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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26화 (326/687)

326화

“전 선배도 이런 뜻으로 양보하신 줄 알았습니다만.”

“날 뭘로 생각한 건데, 후배?”

“아니... 그게 아니라면 양보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저희가 다 쫓은 건데.”

“역시 이한이야.”

가이난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빵 한 조각도 그냥 뺏기지 않는 게 바로 가이난도의 친구였던 것이다.

“후배. 빈틈없는 것도 좋지만 너무 악독하게 굴면 흑마법사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돌 수도 있어.”

“하지만 선배. 흑마법사는 이미 소문이 안 좋잖습니까.”

“......”

후배한테 한 방 맞은 디레트의 날개가 살짝 아래로 축 쳐졌다.

가이난도가 옆에서 속삭였다.

“왜 그런 소리를 해! 모르는 놈들이나 그러는 거지!”

“아니.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할 텐데.”

“...진짜?”

“진짜. 당장 저기 잡혀서 끌려온 놈들이 왜 지나가다 시비를 걸었겠냐.”

“!”

“저, 저희는 반성했습니다.”

시비 한 번 잘못 걸었다가 얻어맞고 공동묘지에서 잡일한 다음 언데드 키메라까지 추격하게 된 두 모험가.

오늘 가장 일진이 사나운 이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선배. 그렇다고 슬퍼하실 건 없습니다.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속지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안 좋게 생각하면 무슨 소용이야 그게.”

“저희가 바꾸면 되죠.”

후배의 진취적인 말에 디레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확실히 후배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오늘 도시를 위해 헌신한 것처럼, 남들이 의심하더라도 꾸준히 실적을 쌓아나간다면 사람들의 시선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바뀌어나가리라.

‘이런 소리를 후배한테 듣게 되다니. 내가 했어야 했는데.’

디레트는 선배로서 부끄러웠다.

“맞는 말이야. 후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 앞으로 흑마법에 대해 헛소리 하는 놈 보이면 저놈들처럼 밟아버립시다.”

“...아니야!! 그런 의미로 한 게 아니었어!!!”

“아니었습니까?”

마법 결투사도 혀를 내두를 호전적인 후배의 말에 디레트는 기겁했다.

헛소리하는 놈들을 만날 때마다 공격해서 생각을 바꾸겠다니 그게 무슨...

쾅!

굉음과 함께 견습기사 두 명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궁지에 몰린 언데드 키메라가 몸에서 폭발을 일으키더니 포위망을 뚫은 것이다.

포위망이 뚫리자 견습기사들은 깜짝 놀라서 고함을 질렀다.

“놈이 도망친다!!!”

“조심ㅎ... 앗!! 워다나즈! 워다나즈잖나! 워다나즈!!”

“뭐?! 워다나즈!? 그 워다나즈?”

“그래! 그 워다나즈다!”

“......”

저번에 학교에 찾아왔던 견습기사들이 이한의 얼굴을 알아보고 친한 척을 하자 이한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그 정도로 친한 건 아닌데.’

누가 보면 상당히 친한 줄 알 것 아닌가.

“워다나즈! 놈을 잡아!! 놈이 도망치면...”

견습기사들이 부탁하기도 전에 이한은 이미 지팡이를 들고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렇게 쫓았는데 언데드 키메라가 도망치게 내버려 둘 리 없지 않은가.

-■■■■...!

언데드 키메라는 크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한을 노려보았다. 아홉 개의 눈동자가 뒤룩거리며 이한을 응시했다.

아까 호되게 당한 것 때문에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어떻게든 이한의 빈틈을 찾아 한 방 먹이고 도망치겠다는 게 느껴졌다.

“암흑이여. 여기에 모여라.”

이한은 섣불리 번개 마법을 날리지 않았다.

뒤에 견습기사들도 있어서 난사하기 좋은 환경도 아니었을 뿐더러 놈의 경계심이 상당히 심했다.

마법사의 장점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

디레트에게 상대하는 방법을 배운 만큼 이한은 바로 주변의 암흑 원소를 끌어 모았다.

-■!

언데드 키메라는 이한이 뭘 하는지는 몰라도 힘이 빠져나가는 건 느끼는 모양이었다.

