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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54화 (354/687)

354화

물론 사양한다고 통하진 않았다.

제자의 거절을 스승에게 폐를 끼치기 싫은 기특한 겸손으로 이해한 볼라디 교수는 지팡이를 뽑아들었다.

이한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지팡이를 뽑아들었다.

“???”

상황 파악을 못한 알시클은 둘을 쳐다보며 당황스러워했다.

마치 둘이 결투라도 할 것처럼 팽팽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지금? 뭐하는 건데?”

볼라디 교수는 설명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쉬시식!

허공에 떠오른 물의 구체들에서 물방울들이 바늘처럼 변해 발사되기 시작했다.

볼라디 교수는 ‘발사’ 속성이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복잡한 궤도 변환은 없어도 물방울 하나하나가 살벌한 소리를 내며 벽을 부수고 바닥을 찍었다.

“뭔데!? 뭐하는 건데!?”

그러나 이한도 만만치 않았다. 볼라디 교수가 지팡이를 드는 순간 바로 입에서 주문을 읊고 있었다.

“...땅을 주름잡아라!”

가능한 강화 마법들을 걸고 이한은 마탑 안을 내달렸다. 조금이라도 멈추면 물방울 바늘이 이한을 관통할 상황이었다.

그나마 <공간 인지> 마법을 미리 걸어놓은 상태라 다행이었다. 이한은 거리를 벌리면서 볼라디 교수가 불러낸 구체들을 노렸다.

“얼음이여, 화살이 되어 쏘아져라!”

볼라디 교수의 살벌한 압박은 이한의 본능을 더욱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주문이 빠르게 외쳐지고 지팡이 끝에서 냉기의 기운이 맺히더니 화살의 형태로 변해서 쏘아져나갔다.

알시클은 볼라디 교수가 주변을 박살내고 있는 와중에도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떴다.

‘또 한 번에?!?!’

저 과정들을 압축해서 해내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한 번에 해내다니.

이한이 1학기 때 어떻게 혹독하게 훈련받았는지 모르는 알시클 입장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쩍!

‘늦었나!’

마법은 성공했지만 볼라디 교수가 불러낸 구체는 유유히 위치를 옮기며 얼음 화살을 피했다.

격추에 실패한 이한은 혀를 찼다.

‘이걸로는...’

방금 여러 과정들을 한 번에 묶어서 성공하긴 했지만, 시간을 놓고 보면 조금 오래 걸린 편이었다.

이한이 주문을 외우는 것을 보고 볼라디 교수는 구체를 움직인 것이다.

‘...더 빠르게. 더 빠르게 시전해야 격추시킬 수 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금 시전한 것보다 더 빠르게 화살을 쏘아서 구체를 떨어뜨려야 했다.

“...그만해 미친놈들아!”

알시클은 지팡이를 휘두르더니 닥치는 대로 냉기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천장 위에 소환된 마법의 핵이 강력한 힘과 함께 주변 마력을 통제했다.

볼라디 교수가 불러낸 구체가 힘을 잃고 흩어지고, 이한이 쏘아낸 얼음 화살들도 힘을 잃고 사라졌다.

“대체 뭐하는...”

“왜 방해하지?”

“...뭐라는 거냐! 남의 마탑에서 제자와 싸우기나 하고!”

“싸우는 게 아니다.”

볼라디 교수의 말에 알시클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방금 모습이 싸우는 게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교육이라도 된단 말인가?

“뭔데?”

“가르침.”

알시클은 순간 볼라디 배그렉이 드디어 정신이 나갔나 싶어서 이한을 쳐다보았다.

“가르침 맞긴 합니다.”

“......”

‘황제 폐하한테 투서를 보내야 하나?’

*         *         *

알시클은 유미디후스와 같이 의자에 앉아 볼라디와 이한의 결ㅌ... 아니, 가르침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효과적이지. 적어도 볼라디 배그렉은 그렇게 주장하더구나.”

‘미친 놈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로 미친 놈인 줄은 몰랐는데.’

서로 유미디후스 밑에서 배운 사이인 만큼 볼라디 배그렉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알시클처럼 명문 가문 출신은 아니었지만 제국에서 명성 드높은 전투 마법사이자 결투가인 만큼 상식적인 선에서 행동할 줄 알았는데...

“크윽!”

이한이 물방울을 맞고 뒹굴었다. 계속해서 움직이다가 결국 포위당해서 한 대 맞은 것이다.

그러나 볼라디 교수는 쉴 틈을 주지 않고 쓰러진 이한에게 다시 공격을 날렸다.

