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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48화 (348/687)

348화

30분 후.

가르시아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돌아왔다.

“미... 미안해요. 다들. 많이 기다렸죠.”

“???”

이한은 슬슬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가르시아 교수가 누구와 몸싸움이라도 한 것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아까 시비걸던 사람들을 두들겨 패신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가르시아 교수의 성격이 너무나도 선량했다.

“교, 교수님. 이거라도 좀 드세요.”

학생들이 찻잔을 내밀자 가르시아 교수는 꿀꺽꿀꺽 마셨다. 목이 타는 모양이었다.

“후. 다들 미안해요. 기다리는 동안 다과는 뭐 시켰어요?”

“차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아니에요. 여기는 다과도 맛있거든요. 과실편(果實片)이 맛있는데...”

말하던 가르시아 교수는 멈칫했다.

학생들은 설마 싶었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후다닥!

가르시아 교수가 또 나가자 이한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안 되겠다. 잠깐 보고 올게.”

한 번도 아니고 자꾸 이러시니 제자로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잠깐만. 위험한 거 아냐? 괜히 갔다가 방해라도 되면...”

닐리아는 따라가도 되나 싶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실력 안 되는 사람의 도움은 오히려 민폐에 가까웠다.

닐리아도 사냥꾼들 사이에서 경험해서 잘 알고 있었다.

지금 학생들이 가르시아 교수를 도와주러 가는 것도 그럴 수...

“아냐. 가르시아 교수님은 싸움에 서투르셔서 만약의 경우에는 도움이 필요해.”

“...????”

“???????”

친구들이 이한의 말에 당황해서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이한은 돌아서서 재빨리 문으로 달려 나갔다.

“잠ㄲ... 워다나즈! 그게 대체 무슨...?!”

*         *         *

에인로가드의 교수들 중 치유 마법을 가르치는 알카시스 라그린데 교수는 비교적 찾기 쉬운 편에 속했다.

길을 지나가다가 다 똑같이 창백하고 피곤한 얼굴을 한 무리들이 지나가면 보통 언데드거나 알카시스 교수의 제자들이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헉헉 숨을 돌리며 말했다.

“라그린데... 교수님.”

“가르시아 교수님.”

알카시스 교수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그러나 가르시아 교수는 상대와 인사나 주고받을 생각이 없었다.

‘대체 여기 교수들이 몇 명이나 나와 있는 거야?’

방금 한 명 돌려보냈는데 또 새로운 교수가 나타나다니.

무슨 이 주변에서 가르시아 교수만 모르는 교수 모임이라도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여기는 혹시 무슨 일로 오신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찾을 학생이 있어서 왔습니다.”

“혹시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학생?”

가르시아 교수의 말에 알카시스 교수는 살짝 놀란 듯 무표정한 얼굴을 움직였다.

“맞습니다. 알고 계시다니 이야기가 빠르시겠군요.”

“저, 그게, 이한 학생은 1학년이잖아요? 게다가 배우고 있는 전공도 많아서 아직 치유 마법을 직접 배우기에는 실력이...”

“저번에 홍련숲을 공략하던 기사들이 사고로 날아온 걸 혼자서 응급처치를 해냈습니다. 그 정도면 자격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

가르시아 교수는 이한에게 속으로 외쳤다.

‘내가 학기 도중에 한 말은 대체 어디로 갖다 팔아먹은 건가요?’

아무리 기초적인 치유 마법이라 하더라도 1학년 때부터 쓸 수 있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고생길이 훤히 열릴 테니 좀 조심하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가르시아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제자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다쳤는데 자기 편안하자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안절부절 못하는 가르시아 교수의 모습을 본 알카시스 교수가 거칠게 한숨을 내쉬었다. 짙은 피곤함이 담겨있는 한숨이었다.

“가르시아 교수님. 이한 학생이 교수님이 아끼시는 제자인 건 압니다. 하지만 제 제자들을 보십시오.”

가르시아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가 후회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마법사들의 영혼이 저기에 있었다.

