격상 충분히 가능성 높았다.

이한이 저택에 없다고 들어도 무작정 돌파해서 들어온 다음 기다릴 사람 아닌가.

그러나 하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아, 아니요. 그냥 물어보지도 않고 몰래 들어오시다가 걸린 겁니다.”

“......”

이한은 그냥 버두스 교수를 그랑덴 시 경비대에 보내버릴까 살짝 고민했다.

*         *         *

흙을 털어내고 자리에 앉은 버두스 교수는 나무껍질을 갉작대며 말했다.

“그래서 아티팩트 만들 준비는 됐어?”

저택에서 기사들이 붙잡고 얼굴을 땅에 처박았는데도 버두스 교수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직 아티팩트 제작에만 신경을 쓸 뿐.

이한은 시치미를 뗐다.

“아티팩트 제작이라니요? 무슨 말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어? 같이 하기로 하지 않았어?”

“제가 기억력이 나빠서...”

해골 교장이었다면 ‘어디서 개수작이냐’하면서 멱살을 잡았을 테지만 버두스 교수는 이런 부분에서는 순진한 편이었다.

“아. 그래? 저번에 아티팩트 제작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어. 막 엄청나게 열정적이었지. 이제라도 하게 됐으니까 잘 됐네.”

“......”

기억력 나쁘다고 하자마자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버두스 교수의 모습에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뭐 이런 사람이...

‘아.’

이한은 그제야 지혜의 투구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아티팩트에 관해서는 버두스 교수만큼 전문가도 없었다.

“교수님. 여기 이 아티팩트를 봐주십시오.”

“뭔데?”

지혜의 투구를 받은 버두스 교수는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즉답했다.

“성질 고약한 아티팩트네. 저주받았어.”

“역시 그렇습니까. 혹시 저주를 풀 방법이 있을까요?”

“힘들 것 같은데?”

아티팩트에 걸린 저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멀쩡한 아티팩트에 사악한 저주가 걸린 것.

이럴 때는 저주만 풀 경우 그 아티팩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사악한 구조로 만들어진 아티팩트.

이럴 때는 저주를 푸는 게 의미가 없었다. 푸는 순간 그 아티팩트의 힘도 사라질 테니까.

지혜의 투구는 전형적인 후자였다.

“에고 아티팩트들은 보통 주인을 해치지 못하게 하는 금제가 걸려 있는데, 이건 그런 게 없어. 자기가 원하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주인을 위험에 빠뜨릴 거야.”

“그렇습니까. 교수님이라면 방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한은 별 생각 없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버두스 교수가 갑자기 발끈해서 외쳤다.

“방법이 없다고 하지는 않았어!”

“아니... 왜 화를?”

“가만히 있어봐!”

버두스 교수는 갉아먹던 나무껍질을 내려놓고 투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했던 반응에 이한은 살짝 당황했다. 옆에서 가이난도가 속삭였다.

“교수님 도발에 너무 약하신 거 아니야?”

“으음.”

확실히 가이난도한테 저런 소리를 들을 정도라면 도발에 너무 약한 게 맞았다.

하지만 이한은 버두스 교수를 내버려두었다.

‘혹시 쓸 만하게 바꿔주시는 거 아니야?’

만약 그럴 경우 이한은 ‘에인로가드 최고의 아티팩트 장인 비블레 버두스의 혼신의 걸작’같은 수식을 붙여서 팔 생각이었다.

“방법이 있긴 해.”

“뭡니까?”

“놈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골라서 말하는 기능을 없애버리는 거지.”

“?”

이한은 버두스 교수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그렇지만 주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능력은 남아 있잖습니까?”

“그건 알아서 피하면 되잖아.”

“......”

지혜의 투구가 무슨 소리를 하든, 숨겨서 말하지만 않으면 듣는 사람이 냉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게 버두스 교수의 주장이었다.

‘맞는... 맞는 말인가?’

이한은 버두스 교수의 논리에 일리가 있다고 느끼면서도 왠지 모르게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안 바꾸는 것보단 나은 것도 사실이었다.

“음. 그러면 바꾸도록 하죠.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법 몇 개 걸어서 해제하고 안의 주문 바꿔야지. 지금부터 작업하면 아침 해 뜰 때쯤 끝나겠네.”

“제가 뭘 도와드려야 하죠?”

“너? 도와줄 거 없는데.”

버두스 교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건 이한이 아직 할 수 없는 마법들인데다가 마력량이 많은 특성을 살릴 일도 없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저는 이만 가서 자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자러 가.”

버두스 교수는 원래 목표도 잊어버리고 손을 흔들었다. 이한은 공손하게 인사하고 응접실에서 나왔다.

“자러 가야겠군. 다들 잘 자라.”

“...어... 괜찮습니까?”

“괜찮아. 괜찮아.”

하인은 당황했지만 이한은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자기 방으로 자러 갔다.

하인은 응접실에 혼자 남아 투구를 붙잡고 있는 버두스 교수를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이래도 되나...?

정말 이래도 되나!?

*         *         *

아침.

버두스 교수는 지혜의 투구를 때리며 물었다.

“야. 네 목적을 말해봐.”

나는 주인을 파멸시키더라도 내 안의 지혜를 늘리는 게 목적...

“잘 됐네.”

실로 놀라운 업적이었다.

단 하룻밤에 에고가 있는 아티팩트의 성능을 고쳐 쓰다니.

어지간한 아티팩트 장인들도 엄두를 내지 못할 위대한 솜씨였다.

그런 놀라운 업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버두스 교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품을 한 번 하더니 물었다.

“워다나즈는 어디 있어? 아티팩트 만들어야 하는데.”