이한은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빈틈을 보여주지 않고 바로 뒤로 몸을 튕겨 거리를 벌렸다.

‘...저게 가르침이 맞나? 진짜 저렇게 가르쳐도 되나?’

“잠깐 휴식.”

볼라디 교수가 휴식을 선언하고 돌아오자, 알시클은 자신도 모르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볼라디 배그렉. 꼭 저런 식으로 가르쳐야 하나?”

“할 말이라도 있나?”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너무 위험하고 난폭하고 원시적인 방법 같은데.”

알시클은 최대한 돌려서 말하려고 했지만 딱히 잘 되진 않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유미디후스가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볼라디 교수라서 무례함에 화를 내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효과적이다.”

“그런 방식이 효과적일 리 없...”

알시클은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이룬 성취는 너무나도 대단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저게 재능만으로 가능한지 의심이 들 정도로.

‘...정말로? 정말인가?’

알시클은 설마 볼라디 배그렉의 가르침이 정말로 효과적인건가 싶어서 두려워졌다.

“너와 비교해봐라.”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볼라디 배그렉!”

알시클은 분노해서 노려보았다.

다른 마법사 마탑에 방문한 손님이면서 너무 말이 심하지 않은가.

“...마음대로 해라. 너도 교수니까 생각이 있겠지.”

‘알시클이 에인로가드 출신이 아니라서 잘 모르는군.’

옆에 있던 유미디후스가 속으로 혀를 찼다.

에인로가드 출신이라면 ‘교수님이니까 하는 행동에 의미가 있겠지?’같은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

타타타타타탕!

휴식이 끝나자 볼라디 교수는 다시 구체를 소환해서 이한을 향해 미친듯이 쏘아대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이한의 주문 시전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알시클은 생전 처음 보는 볼라디 배그렉의 교육 방식에 흔들리는 자신을 느끼고 경악했다.

‘...아니, 아니, 아니지. 저건 재능 때문일...’

“??”

생각하다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가진 재능을 인정해버리자 알시클은 눈물이 차올랐다.

세상에 자기보다 뛰어난 재능이 진짜로 있다니.

물론 옆에 있던 유미디후스 입장에서 알시클은 갑자기 눈물 글썽거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워다나즈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냐? 걱정하지 마라. 볼라디 배그렉이 저런 부분에서 실수하진 않을 테니까.”

“크흑... 그냥 저보다 재능이 뛰어난 놈이 진짜로 있다고 생각하니까 서글퍼서 눈물이...”

“......”

유미디후스는 경멸의 시선을 던지고 고개를 돌렸다.

계속 쿨쩍이던 알시클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공격을 퍼붓는 볼라디 교수는 잠깐잠깐 마력 회복 물약을 마시고 있는데, 정작 제자인 이한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있었다.

‘뭐지?’

“유미디후스 님. 왜 볼라디 배그렉만 마력 물약을 마십니까?”

“워다나즈는 마력 많아서 마실 필요 없다.”

“그래도 그렇지 한 병은 줘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 정말로 마실 필요 없다니까.”

“아무리 많아도 저렇게 격전을 펼치는데 부담이 하나도 안 갈 리가 없...”

말하던 알시클은 멈칫했다.

유미디후스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입니까?”

“그래.”

알시클은 조용히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세상 서러운 울음소리가 뒤쪽에서 터져 나왔다.

-어째서 세상은 나한테 저런 재능을...

와장창창창!

띄워놓은 얼음 방패를 부수고 유미디후스의 발밑까지 굴러들어온 이한이 콜록대더니 노마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앗. 유미디후스 님. 펭에린 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잠시 화장실에 갔단다.”

“그렇군요. 냉기여, 안개가 되어라!”

이한은 2서클 마법인 <하급 냉기 안개>를 시전했다.

알시클에게 배운 원소 마법 중 하나로, 주변에 펼쳐진 냉기 안개가 날아오는 물방울들의 속도를 낮추고 냉각시켰다.

안 그래도 마력 소모가 심한 냉기 원소를, 마찬가지로 마력 소모가 심한 안개 계열 마법으로 난사하는 걸 보고 유미디후스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젠장. 더럽게 안 맞는군. 유미디후스 님. 이것 좀 빌리겠습니다!”

볼라디 교수의 구체가 자꾸 얼음 화살을 피하자 이한은 알시클이 앉아 있던 나무 의자를 발로 차서 부숴버린 다음 파편에 <하급 냉기 부여>를 시전했다.

“냉기여, 깃들어라!”

