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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31화 (331/687)

331화

“어때? 괜찮아?”

“괜찮은 것 같은데? 진짜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어?”

닐리아는 신기해하며 가죽 물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별다른 보석이나 특수한 재료, 시약이 보이지 않아서 더 신기했다.

“그런데 2주일 정도밖에 안 가.”

“2주일? 아쉽긴 한데... 못 쓸 정도는 아니야.”

“만약 이걸 은화를 주고 산다면 얼마쯤 내겠어?”

“???”

갑자기 진지하게 시장조사에 들어가는 친구의 모습에 닐리아는 당황했다.

뭘 하려고 이러는 거지?

*         *         *

사냥꾼들은 제법 쓸만한 아티팩트들을 고르고 감사인사를 했다.

“고맙다. 이런 걸 구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근력 강화의 반지를 찾은 바이샤다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물론 이걸 착용하면 이동 저하의 저주에 걸리긴 했지만 충분히 감당할 만한 저주였다.

“제가 아니라 프리싱가 교단의 분들께서 선물해주신 겁니다.”

“그렇지. 하지만 네가 없었다면 받지 못했을 테니까. 그나저나 사제님들. 이런 걸 그냥 받기만 하다니 죄송스러운데...”

“아닙니다. 프리싱가 님의 자비라고 생각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고민하던 두 사냥꾼들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교각문 밖의 숲에서 작은 던전이 하나 발견됐다고 들었는데, 프리싱가 교단에서는 관심 없으십니까?”

교각문은 그랑덴 시의 남쪽 성문, 그러니까 시의 남쪽을 지나 반나절 정도 가면 나오는 숲에서 던전이 발견됐다는 소리였다.

그리 큰 던전도 아니고, 고대로부터 이어져오던 유적도 아닌 만큼 떠들썩한 화제가 되진 않았다. 던전은 생각보다 자주 발견되는 존재였다.

모험가들이나 어슬렁거리며 적당히 안을 뒤지면서 천천히 끝날 일이었지만...

...인근 도시의 사제들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다.

모험가를 노리는 행상인들이 던전 나왔다는 이야기 들으면 바로 물품 준비해서 근처로 내달리듯이, 사제들은 던전 나왔다는 이야기 들으면 바로 경계부터 하는 것이다.

작은 던전이라 하더라도 안에서는 어떤 저주가 나올지 몰랐다. 저주에 걸린 사람이 도시로 들어오면 자칫할 경우 전염병이 돌 수도 있었다.

그래서 보통 교단에서는 던전이 발견되면 인근에 사제를 보내곤 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안 그래도 가서 확인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시 참사회에 부탁해서 호위를...”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호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곳에는 당연히 사제만 가지 않았다.

교단 성기사를 붙여주든 믿을 만한 호위를 고용하든 만일에 대비하는 것이다.

몬스터부터 시작해서 맛이 간 모험가까지 위험이 많았으니 꼭 필요한 대비였다.

그림자 순찰대나 황무지 별잡이 출신 사냥꾼들은 넘칠 정도로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런 부탁까지 드리기는 죄송스럽습니다만...”

“아닙니다. 이렇게 선물을 받았는데 그냥 지나간다면 산의 정령이 절 비웃을 겁니다.”

“맞습니다. 돕게 해주십시오.”

두 사냥꾼이 진지하게 부탁하자 메흐리드 사제는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실례라는 걸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남은 일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잠시 다녀오도록 합시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맙구나.”

티질링 사제의 자원에 메흐리드 사제는 감사를 표했다.

그 모습에 이한은 무언가 번뜩이는 걸 느꼈다.

‘이건 기회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어... 교수님과 같이 오셨잖습니까?”

“괜찮습니다. 남은 일은 교수님께서 해주실 겁니다.”

버두스 교수가 식사하러 간 사이 이한은 도주를 계획했다.

프리싱가 교단의 일을 돕기 위해서 잠시 나갔다고 하면 어쩌겠는가.

“나도 도울게.”

탁-

닐리아는 이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사냥꾼들은 물론이고 이한까지 교단의 일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근데 그 주변에 그렇게 몬스터가 많이 나와?”

“음? 나도 모르는데.”

“...???”

닐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몬스터 나와서 같이 도와드리려고 하는 게 아니었어?”