알카시스 교수 밑에서 치유 마법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잠시 서있는 상태에서 졸다가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제 제자들은 삼일 동안 고작 한 시간 잤습니다. 다른 학파의 마법사들은 계획을 짜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 제자들은 그런 게 불가능합니다. 아시잖습니까.”

“아니... 그게...”

가르시아 교수는 정론에 말문이 막혔다.

이기적인 속셈을 갖고 있는 다른 교수들과 달리 알카시스 교수의 이유는 가르시아 교수로서도 차마 반박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사람 목숨 살리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5일만 빌려주십시오. 아마 5일이면 급한 환자들은 대충 다 처리가 될 겁니다.”

“...그렇지만 그 뒤로도 급하면 와서 빌려 가실 거잖아요.”

“예.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고가 생기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하니.”

알카시스 교수는 허리춤에 찬 검들을 절그럭거리며 말했다. 다크 엘프 교수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피곤함이 가득했다.

“그래서 워다나즈 학생은 어디 있습니까?”

“...모릅니다.”

“교수님!”

알카시스 교수는 부탁한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평소 다른 교수들과 달리 이야기가 통한다고 생각했던 가르시아 교수가 저러니 충격이 컸다.

“모르는 걸 어떡해요?”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찾아라.”

“예...”

치유 마법 듣는 학생들은 ‘진짜 신입생을 끌어들여도 되나’와 ‘진짜 뛰어난 인재면 우리 좀 쉴 수 있지 않나’하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하는 표정으로 나섰다.

“......”

가르시아 교수는 찻집에 쪽지를 날려 보낼 준비를 했다.

학생들에게 찻집 문 잠그고 절대 나오지 말라고 할 생각이었다.

‘절대 못 찾...’

“어, 찾았습니다!”

“...아, 뭐하고 있는 거예요!!! 이한 학생!! 미쳤어요!?”

바로 골목 옆에서 치유 마법 전공 학생과 눈이 마주치고 있는 이한을 발견한 가르시아 교수는 화를 냈다.

*         *         *

“...죄송합니다.”

이한은 사과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와 알카시스 교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수색이 시작됐으니...

‘앞으로는 평상시에도 투명화 마법 준비하고 다니는 습관 들여야겠군.’

이한은 뼈저리게 반성했다.

에인로가드만 전쟁터가 아니었다.

에인로가드 밖도 전쟁터였던 것이다.

잠시의 방심으로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전쟁터!

“드디어 만났군.”

알카시스 교수는 피로로 살짝 쉰,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는 버두스 교수님 때문에 말을 마저 못했지만, 내 손을 잡아라. 네 재능을 개화시켜주겠다.”

“......”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를 믿고 도망칠지 그냥 순순히 알카시스 교수를 따라갈지 고민에 빠졌다.

전자는 도망 잘못치면 알카시스 교수의 칼을 맞을 수도 있었고 후자는 끌려갔다가 재수 없으면 방학 끝날 때까지 치유 마법 훈련하다 나올 수 있었다.

‘후자밖에 없군.’

이한은 바로 결심했다.

알카시스 교수의 집중력이 잠깐이라도 끊어지는 순간 갖고 있는 마법을 전부 시전한 다음 달아난다!

“너...”

알카시스 교수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말은 없어도 이한의 생각이 전해져왔다.

에인로가드에서 학생들의 탈주를 가장 잘 잡아들이는 건 해골 교장이었지만, 알카시스 교수도 숨은 실력자였다.

치유 마법을 전공하는 교수라면 치유 마법뿐만 아니라 도망치는 학생들을 붙잡아 올 수 있는 능력도 필수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자세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저게 정말 1학년이라고?’

알카시스 교수는 이한의 빈틈없는 자세를 보고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도 아닌 학생이 무슨 저렇게 빈틈 하나 없는 단단한 자세를 보여준단 말인가.

치유 마법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단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뿜어내는 기세만 보면 경험 있는 전투 마법사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알카시스 교수는 차분하게 마법을 준비했다.