“저... 워다나즈 님께서는 30분 전에 친구분들과 외출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집중하시는 것 같아서,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버두스 교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속은 기분이었다.

*         *         *

“진짜 괜찮겠습니까?”

“난 우연히 일찍 외출했을 뿐이야.”

이한은 그렇게 대답했다.

언젠가 버두스 교수와 강제로 작업해야 한다면, 그 시기는 최대한 미루는 게 좋았다.

그러면 최소한 그 때까지는 그걸 사용해 버틸 수 있지 않겠는가.

랫포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힐끔거리며 뒤를 쳐다 보았다. 아무래도 버두스 교수가 보일 반응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가이난도 집에서 지내자고.”

“진짜?!”

가이난도는 눈빛을 빛냈다.

저번에는 친하지도 않은 다른 황족들이 와서 방해를 했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친구들을 불러서 아주 제대로 놀 수 있는 것이다.

가이난도는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품속의 카드 덱을 만졌다.

학년 수석인 이한이 눈 감고서도 손쉽게 마도서의 내용을 줄줄 읊을 수 있듯이, 가이난도도 눈 감고서도 손쉽게 즐길 놀이 목록을 줄줄 읊을 수 있었다.

마법사 카드 게임, 격구, 페탕크, 투전, 승마도(陞魔圖)...

‘체스는 이한이 너무 강하니까 하지 말아야지.’

“랫포드. 갖고 왔지?”

“네.”

“요네르. 너도 갖고 있다고 했나?”

“평소에 언제나 갖고 다니니까.”

“!!”

다른 친구들의 대화에 가이난도는 더욱 흥분했다.

친구들이 마법사 카드를 챙겨갖고 나온 게 분명했다.

“갖고 나왔어?!”

“물론이지. 너희 집에 갔을 때 할 게 필요하잖아.”

이한은 대답과 함께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기초 암흑 원소 마법과 그 응용에 대하여>였다.

“......”

가이난도의 얼굴이 슬픔과 당혹으로 일그러졌다.

“왜 그래?”

“어...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책 갖고 나왔지? 가이난도? 같이 흑마법 공부하자고.”

“저도 오늘은 좀 미뤄뒀던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같이 모여서 공부하니까 좋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한과 랫포드, 요네르를 보며 가이난도는 속으로 울었다.

‘마법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         *         *

‘암흑 원소가 어려운 이유를 알겠군.’

개인실 하나를 빌려 받은 이한은 눈을 감고 암흑 원소에 집중했다.

원소 마법의 기본은 그 원소를 느끼고 명확하게 구체화시키는 것.

암흑 원소는 그런 점에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사실 다른 마법사들에게는 이것도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이한은 다른 마법사들과 다른 구체적인 관념이 머릿속에 있었다.

이 관념이 번개 원소를 다룰 때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암흑 원소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화염 원소와 비슷하다.’

물 원소는 통제에 실패하더라도 주인을 다치게 할 일이 적었고, 번개 원소는 통제에 실패하더라도 늘어나기 전에 사라졌지만, 암흑 원소는 아니었다.

통제에 실패하면 주인을 다치게 만드는데다가 사라지지도 않았다.

이런 원소들은 화염 원소들이 그랬던 것처럼 까딱 실수하면...

화아아아악!

창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는 개인실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자연스러운 어둠이 아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어둠이었다. 그 안에서는 음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어딘가 차가운 한기가 맴돌았다.

이한은 챙겨 놓았던 나뭇잎을 던졌다.

그러자 나뭇잎의 생기가 사그라들고 순식간에 죽은 잎사귀로 변해버렸다.

생기(生氣)를 고갈시키는, 암흑 원소만의 특성이었다.

‘...까딱하면 내가 쓰러지겠군.’

암흑 원소를 다루는 흑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스스로의 생명력을 고갈시키고 쓰러지는 사고는 동반자 같은 것이다. 우선 이 점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물론 처음 익힌 암흑 원소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그런 암흑 속에는 몇 시간 동안 머물러도 숨 하나 차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암흑 원소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이한은 방금 암흑 원소에 좀 닿았다고 죽어버린 나뭇잎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암흑 원소 강화 부분을 쳐다보았다.

‘이 부분은 넘어가도 되겠군.’

...그리하여 암흑 원소의 위력이 충분히 강화됐다면 이제 본격적인 원소 마법의 기반이 자리 잡힌 셈이다. 암흑 원소 마법 운용에 있어서 핵심은 생기 고갈의 특성을 마법사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그 마법사는 자기 자신도 베어버릴 수 있는 검을 휘두르는 셈이니...

‘평소에도 이렇게 설명을 해주신다면 좋을 텐데.’

쓸데없이 자세히 설명이 된 책을 읽고 이한은 암흑 원소를 다시 불러냈다.

한마디로 암흑 원소를 다루는 마법사라면 그 원소에 손을 넣고서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

‘결국 스스로 특성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마력과 비례해서 올라가는 것이 마법의 위력.

그리고 같이 올라가는 것이 통제 난이도.

화염 원소도 아직 완전히 다루지 못해서 각종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다루는 이한에게, 암흑 원소는 더 난이도가 높았다.

그렇다고 있는 마력을 없애버릴 수도 없고...

‘일단 통제하기 전까지는 화염 원소처럼 불씨 정도의 크기로 다룰 수밖에 없나? 화염 원소와 달리 암흑 원소는 그러면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이한! 이한!”

가이난도가 개인실의 문을 두드렸다. 이한은 책을 덮고 대답했다.

“너 몇 시간 공부했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좋은 일자리가 굴러들어왔어! 흑마법사만 할 수 있는 일이래!”

‘...그게 좋은 일일 수가 있나?’

이한은 순간 의심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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