“아니. 교수님 피해서 도망가려고 하는 거야. 겸사겸사 모험가들 상대로 아티팩트 수요도 확인하고.”

“......”

야!

*         *         *

일행은 빠르게 성문을 빠져나왔다. 이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쫓아오는 버두스 교수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군.’

성문을 지나 가도를 따라 달리자 목적지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 멀리서 숲 안에 펼쳐진 천막들과 행렬들이 보였다.

발빠른 행상인들이 먼저 마차를 끌고 와서 천막을 설치한 것이다. 모험가들은 그 주변에 앉아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니까 안에서 진흙도마뱀이 나왔다고?”

“그렇다니까. 둔기를 들고 가는 게 좋을 거다.”

“진흙도마뱀 하나 때문에 무기 바꾸는 건 싫은데. 방법 없나?”

“기다려봐. 내가 책 하나 갖고 있다. 진흙도마뱀, 진흙도마뱀...”

“몬스터 말고 안에서 뭐 쓸만한 건 안 나왔나? 몬스터 잡아다 팔아봤자 얼마나 나오겠어. 쓸만한 게 진짜인데.”

“아서라. 자연적으로 발생한 던전이야. 쓸만한 건 우리 같은 놈들은 봐도 못 알아본다고.”

“왜. 그냥 잡히는 대로 다 캐버리면 되지. 광물이든 식물이든 안에 있는 거 싹 가지고 나오면 그 중에 돈 되는 거 하나는 있지 않겠어?”

“너 던전 들어가 본 적 없냐? 퍽이나 그럴 수 있겠다. 그 캄캄한 곳에서 뭐가 나올지 알고 그 지랄을 해. 그리고 갖고 나와서 어떻게 확인할 건데? 마법사가 널 손바닥 위에 올려서 갖고 놀 거다.”

“썅... 거 시작하기도 전에 기분 더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시군.”

이한은 대화를 흥미롭게 들었다. 닐리아는 저런 대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순찰대원 시절에 충분히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들었어? 닐리아?”

“어? 뭐? 뭘?”

“저 대화에서 필요가 느껴지지 않니? 사업의 냄새가 나는데?”

“몰라... 그런 거...”

닐리아는 수상할 정도로 사업에 집착하는 친구가 이해가지 않았다.

꼭 사업을 해야 하나?

그냥 사업 안 해도 이한은 충분히 알아서 잘 벌 것 같은데...

“어?”

“사제님들이시잖아?”

모험가들은 프리싱가 교단의 사제들이 오자 반색했다.

간단한 금창약 하나에도 비싸게 은화를 받는 게 상인들이었지만 사제들은 달랐다.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모험가들을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은 사제들밖에 없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제님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거기 좀 비켜봐. 사제님들 앉으셔야지.”

“아니 우리가 먼저 왔는데...”

모험가들은 행상인들을 밀어내고 좋은 자리를 잡아주려고 했다. 투덜대는 행상인들에게 모험가들은 윽박질렀다.

“당신들은 믿는 신도 없어? 다치면 신전도 안 가?”

‘더럽고 치사한 새끼들.’

행상인들은 자리를 옮기면서 모험가들에게 더 비싸게 팔아먹겠다고 다짐했다.

“사제님들. 천막 치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이한은 모험가들이 오는 걸 말리고 지팡이를 들었다.

“파내라.”

천막 기둥이 박힐 구덩이가 만들어지고 주변의 흙이 깔끔하게 다듬어졌다.

천막 작업이 끝나자 이한은 바로 불을 붙이고 솥에 물을 불러 온 다음 편안하게 자리에 앉았다.

남들 몇 시간 걸려서 할 일을 채 몇 분에 끝내버리는 마법에 모험가들은 경외감 섞인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저게 마법이군...!”

“저런 것도 가능했어?”

“그럼 마법인데 당연히 가능하겠지.”

“이상한데? 내가 예전에 마법사가 있던 파티에 있었거든. 목이 하도 말라서 물 좀 불러와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마법사가 절대 안 된다고 거절을 하더라고. 마력을 아껴야 한다고 하던데.”

“그 놈이 거짓말을 한 거네.”

“이 자식...! 그런 거였나!”