아무리 상대가 재능 넘치는 천재라고 하더라도 아직은 다 자라지 못한 맹수.

마법사들의 대결은 경험 많은 마법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알카시스 교수는 마력을 아껴서 최대한 빠르게 제압할 준비를 마쳤다.

‘마력이 많으니 직접 작용하는 제압 마법은 안 통할 가능성이 높겠지. 외부에서 소환해서 묶는다.’

‘바로 안개 깔고 투명화 시전한 다음 강화 마법 걸어서 도망친다.’

두 마법사는 서로를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공기가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한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느꼈다.

‘젠장. 뭘 하려는지 알 수가...’

상대가 무슨 마법을 쓰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알카시스 교수는 이한이 마력이 많은 것도 알고 있었다.

“...멍청아! 뭘 하고 있는 거야! 도망쳐!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리라고! 팔이여, 시들어라!”

“!?”

그 순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알카시스 교수의 제자 중 두 명이 뛰쳐나와서 스승에게 마법을 갈겼다.

이한과 안면이 있는 선배, 필과 칠이었다.

알카시스 교수는 제자들이 덤비는데도 놀라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그저 귀찮고 피곤하다는 듯이 지팡이를 휘둘러서 마법을 튕겨냈다.

“도망치라고! 활기여... 컥!”

필은 교수의 휘두름 한 번에 제압당했다.

알카시스 교수가 필의 목구멍에 연결된 기도(氣道)의 살을 과재생시켜서 잠시 막아버린 것이다.

필은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했지만 교수의 솜씨는 재봉사 장인의 바느질처럼 단단해서 쉬이 건드려지지가 않았다.

“일어나면 목 관련해서 다시 공부해라. 멍청한 자식.”

“눈이여, 빛을 가려라!”

칠은 친구의 쓰러짐에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스승의 눈을 노렸다.

어차피 치유 마법 학생들은 일이 많아서 탈주나 반항을 시도해도 징벌방에 가지 않았다.

알카시스 교수도 그걸 잘 알기에 화를 내거나 벌을 주지 않았고.

탁!

교수가 성가시다는 손짓으로 칠의 마법을 막아버렸다.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이한과 칠은 저 동작에 얼마나 고등한 기교가 숨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날아오는 마법의 구조를 그 짧은 사이에 파악한 다음 손끝에 마력을 담아 마법을 역으로 해체해버린 것이다.

칠은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부끄럽지도 않냐! 신입생을 데리고 가서 우리처럼 갈아넣으시겠다잖아! 그게 부끄럽지 않냔 말이다!”

“...제기랄, 네 말이 맞다, 칠!”

옆에서 고민하고 있던 치유 마법 선배들이 망토를 집어 던지고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이득과 양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지만 칠의 말을 들으니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에인로가드 학생으로서 저딴 짓을 1학년 신입생한테 시킬 수는 없었다.

알카시스 교수의 눈빛이 더욱 더 어두워지고 깊게 번득였다.

“덤비는 건 상관없지만 쓸데없이 마력 낭비하는 놈은 죽여 버린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스승님은 저희를 죽이는 대신 일을 시키실 거잖습니까!”

“덤벼들어!”

“몇 번으로?!”

“이번에는 11번으로! 11번 진형으로 움직인다!”

‘이 선배들 대체 몇 번이나 덤벼든 거야?’

치유 마법 학생들은 반항을 한두번 한 게 아니었는지 순식간에 진형을 갖추고 알카시스 교수에게 덤벼들었다.

‘됐다! 이 정도면...!’

칠은 안도했다.

물론 학생들은 처참하게 제압당하겠지만 그래도 후배가 도망칠 시간은 벌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한은 도망가지 않았다.

“...??!?”

이한이 역으로 칠 옆에 달려와서 서자 칠은 경악했다.

“너 뭐해! 미쳤어!”

“선배님. 선배님들만 두고 어떻게 혼자 도망갑니까.”

“...너...!”

칠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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