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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49화 (349/687)

349화

“...날 울리지 마라.”

칠은 물론이고 다른 치유 마법 선배들까지 눈물로 흐릿해지는 시야를 참기 위해 애썼다.

지금 상황에서 후배가 그냥 도망치는 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후배는 도망치지 않음으로서 그들을 감동시켰다.

“지금 봤냐?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후배 앞이다! 제대로 보여줘라!”

치유 마법 전공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오늘이 그 날인가?’

‘그 날이 아니라면 그 날로 만들겠다!’

그 날.

치유 마법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는 ‘알카시스 교수를 쓰러뜨리고 탈출에 성공해서 휴식을 취하는 날’로 통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찾아온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그 날이 찾아오리라!

“쉬고 싶으면.”

알카시스 교수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달려오던 학생은 교수의 속셈을 읽고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강철처럼 굳어져라, 정신이여!”

강화 마법에도 불구하고 알카시스 교수는 학생의 신경계 통제권을 그대로 뺏어버렸다.

온몸의 기관들을 연결하고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의 통제권을 뺏겼다는 건 이런 결투에서 치명적이었다. 학생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마법 실력이나 길러라!”

동시에 교수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알카시스 교수가 앞으로 쏘아져나가자 검들이 검집째로 휘둘러져 방어에 몰두하던 학생들을 날려버렸다.

“그러면 일찍 끝내고 쉴 수 있을 테니까.”

“매번 다치는 놈들이 계속 튀어나오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제자가 지르는 울분에 찬 고함에 교수는 지팡이를 살짝 흔들었다.

학생은 기겁해서 신경계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곳이었다.

혈관 속에 흐르는 혈류의 통제권을 뺏긴 학생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쓰러졌다.

‘...그냥 튈 거 그랬나.’

알카시스 교수가 달려드는 학생들을 지팡이 동작 한 번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자 이한은 갑자기 후회가 됐다.

치유 마법사라고 약하다는 건 편견이었다. 치유 마법 자체도 얼마든지 작정하면 공격적인 활용이 가능했다.

게다가 경지에 오른 알카시스 교수 같은 경우는 상대의 육체 통제권을 핀포인트로 뺏어서 제압에 나섰다.

전신의 통제권을 뺏으려면 어지간한 대마법사도 마력을 쏟아 부어야 했지만 저런 식으로 특정한 부분만 뺏는 건 훨씬 더 난이도가 낮았다.

물론 다른 마법사라면 뺏는다고 하더라도 활용이나 응용이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의 육체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알카시스 교수만이 가능한 전투법이었다.

‘후회는 그만하자.’

이한은 각오를 다지고 준비했다.

선배들을 버리고 도망치지 않은 건 계산이 반, 동정심이 반이었다.

이 상황에서 선배들을 버리고 가면 나중에 선배들을 만났을 때 원망을 들을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이야 교수에 대한 원망 때문에 후배를 보낸다지만, 나중에 정신 돌아오고 교수 밑에서 추가 노동을 하다보면 자리에 없는 후배가 미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원래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복잡한 법이었다.

게다가 이제까지 계속 제압됐던 선배들을 봤을 때, 이한이 빠지면 선배들은 그렇게 시간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선배들이 알카시스 교수에 대해 잘 아는 것보다 알카시스 교수가 선배들에 대해 훨씬 더 잘 알 테니까.

그리고...

‘...도저히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지.’

이한이 어지간해서는 자기 이득 챙기면서 움직이는 사람이었지만 치유 마법 전공하는 선배들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불쌍했다.

저런 사람들을 두고 어떻게 혼자 도망간단 말인가.

이한도 양심이 있었다.

“선배들. 저를 지원해주십시오!”

“!”

선배들은 이한의 외침에 놀랐다.

놀랍게도 후배는 검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근접전으로?!’

다른 친구들처럼 칠은 경악했다.

마법사가 근접전이라니.

‘후배, 이해는 가지만 지금 하는 짓은...!’

자신보다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마법사와 싸우는 만큼 마법으로 승부를 보는 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근접전으로 붙어서 상대가 마법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해볼 만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다 해본 일이다!’

