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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25화 (325/687)

325화

디레트는 당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후배, 어떻게 설득했어??”

“검은 거북이 탑 친구가 있어서 허락해줬습니다.”

“아. 그래? ...어? 너 푸른 용의 탑이지 않아?”

“선배! 저 마력, 언데드가 흘린 마력 아닙니까?”

수상할 정도로 넓은 이한의 인맥에 대해 의아해하던 디레트는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은가.

“잘 찾았어. 가자!”

쾅!

창고 안쪽에서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나무상자가 날아들었다. 이한은 바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물로 된 두터운 방패가 날아든 나무상자를 감싸고 둔탁한 소리를 냈다.

“...!”

디레트는 이를 갈았다.

알고 하는 건지, 모르고 하는 건지는 몰라도 저 언데드 키메라가 하는 행동은 일행의 약점을 찌르고 있었다.

저런 식으로 창고의 물건을 다 부숴버리려고 하면 마법사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란했다.

간신히 입장 허락을 받았는데 창고의 물건들이 부서지면 길드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살코! 물건 좀 박살내도 이해해라!”

“알겠으니까 언데드나 잡아라!! 흰 호랑이 탑 놈들은 잘 패면서 왜 언데드는 그렇게 못 잡는 거냐!”

“!?”

디레트가 놀라워하는 사이 이한은 번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직!

언데드 키메라는 심상치 않은 공기를 느꼈는지 상자 뒤로 몸을 날려 피했다.

그러나 이한은 상자 뒤에 피하든 상자 속에 피하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힘으로 박살내버리겠다!

“번쩍여라, 번쩍여라, 번쩍여라, 번쩍여라!”

마법의 폭풍우.

디레트는 지금 광경을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낮은 서클 마법으로 이렇게 살벌한 밀도의 탄막을 완성시킬 줄이야.

‘이건 정말...’

창고 안이 뒤집어지고 박살나고 몸을 가릴 것도 더 이상 사라지자 언데드 키메라는 안 되겠단 걸 느꼈는지 아예 부지 밖으로 달려 나갔다.

살금살금 창고 밖에서 접근하던 살코와 길드원들은 그 모습에 허탈해했다.

“몰래 다가와야지, 그렇게 대놓고 살기를 흘리면서 오면 당연히 눈치채지 않겠냐!”

“여기 길드원들은 마법사도 아니고 기사도 아닌데 뭘 바라는 거냐? 이 정도면 충분하지! 빨리 언데드나 쫓아라!”

“어쨌든 고맙다!”

이한은 화를 내는 건 나중에 하고 일단 감사 인사를 했다.

살코의 협조 덕분에 놈을 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갑시다, 선배!”

이한 일행이 우르르 빠져나가자 길드원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언데드가 길드 창고에 뛰어들었다는 말에 긴장했던 것이다.

“괜찮을까요? 도시에서 도망치는 놈을 쫓아서 잡는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심지어 상대는 사람도 아니잖습니까.”

“아마 괜찮을 거다. 쫓는 놈은 더 괴물이거든.”

살코는 그렇게 말하며 창고로 걸어갔다.

그리고 개박살이 난 안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워다나즈...!! 아무리 허락을 받았어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         *         *

처음에는 마력을 보고 도망을, 그 다음에는 번개 마법을 보고 도망을 친 언데드 키메라는 아예 움직임을 바꿨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경로로 움직이며 추격자들이 먼저 지치길 유도했다.

“놈이 우리가 지치길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흥. 마법사라 하더라도 이 정도에 지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야. 다들 에인로가드 출신이잖아?”

“맞습니다.”

이한과 디레트는 물론이고 이미르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헉... 헥헥.”

가이난도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헉헉댔다. 이한은 마법을 걸어주었다.

“발이여, 땅을 주름잡아라.”

“힘이...! 고마워! 이한!”

강화 마법이 끝나면 근육통으로 고통스러워 할 미래가 뻔히 보였지만, 이한은 가이난도를 응원해줬다.

“별 거 아니다. 가이난도. 힘내라!”