이한은 냉기를 흩뿌리는 나뭇조각을 염동력 주문으로 운용해서 날렸다.

그냥 얼음 조각은 물방울 몇 개 관통하면 박살이 났지만 나뭇조각은 좀 더 버티리라.

그러나 볼라디 교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격을 집중시켜서 나뭇조각도 허공에서 부숴버렸다.

“이것도 안 통하나... 유미디후스 님. 저것도 좀 빌리겠습니다!”

알시클이 없는 사이 탁자도 부수려고 하는 이한의 모습에 유미디후스는 순간 말려야 하나 고민했다.

분명히 빠른 성취를 얻고 있긴 했는데...

*         *         *

해가 지고 수련이 일단락되자 알시클은 구석에 놔둔 냉동 정어리들을 가지고 왔다.

“...요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이거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에인로가드의 경험 덕분에 생긴, 어딜 가기 전에 먹을 걸 좀 챙기는 습관이 이한을 구했다.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먹을 버섯채소볶음과 유미디후스가 먹을 크림스튜를 준비했다.

알시클은 냉동 정어리를 씹어 먹으며 놀라워했다.

“왜 요리를 합니까?”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는 거지. 너도 좀 배워라.”

“저도 하인 있었으면 시켜서 유미디후스 님을 대접했을 겁니다...”

“......”

유미디후스는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하나 싶었다.

정어리를 하나 통째로 삼킨 알시클은 유미디후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오늘 가르친 마법들 중에 얼마나 익혔습니까?”

알시클은 얼음 화살뿐만 아니라 여러 마법들을 더 가르쳤다.

하급 냉기 안개도 그렇고(가르치는 순간 볼라디 교수가 밀어내고 공격을 시작했다), 하급 냉기 부여도 그렇고(마찬가지로 이것도 끝나자마자 볼라디 교수가 끼어들었다)...

냉기로 가능한 낮은 서클 마법들 중에 가르칠 수 있는 건 다 가르친 것 같았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환, 환상, 부여, 변환 등 다양하게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시클은 확실히 냉기 마법에 경지를 이룬 마법사였다.

“다 익혔지.”

“......”

“아. 소환만 빼고.”

냉기 정령을 소환해내는 마법은 오늘 배운 것 중 가장 쉬운 편에 속했다.

말을 들은 알시클은 더욱 어깨가 좁아졌다.

“너무 쉬워서 하고 싶지도 않았던 겁니까 혹시?”

“그런 건 아닌데.”

“맞는 것 같습니다... 읍.”

“정어리나 처먹으려무나.”

설명하기 귀찮아진 유미디후스는 정어리를 주둥이에 던져 넣었다.

“아직 속도에서 부족함이 많다.”

볼라디 교수가 입을 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단순한 1서클 마법에 비해 오늘 익힌 마법들은 2, 3서클.

그 과정이 더 있는 만큼 시전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게 볼라디 교수에게는 불만이었다.

‘그러냐?’

“그 정도면 충분하지 미친놈이 제자살인마로 불리고 싶나...?”

나름 귀족 가문이라 품위를 유지하는 알시클이었지만 오늘 너무 충격적인 일들이 많아서 속마음이 그냥 튀어나왔다.

물론 볼라디 교수는 알시클이 뭐라고 지껄이든 무시했다.

자신보다 가르치는 실력이 낮다고 생각한 것이다.

“음식 다 됐습니다. 무슨 이야기 하고 계셨습니까?”

“네가 정말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 하고 있었지.”

유미디후스는 자상하게 말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오늘 두 미치광이 상대로 이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잘 해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어느 마법사가 알시클과 볼라디 밑에서 냉기 마법의 기초를 이렇게 완벽하게 익힐 수 있겠는가.

탕탕탕!

“워다나즈!! 워다나즈!!!”

“?!”

마탑의 문을 누군가 거세게 두드리며 이한의 이름을 불렀다.

닐리아의 목소리라는 걸 알아챈 이한은 깜짝 놀라 일어났다.

“닐리아? 어떻게 여길... 무슨 일이야?”

“가... 어, 황자님이 조난됐어!”

“뭐라고?!!”

알시클도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황자님께서 조난되시다니. 보통 일이 아니야! 내가 직접 찾아오도록 하지. 다른 추종자들은 마탑 안에 있으라고 해!”

“다른 추종자들이 있나?”

“없는데...”

닐리아와 친구들은 민망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지금 저 펭귄 수인 마법사가 뭔가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딱히 가이난도를 구한다고 해서 제국의 명사들이 감사인사를 하진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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