재빨리 뒤로 훌쩍 뛰어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범위가...!’

이 중에서 암흑 원소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유이한 흑마법사인 디레트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 후배의 마법은 디레트가 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암흑 원소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대단해!’

후배의 마법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이한이 다급하게 외쳤다.

“선배!”

“어? 왜?”

“암흑 원소가 조금 많이 모였습니다! 실수하면 도와주십시오!”

“...야!”

디레트는 이한의 지팡이 끝에 모인 암흑 원소 구체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얼핏 봐도 아까 시전한 크기의 2, 3배는 됐다.

워낙 넓은 범위를 상대로 시전해서 아까보다 짧은 시간을 썼는데도 순식간에 저만큼이나 모여 버렸다.

“어쩌려고?!”

투사체로 발사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통제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억지로 발사했다가는 지팡이 끝에서 폭발해서 후배를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

디레트는 이한이 어떤 식으로 저 암흑 원소를 처리하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푹!

“......”

이한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지팡이를 든 채로 달려들어서 구체를 언데드 키메라한테 꽂아 넣은 것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이뤄진 돌격에 언데드 키메라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

디레트는 당황했다.

‘잠깐, 암흑 원소는 언데드 상대로는 역효과...!’

이한은 지팡이를 옆으로 던지고 검을 뽑아들었다.

새벽별이 검광을 번뜩이며 언데드 키메라의 몸을 쪼개버렸다.

애초에 주변의 암흑 원소를 끌어들인 건 상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고 발을 묶기 위해서.

그것만 달성하면 상대를 박살낼 방법은 여러 개였다.

폭발하는 마력의 추진력을 받은 강격이 언데드 키메라를 타격하고, 거기서 이어지는 흡검이 균형을 무너뜨렸다.

숨 쉴 틈 없이 연속으로 공격을 날린 뒤 목을 베어버리자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역시 워다나즈!”

“훌륭하다!! 그 검기(劍技)는 여전하구나!”

“친구야?”

디레트의 질문에 이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친구 아닙니다.”

*         *         *

뒤늦게 나온 비켈린츠는 이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맙소. 어린 기사들의 실수로 일이 커질 뻔했는데 도와주다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과연...”

비켈린츠는 살짝 감명 받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흑마법사들의 마법 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 이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는 흑마법사들을 본다면 그런 말은 감히 할 수 없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이한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근데 다른 흑마법사들이 사고를 너무 치긴 해.’

이한이 백날 도시에 나온 언데드를 잡아도 흑마법사들이 무덤에 들어가 시체를 훔치다가 잡히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뒤늦게 나온 알아드네는 저택 앞의 상황을 보고 당혹스러워하며 물었다.

“일이 어떻게 된 건가요?”

“워다나즈 님께서 잡으셨습니다.”

저택의 총관은 살짝 아쉬워하며 대답했다.

“밖에서 오신 분이 아니라 저택의 손님들이 잡으셨다면 그린벨 님의 체면이 좀 더 섰을 텐데 말입니다.”

“......”

알아드네는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면 총관에게 훈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옮겼다.

언데드 키메라는 확실하게 박살이 나있었다. 마법을 몇 대 맞은 듯한 흔적이 있었고, 견습기사들이 휘두른 듯한 검상이 있었으며, 치명타는...

“???”

알아드네는 자기가 잘못 봤나 싶었다.

‘검으로 잡은... 것 같은데?’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분명히 검으로 숨통을 끊었다.

알아드네는 여기 모인 견습기사들과 흑마법사들이 자신을 속이나 싶어서 혼란스러워졌다.

속일 이유가 있나??

“그린벨 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그랑덴 시를 위해 이렇게 나서주셨는데, 더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지나치게 친절한데.’

이한은 알아드네의 태도를 보고 의아해했다.

철저하다, 빈틈 하나 없다 같은 소문이 도는 것과 별개로 지나치게 호의적이었던 것이다.

정말 워다나즈 가문의 이름 때문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이한은 설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알아드네가 이한을 어마어마한 야심가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어쨌든 도와줬으니 감사해야지.’