“그래!!”

“큰일났다. 후배들.”

디레트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왜 그러십니까?”

“하필이면 또 그린벨 가문의 저택에...”

그랑덴 시에 깊게 뿌리를 박은 도시귀족 가문인 그린벨 가문은 그리 만만한 가문이 아니었다.

꽤나 폐쇄적인 이들인 만큼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언데드가 들어갔다고 해도 협조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

“후배. 혹시 그린벨 가문에도 아는 사람 있어?”

디레트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물었다.

아무리 푸른 용의 탑에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라 하더라도 제국의 모든 귀족 가문과 친분이 있을 수는 없었다.

만약 친분이 없다면 이런 상황에서 대뜸 문 두드리고 손님 대접해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건 무례한 짓이었다.

“잠시만요.”

‘설마...’

이한이 아까처럼 걸어가자 디레트는 당혹스러워했다.

설마 정말로?

“된답니다. 들어가시죠.”

“친분이 있었어?!”

“친하진 않고 저번에 만난 적이 있는... 하여간 이야기하면 길어지니 일단 들어가죠! 언데드부터 잡읍시다.”

“그, 그래.”

수상할 정도로 인맥이 넓은 후배와 함께 디레트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언데드가 침투했다고 말을 했는데도 저택의 총관이 태연한 얼굴이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사실, 마법사 님들께서 도와주러 오지 않으셨어도 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 말에 가이난도가 괜히 발끈했다.

“얼마나 강하고 영리한 언데드인지 몰라서 그러시는 거죠!”

“얼마나 강하고 영리하든 간에 지금 저택에 계신 분들을 이길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큭! 잘 모르시나본데 여기 이한은 워다나즈 가문 출신인데 최근에는 바실리스크를 일격에 죽이고...”

“닥쳐 좀.”

‘?????’

디레트가 보내는 경악의 눈빛을 느끼며 이한은 가이난도의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기껏 상대의 호의로 방문했는데 무슨 경쟁을 하고 있단 말인가.

“보아하니 꽤 대단한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총관은 그 말에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백양목 기사단의 기사분들이 계십니다.”

*         *         *

백양목 기사단의 기사, 비켈린츠는 걸신들린 것처럼 처먹어대는 견습기사들을 보자 살짝 미안해졌다.

“미안하오. 그린벨 님.”

“아닙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요. 한창 많이 먹을 나이죠.”

알아드네의 말대로 견습기사들은 먹을 걸 많이 찾을 나이였다.

쑥쑥 자랄 나이에 기사단 생활을 하니 아무래도 언제나 배가 고팠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렇지 한손으로 든 수프 그릇에 코를 박고 다른 한손으로는 고깃덩이를 집는 모습은 좀 부끄러웠다.

‘돌아가고 나서 설교해야겠군.’

“백양목 기사단의 견습기사들이 요즘 도시 주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훈련은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혹시 도움이 필요한지요?”

“이렇게 대접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오.”

비켈린츠는 예의를 갖춰서 대답했다.

방금 대답은 진심이기도 했지만, 다른 뜻도 조금 숨어있었다.

알아드네는 겉으로는 인자한 할머니처럼 보여도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괜히 쓸데없이 빚을 져서 좋을 게 없었다.

“게다가 에인로가드에 있던 기사 가문 출신의 학생들도 방학을 맞이해서 나온 덕분에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있소. 내가 할 게 없을 정도로.”

언제나 경쟁이 서로의 실력을 상승시키는 법.

에인로가드 출신 기사 가문 학생들과 기사단 소속 견습기사들은 서로에게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백양목 기사단의 견습기사들은 학기 도중에 직접적으로 대결하기까지 했으니...

“그린벨 님. 저택 안에 침입자가...”

황급히 달려온 하인의 보고에 알아드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감히 어떤 간 큰 도둑이 이 저택에 침입한단 말인가?

“정체는 확인했고?”

“흑마법사들이 확인해줬습니다. 공동묘지 근처에서 도망친 언데드 키메라라고 합니다.”