모험가들이 오해하고 있는 동안 이한은 주변 행상인들을 둘러보았다.

‘물약, 도구, 잡화. 흐음. 경쟁이 꽤 심하군.’

질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일인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언제나 틈새시장은 있는 법.

‘아티팩트는 없다.’

당연했다.

어떤 미친 행상인이 그 비싼 아티팩트를 갖고 와서 여기에서 팔겠는가. 갖고 오는 도중에 강도나 안 당하면 다행이었다.

‘아티팩트를 만든다면...’

이한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자 티질링 사제가 의아하다는 듯이 닐리아에게 물었다.

“혹시 지금 저주가 나올까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그... 글쎄...”

닐리아는 차마 티질링 사제한테 진실을 이야기해줄 수 없었다.

*         *         *

“사제님!! 제 다리가!! 저주인가요!?!”

“아닙니다. 근육통입니다.”

“아하.”

예상했던 것처럼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종종 들어갔던 모험가들이 피곤한 얼굴로 나오거나, 어디 한 군데 부러져서 나오는 정도가 전부였다.

가끔 모험가 중에는 끙끙대며 거대한 몬스터를 끌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털썩!

“근성 있군. 저 친구.”

“하지만 해체까지가 중요하지.”

“맞아. 갖고 나온다고 능사가 아니거든.”

몬스터를 사냥해도 그걸 비싸게 파는 건 또 기술이 필요했다.

안에서 마석이라도 나온다면 차라리 쉬웠고, 가죽을 벗기고 살코기를 잘 얻어내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었다.

물론 여기 그림자 순찰대와 황무지 별잡이 출신 사냥꾼들에게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일이었다.

“저런... 쯧쯧.”

“칼질이 아쉬웠어. 방금.”

“그러게 말이야.”

손도끼와 잡칼로 해체하는 모험가의 솜씨를 보며 두 사냥꾼들은 훈수를 뒀다.

이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기서는 옆으로 먼저 긋고 당겨야 쉽게 벗겨질 텐데 말입니다.”

“아니...?!”

바이샤다는 놀랐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마치 그림자 순찰대에게 직접 배운 것처럼 사냥이나 도축에 능숙했다.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다.

“......”

닐리아는 이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한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가르쳐줘서 고맙군.”

“아니... 됐어...”

괜히 저 두 사냥꾼한테 ‘사실 제가 가르쳤는데’라고 말해봤자, 일만 귀찮아질 거라는 걸 닐리아는 직감했다.

안 그래도 이미 충분히 오해받고 있었다.

‘사교술이 대체 뭔데? 사악한 교단의 술법도 아니고.’

쿠르르르르르릉!

지하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땅이 뒤흔들렸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

“이게 대체 무슨...?”

“사제님. 이쪽으로!”

사냥꾼들은 바로 사제들부터 보호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던전에서 뭔가 발동된 건 분명했다.

‘뭐지?’

털썩!

다행히 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곧 알 수 있었다.

완전히 엉망인 꼴로 뛰쳐나온 모험가가 횡설수설 지껄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 사람들이 텔레포트 됐어...!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이 몬스터들하고 같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비켜라!”

제대로 설명할 능력이 있는 다른 사람이 뛰쳐나왔다.

“나는 케렐 가문의 기사, 버히르그다! 나와 토벌대는 홍련숲 토벌을 진행하던 도중 텔레포트 당해서 이쪽으로 날아왔다! 부상이 심한 자가 많으니 지원을 요청하겠다! 내 가문과 토벌대에 참가한 가문들의 이름으로 도운 자들에게는 마땅히 보상하겠... 커헉.”

부상이 심했는지 기사는 무릎을 꿇고 쿨럭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토벌 도중에 공간이동 마법이 시전되어서 몬스터들과 같이 던전에 날아온 모양입니다. 도시에 연락해서 서둘러 치료사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합시다.”

행상인들은 부상자들을 눕힐 준비를 하고 사제들은 도시에 추가 지원 연락을 했다.

이한은 버히르그에게 다가가 크게 베인 상처들을 일단 마법으로 치료하고 물약을 먹였다.

전부 다 물약으로 낫게 하려면 몸이든 물약이든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

메흐리드 사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치유 마법을 시전하는 이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 뭐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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