이한은 다시 한 번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이한과 안면이 있는 견습기사들이 신나서 몰려왔다.

그 모습에 알아드네는 비켈린츠에게 물었다.

“혹시 워다나즈 가문의 학생분이 기사단의 견습기사들과 친분이 있습니까?”

“아. 그건 저번에 에인로가드에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이오. 어떤 일이었냐면...”

비켈린츠는 잘 됐다는 듯이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뛰어난 검사를 만난 일은 언제나 즐거운 법.

그래서 비켈린츠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알아드네의 표정이 경악과 황당으로 물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워다나즈. 구울의 왕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알고 있나? 흰 호랑이 탑 놈들은 사실 온실 속의 화초라는 것을.

-맞아. 워다나즈. 진정 강한 것은 거친 야생에서 혹독하게 구르며 피어난 들꽃이지.

-그러니까 우리도 같이 구울의 왕을 잡으러 가자!

‘미친놈들 투성이야.’

견습기사들의 대화를 떠올리며 이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흰 호랑이 탑 놈들과 이한이 구울의 왕을 토벌했다는 소문을 이상하게 들었는지, 견습기사들은 호승심에 불타고 있었다.

그렇다고 라이벌인 흰 호랑이 탑 놈들을 마법사로서 데리고 갈 수는 없으니...

견습기사들은 훨씬 더 뛰어난 마법사이자 그들과 검으로 맺어진 친구를 데리고 가고 싶어했다.

물론 이한 입장에서는 미친 개소리에 불과했다. 이한은 바로 고발했다.

-비켈린츠 님. 저기 견습기사들이 자기 수준보다 강한 적을 잡으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그런...! 이 놈들!

비켈린츠가 제정신이라 다행이었다. 안 그랬다면 견습기사들이 이름도 모르는 외진 동굴에서 픽픽 쓰러져나갈 수도 있었다.

이한의 모습에 디레트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괜찮아, 후배? 역시 아까 마법 사용 때문에 마력 부족이...”

“아. 아닙니다. 그냥 견습기사 놈들이 헛소리를 해서.”

“......”

디레트는 앞으로 이 후배에 관해서는 마법 관련 걱정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공동묘지로 돌아오니 묘지기들 사이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저번 구울의 왕 토벌 관련 건으로도 만난 적 있는 제국 특수 행정관, 달카드 가문의 다이할이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다이할은 이한을 보자 경외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일주일도 안 됐는데 이런 일에 휘말리시다니. 너무 몸을 사리지 않으시는 것 아닙니까?”

“후배. 너 일주일 전에 뭐 했어?”

디레트는 의아해했다. 구울의 왕에 대해서는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상태였다.

이한은 묘지를 한 번 둘러보고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털썩 꿇었다.

“크윽. 마법을 너무 써서 몸이...”

“그러게 뭐라고 했습니까!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스스로의 몸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하, 하지만... 흑마법사로서... 언데드가 그랑덴 시를 돌아다니는 건... 콜록. 콜록.”

디레트와 이한의 친구들은 할 말을 잃고 이한을 쳐다보았다.

방금까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친구가 묘지 정문 통과하자마자 비틀거리며 저러는 걸 보니 믿기지 않았다.

이미르그가 속삭였다.

“묘... 묘지에 독 있어요?”

“이한은 독 안 통할걸?”

“그게 무슨... 아. 설마.”

셋이 속삭이는 사이 이한은 다이할 앞에서 더욱 더 힘든 척을 했다.

저번 구울의 왕 토벌 이후로 깨달은 게 있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최대한 힘들게 했다고 티를 내는 게 좋다는 것!

손쉽게 보상이 늘어나는 마법이었다.

“여기 선배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저는 죽었을지도...”

“그쪽이 디레트 님이시군요. 묘지기들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해야 할 일을...”

“이렇게 헌신하는 흑마법사들에게... 도시 사람들이 너무 박합니다. 제가 꼭 강하게 말하겠습니다.”

“아니 이미 충분히 보수 좋...”

“쿨럭쿨럭쿨럭!”

이한은 헛기침으로 선배의 말을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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