“흑마법사들의 말은 믿기 힘든데...”

“에인로가드 출신 학생들입니다.”

“아. 그렇다면야.”

알아드네는 바로 태도를 바꿨다.

에인로가드 출신 학생들이라면 저런 말을 하고 다닐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저번에 그린벨 님께서 말씀하신 워다나즈 가문의 학생입니다.”

“그래? 의외구나.”

알아드네는 놀랐다.

이한이 흑마법을 배우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긴 어떤 마법을 배우는지는 개인의 자유였으니...

“입장을 허가하고 잘 대접하려무나. 언데드 키메라는 학생들한테 맡기고.”

“괜찮을까요?”

“충분하겠지. 워다나즈 가문 출신인데다가, 실력을 직접 봤잖니. 게다가 여기로 몬 이유를 생각해보렴.”

“여기로 몬 이유라니요?”

알아드네는 대답 대신 그저 빙긋 웃었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은 천재적인 재능과 거기에 걸맞은 야심을 갖고 있는 학생이었다.

감히 건방지게 기어오른 발도르오른의 마법사를 짓밟아버린 일, 황족들 앞에서 바실리스크를 쓰러뜨린 일, 그도 모자라서 사악한 이계의 존재를 추적해서 쓰러뜨린 일까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마법사라 하더라도 그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자신의 재능을 백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명성도 필요했다.

알아드네가 보기에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은 아주 냉정하게 자신의 명성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향후 몇 년이 지나면 제국에서 손꼽히는 신진 마법사들을 논할 때 이한의 이름이 가장 위에 있어도 놀랍지 않으리라.

그런 만큼 지금 언데드 키메라는 이한이 잡게 해두는 게 좋았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배려를 하면 그 배려를 기억할 터.

게다가 이한이 여기까지 쫓은 사냥감을 뺏는다면 그건 싸우자는 시비나 마찬가지였다. 굳이 저런 쟁쟁한 적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몬스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린벨 님!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잠ㄲ...”

백양목 기사단의 견습기사들은 저택 창문 밖으로 보이는 몬스터 모습에 그릇을 내려놓고 검을 들었다.

그리고는 알아드네가 말리기도 전에 서둘러 뛰쳐나갔다.

졸지에 알아드네와 단둘이 남은 비켈린츠는 이마에서 식은땀을 닦아내며 눈치를 봤다.

“죄... 죄송하게 됐소. 원래 멋대로 행동할 만큼 무례한 이들이 아닌데, 몬스터가 나타난 상황이다 보니...”

“......”

알아드네는 비켈린츠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         *         *

쾅!

견습기사 중 한 명이 호쾌하게 돌격했다. 마력을 담은 몸통박치기에 언데드 키메라가 옆으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놈이 넘어졌다!”

“도망치지 못하게 다리를 베어버려라!”

견습기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재빨리 언데드 키메라를 포위했다. 한두번 손발을 맞춘 게 아닌 만큼 그 움직임은 재빠르고 정확했다.

이한과 디레트는 감탄했다.

“잘 하는데?”

“잘 하네.”

“아... 아니! 아니죠! 지금 저 자식들이 우리 먹잇감을 뺏어갔잖아요!!”

가이난도는 황당해하며 소리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둘이 침착한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이난도. 잘 생각해봐라.”

“맞아. 후배. 중요한 건 누가 잡았느냐가 아니라, 언데드가 끼칠 수도 있었던 피해를 얼마나 잘 막았느냐야.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여기 후배들 덕분에 다친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잖아?”

디레트의 훈훈한 말에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이한은 멈칫하더니 의아해했다.

“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요?”

“어? 그러면?”

“어차피 저희가 쫓던 걸 멋대로 건드린 놈들이니까, 다 사냥한 다음에 화내면 저놈들은 명분 때문에 사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냥에 성공한 게 되잖습니까. 그러니 내버려둬도 되는 거죠.”

“...후배?!”

디레트는 후배의 정치력에 경악했다.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이 짧은 사이에 그런 계산을 다 끝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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