당연히 이미 치유 마법 전공 학생들이 해봤던 일이었다.

마법으로는 도저히 승부를 못 보겠으니 각자 변환 마법이나 강화 마법 걸고 교수에게 덤벼들었던 것이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다.

알카시스 교수는 허리춤의 검을 그냥 차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미쳐 날뛰는 환자 제압하듯이 학생들을 바로 제압해버렸다.

“마력을 낭비시키다니.”

알카시스 교수는 달려오는 이한을 보고 지팡이를 휘두르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무심코 다른 학생들 상대하듯이 육체 통제권을 뺏어서 제압하려다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마력이 정말 미친놈처럼 많군.’

탕!

알카시스 교수는 가볍게 옆의 골목 담벼락을 두드렸다.

그러자 담벼락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출렁이며 이한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물이여!”

이한은 담벼락이 덮쳐들자 다리에 힘을 주고 마력을 불어넣으며 폭발적으로 가속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허공에서 물을 불러냈다.

“발판이 되어라!”

“!”

알카시스 교수는 이한이 보여주는 마법에 놀랐다.

물을 불러내고 형태 변환을 시키는 것에 놀란 건 아니었다.

물론 1학년이 저렇게 능숙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지만, 알카시스 교수가 놀란 건...

‘정말 지금 당장 전투 마법사로 뛰어도 이상하지 않겠군.’

이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와중에 저렇게 빠르게 마법을 선택해 시전하는 모습.

전투 마법사로서 타고난 재능이었다.

게다가 대마력까지 저렇게 타고났으니, 다른 마법사들에게는 악몽 같은 존재이리라.

철컥!

더 이상 마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알카시스 교수는 검의 자루를 붙잡았다.

괜히 마법으로 수싸움을 하느니 바로 달려가서 제압할 생각이었다.

보아하니 강화 마법들을 걸고 달려오는 것 같았는데, 알카시스 교수는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온다!’

이한은 온몸을 긴장시켰다.

근접전을 유도하긴 했지만 교수와 진짜 근접전으로 맞붙게 되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뛰어난 검사와 맞붙을 때보다 몇 배로 긴장됐다.

검사는 칼만 휘두르지만 교수는 칼과 마법을 동시에 쓸 수 있었다. 재수없으면 몇 합도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는 것도 가능했다.

‘...통해라!’

쾅!

알카시스 교수의 검들과 이한의 검이 강하게 부딪쳤다.

그리고 알카시스 교수는 경악했다.

“너!”

이한의 검, 새벽별이 교수의 마력을 순간 흡수해간 것이다.

서로 검집을 씌워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 이한의 검은 마력을 흡수하는 특수한 광석인 흑자석(黑紫石)으로 된 검.

알카시스 교수처럼 마력량 관리에 매우 민감한 마법사한테는 치를 떨 정도로 성가신 검이었다.

‘교수의 성격상 분명히 통할 거다.’

이한은 애초에 교수를 진짜로 이길 생각이 없었다.

실력 차이가 이렇게 나는데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이한이 노린 건 타협이었다.

교수 입장에서 ‘치사하고 더러운 새끼 같으니 너 같은 놈 필요 없다’란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것.

마력량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알카시스 교수한테 새벽별을 든 이한은 어떻게 상대해도 귀찮은 존재였다.

검으로 제압하려고 해도 마력 소모가 심하고.

마법으로 제압하려고 해도 마력 소모가 심하고.

“......”

“후배, 조심해라!”

알카시스 교수가 눈빛을 번뜩이자 다른 학생들이 기겁해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바닥에서 솟구치던 나무가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이한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이한이 잠깐 긴장을 푼 그 짧은 사이를 노려서 이렇게 공격해 들어오다니. 선배들이 없었다면 그대로 당했을 수도 있었다.

교수 앞에서는 일말의 방심도 치명적이었다.

알카시스 교수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한 번 차더니 말했다.

“좋아. 가라.”

“!!!!!”

선배들은 경악했다.

이들은 알카시스 교수가 고집을 꺾는 걸 처음 보았다.

‘말도 안 돼!’

‘현실인가? 꿈은 아니겠지??’

알카시스 교수는 거칠게 쉰 목소리로 내뱉었다.

“제법 설득을 잘 하는데...”

“감사합니다.”

교수도 이한이 한 것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게 분명했다.

여기서 제압을 하려면 마력을 무조건 더 써야 하는데, 1학년 학생 한 명을 추가로 쓰려고 교수의 마력을 그렇게 크게 소모하는 건 본말전도였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계속 피할 수는 없을 거다.”

“...다음 학기 때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한의 말에 알카시스 교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그걸로 타협해주겠다는 뜻이었다.

“가라.”

“교수님.”

이한은 이빨을 드러낸 맹수를 보듯이 교수를 훑어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내뱉는 한 마디에 목숨이 걸려 있는 기분이었다.

“선배님들도 쉬게 해주십시오.”

“......”

“......”

공기가 싸늘해졌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선배들은 긴장해서 숨도 쉬지 못했다.

‘저... 저 미친 놈!’

‘너 그러다 죽는다!’

길가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싸움 현장에 오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던 가르시아 교수도 침을 꼴깍 삼켰다.

“내가 말했던 건 다 잊어버렸냐? 강의 시간에 분명...”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 분명 다른 방법도 있을 겁니다. 다른 지역의 마법사들을 불러오거나, 혹은 교장 선생님에게 부탁하거나...”

옆에서 듣고 있던 칠은 후배가 진심으로 미친 게 아닌가 걱정됐다.

해골 교장이 무슨 소환수도 아니고 치유 마법사 부족하다고 불러올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적어도 선배님들을 쉬게 할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싫다면 어쩔 거지?”

이한은 검을 흔들었다.

같이 망하자는 뜻에 알카시스 교수는 결국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제자들이 너한테 못된 버릇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군. 좋다. ...너희들을 너무 혹사시키긴 했지. 쉬고 와라. 그 정도 시간은 어떻게든 벌 수 있겠지.”

“교수님...!!!”

“울지 말고 빨리 꺼져라. 쉬고 오도록.”

학생들은 교수의 마음이 바뀔까봐 허겁지겁 달려나갔다.

“괜, 괜찮나요?”

보고 있던 가르시아 교수가 괜히 걱정되서 물었다. 알카시스 교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괜찮겠나? 응? 괜찮을 것 같나?”

아까 다른 학생들 앞이라고 제자를 교수로서 존중해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제자로 돌아온 가르시아 교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됐다. 네 잘못 아니니까. 제자들도 쉬긴 해야지. 너무 고생했으니...”

“저, 저도 도와드릴게요.”

“양심이 있으면 당연히 그래야지.”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께 연락 보내야겠군. 한 번 정도는 도와주시겠지.”

“좋은 생각이에요. 마침 그랑덴 시에 계세요.”

“그래? 더 잘 됐군.”

에인로가드의 이름으로 인근 지역들의 병자란 병자들은 전부 살리고 있는 알카시스 교수의 발언권은 해골 교장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절대 거절하지 못했다.

...물론 해골 교장 입장에서는 황당할 것이다.

안 그러던 알카시스 교수가 갑자기 ‘제자들 쉬게 교장 선생님께서 좀 도와주십시오’하고 연락을 보내는 걸 테니.

“참. 교장 선생님한테는 이한 학생이 말 꺼냈다고는 절대 하지 말아주세요.”

“알겠다.”

*         *         *

“후배! 신나지! 신나지 않아?!”

“이걸 봐! 이걸 보라고!”

치유 마법 전공 학생들은 신이 나서 손가락을 뻗었다.

그들이 가리킨 건 무려 도시 광장 한복판에 있는 분수였다.

“...어, 저 분수에 무슨 복잡한 마법이 숨어 있는 겁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건 없고, 그냥 예쁘잖아.”

“맞아.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서 분수 지켜보는 게 소원이었거든.”

“이렇게 앉아서 평화롭게 보는 게... 잠깐. 후배. 왜 울어?”

“안 울었습니다. 먼지가 눈에 들어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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